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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경제학 - 세상을 바꾸는 착한 경제 생활
줄리엣 B. 쇼어 지음, 구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경제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문과 뉴스에는 최근 물가상승을 비롯한 경제 관련 기사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여부가 모든 국가에서 주요 관심사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이집트의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2,521만 달러, 2010년 G20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21조원,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인한 경제효과가 얼마, 이처럼 모든 것들이 경제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 경제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으며, 이 책 <제3의 경제학>의 저자 줄리엣 B.쇼어 역시 현대인들은 "일은 너무 많이 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하며, 사회적 교류는 너무나 부족하고, 오랫동안 운전석에 앉아 막히는 도로만 바라보고 있으며, 수면도 충분히 취하지 못한 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보낸다.(p.149)" 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제3의 경제학>에서 저자는 경제를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바라보자고 주장합니다. 기존의 경제가 GDP 성장률, 인플레이션, 임금 등 주로 부(富; wealth)의 관점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라면, 제3의 경제학은 풍요(Plenitude)의 관점에서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는 경제라는 것입니다. 얼핏 유토피아 적인 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자는 다양한 근거와 사례들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장 서론:새로운 방식'에서는 기존 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경제 개념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간단하고 명료하게 주장합니다. 그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생태 경제학'적 개념입니다. 가구를 만들기 위해 삼림을 벌채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하나의 비용임을 주장하고, 자원부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거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 쓰레기 처리비용 문제 등을 근거로 환경문제와 경제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및 경제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지나치게 시장 중심적인 경제 개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정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전 이상한파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폭설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역시 저자의 주장 설득력을 갖는 근거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제2장 소비자 붐에서 생태계 붕괴까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환경문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과 관련된 구제척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의류 산업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들고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의류 상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자주, 많이 제품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손쉬운 구매로 인해 '필요에 의한 제품의 기능적 가치'보다는 '욕구에 의한 제품의 상징적 가치'가 중시 되면서 더 많은 구매가 이루어지고 유행 주기도 더욱 짧아지면서 그만큼 처분되는 폐기물의 양도 증가하였으며, 그로 인한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소비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해결방안이 반드시 필요함을 저자는 주장합니다.
'제3장 경제학이 지구를 만나다.'에서는 앞에서 말한 환경문제 같은 생태학적 요인을 고려한 경제학, 즉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 개념과 그를 실천하는 생활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 생활'이라는 것이 환경을 생각한다고 해서 과거로의 회귀하는 것이 아니며, 환경을 보호하려면 경제적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대가론(Trade-off)적인 관점도 아님을 설명합니다. 이와 함께 여러 경제학자들과 관련 단체들 및 기관의 연구내용과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더욱 포괄적이고, 그 이상 가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제4장 위기의 지구에서 풍족하게 살기'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논의합니다. 가장 먼저 근로 시간을 단축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제품의 생산량을 줄여 환경피해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자가조달할 수 있는 생필품 등은 스스로 제작하거나 마련하는 방법도 이야기합니다. 제빵, 목재, 퀼트, 수제 잼 등 비교적 간단한 물품에서부터 디지털 제조기(digital fabricator)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방법까지 자가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사례를 제시하고, 만든 물품을 팔거나 다른 제품과의 교환을 통해서 다른 여러 물품들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또한, 사회적 자본의 '공유'라는 개념을 통해서 공유경제가 생태계를 살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대를 재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 '제5장 제3의 경제학'에서는 '성장'만을 중시하는 기존의 경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4장의 내용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동안 시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다루었던 경제학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함께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장합니다. 지식을 독점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리눅스Linux, 위키피디아Wikipedia 등과 같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지식 또는 정보의 경제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대기업보다는 보다 유연함을 갖춘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앞서 4장에서 언급한 근로시간의 단축 같은 방안들이 가능한 올바른 정책도 필수적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논의되고 올바르게 시행될 때, 우리의 삶이 좀더 풍요로워 진다고 말하며 저자는 마무리합니다.
글을 남기다보니, 내용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 책이 너무나 많은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어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용 역시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경제라는 것이 본래는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즉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혹은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정말로 경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는 무엇인지 많은 분들이 한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p.31 : "화석 연료는 한 차례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한 딱 한 번의 선물이었다."
p.94 : 하나의 티셔츠를 생산하려면 물 2,000리터가 필요하며, 햄버거 하나에는 2,400리터, 소가죽 구두 한 켤레에는 8,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p.219 : "신 상업화란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품을 '상업화'하는 동시에 누구나 사업자체를 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사업을 복제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요. 그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