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4.6 - Vol.120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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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는 도서출판 작가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문화/예술 한 판을 주제별로 골라 총망라하는 월간 매거진이랍니다. 쿨투라(Cultura)는 문화를 뜻하는 컬처(Culture)의 라틴어 뿌리 말이라 해요.


이름만 들어도 여타 문예 매거진이 다루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탐사해 우리들에게 새로운 경지를 보여줄 것만 같아요. 개성 넘치면서 수준 높은 문화/예술 매거진 <쿨투라> 소개할게요!


2024년 6월 호 페이지를 열면 유근택 화가의 목판화, 곽동효 화가의 소품, 숲의 화가 변연미 작가의 꽃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해요. 화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실제 전시회에서 전문적이면서 상세한 도슨트와 동행하는 듯한 현장감을 불러일으켜요.


전반적인 갤러리 소개를 마치면 6월 호 메인 테마 '재즈'에 대한 흥미로운 콘텐츠가 이어져요.

우스꽝스러운 광대 가면 뒤에 숨겨진 원숙한 재즈의 영혼이자 심장, '루이 암스트롱'을 필두로..

평생 재즈적인 삶을 살았던 '쳇 베이커'의 쿨한 음악을 '평양냉면'에 빗대는 소개 글이 눈길을 끌어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 한없이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역동성, 그러한 삶과 가장 맞닿아있는 음악 장르가 바로 재즈 아닐까?"_65p


천변만화하는 인생을 빼닮은, 재즈적 삶에 근접하고자 하는 최창근 연출가의 진솔한 에세이는 일독을 권해요. 재즈 장르의 다각적인 면에 대한 소설가, 평론가, 피아니스트의 다양한 견해를 듣고 나면, 박정승 사회복지사의 재즈란 무無이자 모든 것이라는 글이 에필로그처럼 다가오지요. 재즈는 각자의 삶과 연결되어 다갈래로 뻗어가는, 우주처럼 무한한 음악 장르라는 필자의 의견에 공감할 수밖에 없어요.



메인 테마 외에도 여러 시인들의 신간 시집과 대표 시 소개, 배우 차은우의 앞길을 별처럼 밝히고자 하는 장재선 시인의 시가 참신하고 반가워요.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칸 국제영화제와 코모 유럽 시축제 수상작 소개도 실려 있어 글로벌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비평, 신경향을 습득할 수 있어요.

쿨투라 2024년 7월 호의 테마는 '디카시'라고 해요. 기성, 신인 작가 구별하지 않고, 문화/예술 판에 대한 독창적인 시선이 담긴 글을 모집한다 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대중적이면서 역동적인 문예 콘텐츠를 지향하는 <쿨투라>는 개성 넘치는 신인 작가들을 우대한다고 해요. 상세 내용은 <쿨투라 6월호> 원고 모집 및 신인상 공모란에서 확인 바랍니다! 



쿨투라 메일 주소: cultura@cultu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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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딘 리클스 지음, 허윤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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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크게 낭비하고 있다."_<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세네카



딘 리클스의 삶과 죽음의 의미, 시간의 유한성을 다룬 신간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이미 쟁쟁한 철학자, 현자들이 위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저술한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저자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의 대표이자 로마의 폭군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유명한 '세네카'를 거론하고, 동명의 책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론하고 확장했음을 밝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버킷 리스트에 빼곡히 채운 모든 희망 사항들을 이룰 수 있을까? 세계 방방곡곡 명승지와 오지까지 탐험하며 구글 지도에 빨간 핀 포인트를 빈틈 없이 꽂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의 의술과 노화 단계는 그대로인지라, 환갑 이후의 생은 치매와 각종 불치병에 걸려 고통에 허덕이며 제발 삶을 끝내달라, 허공을 향해 외칠지도 모르겠다. 어찌했든 시간이 늘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긴장감이 풀어지고 삶이 느슨하게 루즈해지는 기분이 든다.


뭔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나룻배를 띄운 채로 누워 영영 흘러갈 것만 같은 느낌. 그러다 급류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다가 폭포에 다다라 급 생을 마감할 것만 같은 기시감도 느껴진다.

저자 딘 리클스는 우리의 인생은 그 유한함, 언제든 죽음이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본질이라고 말한다. 인생이 끝이 없이, 막 뽑은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의미 없는 SNS와 게임, 쇼츠 영상에 한없이 빠지고, 타인의 의지에 의해 무의미한 일을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시간은 우리 곁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죽음이라는 절벽 끝에서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한다.

우리는 자신이 진정 원하고 추구해야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있다. 단순히 취미 생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평생을 바쳐 몰입하고 노력해야만 그 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저자가 인용하는 저명한 철학자, 과학자, 심리학자와 작가들의 조언은 삶과 죽음,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적시에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는 현재를 의미 있게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말하는 주체적 '개성화 단계'에 어떻게 돌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서 마음속 깊이 울리는 경고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내 앞에 놓인 시간은 모래시계 상단에서 줄어드는 모래처럼 줄어들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몸이 늙어감에 따라 정신은 흐릿해지고 눈은 침침해진다.

그럼에도 책장에 꽂힌 무수한 책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중에 한 권을 골라 손에 쥘 수밖에 없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만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한 줌 시간을 의미 있게 소비하는 유일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빛나게 하는 유일한 업이기 때문이리라.


아스라이 펼쳐진 나만의 길을 걷다가 언젠가는 지치고 긴장감이 풀어지고,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때면 난 서가에 꽂힌 딘 리클스_<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를 손에 쥐고 천천히 정독하리라. 언젠가 코앞에 닥칠 죽음을 예감하며 삶의 고삐를 당기리라. 이 책을 평생 소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서평단 #도서협찬 #인문학 #철학 #세네카 #인생의짧음에관하여 #을유문화사 #딘리클스 #신간추천리뷰 #삶과죽음 #시간아멈추어다오 #평생소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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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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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94년도 수능 & 본고사 부활 세대다. 당시 본고사 부활을 둘러싸고 얼마나 잡음이 많았는지 단 9개 대학만 본고사에 참여했다. 결국 97학년도 대입부터 본고사가 폐지되고 내신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가 변화했다. 그 후로 대입 제도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난 일절 관심을 끊었다. 매년 형태를 달리하는 대입과 수능은 내게 악몽이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부쩍 자라나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수능을 보기까지 불과 6년이 남았다. 아내는 교육 분야에 종사하기 때문에 대입 제도의 변화에 민감하고 정보 습득이 빠르다. 종종 아내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검색을 통해 올해는 어떻게 대입 제도가 바뀌는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초등학생의 교과 과정, 특히 수학 과정의 난이도가 급상승하고 어려워지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초등 저학년 과정에 이해가 어려운 분수와 소수가 나오는지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걸 보고, 불과 30년 만에 아이들의 지력과 논리력이 그만큼 상승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허나 아이들은 분수와 소수의 원리를 깨우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앳된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연령에 맞는 다른 과정을 학습하거나, 밖으로 나가 놀면 더 생산적인 활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창비 출판사에서 보내준 <수능 해킹>을 읽었다.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수능은 계속해서 변화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와 평가원은 대외적으로 공표를 안 했을 뿐, 수능 출제 방향을 통해 내부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정석적인 공교육만으로 수능 고득점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사교육과 유명 1타 강사를 통해 예상 문제를 짚고 문제 푸는 법을 숙달해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었다.

해마다 출제 난이도와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퍼즐식 풀이, 직관적인 찍기를 강요하는 수능 문제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있다. 공교육 교과 과정은 사교육 선행 학습을 견제하기는커녕, 따라 하기에 급급해 초등학교 교과 과정부터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공교육만으로 학습 진도를 채우기 어려운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으며, 학부모가 부담하는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능 해킹>의 저자 단요/문호진 작가는 수능 제도의 지난한 변천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들은 아이들의 진로를 탐색하고, 대학/평생 학습으로의 길을 열어줘야 할 수능 제도가 기형적으로 변질되어 원래 선로에서 탈선했다고 말한다. 단순 문제풀이 & 고득점을 위한 수능, 관료제에 물든 교육부와 평가원의 존속을 위한 수능,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유지를 위한 수능으로 타락하여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선로에서 벗어나 폭주하는 수능 제도를 원래 철로로 올려놓기 위해, 온 국민의 첨예한 문제 제기를 통한 정치권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능 해킹> 을 읽으면서 매일 밤잠을 줄이면서 학업에 몰두하던 고3 시절이 떠올랐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붙잡히고, 주말에도 대입 학원에 갇히던 숨 막히는 내 인생의 암흑기. 가장 젊은 날의 열의와 기력을 이대로 무의미하게 소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와 무관심. 수능이라는 폭주 기관차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질주 중이고, 갈수록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 열차에 탑승한 우리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신체적/정신적인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막대한 그 고통을 묵인하고 통과 의례로 치부할 것인가? 누구도 그 괴물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이, 모르는 척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수능해킹 #수능 #서평단 #킬러문항 #사교육 #문호진 #단요 #창비 #창비교육 #신간추천소개 #폭주기관차 #수능1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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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볶이 할멈 6 - 학교 앞은 우리가 지킨다! 똥볶이 할멈 6
강효미 지음, 김무연 그림 / 슈크림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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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없는 곳에 천국은 없다."_A.C. 스윈번




어린이 여러분, 반가워요!

K-히어로 판타지 <똥볶이 할멈> 시리즈가 6권으로 새로이 찾아왔어요!

햇살 초등학교 앞에서 승승장구하던 똥볶이 할멈 가게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어요.

똥방구 할망의 문방구에 아이들이 몰리면서 맛집으로 소문난 똥볶이 할멈 가게에 파리만 날리기 시작했어요. 떠나간 아이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똥볶이 할멈은 과감히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치기로 하는데..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할멈은 놀라운 비밀을 발견해요.

아이들의 정신을 홀리는 최신 발명품과 할망 문방구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면서 똥볶이 할멈은

미래 여행도 하고 멋지게 변신도 하면서 빌런을 일망타진해요.

K-히어로 판타지 <똥볶이 할멈> 6권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놀랍게도 햇살 초등학교에 정체 모를 귀신이 나타난다고 하지 머예요.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빌런의 숨겨진 속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가 펼쳐진답니다! 여러분들.. 똥볶이 할멈과 똥방구 할망이 힘을 합치면, 무서운 귀신과 막강 빌런도 힘을 못 쓰고 무릎을 꿇는다 해요.



<똥볶이 할멈> 6권에서 똥볶이 할멈 X 똥방구 할망의 대 환장 콜라보 귀신 & 빌런 퇴치 액션 활극.. 모두들 흥미진진하게 지켜봤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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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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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판 출간 이후, 소설과 영화 마니아를 양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미 비포 유>가 1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왔다. 개정판 책 표지는 포토그래퍼 '테레사 프레이타스'와 협업하여 산뜻하고 화사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그간 저자 조조 모예스는 초판 원고를 꾸준히 수정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지역색이나 장황한 묘사를 대거 삭제했다. 김선형 번역가 또한 현시대 문학적 요구와 젠더 감수성을 반영하여, 전반적인 문체를 가다듬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온 <미 비포 유>는 동시대성을 획득하며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이 죽음에 더 가까워지면서 때때로 크나큰 고통의 파도가 밀려오곤 한다. 2015년 정관수술 후유증으로 배뇨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이후 항문 질환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을 때 노년의 삶이 어떠할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뜻하지 않게 2019년 겨울, 요로 결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마약성 진통제의 위력을 경험했다. 치명적인 델타 코로나의 망령이 떠돌 때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온 가족이 격리 조치되고, 증상이 호전되지 못한 내가 생치소와 서울 의료원에 입원했을 때, 이러다 죽음을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공포에 질렸다.


해가 갈수록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의 이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증상과 도저히 견디지 못할 고통이 엄습할까 봐 두려움에 질리곤 한다. <미 비포 유>에서 '윌 트레이너'가 남들이 선망하는 정상의 자리에서 급전직하하여 휠체어에 온몸이 묶이는 순간, 다시는 이전의 자아 충만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삶을 놓아버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손목을 무참히 그어버리고, 옛 애인이 절친과 결혼을 선언하는 순간.. 간병인의 연을 맺은 '루이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윌은 단 하루를 버티기도 어려웠으리라. 그녀의 꾸밈없고 소탈한 성격에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 윌은 6개월 동안 자타의 버킷 리스트에 담았던 계획들을 실현하며 삶의 열망을 되찾는가 싶었는데..



만약 조조 모예스가 대다수 로맨스 소설이 답습한, 안전한 해피 엔딩의 대로를 따라 끝을 맺었다면 이 책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졌으리라. 비범하게도 용감하게도, 저자는 '윌 트레이너'가 심사숙고하여 자신의 삶을 본인의 의지로 끝맺는 과정을 세심히 따라간다. 애석하지만 윌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자아가 파괴되는 현재를 용인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루이자의 사랑과 헌신이 절정에 취했을 시절을 추억하는 한편, 하루의 해가 지는 것처럼 필연적으로 찾아올 인간의 낙담, 배신, 절망 따위를 예감하는 현명함을 갖춘 자였다. 그는 삶의 벼랑 끝에서 쭈뼛거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죽음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마지막 곁에 남은 모두가 비상하는 그의 어깻죽지에서 뻗은, 이카로스의 흰 날개를 목격할 수 있도록.. 그의 찬란하고 생생한 모습을 기억하도록 최후의 선의를 베풀었다.



560여 페이지의 책 속에서 윌 트레이너의 삶은 끝을 맺었지만, 그는 책을 벗어나 영생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미 비포 유>는 윌의 단호하고 영광스러운 죽음 덕분에 10년, 20년 이상 생존할 자격을 획득했다. 

이 책 덕분에 조력 자살, 안락사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다면 과언일까. 또한 삶의 극심한 고통에 허덕이는 자, 더 이상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자라면 누구든지 숙고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널리 주창되기 시작했다. 그는 책에서 등장하는 윌처럼 상류층에 만능 스포츠맨 사업가에 핸섬하지 않아도, 극히 평범한 서민이라도 사회적/공적인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는 단순한 신데렐라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삶의 끝을 절감하고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어느 인간의 사회적, 철학적, 심리적 문제를 다각적으로 다루는 딜레마 소설 또는 생사 입문서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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