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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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는 제가 무척 좋아하지만, 좋아한다 말하기가 어려운 작가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별의 왈츠>를 포함해 기껏해야 세 작품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총 열다섯 권으로 예정된 밀란 쿤데라 전집에서 세권이면 20%이니까요. 물론, 한 작품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아한다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엔 쿤데라의 작품을 하나라도 온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며, 많은 작품을 읽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좋아한다 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통찰력 때문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우리네 인생을 참 절묘하게 표현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읽는 내내 감탄을 연발하게 합니다. 이는 아마 많은 분이 동감하실 것 같습니다. 책에 줄을 그으며 읽으시는 분들은 책에 밑줄이 한 가득할 테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꽤 손목이 아프실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별의 왈츠> 역시 그랬습니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트럼펫 주자 클리마는 한적한 시골의 온천마을을 방문하고, 이 온천마을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루제나를 만나게 됩니다. 클리마는 아내가 있었고, 아내를 사랑하기에 루제나와의 관계는 그저 하룻밤의 만남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루제나가 임신을 한 것 같다며 클리마에게 연락을 해옵니다. 이것이 시작이죠. 이 소설은 이후 5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시작은 클리마와 루제나의 관계였지만, 결코 이 둘의 이야기만이 이 소설의 중심이 아니란 것이죠.

 

 먼저, 클리마는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내가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죠. 그 이유는 오히려 다른 여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을 때마다 아내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이 사실을 이해 못해요. 그 누구보다 제 아내는 더욱 이해 못 하죠. 그녀는 위대한 사랑이 우리가 바람피우는 걸 포기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매순간 뭔가가 저를 다른 여자에게 접근하도록 만들어요. 그러나 그 여자를 소유하는 순간, 마치 다시 아내 카밀라 곁으로 저를 되던져 버리는 어떤 강력한 반동에 실린 것처럼 그 여자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되죠. 그래서 제가 다른 여자들을 찾는다면, 그건 단지 매번 새로 부정을 저지를 때마다 더욱더 사랑하게 되는 제 아내에게로 저를 이끌어 주는 이 반동과 약동, 그리고 (다정함과 욕망, 겸손에 가득 찬) 이 찬란한 비상 때문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p.50)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제나는 작은 온천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신의 인생에 변화가 찾아오길, 즉 한편의 영화 같은 삶이 펼쳐지길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이 자신에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점차 포기해가던 도중, 클리마를 만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신이 인생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죠.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체스의 폰(Pawn: 졸)이 마침내 체스 판의 끝에 다다라 여왕으로 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루제나는 임신이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체스에서는 폰이 체스 판의 끝에 도착하면 자신이 원하는 말로 바꿀 수 있죠.)

 

 이 외에도 과거에는 가수였고 현재는 클리마의 아내이자 남편의 부정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투하는 카밀라, 미국 출신의 사업가이자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는 부호 베르틀레프,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의사 슈크레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인간을 혐오하고 자신의 조국을 떠나려는 야쿠프, 그리고 올가, 프란티셰크 같은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지 않고요.

 

 저에게는 이 많은 인물들의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묘미였습니다. 클리마와 아내 카밀라는 서로를 무척 사랑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신뢰하진 않죠. 상대를 위해 연기를 하고, 또 그것이 연기인 것을 알면서도 연기로 답하는, 그런 관계입니다.

 

 클리마는 그녀의 어조로, 자신이 방금 말한 강연에 대해 그녀가 한마디도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카밀라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걸 감히 드러내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신이 그를 화나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클리마는 오래전부터 아내가 자기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진실을 말하든 거짓말을 하든 그녀는 언제나 자기를 의심한다는 의심이 들었다. (p.37)

 

 루제나의 경우에는 양쪽에 클리마와 프란티셰크가 있습니다. 클리마는 루제나가 그동안 원했던 삶을 가져다 줄 사람이었으며, 반면 프란티셰크는 현재의 삶을 상징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클리마는 자신이 원하는 상대이며 프란티셰크는 자신이 멀리하고 싶어하는 상대입니다. 이런 관계에 야쿠프가 들어오면 좀 더 복잡해지는데요, 야쿠프에게 있어서 루제나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상대입니다. 루제나가 자신에게서 개를 빼앗으려는 모습을 보고 과거에 처형장에서 구경하고 때에 따라 집행을 돕기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죠. 그리고 이 모습은 자신이 혐오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떠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야쿠프에게 카밀라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자, 자신이 떠나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의 정반대를 상징합니다. 자신이 카밀라의 아름다움을 일찍 알았다면, 자신이 삶이 이렇게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하죠.

 

 많은 인물이 복잡한 관계 속에 얽혀있지만, 사실은 모두가 똑같습니다. 똑같이 저마다의 행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이 그렇겠습니다만. 어쨌든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표적을 향해 시위를 당깁니다. 하지만 아주 작고 우연한(어쩌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계기로 저마다의 화살은 조금씩 어긋나게 됩니다. 야쿠프가 자신의 죽음을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하기 위해 갖고 있던 조그만 알약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면서 말이에요. 이로 인해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어긋났던 화살들이 점점 날아가면서 더 크게 어긋나게 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게 되죠.

 

 

<이별의 왈츠>는 비교적 밀란 쿤데라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것 같더군요. <농담>이 1967년이고 이 작품이 1972년이니까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 자신이 토마시를 어떻게 생각해내게 되었는지 언급하는 것처럼)작가의 직접적인 개입도 거의 없고,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농담>과 <이별의 왈츠>가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정말 많은 분들이 극찬하는 쿤데라의 매력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불멸>에서 더욱 흠뻑 느낄 수 있겠지만요.

 

※ 개인적으로 <이별의 왈츠> 표지의 마그리트 그림(9월 16일.1957)이 지금까지 밀란 쿤데라 전집 시리즈의 표지들 중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히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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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게리 해멀이 던지는 비즈니스의 5가지 쟁점
게리 해멀 지음, 방영호 옮김, 강신장 감수 / 알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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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 해멀 교수의 책을 읽은 것은 <꿀벌과 게릴라>, <경영의 미래>에 이어 이 책이 세 번째입니다. 처음 게리 해멀 교수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마도 많은 분들과 같은 이유에서 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세계적 경영대가(GURU)’의 순위에서 게리 해멀 교수가 1위에 선정되었기 때문이죠. 피터 드러커나 톰 피터스, 필립 코틀러, 빌 게이츠 등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때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순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세계적 경영대가(GURU). 2008년 5월 6일자.>

 

 순위에도 관심을 갖기는 했습니다만, 무엇보다 어떤 이유에서 1위에 선정되었는지가 무척 궁금했고 그 후에 게리 해멀 교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2012년에 출간된 신작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그 다섯 가지는 가치, 혁신, 적응성, 열정, 이념입니다. 주제만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다섯 가지는 서로 연결되거나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닌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지금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미심쩍다면 한 번 더 실험을 해보자. 이렇게 해보자. 직원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을 때, 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보느라 지쳐서 눈이 게슴츠레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회사에 정말로 더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해보자. 기업의 관리자층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나는 종종 이런 식으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해보라고 권유한다.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회사에 ‘사랑’이 부족한 것 같다고 상사에게 말해보세요.”

이렇게 제안하면 역시 사람들이 피식 웃음을 짓는다. 나로서는 그런 반응이 늘 이해가 되지 않는다. (p.80)

 

 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면, 저 역시 웃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과 기업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이 ‘고객사랑’과 같이 종종 ‘사랑’을 외치기는 합니다만 그와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게리 해멀 교수는 이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그리고 삶에 있어 가장 가치 있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기업과는 무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이 점차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도덕성을 잃어간다는 것이죠.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변화되어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게리 해멀 교수의 주장은 무관해보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본주의 4.0이니, 따뜻한 자본주의니 하던 주장들이 최근에는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2. 지금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혁신. 너무 많은 사람과 기업이 주장하는 혁신. 그래서 이제는 조금 진부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혁신’의 의미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혁신처럼 어려운 것을 너무 쉽게 혁신, 혁신하며 외치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진부하게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게리 해멀 교수가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혁신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게 혁신 덕분이다. 예컨대 1,000년 동안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이 일어난 덕에 무수한 사람들이 자기 결정의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영주에 귀속된 농노도, 징집된 병사도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중략> 100여 년 동안 광적인 기술적 혁신(technological innovation)이 일어난 덕분에 지금 우리는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뿐인가. 새로운 질병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다. (p.89)

 

 책에서는 혁신을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방침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애플을 보고 배우라(2장 5.애플을 해부하고 분석하라)는 것입니다. 애플이 완벽한 기업은 아니지만 수많은 혁신을 보여준 기업이기에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게리 해멀 교수는 자신에게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대량생산 체제를 최초로 도입한 포드, 한 세기 이상 경영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한 GE, 그리고 애플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게리 해멀 교수가 역사상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꼽은 포드, GE, 애플>

 

 하나의 기업이 어떻게 이 모든 일을 해냈을까? 단지 한 개 업종이 아니라 컴퓨터, 음악, 소매,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미디어, 출판 등 예닐곱 개 업종을 재편성할 수 있는 조직을 도대체 어떻게 구축할 수 있었을까? 기업들은 대부분 한 개 업종도 재편성하지 못한다. 역사상 다수 업종을 재편성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p.141)

 

 3. 지금 중요한 것은 ‘적응성’이다.

 게리 해멀 교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점으로 ‘변화의 속도’를 꼽습니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기업의 유연성을 키우고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는 두 번째 1,000년과 다가오는 세 번째 1,000년에 주목할 만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인터넷의 발명일까? 인간의 유전자를 해석한 사실일까? 혹은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낸 사건일까? 기후변화의 재앙에 대응하는 방법 아니면 그에 대응하지 않는 방법일까? 이 모든 사항은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세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에 이끌릴 것이다.(p.155)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좋아하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온 변화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죠.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기업은 변화를 외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럼에도 변화해야 하는 이유는 대형 항공사들이 특화된 경쟁 기업들에게 입지를 빼앗기고, 이북(e-book)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 서점의 역할이 축소되는 등 많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화는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유연한 조직, 적응력이 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격변의 시대인 오늘날, 조직은 번영하기 위해 조직화와 관리의 끈을 약간은 헐겁게 풀어야 한다. 조직화가 덜 된, 계층화가 덜 된, 관습화가 덜 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p.176)

 

 4. 지금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열정은 업무 몰입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업무 몰입도와 기업의 재정적 성공에는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죠.

 

 타워스 왓슨(Towers Watson)이 실시한 조사, 또 벤틀리 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아(Raj Sisodia)교수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가 높다고 평가받은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과 마진을 달성했다고 한다. (p.236)

 

 애플 또한 이와 관련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고요. 게리 해멀 교수는 매슬로의 욕구 계층 이론(Maslow's Hierarchy)을 바탕으로 직장 내 인간 역량의 계층으로 정리하여 제시합니다. 정리된 직장 내 인간 역량 계층 이론은 총 여섯 단계로 이루어지는 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 내 인간 역량 계층 이론(p.239)>

 

 여기서 문제는 각각 1단계, 2단계, 3단계에 해단되는 복종, 성실, 전문성이 점차 글로벌 상품화 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역량은 이제 인도, 중국 등 어느 곳에서나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역량의 피라미드를 높이 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열정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동기부여에서 자극되기 때문에)자신의 업무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사명, 즉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지금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

 기업에서의 경영 이념은 마치 불변의 성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기업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게리 해멀 교수는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아마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바로 ‘경영 이념’이다. 사내 웹 페이지를 뒤져보라. 장담하는데 자사의 경영 이념을 언급한 간단한 말 한마디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문제다. 한편으로 경영자의 신조 때문에 조직이 혁신을 이룩하기는커녕 변화에 적응조차 못 하기도 한다. 그런 조직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숭고한 가치를 추구할 리 만무하다. 우리는 우리의 경영 이념으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 인간의 역사는 이념 갈등의 연대기이다. (p.297)

 

 이념과 이념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상반되는 이념 간의 절충점을 찾아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모든 상황에서, 순간순간 가중치를 두어야 할 부분을 찾는 것이 타협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이념에 대한 물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존의 통제이념을 바탕에 둔 ‘관료제’입니다. 그동안의 기업은 통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성, 안정성, 규율의 엄격성, 신뢰성 등을 장점을 지닌 ‘관료제(bureaucracy)’ 유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제의 문제가 아닌, 변화에 대한 적응성과 유연성, 창조성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통제의 이념에서 자유의 이념으로 변화할 필요를 강조합니다. 고어사와 모닝 스타, 그리고 인도의 IT 기업인 HCLT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례로 꼽힌 고어사와 모닝스타, 그리고 HCL>

 

 이상의 다섯 가지는 너무 뻔한 소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을 앞세운 실용주의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인 목표는 분명 현실적이기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감성적 촉매제로서 전 직원의 에너지를 집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게리 해멀 교수의 주장이죠.

 

 이 책은 제목처럼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제공하는 조언들이 오히려 더욱 어려운 해결책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도구학문에 가까워 배운 지식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일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틈틈이 읽어보는 것이 더욱 도움되리라 생각합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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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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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편안히 자리를 잡고 주의 깊게 연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 메이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중략>

 “동무들. 우리 삶의 모든 불행이 인간의 횡포에서 생겨난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지 않소? 인간을 제거하기만 하면 우리의 노동 산물은 모두 우리 것이 될 것이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풍요롭고 자유로워지는 거요.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소? 인류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오! ‘반란.’ <중략>

 그리고 동무들. 여러분의 결심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여러분은 어떠한 논쟁에도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동물은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느니.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한쪽의 번영이라느니 말해도 이에 절대 귀를 기울이지 마시오. 그건 허무맹랑한 거짓말이오. 인간이랑 자기 자신 외에는 다른 어떤 동물의 이익을 위해서도 봉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동물들은 공고한 단결과 철저한 동지애를 가져야 하오. 모든 인간은 우리의 적이오. 그리고 모든 동물은 우리의 동지입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中)

 

 위의 내용은 조지오웰이 1945년에 출간한 『동물농장』의 일부분입니다. 이 소설은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바탕을 둔 정치우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돼지 메이저는 마르크스 혹은 레닌을 비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릴 적에 읽었던 『동물농장』으로 인해 칼 마르크스라는 인물은 저에게 이상주의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990년대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마르크스는 저에게 이상주의자 그리고 실패자가 되었습니다.

 

<1945년에 출간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초판과 한글 번역본>

 

 하지만 조금씩 마르크스에 대해서 알게 될수록 저의 생각과는 무척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며,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었죠. 어찌되었든 저는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 사람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것이고,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저작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자본론』은 저자 이사야 벌린도 이야기하듯이 무척 어렵습니다.

 

 결국 차선으로 마르크스를 다룬 책을 통해서 마르크스을 알고자 했고, 그중 이사야 벌린이라는 대가가 쓴 『칼 마르크스』를 택했습니다. 사실 마르크스의 인생이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스티브 잡스처럼 극적인 인생을 살지도, 체 게바라처럼 영화 같은 인생을 살지도 않았습니다. 때문에 제가 이 책 『칼 마르크스』에서 알고 싶었던 것은 마르크스가 어떻게 자신의 사상을 구축하고, 어떤 인물과 어떤 사상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러한 것들 이었습니다.

 

 이 책 『칼 마르크스』는 이러한 저의 궁금증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평전다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제가 읽었거나 알고 있는 평전은 일반적인 전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간과 사건별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고 거기에 저자의 생각을 더하는 구성.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사건과 인물의 행동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기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나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끼친 사상, 인물 등이 오히려 큰 비중을 차지하죠. 이 책의 2장인 ‘청소년기’만 보아도 마르크스의 성장과 사건들 보다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 그리고 아버지와 프라이헤르 루드비히 폰 베스트팔렌이 마르크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책의 3분의 1이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느낀 점은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선 마르크스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대로 ‘실용’과 ‘실천’을 끊임없이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혁명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사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도 반드시 실천이 동반되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실천이 없는 사상은 공허할 뿐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실천이 있어야 서로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필연’입니다. 이는 그의 신념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는 여러 집단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회가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붕괴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같은 계급간의 충돌은 ‘필연’적이며,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자본주의의 몰락도 ‘필연’적임을 주장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갖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고 있습니다. 감자를 구하러 가는 곳은 밭이나 농장이 아니라 마트에 갑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팔기 위해, 그리고 이윤을 얻기 위해 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를 외계인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니 고대 사람들이 본다면 어떨까요?

 

<칼 마르크스와 『공산당 선언(1848)』, 『자본론(1867)』의 초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헤겔주의나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같은 마르크스 사상의 세세한 부분은 제가 함부로 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마르크스는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사야 벌린의 이 책이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데 무척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는 마르크스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마르크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자본주의는 지금보다 더욱 폭주했을 것이며,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을 것입니다.

 

 현대미술을 강의하면서 진중권 교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스 제들마이어는 현대미술을 매우 비판한 사람인데, 그럼에도 한스 제들마이어의 방법으로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이유는 한스 제들마이어의 ‘부정적인 시각’이 오히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떤 이유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왜 자본주의의 몰락이 필연적이라고 했는지 아는 것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문제점을 수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마르크스는 『진화론』을 저술한 찰스 다윈과 함께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마르크스를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있는 빨간(?)인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국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그리고 사상가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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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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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진으로, 에두아르 부바의 <잊혀진 천사>라는 사진입니다. 이처럼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 또는 한 단어가 한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이 책 <나는 한 마리 개미>는 약간의 그림과 약간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빈 여백으로 채워져 있죠. 하지만 그 약간의 글이 생각을 하게 하고, 약간의 그림이 독자를 책 속에 머무르게 하고, 여백이 독자의 생각으로 책을 채우게 합니다.

 첫 장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나는 한 마리 개미. 당신에겐 보이지 않는다. 나의 세계가 어둠 속에 묻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너무 작아서 좀처럼 당신의 눈길을 끌지 못할 뿐이다.(p.10)  

 개미는 굉장히 작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에 작다는 것일까요?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개미가 작은 것이지만, 사실 개미는 작지 않습니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큰 것입니다. 그리고 개미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개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아주 짧은 글과 그림, 그리고 여백으로 독자를 참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개미가 사는 모습과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개미는 외로워서 무언가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엔 그림자를, 그 다음엔 하늘을, 그리고 마지막엔 소중한 누군가를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잃습니다. 그래도 다시 살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람이 개미로 바뀌었을뿐 우리의 삶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찾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또 잃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가죠. 

  이 이야기는 무척 짧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나, 안도현 작가의 <연어>가 그러하듯,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 역시 나중에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또 다른 무언가를 찾길 바랍니다.

 책 소개에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상(유네스코)'라고 나와 있듯이, 책 자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만약,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잠시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책의 겉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페이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몇 구절을 옮기면서 마치겠습니다.

 p. 46 - 화석이 된 물고기의 몸에서, 나는 드디어 시간의 흔적을 보았다. 그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처럼 시간의 의미를 몰랐을 것이다. 이제 보니, 시간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였다.

 p. 76 - 나는 알고 있다. 진정한 친구는 만나게 되는 것이지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제껏 지기(知己)를 찾아낼 수 있으리란 헛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온종일 마음의 문을 걸어 두었다. 그를 만나, 그가 내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되어 줄 때까지.

 p. 78 - 나와 그, 우리의 저울은 결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작고 가벼워 무게를 잴 도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지기의 마음은 언제나 서로 똑같은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 해당 서평은 펜타그램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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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이야기 - 열정으로 시작해 꿈이 된 기업
트레이시 카바쇼 지음, 서종기 옮김 / 라이온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먼저, NIKE라는 단어를 보면 어느 것이 먼저 떠오를까요?? 
 


<《사모트라케의 니케》- 루브르 박물관 ; 출처 - 위키피디아 > < 나이키 광고 ; 출처 - 플리커 >
 
 NIKE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의 '나이키'을 떠올릴 것입니다. 본래 NIKE 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의 이름이었고, 이를 '나이키'라는 브랜드 명으로 사용한 것이 바로 나이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NIKE 라는 단어를 보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를 떠올리는 것이 바로 현재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2011년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발표한 브랜드 가치 28위, 2011년 밀워드 브라운 &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발표한 브랜드 가치 57위, 2010년 인터브랜드 & 비즈니스 위크에서 발표한 브랜드 가치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첨단 기술 및 IT 기술이 주목 받는 상황 속에서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성적은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가치 혹은 위치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스러운 점은 이렇게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인 나이키에 관련된 도서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다른 기업이 아닌 오로지 나이키만 다룬 책은 <나이키 이야기>가 처음 입니다. 그때문에 큰 기대 속에 빠르게 읽어 갔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책 <나이키 이야기>는 나이키의 탄생부터 마케팅 전략, 첨단기술, 사회공헌 활동 등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 대학의 육상부 감독 출신의 빌 바워만과 같은 대학의 육상선수 필 나이트가 만나고, 그들이 원하던 육상화를 직접 만드는 데서 나이키의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그리고 블루 리본 스포츠라는 작은 기업으로 시작하여, 1971년에 제프 존슨이라는 한 직원이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 대한 꿈을 꾸고 난 뒤, 그들이 처음으로 제작한 축구화에 '더 나이키(The Nike)'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시작됩니다. 그후, 우리가 알고 있는 'JUST DO IT',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으로 이어지는 마케팅 전략과 'AIR MAX', 'AIR JORDAN', 'SHOX' 등의 기술혁신으로 오늘날의 나이키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책 <나이키 이야기>는 이러한 기업의 역사,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나이키 제품에 담긴 기술에 대한 설명, 스포츠 스타와의 관계유지, 친환경 제품과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에이즈와 암, 어린이 자선사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이야기 등 나이키라는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광고, 역사, 제품설명, 강연, 언론보도 등을 참고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책(p.20)에 삽입되어 있는 QR코드>
 
 기업의 역사, 전략, 혁신기술, 사회공헌 활동 등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분명, 나이키라는 기업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범위의 이야기를 전부 담으려 하다보니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경쟁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물론, 이책이 나이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나이키를 이야기하면서 아디다스나 리복과 같은 경쟁 브랜드를 빼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나이키를 대표하는 스타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처음 스폰서 계약을 맺을 당시, 처음에는 아디다스와의 계약을 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디다스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나이키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죠. 아디다스는 훗날 '농구의 신'으로 불리게 되는 마이클 조던을 놓치고, 나이키는 'AIR JORDAN'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가 축구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축구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또 한번의 경쟁을 하게 되죠. 나이키가 분명,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인 것은 맞지만, 나이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경쟁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타 마케팅'에 대한 아쉬움 입니다.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 중심에는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을 시작으로 농구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로 테니스 시장을, 그리고 타이거 우즈를 후원하면서 골프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왔습니다. 특히, 1990년대에는 브라질의 축구선수 호나우두 등을 후원하면서 축구시장에서 아디다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뛰어 올랐으며, 2000년 대에는 호나우지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을 후원하며 축구시장에서 아디다스와 함께 최고의 축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왼쪽부터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처럼, 나이키는 스타 마케팅 측면에서 여타 다른 브랜드들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책 <나이키 이야기>에서 스타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만, 나이키라는 기업의 역사부터 마케팅 전략, 혁신기술, 사회공헌 활동 등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출간된 책들 중에서 나이키만을 다룬 첫번째 책이라는 점은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들께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이키를 다룬 더 많은 책들이 국내에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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