이게 말이 되나? 씁쓸한 웃음

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괴소소설>을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유머 소설 시리즈를 모두 다 읽었네요. <괴소소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금은 기이한 소재에서 웃음을 이끌어낸 소설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그런 이야기요.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씁쓸한 웃음이 슬며시 베어져 있습니다.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욕하는 마음속을 그린 '울적전차'(미혼 여성은 임신한 여자와 아줌마를 욕하고, 임심한 여자는 젊은 여자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욕합니다. 어린 남학생은 젊은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서류로 가려서 속이 안 보인다고 욕하고, 젊은 남자는 몸을 막 주는 여자가 자기가 그거 조금 쳐다본다고 인상 쓰는 게 못 마땅합니다. 노인은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자리도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못 마땅하고, 젊은이들은 노인네가 이런 바쁠 때 지하철에 어슬렁거리는 게 짜증납니다. 대체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제는 한물 간 왕년의 스타를 좋아하는 미친 듯이 좋아하는 할머니를 다룬 이야기 '할머니 골수팬',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야구광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고집불통 아버지', 교사들 동창회 모임에 학생을 초대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역전동창회', 집값 떨어 질까봐 자신들의 동네에서 살해된 시체를 서로 상대방 마을에 버리는 이야기 '하얀 들판 마을 vs 검은 언덕 마을 ' 등 암튼 조금 당황스럽고 기괴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울적전차'와 '하얀 들판 마을 vs 검은 언덕 마을'이 가장 좋았습니다. 작가는 '동물가족'이라는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각 소설들에 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후기가 실려 있어서 좋더군요. 좀 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블랙유머 소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늦게 읽어서 그런지 <독소소설>이나 <흑소소설>에 비해서는 재미가 조금 덜 했습니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