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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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에 걸쳐 6권으로 이루어진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을 다 읽었다. 처음엔 시리즈를 다 읽겠다는 마음 없이 <마음>(나쓰메 소세키)과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를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일문학에 빠져 연달아 읽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문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제외하곤 전혀 읽지 않았는데, 어느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산소리>까지 완독했다. 이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연설은 일찍이 읽었다. 그 연설을 읽을 때 '참 예쁜 문장을 쓰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다소 어두운 주제들을 다루는 <산소리>에서 보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산소리>는 62세 노인 신고가 산이 울리는 소리를 '죽음의 소리'로 받아들이면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그린다. 친구들은 기괴하게 죽어가고, 참전 후 아들의 행실이 괴팍해지고, 사위가 마약에 취해 자살 소동을 벌이는 등 끊임없는 혼란이 신고 주변을 감싸고, 주변이 혼란해질수록 신고는 꿈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드러나는 신고의 욕망은 장이 거듭날수록 더 솔직해진다. 16개의 개별적이면서도 이어지는 단편들의 모음인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참 많은데, 내가 발견한 가장 주된 소재들은 해설에서도 지적되어 있듯 성(sexuality), 죽음, 그리고 꿈이다.

책 속에는 오묘한 여러 장면들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동경하던 여인이 죽자 마음에도 없는 그녀의 여동생과 결혼한 신고는 며느리 기쿠코에게서 처형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 대한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스스로가 시아버지임을 계속 상기시키며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려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욕망과 허무, 밝은 빛과 쓸쓸한 어둠의 상태를 오간다. 심리묘사가 아주 섬세해서 때로는 거북할 지경이었지만, 그만큼 정확한 감정들이 책 속을 휘감는다.

의도치 않게 <산소리>와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집을 동시에 읽었다. 전후의 기괴한 상황을 애매하다고 표현하며 솔직하게 그린 오에와 대조되게 그 기괴함 마저도 아름답게 풀어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들을 읽으며 계속 감탄했다. 사실 가와바타 야스나리 하면 대부분이 <설국>을 읽는데, 나는 이 시리즈 덕에 비교적 덜 유명한 <산소리>를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굳이 따지자면 시리즈 6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야스나리의 다른 작품들과 더 출간된다면 웅진일문학선집의 다음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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