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꿈 -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2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매력적인 인물 간바라 메구미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는 '간바라 메구미'라는 인물만으로서 설명이 가능한 소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의 행동과 목소리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 간바라 메구미는 잘 생기고 똑똑하며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남성 중심의 일본사회(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비슷하죠. 아무리 양성평등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에서 잘난 남자가 남자사회에서 살아남기는 몹시 힘들죠(<메이즈>에서 자세하게 나옵니다.). (물론 여자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가족적인 특성도 있지만) 그래서 메구미는 여성화되어 남성 중심의 사회를 나름대로 잘 헤쳐 나갑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어중간한 성, 점점 사회는(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런 어중간한 성을 요구하고 또한 그런 경계선에 있는 성이 살아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를 싫어하는 여자, 남자를 싫어하는 남자, 이러니 중간의 성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암튼 그런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매력적인 남자 간바라 메구미가 미스터리한 음모를(작품이 <메이즈>와 <클레오파트라의 꿈> 밖에는 없지만) 파헤치는 내용이 이 소설의 큰 기둥입니다. 간바라 메구미의 사고방식, 행동, 속마음, 고독함, 때로는 엄청난 추진력, 그리움(이국생활을 오래해서인지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 일본의 H시에 도착하자 향수감에 젖습니다.),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삶 등 암튼 간바라 메구미를 위한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미스터리판타지 소설입니다.


2. 음모론과 모호함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의 사건은 모호합니다. '클레오파트라'가 도대체 뭐냐? 간바라 메구미 너는 정말 쌍둥이 여동생이 걱정되어 H시에 왔는가?(<클레오파트라의 꿈>을 처음 읽는 사람은 믿겠지만 전작 <메이즈>를 읽으신 분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죠.), 가즈미의 불륜상대인 유부남 대학교수는 정말 고의로 죽었는가? 간바라 메구미를 쫒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은 누구인가? 결정적으로 가즈미는 왜 사라졌는가? 암튼 도대체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연속입니다. 물론 한 꺼풀 벗기면 대다한 것은 아닙니다(교묘하게 궁금증부터 툭 던져 놓고 뒤에 가서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도 그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죠. <메이즈>의 미로가 음모론을 가장한 눈속임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계속 유도하면서 서서히 음모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 부분은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생략하지만, 온다 리쿠 여사의 세계관이 이 소설에 반영된 것이라면 저는 그녀를 지지합니다.


3.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메이즈>에 이어 <클레오파트라의 꿈>에도 과거의 어떤 사건(이야기)이 현재에도 끊임없이 계속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는 끝난 것일 수도 있는데, 이제는 잊어버려도 상관없는데 그럼에도 간바라 메구미는 계속 과거의 이야기를 쫒고 쫒습니다. 간바라 메구미는 중년 남성입니다. 미혼입니다.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생략하고) 암튼 적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총을 갖고 다닙니다. 외로운 사나이죠. 그리고 항상 과거의 무언가를 쫒고, 누군가에게 쫒깁니다. 왜? 상냥하고 잘생기고 돈도 많이 버는 그는 왜 무언가를 항상 알고 싶어 하고 찾으려고 할까요? 그의 행동과 생각에서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그는 조금 외로워 보이는 존재입니다. 외로운 사람이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는 계속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려 합니다. 그리움. 그는 몹시 그리운 사람 같아요. 그래서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물론 100%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닙니다. 음흉한 사나이의 냄새도 물씬 풍기거든요^^) 왠지 모르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움과 외로움. 암튼 전편 <메이즈>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전작 <메이즈>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사건과 음모의 반전으로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반면 이번 작품은 좀 더 간바라 메구미라는 인물에 대해 가깝게 다가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외로움과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동생일수도 있고, 가족일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수도 있고, 지나간 첫사랑일수도 있고요.)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메이즈>와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연작소설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그러니까 <메이즈>를 읽지 않고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읽어도 전혀 스토리의 이해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두 시리즈 모두 간바라 메구미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미스터리한 사건과 음모론이 있고요. 그러나 한 인간의 내면을 좀 더 알고 싶다면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추천해 주고 싶고, 수수께끼 미로 같은 이야기와 공포판타스틱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메이즈>를 추천해 주고 싶네요. 그런데 간바라 메구미가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라 결국에는 두 작품 모두 읽지 않을까 싶네요. 오랜만에 만나는 매력적인 주인공이었습니다. 고로 다음 활약도 궁금해지고, 온다 리쿠 여사가 그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도 빨리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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