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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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작가의 장편소설 <생가>는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을 거머쥐며 2026년 7월 북다에서 출간된 화제작이다. 1994년생 비디오키즈로 자라나 2025년 영화 <커미션>으로 데뷔한 감독 출신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에서 시각적 묘사와 긴장감을 능수능란하게 직조한다. 작가는 최근 언론 인터뷰와 책 말미의 '작가의 말'을 통해 여전히 사과받지 못한 이들과 단죄받지 않은 자들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를 꼬집으며, 죽은 권력을 복원해 추종하는 시대의 공포를 직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한국의 뼈아픈 현대사와 전통 건축, 수목 신앙을 결합하여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은 치밀한 서사와 역사적 비극을 융합한 지적 스릴러를 선호하는 독자에게 강력히 권한다.


망령을 부르는 건축, 욕망이 얽힌 저주의 공간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대한민국 9대, 10대 대통령 이운암의 계류면 생가가 의문의 방화로 소실되며 서사가 출발한다. 당대 최고의 도편수 지범근은 생가를 절대 복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도끼 날을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범근에게 버림받아 원망을 품고 살아온 아들 재헌은 이운암의 손자 건승의 제안을 수락하며 금기를 깬다. 여기에 어머니의 참혹한 자살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 20대 여성 대형 트럭 기사 시록이 이운암 기념관을 거쳐 합류한다. 파가부터 개기, 상량, 생가에 이르는 전통 한옥의 건축 공정을 목차로 삼아..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주술적 의식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유황과 천룡,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는 음산한 숲

유럽에서 인류학자 J.G.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인용하며 수목 신앙을 강의하던 재헌의 차가운 이성은 화재 현장에 진동하는 유황 냄새 앞에서 기묘한 균열을 일으킨다. 악령을 쫓기 위해 뿌려진 유황의 흔적은 복원 공사 내내 불길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북 패천의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공간, 이른바 섬가네 산으로 불리는 곳에서의 황장목 벌목 에피소드는 숨 막히는 몰입도를 선사한다. 영화 <파묘>의 긴장감을 능가하는 불길함, 음험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수백 년 된 금강송 황장이 품고 있을 천연 독가스를 우려해 가스 검침기를 동원하고, 백 일간 치성을 드린 태화와 지평이 동티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과학과 미신이 공존하는 이 소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방증한다. 재헌과 시록이 동행하는 여정은 극의 긴장도를 극대화하며, 지리산 자락 끝의 습한 식물원 같은 풍경은 질감을 더해 생가를 둘러싼 악의적 기운을 경고한다.


군사독재의 잔재를 오컬트 호러로 직조해 낸 서늘한 통찰

<생가>는 단순한 원귀의 등장을 넘어 권력의 폭력성과 광신적인 숭배가 빚어낸 역사적 트라우마를 짚어낸다. 이운암은 누군가에게는 국부이자 영웅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군사독재자, 학살자이며 폭군이다. 소설은 무너진 독재자의 성역을 다시 세우려는 맹목적인 집착을 통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갈등의 축도를 보여준다. 생가 지하실의 은밀한 목욕탕에서 이운암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혈육인 나희를 천룡이라는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는 참혹한 과거가 드러날 때.. 우리는 활자 너머로 번지는 섬뜩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무병의 저주 속에서 고통받던 시록의 사연은 개인의 불행이 어떻게 거대한 국가 단위의 폭력, 권력욕과 닿아 있는지 리얼하게 그려낸다. 선조의 시체, 두꺼비를 품은 당나무를 주술적으로 해석하는 무속적 세계관은 건축 자재를 넘어 인간의 탐욕이 깃든 기괴한 토템으로 기능한다.


단죄 받지 않은 자들을 향한 두 번째 도끼 & 영상화의 기대

가장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대목은 결말부의 핏빛 응징이다. 불타는 생가와 되살아난 천룡의 발악 속에서 재헌은 용의 이름이 새겨진 도끼를 아버지 지범근의 이마에 꽂아 넣으며 대물림되던 비극적인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다. 이후 베트남에서 차분한 갈색 머리로 탈바꿈한 채 눈을 뜬 시록의 모습은 이 지독한 악몽이 남긴 흉터와 여운을 동시에 보여준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여전히 사과받지 못한 이들과 단죄 받지 않은 자들이 남아 있음을 지적하며, 어쩌면 두 번째 도끼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시록과 재헌의 복수극이 끝나지 않았으며 속편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단죄가 계속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나아가 <생가>는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심사 당시 공동 주최사인 스튜디오 S와 쇼박스로부터 영상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영화 <기담>, <곤지암>의 정범식 감독이 추천사를 남길 만큼 독보적인 미장센을 뿜어내어 머지않아 스크린이나 OTT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만약 영화화된다면 장재현 감독 <파묘>와 같은 끈적한 기괴함, 인간의 대를 잇는 탐욕을 맛볼 수 있는 오컬트 호러 명작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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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최신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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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가 창조한 영혼의 순례기, 그 변치 않는 가치

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파울로 코엘료는 2002년 브라질 문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고, 2007년 UN 평화대사로 임명된 문학계의 거장이다. 1986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를 마친 후 집필한 <순례자>에 이어 1988년 발표한 <연금술사>는 전 세계 170여 개국 89개 언어로 번역되며 1억 2천만 부 이상의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어판 출간 25주년을 맞아 2026년 7월 북다 출판사에서 최정수 번역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번 특별 증보판은 치우를리오니스의 몽환적인 스케치를 표지로 채택하여 원작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충실히 구현했다. 마돈나,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비롯해 나태주, 이해인 시인에 이르기까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찬사를 받는 코엘료 특유의 은유적인 문체는 복잡한 현실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이정표 역할을 수행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무화과나무 아래서 시작된 기적의 여정

안달루시아의 양치기 산티아고는 지붕이 무너진 낡은 교회의 무화과나무 아래서 양 떼와 함께 잠을 청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똑같은 꿈을 두 번이나 꾼 후, 익숙한 초원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타리파에서 살렘의 왕 멜키세덱을 만나 우림과 툼밈을 받고 만물의 언어인 표지를 읽는 법을 깨우친다. 아프리카 탕헤르로 건너간 직후 낯선 문화 속에서 전 재산을 잃는 시련을 겪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크리스털 상점에서 찻잔을 닦으며 노동의 의미를 배우고 언덕 위 식당의 박하차를 담아 파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상점을 부흥시키는 일화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단단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에 합류해 영국인과 낙타 몰이꾼을 만나고 마크툽이라는 운명의 순리를 체득하는 과정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영혼이 팽창하는 성장의 궤적을 그린다.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아의 신화 & 만물의 언어

책의 서문과 작가의 말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코엘료의 실제 삶에서 비롯되었음을 증명한다. 작가는 청년 시절 11년간 연금술을 연구하며 겪은 방황을 고백하며 진정한 위대한 업은 복잡한 비법이 아니라 일상의 단순함에 있음을 말한다. 무엇보다 1988년 브라질에서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 첫 주에 단 한 권이 팔리고, 결국 출판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던 대목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흔한 살의 나이에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했지만 자신의 마음과 영혼이 책에 담겨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작가의 고백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산티아고의 여정 그 자체다. 오스카 와일드의 나르키소스 전설을 각색한 프롤로그 역시 세상 모든 존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비추고 있다는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포기하지 않은 저자의 뚝심을 대변한다.


1988년의 신화가 2026년의 우리에게 묻는 것..

1988년에 출간된 이 이야기가 지금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최정수 번역가가 역자의 말에서 언급했듯 오늘날은 증오와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하고 끊임없는 비교에 지쳐 소망을 쉽게 포기하는 시대다. 이번 개정판 뒤표지에도 새겨진 무가치함을 빛나는 가능성으로 바꾸는 마법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는 문장은 메마른 현실을 버텨내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숱한 고난 끝에 도착한 피라미드에서 마침내 진리를 깨닫고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오는 결말은 벅찬 여운을 자아낸다.


에필로그의 "산티아고라는 이름의 청년이 있었다. 그가 버려진 낡은 교회 앞에 다다랐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며 목적지보다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보물임을 일깨운다. 마지막 보물을 찾은 후 사막의 여인의 향기를 떠올리며 "기다려요, 파티마. 곧 그대에게 달려가겠소"라고 속삭이는 산티아고의 다짐은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는 이들에게 자아의 신화를 일깨우는 각성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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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 - 여행 크리에이터의 꿈과 현실 사이, 그 진짜 이야기
강은빈(써니앤쎄이)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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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강은빈/써니앤쎄이 지음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는 막연한 낭만을 넘어 여행 크리에이터의 실체를 해부한 리얼 에세이다. 써니앤쎄이는 남편과 함께 활동하는 부부 여행 크리에이터로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마이리얼트립 등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해 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다수의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채널S 방송 프로그램 <다시 갈 지도>에 조지아, 엘니도, 가나자와, 코타키나발루, 후쿠오카, 하이퐁, 시즈오카, 프라하 편으로 출연하며 전문성을 입증한 저자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구축했다. 최근 매체 인터뷰와 공식 채널의 기록을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고민하는 예비 창작자나 디지털 노마드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으로 적극 권장된다.


유튜브 채널 '써니앤쎄이'의 매력과 차별점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써니앤쎄이'는 화려한 연출보다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시선이 돋보인다. 남편의 본명에서 따온 '써니'와 아내의 과거 스타벅스 근무 시절 닉네임 '쎄이'를 합친 활동명처럼 두 사람의 끈끈한 유대감이 영상 전반에 흐른다. 이들의 기록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의 분위기와 감촉을 선명하게 담아낸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시절 딸기 농장에서 겪은 일화나 조지아 카즈베기의 장엄한 자연 속에서 느낀 경외감 등이 인기 영상이다. 사진 촬영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남편이 피사체인 아내를 향해 쏟는 다정한 시선은 영상물에 특유의 온기를 부여한다. 비싼 장비나 자극적인 편집 없이도 잔잔한 서사와 진솔한 내레이션으로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여행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실무적 준비 & 노하우

책의 목차를 면밀히 살펴보면 여행 크리에이터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실무적인 지침이 상세히 담겨있다. 저자는 사진 및 영상 편집을 위해 어도비 라이트룸, 캡컷, 블로, 스노우 등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특징을 분류하여 초보자도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특성을 파악하고 피드의 색감을 맞추는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4만 7천 명의 팔로워로 월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비결을 세분화하여 설명한다. 특히 협업 연락이 왔을 때 광고주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원고료와 제공 조건을 조율하는 대처 방법은 관련 업계 진입을 노리는 이들에게 유익한 지표가 된다. 렌즈를 깨끗하게 닦는 기본기부터 숙소 촬영 시 채광을 고려하는 세밀한 팁까지 실질적인 파이프라인 구축 방법과 촬영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부부 크리에이터의 강점과 창작의 고충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의 가치는 이면에 감춰진 창작의 고통과 번아웃을 솔직하게 고백한 대목에 있다. 조회수와 알고리즘이라는 숫자에 얽매여야 하는 피로감,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진 프리랜서의 무거운 일상을 담담히 서술한다. 밤낮없이 모니터 앞에서 기획안을 작성하고 편집에 매달리며 겪는 한계점은 겉보기와 다른 여행 크리에이터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부부 창작자로서 겪는 특수한 고충이 눈에 띈다.

부부가 함께 여행 채널을 운영할 때의 강점은 시너지를 통한 효율적인 업무 분담에 있지만, 생활과 업무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도 상당하다. 제주살이를 시작하며 스몰 웨딩을 올리고 부부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이중 관계 속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입이 들쭉날쭉한 불안감 속에서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이혼 위기에 처해 부부 상담까지 받아야 했던 솔직한 경험담은 그들의 업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한다. 서로 다른 성향을 조율하며 원팀으로 단단해지는 서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크나큰 감동을 선사한다.


크리에이터가 꼽은 최고의 여행지와 잊지 못할 순간들

마지막 7장에서 저자는 전 세계를 누비며 마주한 최고의 여행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2022년 봄, 여행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떠난 조지아 카즈베기의 웅장한 대자연은 잊히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수도 트빌리시를 떠나 마주한 코카서스산맥의 풍경은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시절 치열하게 생존했던 밴프를 11년 만에 다시 찾아 모레인 호수를 마주하는 장면은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영하 30도의 맹추위를 뚫고 옐로나이프 오로라 빌리지의 전통 텐트 티피 안에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초록빛 오로라의 춤사위는 텍스트를 넘어 생생한 시각적 황홀경을 전달한다.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캐나다 딸기 농장에서 다국적 친구들과 부대끼며 흘린 땀방울, 나이아가라 폭포와 뉴욕 야경을 보며 느낀 성취감 등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궤적을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진정한 덕업 일치를 향한 고단한 여정..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는 크리에이터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자리한 치열한 노동과 불안을 직시하게 만듦으로써 덕업일치의 참된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뻔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 1인 미디어 시대의 생존 전략을 탐구한 르포르타주에 가깝다. 여행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을 깨고 철저한 기획력과 꾸준한 노력, 재치 넘치는 영상 구성 만이 생존의 필수 요건임을 역설한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저자의 궤적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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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 - 삶의 인사이트가 넘치는 어른 사용법
이지행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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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이지행 작가 글/그림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정답 없는 인생 속에서 대책 없이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20년 차 광고인의 솔직한 에세이다. 저자는 전 세계 9억 명이 열광한 게임 <던전 앤 파이터>와 <카카오톡 게임별>의 브랜드 네이밍을 주도했던 베테랑 카피라이터이자 전작 <B급 광고 인문학>으로 광고인으로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개미처럼 일하다 번아웃을 맞이한 직장인이나 나이에 걸맞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펼쳐봐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어른이라는 오답 노트

우리는 막연히 어른이 되면 번듯한 집과 안정된 직장을 갖추고 흔들림 없는 삶을 누릴 것이라 착각한다. 저자 역시 남들이 쉴 때 맹렬히 일하며 가파른 언덕 너머의 평온을 기대했으나, 막상 도달한 현실에는 안온함 대신 끝없는 오르막의 굴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책의 서두를 여는 '1막 어른은 나도 처음이라'는 이처럼 예상과 빗나간 현실을 마주한 당혹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있지도 않은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담보로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이 과연 옳은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의 궤도에서 이탈해 옥탑방으로 출근하며 회사가 망해가는 과정을 관조하는 저자의 태도는 서글프기보다 오히려 통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주어진 오늘을 한껏 누리는 편이 낫다는 깨달음은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틀린 음표로 연주하는 나만의 재즈

시선을 사로잡는 대목은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의 일화를 인용한 'Wrong is right' 챕터(62p~)다. 동료 연주자가 엉뚱한 건반을 눌러 당황할 때, 몽크는 틀린 음이라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어나가라며 호통을 쳤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빌려 인생에는 정박보다 엇박이 다분하며 불완전함, 실수조차 나다움을 완성하는 고유한 음악이 된다고 역설한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표현이 나답다는 의미를 품고 있듯.. 남이 아닌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무채색 일상에 선명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수잔 손택의 저서 <타인의 고통>을 언급하며 스크린에 비친 이상적인 직업의 허상을 꼬집는 부분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시각을 보여준다.


짜장면 한 그릇이 위로하는 마흔의 사춘기

가혹한 생존 경쟁에서 한걸음 물러난 저자는 일상의 소박한 결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3막 마흔의 사춘기, 인생의 별책불혹'에서는 현대의 산타클로스는 썰매 대신 따뜻한 백화점으로 출근하며 번아웃을 겪는다는 유쾌한 상상을 통해 현대인의 피로를 어루만진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다룬 영화 <데드 맨 워킹>을 떠올리며 옥탑방 평상에서 곱빼기 짜장면을 음미하는 172쪽의 일화는 단연 압권이다.

니나 시몬의 노래 <필링 굿>을 배경음악 삼아 시원한 소주 한 잔에 단무지를 베어 무는 순간의 환희는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충만함을 전달한다. 철들기를 거부한 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는 어른의 진면목이 활자 곳곳에 묻어난다. 거대한 성취가 아니라 별것 아닌 찰나들이 포개져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갱년기를 맞이한 4050 세대에게 건네는 명랑한 처방전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육체적, 심리적 갱년기를 지나며 깊은 상실감에 빠진 40대와 50대 장년층에게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저자는 사모아 원숭이 사냥법을 소개하며, 손에 쥔 옥수수를 놓지 못해 사람에게 붙잡히는 원숭이의 미련이 곧 알량한 명함과 지위를 쥐고 허덕이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그 움켜쥔 손을 펴고 자유를 찾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더불어 양말 속 구석진 곳에서 온몸의 하중을 버티며 자라나는 발톱을 향해 "그러니 발톱아, 너도 힘내렴!"이라는 유머러스한 응원을 보낸다. 이는 묵묵히 팍팍한 삶의 무게를 견뎌온 4050 세대의 쓰라린 속내를 위로하는 뭉클한 대목이다.

또한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75세 노모의 "살아보니 인생이란 게 참 짧아. 그러니 늘 재미있고 멋지게 살아!"라는 당부는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용기를 심어준다. 파리 재즈 바에서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리며 두 번의 인생은 없으니 일방통행로 같은 생의 오늘을 맘껏 즐기자고 다짐하는 저자의 태도는 남은 반평생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중년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낭비할 줄 아는 자가 쟁취하는 온전한 삶

진정으로 놀고 쉬는 행위는 단순히 일을 회피하는 도피처가 아니다. 다음 스텝을 도모하기 위해 잃어버린 자신의 호흡을 되찾는 적극적인 회복의 과정이다.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무조건 열심히 살 것을 강요하는 자기 계발서의 폭력성을 배제하고, 느슨한 보폭으로 일상을 거닐도록 안내하는 이정표다.

휴일의 유통기한이 만년이기를 바라는 몽상가적 기질과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안목이 조화를 이룬다. 타인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밑반찬을 차려내려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불안한 내일 대신 눈부신 오늘을 기꺼이 낭비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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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것 없는 행복 교양 100그램 12
서은국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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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진화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은국 교수는 전작 <행복의 기원>을 통해 한국 사회에 행복에 관한 새로운 생물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종신교수로 일했던 그는 인간의 행복을 철학적 당위가 아닌 진화론적 생존의 관점에서 해부해 왔다. 창비의 문고판 시리즈 '교양 100그램'의 열두 번째 책으로 출간된 신간 <어려울 것 없는 행복>은 이러한 저자의 학문적 궤적을 잇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복을 감각하고 누려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사유를 더한다. 이 책은 다소 강박적으로 행복을 추구해 온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해독제로 작용한다. 특히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행복마저 하나의 달성해야 할 스펙이나 과제로 여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행복의 본질을 명징하게 재정립해 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행복은 도달해야 할 결승선이 아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행복을 대하는 태도의 모순을 꼬집는다. 인간은 일상의 큰 관심사가 된 행복조차 하나의 인생 숙제처럼 여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쟁취해야 할 목표로 변질시켰다. 저자는 면접을 앞둔 수험생의 비유를 통해 지나친 절실함이 오히려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여 본래의 실력 발휘를 가로막는 현상을 설명한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도리어 우리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역설이다.

우리는 흔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비롯된 목적론적 삶의 태도에 익숙해져 있다. 지금의 고통을 참고 견디며 인생이라는 긴 경주를 달리다 보면 결승선에 행복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이러한 철학적 환상을 단호히 배격하며 행복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 뇌가 느끼는 구체적인 감각임을 선언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뇌의 작용

이 책의 핵심적인 통찰은 인간의 뇌가 애초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생물학적 사실에서 출발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지상 과제는 오직 생존과 번식 두 가지뿐이었다. 스마트폰을 쥐고 살아가는 현대 문명인의 삶은 인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했을 때 고작 마지막 몇 분에 불과한 찰나의 시간이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여전히 수렵채집 시대의 생물학적 목적에 맞춰 작동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신호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쾌감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은 모두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생존 장치다. 결국 행복감이란 생존에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했을 때 뇌가 잠깐씩 켜주는 보상 신호에 불과하다. 뇌가 스스로 좋아하는 생존 관련 자원들을 일상에 자주 배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칠레의 해변

저자는 돈이나 사회적 성공을 행복의 전부라 믿는 태도를 사막에서 물을 찾는 행위에 비유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좇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지만, 이는 행복을 유발하는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 본질이 될 수는 없다. 행복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거창한 차력 쇼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 속에 수록된 2024년 칠레 비냐 델 마르의 사진은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뒷받침한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산불의 검은 연기를 배경으로 해변에서 한가로이 공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한국 사회였다면 작은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당장 대피하거나 불안에 떨었을 상황이다.

저자는 무결한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삶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상태를 기다린 뒤에야 행복을 누리려 한다면 우리는 평생 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여유가 필요하다.


노르웨이 절벽과 인천대교가 묻는 사회적 안녕

책 중반부에서 저자가 비교한 노르웨이 트롤퉁가 절벽과 한국 인천 대교의 일화는 인상적인 대목이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아찔한 노르웨이 절벽이 개인의 자연 감상과 경이로운 경험을 존중하는 철학을 보여준다면 자살 방지를 이유로 바다 뷰를 철제 펜스로 가려버린 인천대교는 위험 차단을 명분으로 일상의 즐거움마저 통제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더불어 저자는 한국인들이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물질주의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이 체감하는 주관적 기쁨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태도는 행복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저자가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도출한 행복의 흔들리지 않는 필요조건은 결국 '사람'이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고립을 자처하기보다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의 행복 전구를 켜줄 수 있는 이들과의 풍성한 사회적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제대로 알고 자주 느끼는 행복의 기술이란?

책 전반을 아우르는 저자의 행복론을 요약하자면 결국 일상을 재편하는 실천적인 지침으로 수렴된다.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일이다. 행복은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주어지는 거창한 보상이 아니며 현재 뇌가 감각하는 긍정적인 신호 그 자체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했다면 다음 단계는 일상에서 자주 좋다고 느끼는 삶의 방향으로 과감하게 나아갈 차례다. 행복의 열쇠는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있다. 거대한 성취를 위해 현재를 억누르기보다 자신에게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행복의 압정'을 일상 곳곳에 적극적으로 흩뿌릴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진리는 행복의 필요조건이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의 존재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며 고립되기보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연대하는 삶이야말로 진화가 인류에게 물려준 가장 확실한 생존법이다.


일상에 즐거움의 압정을 흩뿌리며..

창비 신간 <어려울 것 없는 행복>은 거창한 목표 대신 사소한 사회적 경험의 가치를 일깨운다. 표지 일러스트에 그려진 수박, 야구공, 아이스크림, 기타 등 다채로운 일상의 조각들처럼 행복은 촘촘히 박혀 있는 즐거운 경험들의 총합이다. 저자가 인용한 격언처럼 혼자 천국에 가는 것보다 좋은 친구와 지옥에 가는 것이 낫다는 말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요하는 흔한 자기 계발서의 조언과 달리 이 책은 뇌의 메커니즘을 속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실체적인 경험을 직접 설계하라고 권한다.


추상적인 철학적 담론에서 벗어나 과학적 팩트와 명쾌한 문장으로 행복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 책은 치열한 일상을 견뎌내는 모든 이들에게 유의미한 인식의 전환을 선사한다. 삶의 곳곳에 작고 확실한 즐거움의 압정들을 흩뿌려두는 것.. 그것이 우리가 뇌의 생존 본능을 다독이며 오늘을 유쾌하게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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