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른쪽 사진은 영화 <다크 나이트>에 나오는 고담시, 왼쪽 사진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동막골 마을 풍경입니다. 도시는 언제나 화려함과 어둠의 양면성을 가진 곳으로 묘사되어 왔으며, 숲으로 둘러싸인 시골마을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곳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대도시의 고층 빌딩과 복잡한 교통, 뿌연 하늘, 부의 양극화 등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환경문제가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원생활과 친환경 건축 등이 각광받게 되었고, 스프롤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 <도시의 승리>의 저자이자,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그러한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도시야말로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친환경적인 터전이라고 주장합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마하트마 간디,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 등의 논리를 '그들이 틀렸다, 그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다.'라며 아주 도발적으로 반박합니다.

 과거에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르네상스라는 문화 대혁명을 가져온 이탈리아의 피렌체, 현대 IT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실리콘밸리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적자원'이 핵심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식과 기술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르네상스가 수많은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서 가능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덕분에 메디치 가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구요. 그럼에도 1장에서 말하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허브, 실리콘밸리의 부상에 대한 내용은 흥미진진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들의 기업을 나와 새로운 기업을 창립하고,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동호회원 두명이 회사를 창립합니다. 이 기업들이 현재 미국의 IT산업을 이끌어가는 인텔, 시스코, 선마이크로 시스템즈, 휴렛팩커드 입니다. 수 많은 기업들이 사실은 한 곳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서로의 영향으로 인해 발전해왔으며 그것의 원동력이 바로 인적자본을 끌어모은 힘이라는 주장은 저자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세계가 발전해온 과정에서 도시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도시의 쇠퇴, 도시의 부상과 발전, 그리고 각종 정책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승리>에서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방대한 통계자료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맨 뒷부분의 주와 참고문헌을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자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각 도시의 탄소배충량, 도시와 전원가구의 평균 탄소배출량, 출퇴근에 소요되는 평균시간, 교육기간과 소득의 관계, 인구밀도와 주택가격의 관계 등등. 정말 엄청난 양의 실증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그동안 우리의 막연한 상식을 숫자로 확인해주고, 기존 상식을 뒤엎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매년 군사비 지출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의 사례로 미사일 1발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연료비도 제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정리할 경우 너무 단순화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그래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가 가장 효율적,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지식은 생산하는 협력 작업을 가능케 하는 곳이 도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도시가 가장 효율적으로 연료를 소비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디트로이트처럼 대기업 중심의 단일 산업에만 편중되어있고, 단순작업의 비중이 큰 산업의 근로자가 많은 도시는 쇠퇴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산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추구해야 하며, 쇠퇴하는 도시의 경우에는 인위적 부양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서 도시의 쇠퇴를 막으려 하지말고 교육같은 인적자본에 투자할 것을 주장합니다.
 셋째, 도시의 개발을 억제하지 말고 올바른 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입니다. 환경보호나 과거의 유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타 여러 이유에서 개발을 억제하고, 사람들의 교외주거를 장려하는 정책은 결국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홍콩, 도쿄, 싱가포르, 보스턴, 밀라노, 벤쿠버 등 성공한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서 올바른 정책과 방안을 찾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저자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을 적어 보았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저자는 에너지 사용에 관해 냉난방비를 언급하면서, 교외지역보다 밀집된 도시가 더욱 효율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워낙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주장하기에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분명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벽은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연료비가 상승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도시의 가구가 연료비를 더욱 적게 지출한다는 것만으로 도시가 더 효율적이라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번 폭우로 인해 서울 도심에 물난리가 났었습니다. 도시는 구조상 빗물의 지면이 흡수하거나 빠르게 배수할 수 없기때문에 인위적인 배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자면, 태국의 수도 방콕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하여 점차 도시가 가라 앉고 있는 상황에서, 고층건물들의 증가로 인해 도시가 가라앉는 상황까지 겹쳐, 방콕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의 한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년 내에 도시 절반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하더군요. 미국과 같이 광활한 대륙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기후와 지형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존재하지만 태국과 대다수의 작은 국가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 마천루와 같은 도시의 수직화는 때로는 큰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 이외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좀더 있지만, 이쯤에서 마칠까 합니다. 이책 <도시의 승리>가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할 만한 해결책과 모범답안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막연하게 믿고 있던 상식을 뒤엎고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많은 사람들의 논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무엇이 친환경이고 무엇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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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1-08-0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