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자들 여정의 시작 6 : 별의 정령 별을 쫓는 자들 1부 여정의 시작 6
에린 헌터 지음, 윤영철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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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에린 헌터 판타지 소설 <별을 쫓는 자들> 6권 <별의 정령>은 변신곰 어주락, 갈색곰 토클로, 흑곰 루사, 흰곰 칼릭이 기나긴 여정 끝에 얼음으로 뒤덮인 별섬에 도착하며 겪는 최후의 모험을 다루고 있어요.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던 네 마리의 곰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검은 기름과 병든 물개들을 목격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납작얼굴들의 만행에 맞서게 된답니다. 특히 칼릭이 범고래 떼의 습격 속에서 루사를 구하고 고아 새끼 곰 키시미를 거두며 강인하게 성장하는 에피소드와 어주락이 까마귀로 변신하는 툴루가크를 만나 섬 전체를 파괴할 석유 시추의 진실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터전, 핏줄이 다른 곰들이 온갖 갈등과 위협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며 진정한 가족, 동료로 거듭나는 서사는 긴 여운을 남겨요. 인간의 탐욕이 파괴한 생태계의 비극을 야생 동물의 시선으로 생생히 고발하고 있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별을 쫓는 자들>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6권 <별의 정령>은 단순한 동물 판타지를 넘어 생태계의 위기와 생명의 연대를 통찰하는 의미 있는 서사시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을 읽으며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곰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공포가 거대한 포식자나 매서운 추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독성 물질이라는 점이에요. 썩은 물개 사체들을 추적하다가 마침내 땅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납작얼굴들의 시추 작업에 따른 오염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현실의 환경 문제를 섬뜩할 정도로 짚어내고 있답니다. 


또한 죽은 어미 흰곰의 새끼인 키시미를 칼릭이 거두어 정성껏 돌보는 대목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온기를 전해주어요. 텃세를 부리는 다른 흰곰들과 여러 트러블, 다툼이 있었지만 까마귀 툴루가크와 거대한 순록 무리의 도움을 받아 결국 시추 장비들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통쾌한 장면에서는 신출귀몰한 변신곰 어주락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인답니다. 마지막 갈등을 넘어 야코네라는 새로운 동료가 합류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 역시 감동을 자아내요. 하지만 모든 임무를 마친 뒤 안타깝게도 어주락이 별의 정령을 따라 먼 길을 떠나며 이별을 고하는 결말은 커다란 슬픔을 남긴답니다. 과연 어주락은 나중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동굴 벽화와 밤하늘에 새겨진 다정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요!


희생과 용기로 일궈낸 야생의 고귀한 발자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 책을 환경 보호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독서로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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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천둥족의 도둑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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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에린 헌터 판타지 소설 <전사들> 그래픽 노블 <천둥족의 도둑>은 신체적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천둥족 여전사의 용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주요 등장인물인 브라이트하트와 클라우드테일은 잇따라 발생하는 먹이 도난 사건의 정체를 추적한답니다. 과거 개 떼의 공격으로 한쪽 눈과 귀를 잃은 브라이트하트가 스스로를 의심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사냥하던 토끼에게 두 눈을 긁혀 시력을 잃고 좌절한 롱테일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다시 전사의 길로 이끄는 에피소드는 여운을 남겨요. 오소리의 끔찍한 습격으로 윌로펠트가 희생되는 비극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레이스트라이프를 비롯한 부족 고양이들과 함께 낯선 발자국의 도둑을 밝혀내는 과정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어요. 장애를 지녔음에도 뛰어난 직감과 따뜻한 이타심으로 부족을 지켜내는 브라이트하트의 눈부신 성장은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며, 흥미로운 미스터리 구조 덕분에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되어 모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 드려요.


지도자의 부재가 불러온 뜻밖의 성장

이야기 후반부에 지도자 파이어스타가 샌드스톰과 함께 별족의 부름을 받아 천둥족 터전을 떠나는 대목은 진한 아쉬움을 남겨요.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에 천둥족 무리들은 그들의 여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무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까우면서도.. 과연 왜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기에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만 했는지 마음 한구석에 작은 의문이 피어오르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 공백은 남겨진 천둥족 전사들이 스스로 뭉치고 훌쩍 성장하는 기폭제가 돼요. 은밀하게 사라지는 먹이의 행방을 쫓아 브라이트하트와 클라우드테일이 기지를 발휘하여 먹이 더미를 미끼로 쌓아두고 밤새워 잠복하는 추적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답니다.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무리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눈부신 활약상은 진정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어요.


섬세한 작화로 빚어낸 생생한 숲의 분위기

다친 고양이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거칠게 뻗은 털의 질감, 어둡고 서늘한 숲의 분위기를 역동적인 선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살려낸 작화 역시 단연 시선을 사로잡아요. 롱테일이 예기치 못한 사고 직후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나, 기묘한 냄새를 맡고 경계하는 전사들의 모습은 텍스트를 뛰어넘는 슬픔과 팽팽한 긴박감을 전달합니다.


내면의 혼란을 넘어 단단해지는 자존감

과거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무리에 짐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주인공이 짝의 든든한 지지 속에서 서서히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잔잔한 위로를 건네주어요. 육체적인 상흔이 결코 삶의 끝이 아니며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특별한 공감 능력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이야기 전반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어요. 진영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도둑을 추리해 나가는 서사 구조는 쫀쫀한 몰입감을 선사하여 평소 글밥이 빼곡한 글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이끌어 준답니다. 마지막 장에서 작고 소중한 생명인 화이트킷을 품에 안은 브레이트하트의 평화로운 결말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에 충분해요. 여름방학 기간, 자녀와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거나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싶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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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
고다혜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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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은 202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그 진정성을 인정받은 책이다. 저자 고다혜는 서울 토박이로 태어나 KBS <6시 내고향> 리포터를 비롯해 15년간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며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새벽부터 산삼을 캐고 어선에 올라 각종 수산물을 낚으며 타인의 삶을 조명하던 그녀는 삼십 대 초반 돌연 시골행을 택했다. 현재는 도예 공방 '집에 사는 그릇'을 운영하며 11년째 흙과 자연을 만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막연한 귀촌의 낭만을 늘어놓는 대신 맨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생생한 전원생활의 희로애락을 재치 넘치는 필치로 담아낸다.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들, 번아웃에 직면한 직장인,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자 하는 예비 귀촌인들에게 유용한 지침서이자 다정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생존을 위한 궤도 수정과 생생한 정착기

책 초반 '뜨거운 안녕' 에피소드는 저자가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낯선 시골로 향해야만 했는지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며칠씩 밤을 새우고 꼭두새벽부터 운전대를 잡으며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던 그녀는 어느 날 수면 중 전신 발작을 일으킨다. 응급실에 실려 가 뇌전증 진단을 받는 장면은 삶의 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던 절박한 순간을 절박하게 보여준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건강의 가치와 일상의 소중함은 이후 펼쳐지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기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막상 시작한 시골 생활은 여유로움 이면에 숨겨진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앞마당에 눈물 뚝뚝 흘리며 화덕을 만들던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한다. 황토와 볏짚을 섞어 직접 벽돌 틈을 메우려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남편과 갈등을 빚고, 결국 엉엉 울며 황토 벽돌을 눈물로 적셨던 일화는 짠하면서도 진한 공감을 자아낸다. 막연한 환상 대신 좌충우돌하며 집을 가꾸고 땅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글 전체에 뼈대를 이룬다.


자연이 내어주는 다채로운 위로와 유쾌한 시트콤

저자는 촌집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거실 벽난로에 참새가 날아들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이웃 동네 삼촌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고, 함께 커다란 낚시용 뜰채를 휘두르며 참새를 구출하는 소동은 시골에서만 겪을 수 있는 유쾌한 시트콤 같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조차 닿지 않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녀는 그 결핍 속에서 자립하는 법을 배운다. 작두를 이용해 씨와 과육을 분리하며 매실청을 담그고, 텃밭의 바질을 말려 페스토를 만드는 소박한 노동, 일상의 묘사는 흙 내음과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만든다. 혹독한 겨울날 얼어붙은 강물에서 뜰채로 붕어를 낚아 올리며 느끼는 생명력은 지난한 노동 끝에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과도 같다.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주체적인 삶의 태도

이 책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십여 년간 쌓아온 리포터라는 직업을 과감히 내려놓은 저자의 결단력이다. 멀미약을 삼켜가며 험난한 파도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방송인이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낯선 시골을 택한 것은 대단한 용기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재원 아나운서의 말처럼.. 그녀의 시골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한 능동적이고 아름다운 정착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가 정해둔 성공 궤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둔 태도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고다혜 작가의 삶을 통해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와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도 스스로 일상을 개척하는 강인한 의지를 배운다. 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에게 그녀가 몸소 증명한 자립의 과정은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게 만든다.


느린 호흡으로 써 내려간 단단한 삶의 문장들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의 가장 큰 미덕은 꾸밈없는 솔직함에 있다. 집 짓기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흙을 만지는 도예 작업, 사계절의 변화, 자급자족의 요리, 마침내 전원생활을 온전히 즐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수식어를 배제하고 담담히 써 내려간 문장들은 마치 직접 재배한 채소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처럼 속이 편안하다.


과거 뱃멀미를 참아가며 삼치를 잡고 <어두일미>라는 자작곡까지 부르며 열성적으로 방송을 만들던 열정적인 리포터는 이제 텃밭의 잡초와 씨름하고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는 성실한 생활인으로 변모했다. 타인의 시선과 도시의 속도전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다혜 작가의 이야기는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 충분히 단단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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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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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미식 칼럼니스트의 신작 <절기 감각: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샘터, 2026)은 기후 위기 매거진 <1.5°C>의 기획·편집을 맡았던 저자의 생태적 통찰과 십수 년간 매거진 등에서 에디터로 활약해 온 취재력이 빚어낸 미식 에세이다. 전작 <봄은 핑계고>(2024), 공저 <한국의 장> 등을 통해 식문화를 탐구해 온 저자는, 2014년 가로수길 전통주 바 '드슈'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현재 구기동에서 영화 칼럼니스트 남편과 다이닝 '시네밋터블(Cinemeetable)'을 운영 중인 자신의 삶을 24절기의 순환 속에 유려하게 녹여냈다.

단순히 제철 음식을 찬양하는 것을 넘어.. 지구온난화와 푸드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우리가 상실해 가는 '오늘의 미각'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미식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구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독자,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느끼며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은 2040 세대에게 '다정한 미각의 나침반'으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다정한 미각이 품어낸 서늘한 경고: 이주연 <절기 감각> 리뷰

우리는 너무 쉽게 계절을 잊고 또 잃고 산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붉은 딸기를 베어 물고, 한여름에도 냉동 식재료로 식탁을 채운다. 풍요로움이 도리어 제철의 결핍을 낳는 역설적인 시대, 이주연 작가의 <절기 감각>은 무뎌진 우리의 미뢰를 흔들어 깨우는 다정한 죽비와도 같다. 서문에서 "절기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새로움의 감각"이라 답하는 작가는.. 책의 날개에 적힌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자급자족하지 않는 우리에게 절기는 변화하는 기후를 감각하게 하는 장치"라는 문장처럼, 낡은 유물로 여겨지던 24절기를 현대적인 리듬으로 재해석한다.


마산 진동면에서 구기동 식탁까지, 일상을 관통하는 맛의 연대기

작가가 절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지극히 내밀하고 솔직한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출발한다. 청명 편에서 등장하는 가족 여행담이 대표적이다. 각자의 취향이 달라 아슬아슬한 가족 여행 중,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의 뜻대로 마산 진동면의 '이층횟집'으로 향해 미더덕을 맛보는 장면은 평범한 우리네 가족사진을 보는 듯한 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군인 아파트 놀이터에서 구조해 안방의 호랑이처럼 모시고 산다는 반려묘 '구니니'와 남편의 엉뚱함이 교차하며 에세이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빛을 발한다.

또한, 식재료를 바라보는 저자의 유연한 태도는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소만 편에서는 사찰음식에서 배운 '오이 된장국'이라는 다소 낯선 메뉴를 소개하며, 최근 <흑백요리사 2>에서 화제가 된 임성근 셰프의 오이 라면까지 끌어와 익숙한 식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반면 곡우 편에서는 친한 선배의 출장지 숙소에서 주인이 끊임없이 내어주는 뜨거운 보이차를 차마 거절하지 못해 사약 받듯 마시거나, 소서 편에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위경련으로 고생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독자와의 친밀한 거리를 확보한다.


획일화된 식탁 위로 번진 서늘한 생태적 경고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며 작가의 시선은 개인의 식탁을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생태계와 역사로 깊고 넓게 확장된다. 특히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식탁 위 생태계의 획일화를 꼬집는 대목은 뼈아프다. 샤인머스캣의 폭발적인 유행으로 농부들이 기존 포도나무를 뽑아내면서 머루나 켐벨 같은 품종이 사라지고 오히려 더 비싸진 얄궂은 현실을 짚어낸다.

나아가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방어 양식 이면에 숨겨진 환경 오염(사료 낭비와 배출 오물 등)을 지적하는 시선은 매섭다. 작가는 무비판적인 방어 소비 대신, 비슷한 시기에 살이 오르는 자연산 삼치를 제안한다. 입맛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구에 덜 무거운 선택지가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18년 동안 기우제를 올리며 가뭄을 제 탓으로 돌렸던 조선 태종의 일화(백로 편)를 통해 쌀이 흔해진 현대 사회의 역설을 꼬집고, 수온 상승으로 금값이 된 개불(동지 편)이나 공장식 사육으로 계절성을 상실한 오리고기(한로 편)를 다루는 솜씨는 기후 위기를 당장 내 입에 들어오는 익숙한 식재료의 부재로 치환해 내며 우리의 피부에 서늘하게 와닿는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오늘'의 익숙한 감각..


"우리는 늘 새로운 맛에 설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절기 감각>을 관통하는 인상적인 문장이다. 춘분에 푸이퓌메 와인을 마시고 소서에 테킬라를 들이켜는 자신을 향해, 하늘나라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이 "프랑스인도 아닌데, 제법 괜찮은 사람이군"이라 말해주길 바란다는 작가의 넉살은 결코 가볍지 않다. 24절기의 순환이란 결국 멀어짐과 돌아옴 사이에서 나만의 미각적 취향과 기억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대한의 삼치회 촬영 후 식탐을 부리다 공무원과 마주친 어색한 순간마저도 유쾌하게 기록한 이 책은, 혀끝으로 읽어 내려가는 훌륭한 미각의 연대기이자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숨통을 트여주는 작은 휴식처다. "절기를 핑계 삼아 살아간다"라는 작가의 다정한 기록을 덮고 나면, 당장 오늘 저녁 김밥 한 줄을 베어 물더라도 그 안의 오미를 짚어보게 되고, 식탁 위에 오른 작은 제철 채소 하나에도 애틋한 눈길을 보내게 될 테니 말이다. 잃어버린 미각과 계절을 되찾아주는 완벽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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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지음, 김은경 옮김 / 시공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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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서사 역량을 증명해 온 미우라 시온이 일상과 독서, 여행의 면면을 유쾌하게 담아낸 신간 에세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가 시공사를 통해 2026년 7월 출간되었다.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2000년 자신의 구직 활동을 바탕으로 집필한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로 데뷔했다. 이후 2006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나오키상을, 2012년 <배를 엮다>로 서점대상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공히 인정받은 거장이다. 2015년 <그 집에 사는 네 여자>로 오다사쿠노스케상, 2018년 <노노하나 통신>으로 가와이하야오 이야기상, 2019년 <사랑 없는 세계>로 일본 식물학회 특별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흔들림 없는 작품성을 입증했다. 특유의 위트와 해학이 가득한 이번 신작은 김은경 번역가의 손을 거쳐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여러 잡지와 신문에 연재했던 단발성 작품들을 한데 모은 이 책은 코로나 시기를 전후하여 겪은 평범한 생활 속 자잘한 기쁨과 슬픔, 활자 속에서 길어 올리는 사색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한수희 작가가 추천사에서 "침대 옆에 두고 친구와 대화하듯 매일 밤 조금씩 읽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듯, 지친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서다.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일상, 여행, 독서, 삶의 다채로운 단면들을 세밀히 포착한다. 1장 '아름다움과 사랑은 곳곳에 스며 있다'와 5장 '너무도 소소한 행복과 불행'에서는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저자가 동네와 집 안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을 관찰하는 따스한 시선이 돋보인다. 베란다 창가에 파키라와 미니 장미를 내놓고 기르면서 식물들이 '이거 위험한 인간한테 팔려 왔네'라고 탄식할지도 모른다며 자조하는 '이름 없는 친구' 에피소드는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박정한 봄의 싸움'에서는 화분에 심은 딸기를 두고 까마귀, 비둘기와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커튼 틈새로 망을 보며 새들을 쫓아내고 기어이 자그마한 초록 알맹이를 지켜내는 저자의 끈기가 흥미롭다. '고양이 네트워크'에서는 길고양이의 접근을 막으려고 창가에 물 담은 페트병을 잔뜩 늘어놓은 도테라 차림의 여자와 그 집 화장실에 볼일을 보며 앙심을 품는 고양이의 팽팽한 신경전을 한 편의 시트콤처럼 묘사한다.


2장 '당신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과 4장 '걱정스러울 때나 여행할 때나'에서는 일본 소도시를 유랑하며 겪는 기상천외한 일화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시가현 비와호와 지쿠부섬을 방문하여 호콘지 관음당에서 참배하고, 깎아지른 비탈에서 도리를 향해 질그릇 접시를 던지며 압박감에 패배하는 장면은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시즈오카현 택시 기사와의 찰진 대화를 다룬 '후지산 사랑'에서는 다자이 오사무가 후지산을 가리켜 '저리 친한 산'이라 칭한 대목을 인용한다(295p). 매일 명산을 마주하는 현지인들이 아름다운 자연에 몰래 가전제품이나 쓰레기를 가득 채운 교복 바지 등을 버리는 얌체족들을 향해 쏟아내는 분노를 실감 나게 전한다. '즉신불 순회 여행'에서는 이른바 '디자이너스 료칸'의 지나치게 세련된 수도꼭지 작동법을 몰라 홀딱 벗은 채 추위에 덜덜 떨며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을 묘사해 폭소를 자아낸다. 또한 컴퓨터 작업으로 뭉친 몸을 이끌고 대상포진을 의심하다가 마사지 숍을 전전하는 '로보캅 재생' 에피소드는 중년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거창한 철학 대신 평범한 나날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작품 전반에서 밝게 빛난다.


3장 '활자의 늪에서 한숨 돌리기'는 탁월한 애서가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날이 추워질 무렵 하야시 노조무의 <해석 겐지모노가타리>를 욕조 안에서 펼쳐 들고, 기왕 뜨거운 물을 채웠으니 되도록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겠다는 가난뱅이 근성을 발휘하는 모습이 몹시 정겹다. 다양한 문헌 속 문장을 기발하게 인용하는 방식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단숨에 배가시킨다. 단조로운 일과에 지쳐 확실한 기분 전환이 필요한 사람이나 글쓰기 영감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더없이 적합하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저녁놀을 바라보면서 '내일 날씨는 좋겠지?' 하고 친구와 이야기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무엇을 위한 날씨 점이었던가. 심장 고동이 멎을 때까지, 이 정도로 속 편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실수가 있더라도,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더라도, 별달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라는 문장은 이 에세이를 관통하는 든든한 메시지다.


미우라 시온 특유의 무심하게 툭 던지는 듯하면서도 다정하고 통통 튀는 문체는 읽는 이의 마음에 진한 여운과 잔잔한 파동을 남긴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생활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찰나를 예리하게 낚아채는 작가의 감상이 든든한 위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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