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 간바라 메구미의 첫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1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두부’는 실로 인간의 습성을 잘 이용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호기심이라는 습성, 상자가 있으면 열어보고 싶고, 미로가 있으면 들어가 보고 싶고, 숨겨놓으면 찾아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간바라 메구미의 첫 번째 모험 <메이즈>는 그런 독자들의 속성을 아주 잘 이용한 영리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수수께끼 같은 알 수 없는 것은 위의 표현처럼 꼭 알고 싶어지죠.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죠. 두부는 글자 그대로 우리가 먹는 두부입니다. 아시아 서쪽 끝 어느 황량한 벌판에 두부처럼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들어가면 사람이 사라집니다. '존재하지 않는 장소', '있을 수 없는 장소'라고 불리는 이상한 장소. 메구미는 그의 중학교 시절 친구 미쓰루에게 거금을 주며 자신의 조수 역할을 부탁합니다. 암튼 무엇보다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 두부의 존재가 무척 궁금합니다. 왜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사라질까? 우선 궁금증을 툭 던져 놓고 이야기에 슬슬 빠지도록 미끼를 던집니다. 그리고 마치 소년 같은 메구미와 미쓰루를 등장시켜(처음에 이들의 대화를 보고 중년 남성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학창시절의 묘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캠핑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 무언가 들리는 소리, 어두운 밤에 내리는 비 등의 요소들은 공포적인 요소를 자극하고요. 마지막으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 미로 같은 공간,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 등 환상적인 요소도 적절하게 가미하여 암튼 몽환적이고 두렵고 미스터리한 그러면서 묘하게 그리운 암튼 그런 요상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 <메이즈(미로)>라는 제목과 표지를 보고, 그리고 그동안 읽었던 온다 리쿠의 소설을 예상하며 읽었는데, 보기 좋게 배신(배반?) 당했네요. 암튼 이야기꾼 온다 리쿠 여사의 재주는 제게는 정말 상상초월입니다. 어디서 이야기를 이렇게 계속 생각해 내는지 놀라워요. 간바라 메구미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고, 미쓰루도 <코끼리와 귀울음>이라는 작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요즘 같은 일회용시대에 이렇게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메구미나 미쓰루를 이번 작품에서만 만나기에는 조금 아쉽죠. 내가 보는 것은 현실일까? 환상일까? 인간은 보이는 것은 믿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죠. 암튼 존재하는 것, 사라지는 것의 현실과 비현실성의 모호한 경계(설명하기가 조금 어려운데 '시간'이란 개념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존재하기도 하면서 사라지고, 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느끼지를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개의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가 정말 잘 표현된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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