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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죽음과 관련된 책은 많고 다양하다. 일전에 리뷰했던 셀리 케이건 교수의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처럼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도 있고, 고재욱 요양 보호사가 치매 환자들을 돌보며 쓴 에세이 형식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같은 책도 있다.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은 형식상으로는 에세이 형식의 후자와 가깝지만, 그 내용은 보다 깊고 철학적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고한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는 '연명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간호사 겸 간병 소통전문가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 후회 없는 죽음에 대해 평소에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연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연명치료라는 다소 모호한 치료의 기준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야기를 펼친다. 실제로 많은 경우 환자 본인의 의사 보다는 가족의 결정에 따라 치료가 행해진다. 가족이 보호자이기도 하고, 환자 본인은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데 매진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오는 문제, 즉 환자 본인의 생명권이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둘 것을 당부한다.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막상 하려니 너무 힘든 일이어서 왜 저자가 평소에 조금씩 해두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사실 죽음은 가장 고심해야 하는 문제이면서도 가장 직면하기 힘든 문제다. 지금 당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분명 이성적인 사고는 커녕 눈물만 펑펑 쏟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평소에 생각해둬야 하는 문제다. 아무 준비도 없이 누군가의, 혹은 나의 죽음이 가까이 온다면 눈물만 쏟다가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둬야 나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기에,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매일을 더 소중하게 보낼 수 있기에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라는 저자의 글에 읽을수록 공감이 갔다. 아마 이 조언이 그녀가 목격한 천 개의 죽음이 그녀에게 말해준 것들일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