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 - 삶의 인사이트가 넘치는 어른 사용법
이지행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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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이지행 작가 글/그림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정답 없는 인생 속에서 대책 없이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20년 차 광고인의 솔직한 에세이다. 저자는 전 세계 9억 명이 열광한 게임 <던전 앤 파이터>와 <카카오톡 게임별>의 브랜드 네이밍을 주도했던 베테랑 카피라이터이자 전작 <B급 광고 인문학>으로 광고인으로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개미처럼 일하다 번아웃을 맞이한 직장인이나 나이에 걸맞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펼쳐봐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어른이라는 오답 노트

우리는 막연히 어른이 되면 번듯한 집과 안정된 직장을 갖추고 흔들림 없는 삶을 누릴 것이라 착각한다. 저자 역시 남들이 쉴 때 맹렬히 일하며 가파른 언덕 너머의 평온을 기대했으나, 막상 도달한 현실에는 안온함 대신 끝없는 오르막의 굴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책의 서두를 여는 '1막 어른은 나도 처음이라'는 이처럼 예상과 빗나간 현실을 마주한 당혹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있지도 않은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담보로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이 과연 옳은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의 궤도에서 이탈해 옥탑방으로 출근하며 회사가 망해가는 과정을 관조하는 저자의 태도는 서글프기보다 오히려 통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주어진 오늘을 한껏 누리는 편이 낫다는 깨달음은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틀린 음표로 연주하는 나만의 재즈

시선을 사로잡는 대목은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의 일화를 인용한 'Wrong is right' 챕터(62p~)다. 동료 연주자가 엉뚱한 건반을 눌러 당황할 때, 몽크는 틀린 음이라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어나가라며 호통을 쳤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빌려 인생에는 정박보다 엇박이 다분하며 불완전함, 실수조차 나다움을 완성하는 고유한 음악이 된다고 역설한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표현이 나답다는 의미를 품고 있듯.. 남이 아닌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무채색 일상에 선명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수잔 손택의 저서 <타인의 고통>을 언급하며 스크린에 비친 이상적인 직업의 허상을 꼬집는 부분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시각을 보여준다.


짜장면 한 그릇이 위로하는 마흔의 사춘기

가혹한 생존 경쟁에서 한걸음 물러난 저자는 일상의 소박한 결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3막 마흔의 사춘기, 인생의 별책불혹'에서는 현대의 산타클로스는 썰매 대신 따뜻한 백화점으로 출근하며 번아웃을 겪는다는 유쾌한 상상을 통해 현대인의 피로를 어루만진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다룬 영화 <데드 맨 워킹>을 떠올리며 옥탑방 평상에서 곱빼기 짜장면을 음미하는 172쪽의 일화는 단연 압권이다.

니나 시몬의 노래 <필링 굿>을 배경음악 삼아 시원한 소주 한 잔에 단무지를 베어 무는 순간의 환희는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충만함을 전달한다. 철들기를 거부한 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는 어른의 진면목이 활자 곳곳에 묻어난다. 거대한 성취가 아니라 별것 아닌 찰나들이 포개져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갱년기를 맞이한 4050 세대에게 건네는 명랑한 처방전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육체적, 심리적 갱년기를 지나며 깊은 상실감에 빠진 40대와 50대 장년층에게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저자는 사모아 원숭이 사냥법을 소개하며, 손에 쥔 옥수수를 놓지 못해 사람에게 붙잡히는 원숭이의 미련이 곧 알량한 명함과 지위를 쥐고 허덕이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그 움켜쥔 손을 펴고 자유를 찾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더불어 양말 속 구석진 곳에서 온몸의 하중을 버티며 자라나는 발톱을 향해 "그러니 발톱아, 너도 힘내렴!"이라는 유머러스한 응원을 보낸다. 이는 묵묵히 팍팍한 삶의 무게를 견뎌온 4050 세대의 쓰라린 속내를 위로하는 뭉클한 대목이다.

또한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75세 노모의 "살아보니 인생이란 게 참 짧아. 그러니 늘 재미있고 멋지게 살아!"라는 당부는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용기를 심어준다. 파리 재즈 바에서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리며 두 번의 인생은 없으니 일방통행로 같은 생의 오늘을 맘껏 즐기자고 다짐하는 저자의 태도는 남은 반평생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중년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낭비할 줄 아는 자가 쟁취하는 온전한 삶

진정으로 놀고 쉬는 행위는 단순히 일을 회피하는 도피처가 아니다. 다음 스텝을 도모하기 위해 잃어버린 자신의 호흡을 되찾는 적극적인 회복의 과정이다.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는 무조건 열심히 살 것을 강요하는 자기 계발서의 폭력성을 배제하고, 느슨한 보폭으로 일상을 거닐도록 안내하는 이정표다.

휴일의 유통기한이 만년이기를 바라는 몽상가적 기질과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안목이 조화를 이룬다. 타인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밑반찬을 차려내려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불안한 내일 대신 눈부신 오늘을 기꺼이 낭비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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