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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리뷰 후기

1.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제본불량 도서를 교환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고객센터에서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직 교환받지는 않았지만 먼저 남겨놓습니다.

2. 다른 분들의 댓글이나 출판사 측 답변을 보면, 제가 받은 도서가 제본불량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한 확인 없이 ‘만듦새’를 지적한 일에 대해서 다시 사과드립니다.

3. 파본은 출판사, 온라인 서점 등에서 교환해준다는 것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객센터 등에 문의하지 않은 이유는 파본이 아니라 단순히 제본불량이라는 점, 책을 읽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책 상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점 등 때문입니다.

4. 출판사와 알라딘 고객센터의 연락은 받았으나, 해당 리뷰를 삭제하거나 별점을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기엔 이미 여러분들이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글을 내리거나 수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리뷰보다 이번 후기가 먼저 보이도록 남겨놓겠습니다.

5. 알라딘 측에서 ‘제가 남긴 리뷰’는 도서 내용에 대한 리뷰가 아니므로 상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 글이 상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제가 책을 교환받아서 글을 내렸다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테드 창의 『숨』이 아니라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에 대한 리뷰입니다.

 일단, 단순히 양장본이 좋아서 이번 ‘특별판’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게 아니면 조금 뒤에 구매하세요. (제본상태 불량도서는 출판사, 알라딘측에서 교환해준다고 합니다.)

 테드 창의 기존의 『숨』 반양장본이 있음에도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을 구매한 이유는 순전히 ‘양장본’이 좋아서입니다.


 결론은 괜히 샀네요. 정.말.로. 하드커버에 홀로그램으로 디자인하고, 비닐로 포장까지 해서 안전하게 배송해주면 뭐하나요. 펼치는 순간 쩍. 하고 갈라지는 책인 것을. 정말 쩍하고 갈라집니다. 이 정도 제본 상태면 파본 아닌가요? 제가 파본을 받은 건 아닐 겁니다. 펼쳐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만듦새가 문제란 걸. (제가 받은 도서가 제본불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숨』 반양장본이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번 ‘특별판’은 저에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혹시 스티커?……. 비닐을 뜯었으니 환불도 어렵겠지요. 흠.


 이대로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져가면 책이 갈라지니 최상이 아니라고 하겠지요. 허. 금요일에 구매했는데.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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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9-09-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특별판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궁.. 안타깝네요. 디자인도 좋지만 무엇보다 만듦새가 중요한데...

만듀우 2019-09-02 18:4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양장본 좋아하시는 분들도 엄청 많은데, 이러면 실망이죠.
저도 양장본을 좋아해서 금요일에 바로 구매했는데... 쩝.

맑은시내 2019-09-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본 엉망이거나 만듦새 허접한 거 정말 싫어하는데, 주문했다가 얼른 취소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책인데 함부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출판사들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글 지우지 마셔요. 먼저 구매하신 서평 감사해요.

만듀우 2019-09-02 22: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본 상태 안좋은 책들 안좋아합니다. 특히 ‘특별판‘, ‘애장판‘ 같은 판본이 제본 상태가 안좋으면 더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리뷰 남겼습니다.

그런데, 밑에 ‘가넷‘ 님이 구매하신 책은 제본상태가 괜찮았다고 하시네요. 제가 운나쁘게 제본상태가 안 좋은 책을 받을걸까요.

가넷 2019-09-0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해서 받았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만듀우 2019-09-02 22:18   좋아요 0 | URL
그러면 제 책만 제본상태가 안좋았던 걸까요. ㅎㅎ;; 그러면 은근히 더 맘상하겠는데요.
‘알라딘 새로나온 책‘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바로 주문했었는데.

이박사 2019-09-0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본이나 제책 불량 등은 구매처에서 무조건 교환해주게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같은 경우는 배송 과정에서 표지 파손되거나 책 손상되는 것까지 포함일걸요?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고객센터에 사진 보내서 문의하면 조치해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책은 중고서점에 내놓으시면 좋지도 않죠.

만듀우 2019-09-03 09:5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파본이 확실했으면 포장을 뜯었어도 교환해달라고 했을 텐데, 단순히 제본상태가 안좋은 경우라서요.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2019-09-03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9-09-0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제본 상태가 좋지 못한 도서가 섞여서 입고되어 배송된듯 한데요.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만, 제본 혹은 인쇄불량 및 기타 제작상의 하자상품은 저희도 사전 확인이 어려운 점 조심스럽게 양해말씀 드립니다.
해당 도서 번거롭더라도 교환 가능하고, 회수 가능한 주소지 정보 1:1고객상담으로 알려주시면 확인 후 바로 접수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만듀우 2019-09-03 09:58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부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닐로 쌓인 도서의 경우 확인이 아예 불가능하겠지요. 다만, 그럼에도 기존에 갖고 있는 도서를 특별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구매했는데, 상태가 불량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묘향 2019-09-0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펼치자마자 쩍 갈라졌으면 그냥 파본이라서 무조건 교환 가능할 겁니다. 중고로 안 팔아도 되요.

아 위에 교환해 준다고 나왔네요 ㅎ

만듀우 2019-09-03 09:55   좋아요 0 | URL
쩍쩍 갈라지긴 하는데, 실제로 보면 파본보다는 제본불량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위의 내용은 장하준 교수가 2010년에 출간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읽었을 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장하준 교수하면 떠오르는 책은 위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입니다(『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아마도 기존에 널리 알려졌거나, 우리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명제 혹은 생각에 대해 비판 혹은 반대의 주장을 해왔던 장하준 교수를 가장 잘 보여준 책이기 때문일 거로 생각합니다.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된 책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뿐만 아니라,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 장하준 교수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장하준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나 명제들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경제학을 설명해 나가는 일종의 개론서 말이죠. 이 책이 그런 책이 되겠지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제목처럼 경제학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경제사, 경제의 구성요소 등등. '경제학을 강의'하는 책이기 때문에 되도록 한쪽에 치우친 주장보다는 다양한 주장을 보여주려는 태도가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장하준 교수가 그리는 경제학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됩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적어보면.

 신고전주의 학파는 개인주의적 관점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 경제의 중심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자(p.179)라는 것이죠. 이는 최근 화제가 되었던, 그리고 늘 논쟁을 가져오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이 가장 중요한 주체라면 이에 대한 법인세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은 a)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가 축소된다, b)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c)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크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측에서는 a) 법인세를 낮춰도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b)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를 인상해도 미국과 같이 법인세를 낮추려는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 c) 그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을 기업이 많이 가져갔다는 것 등을 주장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세수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1년 동안 걷는 총 세금 중에서 법인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5번째로 큰 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인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GDP에서 법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인소득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높지 않아도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이죠. 그러면 이는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게 됩니다.

 금융산업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시각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이전의 책들에서도 계속 해왔던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균형적'으로 비대해졌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과거의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요. 우리도 이미 경험해 알고 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던 것 중 하나가 금융규제인데, 과연 지금과 그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입니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친금융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융 부문이 너무 힘이 세지고, 그 종사자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후한 보상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이후 금융 산업 내 무능력, 무모함, 냉소주의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대부분의 정치인과 규제 기관이 금융 규제 체제를 급진적으로 개혁하기를 꺼린 것은 단지 로비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 산업에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데올로기적 확신도 큰 이유이다. (p.299)

 끝으로, 전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금융이나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그런데 그에 비해 정치·경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싫어하는 정치를 어려워하는 경제와 묶으니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뻔한 얘기가 결론입니다. 경제는 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고, 이는 우리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시장은 '1원 1표' 원칙으로 움직이는 반면 민주 정치는 '1인 1표' 원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경제를 탈정치화하자는 것은, 결국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더 많이 주자는 반민주적인 주장이다. (p.38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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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하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소설 『설국』과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가장 유명한, 혹은 최고의 첫 문장을 꼽으면 빠지지 않는 소설들입니다.


 이번에 다시 읽은 『동물농장』의 첫 문장은 "그날 밤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닭장 문을 단속하긴 했지만 너무 술에 취해 작은 출입구 닫는 일은 잊어버렸다." 『설국』이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첫 문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멋진(?) 마지막 문장이라면 있습니다. 만약, 최고의 첫 문장처럼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도 어떤 목록을 꼽는다면, 『동물농장』은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또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왔다갔다 분주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하기란 이미 불가능했다.(p.123)"



 책과 관련해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말을 무척 믿는 편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했다고 해서 반드시 읽진 않지만, 기억해두려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빨간책방'을 진행하기 몇 년 전에 TV의 책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패널로 참여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는 매주 고전을 한 권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한번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소개되었습니다. 그 책을 소개하는 사람은 『동물농장』 민음사판을 옮긴 도정일 교수였죠. 옮긴이가 소개하기도 하거니와 프로그램의 성격상 좋았던 점이나 자기 생각을 간략히 말하는 정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는 『동물농장』이 앞으로 계속 고전으로 남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간단히 옮기면, '『동물농장』이 처음 출간된 1945년에는 그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은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이 책은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한 부분의 특성 때문에 고전으로 끝까지 남아있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겠나 추측한다' 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고, 그 같은 이유가 하나둘 쌓여 책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선택을 믿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동물농장』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분명 1917년 러시아 혁명과 당시 상황을 풍자한 색은 바래겠지만, 대신 권력과 헛된 희망이나 기대에 대한 풍자가 점점 짙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예컨대 흰색과 검은색의 스펙트럼에서 조금 이동한 것이지 완전히 다른 색이 되었다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풍자한 것인지 전혀 모른 채 읽었기 때문입니다.



 『동물농장』을 처음 읽었던 이유는 이번에 다시 읽은 이유와 같습니다. 얇은 두께. 꽤 오래전에 약속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 도서관에 가서 그 안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려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 무작정 세계문학전집 앞으로 갔죠. 그리고 고른 책이 『동물농장』(민음사, 1998)입니다. 고른 이유는 두 가지. 앞서 말한 얇은 두께와 권장도서목록에서 자주 본 것 같은 기억 때문입니다.


 평소라면 읽기 전에 어떤 책인지 찾아보기도 하고, 앞·뒤표지에 적힌 글도 읽어보고, 저자 소개 등도 빠트리지 않고 읽지만, 그때는 무작정 본문부터 읽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동물농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읽은 것이죠. 물론 소설을 다 읽은 뒤에 해설이라든가 저자 소개 등도 모두 읽었지만, 이와 상관없이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 깊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에 섬뜩했고, 특히 마지막 문장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인간은 대부분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유혹에 약하고, 무언가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소설 속의 나폴레옹처럼 커다란 권력이 손에 쥐어졌을 때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느 누가 자신은 나폴레옹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삶이 고되고 힘들어 지쳤을 때, 혹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누가 눈앞의 희망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의심보다는 소설 속의 복서처럼 눈앞의 희망을 믿고, 헛된 기대를 품고 묵묵히 따르는 게 쉽지 않을까요? 예컨대 매번 선거 때가 그랬던 것 같고, 몇 년 전 멘토 바람(?)이 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독재자 나폴레옹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재자에게 지배당하는 복서가 될 수도 있고, 나폴레옹을 찬양하는 스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견제하고 부당함에 저항하고, 헛된 희망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힐 것으로 믿습니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고, 역사는 쉽게 반복되니까요.



 옛날에 품었던 꿈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한 것은 없었다. 영국의 푸른 들판이 인간의 발에 밟히지 않을, 즉 메이저가 예언했던 ‘동물 공화국’은 여전히 추앙 받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모른다. 지금 살아 있는 동물들의 생애 동안에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향은 지금도 다가오고 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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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이펙트 - 인류 탄생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0 그레이트 이펙트 1
재닛 브라운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 1999년 BBC에서는 ‘지난 천년 최고의 사상가는?’ 이라는 네티즌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찰스 다윈은 카를 마르크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에 이어 4위에 올랐습니다.

 

- 미국의 네셔널지오그래픽이 2002년에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1001년부터 2000년까지 1000년간 역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100명을 조사했습니다. 이 조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석학들이 참여한 조사였는데, 여기서도 찰스 다윈은 구텐베르크, 아이작 뉴턴, 마틴 루터에 이어 4위에 올랐습니다.

 

-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1,000년, 1,000인(1,000 Years, 1,000 People)』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정리한 책인데, 여기서 다윈은 7위였습니다. (1위는 구텐베르크)

 

- 영국에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라는 조사를 토대로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The World's Greatest Idea)』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여기서 다윈의 진화론은 7위였습니다. (1위는 인터넷)

 

 이러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인류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과학자의 서재>, <다윈지능>, <통섭의 식탁> 등으로 잘 알려진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다윈은 몇 등을 할까요? 장담하건대, 100위 안에도 못 듭니다. 한국은 다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중요성을 몰라요.”

 

 100위 안에도 못 든다는 말씀이 조금은 지나칠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제 생각에도 우리나라에서 설문조사를 한다면 위의 결과처럼 상위권에 다윈의 이름이 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다윈이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죠. ‘진화론’을 주장한 사람.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과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 in the Struggle for Life)』>

 

 이처럼 다윈에 대해 막연한 생각뿐이었던 저에게 이 책 <종의 기원 이펙트>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에 다윈이 어떻게 <종의 기원>을 출간하게 되었는지, 다윈에게 영향을 끼친 것들은 무엇인지, 다윈이 주장한 것들은 무엇이며 무엇이 논란이 되었는지 등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진화론’에 관한 주장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다윈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형태이긴 하나 이미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상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다윈이 1859년에 제시한 개념과 주제 중 많은 것들은 그 당시에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또 그의 서술 방식은 극도로 온건했다. 그럼에도 『종의 기원』의 출간은 분명히 기원 문제에 관한 논의의 본질을 극적으로 바꾼 크나큰 사건이었다. (p.210)

 

 예를 들어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과 라마르크의 변형주의(transformism)는 이미 1820년대의 급진적인 사상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학생들의 소모임인 ‘플리니 협회’에서 찰스 다윈과 만난 로버트 그랜트는 라마르크의 변형주의 이론을 토대로 해면동물이 근원 생물이며, 그로부터 다른 모든 생물이 진화하여 ‘진화의 가지들(evolutionary tree)’을 이루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844년에는 스코틀랜드의 언론인이었던 로버트 체임버스가 익명으로 진화에 관한 책 『창조의 자연사의 흔적들(Vestiges of the Natural History of Creation)』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비록 과학적인 내용이 전반적으로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진화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1858년에는 자연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다윈의 주장과 똑같은 내용의 논문으로 다윈을 무척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 논문에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이 전개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다윈은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서둘러 자신의 논문과 월리스의 논문을 1858년 7월 1일, 영국의 자연사학회인 런던린네협회의 모임에서 함께 발표합니다.

 

 이처럼 다윈이 제시한 개념과 이론은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뒤바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윈의 이론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의 내용으로 추측건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다윈의 이론이 세상에 나올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중요했다는 것이지요. 종교의 권위는 예전만 못하고, 산업과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조금씩 사상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였고요.

 

 이렇듯 활력 넘치던 근대 사상가들은 유서 깊은 대학교들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설명 체계인 자연신학을 거부하고, 신은 교회의 자질구레한 교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나서지 않고 뒷전에서 다스린다는 더 유연하고 개인적인 견해를 채택했다.

 1850년경 변형 이론은 이렇듯 진취적인 사상가들에게 덜 위협적으로 비추어진 듯하다. 빅토리아 시대 중반 산업과 상업 분야에서 나온 자신감은 1830~1840년대의 폭발할 것 같은 위험한 사회 분위기를 날려버렸다. 번영과 진보가 이 시대의 주제가 된 듯했다. - 중략- 손꼽히는 지식인들 중에 신앙과 불신의 경계를 반드시 뛰어넘은 것은 아닐지라도 자기계발, 경제 발전,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명의 추진력’이라는 원리를 받아들인 사람이 꽤 많았으며,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처럼 덜 알려진 수많은 인물들이 세속적이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살펴보고 있었다. (p.97~98)

 

 이렇듯 시대적인 상황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다윈의 주장은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받아들여지게 되고, 논쟁의 대상이 된 듯싶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다윈의 지인들입니다. 다윈이 다운하우스라는 켄트 주(영국) 브럼리 인근의 시골 마을에서 편지로 세상과 소통한 대신, 찰스 라이엘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 다윈의 주장을 지지하고, 논쟁을 더 확대하고 심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분야에서 인정받은 전문가였으니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 네 사람은 다윈의 증거나 추론에 있는 결함을 지적하면서도 진심으로 다윈을 지지했다. 그들은 제자와 추종자들을 끌어모으고 다윈을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한편, 논쟁을 더 확대하고 심화시켰으며, 다른 사상가와 다른 주제와 다른 의미를 끌어들이면서 일심동체가 되었다. 그 점진적인 과정은 결국 문화적 태도와 과학 사유에 주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중략- 이 다윈 동맹의 존재는 아마 그 논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일 것이며, 궁극적으로 진화론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핵심에는 찰스 라이엘, 조지프 후커, 아사 그레이,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있었다. (p.129~130)

 

 이처럼 시대적 상황과 지인들의 힘, 저는 이 두 가지가 다윈의 이론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갖게 한 원동력으로 보았습니다. 어쨌든 <종의 기원>은 1859년 11월에 출간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요. 자연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수많은 과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다윈의 진화론이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할 때 반드시 시대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진화론의 영향력은 과학과 종교의 범주를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제레미 리프킨<엔트로피>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세까지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를 쇠락의 역사로 보았다는 것이죠.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시오도스(Hesiodos)는 <신통계보학 (The Theogony)>에서 인류의 역사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기술했습니다. 그 다섯 시기는 각각 황금시대, 은의 시대, 청동시대, 영웅의 시대, 철의 시대로 나뉘며, 각 시기는 이전보다 쇠퇴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풍요로운 시기였던 황금시대의 인류는 신들처럼 늙지도 않고 피곤이나 고통도 몰랐으며, 대지는 풍요로워 일하지 않아도 언제나 먹을 것이 넘쳐났던 시대입니다. 반면 가장 쇠락한 시기이자 헤시오도스 자신이 속한 시대인 철의 시대는 낮이고 밤이고 불안하고 피곤할 뿐이며, 인류는 서로를 위하지 못하고 제 앞가림하기에 바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시대의 인류는 무법천지 속에서 불행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중세 시대의 기독교적 역사관(제레미 리프킨의 표현을 빌리자면)은 이 세상의 삶을 다음 생을 향해 가는 중간 과정으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세계관은 그리스적 순환 개념은 버렸지만, 마찬가지로 역사를 쇠락의 과정으로 인식했습니다. 모든 일은 전적으로 신의 뜻이라 여겼으며, 역사 또한 신이 만드는 것이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목적은 ‘성취’가 아니라 ‘구원’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18세기 즈음부터 변하기 시작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하며, 역사의 각 단계는 그 이전에 비해 진보한다는 사상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상과 세계관이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요. 여기까지가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입니다. 즉 쇠락의 과정이었던 인류의 역사가 진보의 역사로 바뀌었는데, 다윈의 <종의 기원>이 그에 당위성을 부여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레미 리프킨은 이것이 다윈의 이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엔트로피』에서 쇠락의 과정이었던 인류의 역사가 진보의 역사로 바뀌는 것을 다윈의 진화론이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기에 선진국들의 지배적인 경제 전략은 『종의 기원』의 영향을 받아 다듬어졌다. 그 책을 자유 기업적인 빅토리아 시대 자본주의에서 번성했던, 경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는 일도 흔했다. -중략- 다윈의 사상은 산업계의 부호들과 공장주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또한, 19세기 말 북아메리카의 산업 발전을 주도하던 기업가, 자선사업가, 악덕 자본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J. D. 록펠러와 철도 소유주 제임스 J. 힐은 ‘적자생존’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p.151)

 

 이처럼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과 종교뿐만 아니라 경제와 인류의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변혁을 일으켰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말이죠. 그리고 진화론에 관련된 새로운 학문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역시 앞으로는 공감의 시대가 될 것이며, 그 안에서는 다윈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도 하셨고요. 그러면 다윈과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자연과학 기피 현상(대학에서), ‘진화론=다윈’이라는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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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4 - 전국시대 화폐전쟁 4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에 출간된 화폐전쟁은 무척 화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책과 같은 추천도서 목록에서는 다소 부진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경제 이외에서는 2008년 올해의 책 목록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올해의 책을 무조건 신뢰하진 않습니다만).

 

 그 이유는 <화폐전쟁>이 팩션(fact+fiction)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실과 저자의 추측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만약, 무작정 저자의 말을 믿을 경우 <화폐전쟁>은 매우 위험한(?) 책이 돼버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미국 대통령의 암살, 그리고 1997년에 아시아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세계 금융재벌(로스차일드를 비롯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반박할 지식이나 증거는 없습니다만, 이를 무작정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사실과 추측 또는 허구를 구분할 재간이 없는 저는 <화폐전쟁> 1권 이후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출간된 <화폐전쟁 4: 전국시대>를 읽게 된 이유는 목차를 보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파운드화를 밀치고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고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 와중에 유로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기축통화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할지를 저자의 시각에서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기축통화를 둘러싼 20세기의 경제사(史)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파운드와 달러의 대립,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화의 탄생 등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실과 추측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이 책 <화폐전쟁 4: 전국시대>의 전체적인 내용은 19세기 미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영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1930년대 경제 대공항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달러가 파운드화를 완전히 밀어내고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1970년대 브레튼 우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가 달러로 통하게 되고, 이 가운데 유럽이 유럽연합을 출범하고 유로화를 탄생시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달러와 유로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도 단일통화(야위안)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덧붙여 있고요.

 

 4권 <화폐전쟁 4: 전국시대>의 내용이 위와 같다면, 기존의 1권에서 이야기하는 숨겨진 뒷이야기들과 추측 등을 무척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들은 다소 흥미를 잃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재미 면에서는 단연 1권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사(史)를 바라보는,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 등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배우기에는 이번의 4권이 더욱 좋았습니다. 즉, 4권이 더욱 알차다고 할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경제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주로 이야기되는 경제성장 모델의 핵심은 개방과 자유(규제철폐 등)입니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셨고요. 이 책의 저자 쑹훙빙 역시 이와 같은 주장을 합니다. 19세기의 미국이나 20세기 중후반의 일본 모두 높은 관세 등의 보호무역과 전략적 산업육성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지요.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19세기 전체를 통틀어 미국의 관세율은 평균 40퍼센트 이상을 유지했다. 가장 낮은 해에도 20퍼센트 이상을 굳건하게 지켰다. 그리고 1900년에 이르러 미국의 산업 경제는 드디어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호 관세 정책에 힘입어 일궈낸 경제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35)

 

 한마디로 ‘높은 관세, 고임금, 막강한 제조업, 과학기술 중시, 시장 확장’ 전략이 미국 산업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p.137) - 미국

 

 정확한 전략, 철저한 실행, 주도면밀한 지도, 전략 산업에 종사하는 토종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절대적인 보호는 일본 전략 산업이 눈부신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였다. (p.351) - 일본

 

<저자는 미국과 일본 모두 과거 보호무역과 전략적 산업육성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주장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미국의 경우,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는 곤두박질칩니다. 당연한 소리죠. 실업률이 치솟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해결됩니다(양적완화가 해결한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한 해외 국가들에 물량을 퍼붓다 보니 미국 경제는 활기를 띠고, 실업률은 낮아집니다. 그런데 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넘쳐나는 물자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공급과잉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실업률은 치솟을 것이 뻔하므로 미국은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그래서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의 신봉자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저자의 주장입니다. 결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진 않습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요.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는 이른바 돈을 시장에 풀어서 소비를 끌어 올리고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회복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화 채무 때문에 발생한 위기를 재정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잠깐의 호황기를 맞았을 뿐 재차 하락했다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서 그것이 시민에게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아니며, 결코 소비를 진작시킨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시중 은행에 의한 신용 창조는 대출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있어야 신용 창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없거나 은행이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이 발행한 염가 화폐는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갈 수 없다. (p.121)

 

 즉 소비 자극 정책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앞뒤가 뒤바뀐 논리다. 소비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한 농민이 달걀 100개로 시장에서 옷 한 벌을 교환했다면, 이는 농민이 자신의 저축을 이용해 소비 행위를 한 것이다. 요컨대 소비는 일종의 교환 행위다. 소비는 생산을 전제로 한다. 생산이 없으면 소비도 없다. 소비량을 늘리려면 반드시 생산량을 먼저 늘려야 한다. (p.566)

 

 지난 9월 14일 미국은 제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위와 같은 저장의 주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저자의 말대로 한계에 부딪힐까요?

 

 <2012년 9월 14일 미국은 제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제현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달러제국이니, 파운드 블록이니 하는 이야기보다 말이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관련지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이에요.

 

 먼저, 미국의 경제위기입니다. 저자는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더군요. (미국채권)채무를 담보로 신용을 창조하는 현재의 미국 경제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버블을 만들기 때문에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수출에서 북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다음으로 농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20세기 소련은 산업화를 위해 다소 농업을 희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많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죠.

 

 소련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농업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했다. 소련은 지구 육지 면적의 6분의 1에 달하는 넓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인구는 고작 3억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1960년대 이후부터 거의 수입에 의존했다. (p.203)

 

소련의 농업 경제는 이처럼 산업 발전에만 치중한 불균형 성장 정책 때문에 오랜 기간 침체기에 빠졌다. 소련의 실책은 식량의 자급자족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뿐만이 아니었다. 중공업 발전만을 중시함으로써 경공업 부문에 대한 투자 감축을 간과한 거 역시 결정적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국제 경쟁력을 갖춘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p.208)

 

 이러한 소련의 정책이 결국 약점으로 작용하여 미국에 무너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농업 부문이 상당히 취약하죠(매우인가요?). 그래서 시행하는 FTA마다 농업무문에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요. 소련의 사례를 보면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11월 27일 방송된 KBS 뉴스 중에서>

 

 마지막으로 우리도 익히 들은바 있는 부채 문제입니다. 저자는 과거 사례를 들어 GDP대비 부채비율이 299.8%가 한계라고 합니다. 이를 넘으면 국가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죠. 1930년대 미국(299.8%)이 그랬고, 2008년의 미국(358.2%)이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기업, 가계의 총부채가 GDP의 2.3배(234%)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즉 저자의 말대로라면 한계에 근접했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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