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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몸살감기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책을 읽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표제작 '그늘의 계절'을 포함하여 '땅의 소리', '검은 선', '가방' 등 4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경찰들의 세계를 주로 다룬 작가의 이력답게 이번 작품집에 실린 중편들도 경찰들의 세계, 좀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경무부(경찰 조직 내에서도 '간첩'으로 불린다고 하더군요. 경찰들의 인사 문제뿐만 아니라 비리들도 파헤치니까 당연히 같은 조직인 경찰들도 조금 싫어하겠죠.)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타 경찰 세계를 다룬 소설보다 긴장감이 더 느껴집니다. 경찰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들. 그러니까 조직 세계에 속해 있는 분들은 경찰이라는 조직 세계를 다룬 이 소설에 무척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경찰 조직이나 일반 사회조직이나 별 차이 없잖아요. 좀더 오래 근무하려고 비리를 저지르고, 조금 위험이 가는 인물은 경계해야 하고, '검은 선'의 여경들처럼 남자 조직 사회에서 버티려고 더럽더라도 마스코트가 되어야 하고, 같은 경찰(같은 동료)임에도 믿지를 못하고, 암튼 그런 조직 사회의 인간관계가 촘촘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스터리소설(물론 마지막에 반전은 준비되어 있습니다.)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조금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소설은 아닙니다(기리노 나쓰오 여사가 이런 쪽에 해당되겠죠? 정말 가차 없이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그런 이야기).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어요.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결국 인간이란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닌 단지 그 경계선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일 뿐. 그런 잣대가 무의미하다는 거 아닐까요. 암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4편의 소설이 모두 중편이라 조금 아쉬움은 있어요. 감칠맛 난다고 할까요?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버리니까(물론 중편으로서는 적절한 분량입니다.). 그래도 '검은 선'의 실종된 여경(미즈호였나?)의 이야기가 <얼굴 Face>이라는 장편소설도 곧 출간된다고 하니, 지금의 아쉬운 느낌을 조금은 달래야 하겠네요. 암튼 조직 사회 내에서의 인간관계를 미스터리하게 다룬 이야기 중에서는 단연 요코야마 히데오가 최고이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장편보다 중편이 더 느낌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