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Philos Feminism 6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페미니즘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제 짧은 견식으로 ‘페미니즘’은 성(gender)에 따른 고정관념과 오해를 벗어나기 위한 사상적 체계와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수천년 동안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의 권리는 남성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야만적 상황에 놓여 있었고, 문명이 발달에 따른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페미니즘에는 얼마 되지도 않는 자신의 기득권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반대편 성의 감정적 반응에 의한 반동의 움직임이 당연하게도 따라붙습니다. 이에 대해 수전 팔루디는 반격 (백래시, backlash)라 명명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반동은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주제로 “Backlash(1991)”라는 책을 쓴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2017년에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황성원 譯, 손희정 解, 아르테, 2017)로 번역 출간된 작품입니다. 


최근 수전 팔루디의 새로운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손희정 譯, 아르테, 2020) (원제 : In the Darkroom, 2016)이 바로 그책입니다. 이 책은 수전 팔루디가 “거의 모른다고 해도 무방한”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은 저자의 아버지이자 한 때 스티븐이었던 스테파니입니다. 스테파니는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면서 70대의 나이에 본인의 성정체성을 바꾼 사람입니다. 스테파니는 “공격적인 마초맨을 가장”했던 덕에 가족과 사이가 소원해졌고 저자와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스테파니라는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아내고 딸인 저자에게 연락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새롭게 알게 된 여자로서의 아버지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여성성을 숨겨온 아들이고 남편이었으며, 헝가리인으로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으며 전문 사진작가로 살아오면서 숱하게 변화와 변신을 해온 아버지의 과거와 궁극적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 마침내 변신을 마무리한 아버지의 현재를 탐구하게 됩니다. 탐구가 끝나고 저자가 책의 초고를 마친 후 스테파니에게 보여줬을 때 스테파니는 “좋구나, 나보다 네가 내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것 같네”라는 말을 합니다. 수전은 자신의 아버지와 협업을 통해 화해의 과정을 거쳤고 그 말로 인해 비로소 화해에 이르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위험한 과학책 - 지구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허를 찌르는 일상 속 과학 원리들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질 때 우산이 낙하산 역할을 해줄까? 얼마나 빨리 달리면 물 위를 걷거나 뛸 수 있을까? 답은 알 수 없어도 이런 상상만으로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상상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위험한 과학책(랜들 먼로 著, 시공사)”이었습니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야구를 보면서 빠른 볼을 보면 광속구라고 하지만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무슨 파멸적인 상황이 벌어지는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점프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등 괴상하고 해괴한 상상에 대한 과학적 답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엉뚱한 상상은 단지 상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답변이 가능한 질문이었음을 깨달았죠. 그렇게 랜들 먼로는 저에게 유쾌하면서도 기발한 인사이트를 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 대한 후속작은 없을거라 지레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괴상하고 해괴한 질문은 “위험한 과학책”에서 모두 나와버려 더 이상 질문거리가 없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著, 시공사)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 후속작이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지도 좀 다르고 “더”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번역하신 분도 이강환 박사님으로 바뀌었네요. 그래요, 바로 후속작이 출간된거죠.

 괴상하고 해괴하지만 누구나 한번씩은 떠올려 봄직한 상상에 대한 과학적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전작 “What if”과는 다르게 “더 위험한 과학책”은  한번씩은 떠올려 봄직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네 맞습니다. 네, 이번 작품은 “How to”입니다. 성층권까지 뛰어오르는 법이라던가, 강물을 끓이는 방법, 우주의 끝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등을 말이지요.

오랜만에 만난 랜들 먼로는 역시 유쾌하면서도 괴상망측했습니다



Ps. 사실 “더 위험한 과학책”의 원제(How To: Absurd Scientific Advice for Common Real-World Problems)는 “위험한 과학책”의 원제(What If? Serious Scientific Answers to Absurd Hypothetical Questions)와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 위주의 전작과는 달리 기상천외한 방법에 대한 설명 위주라 후속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재미는 용호상박, 난형난제입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 달러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 경제의 작동원리
다르시니 데이비드 지음, 박선령 옮김 / 센시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학의 정의는 “경제 활동 및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입니다. 이 뜻을 더 정확히 알려면 경제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의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나 용역의 생산, 분배, 소비 등과 같은 행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현상을 뜻합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경제’는 학문으로 연구하기 매우 까다로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상호 작용하는 변수가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실제 삶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므로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의 실험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변수를 “무시” (통제가 아닌)함으로써 줄이고 이론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경제활동의 주체가 ‘인간’ 혹은 ‘인간의 집단’이다 보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하죠.) 이래서 많은 경제학 이론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도 못하구요.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경제학도 학문이다 보니 나름의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거시 경제의 틀로 가게 되면 이론 체계가 상당히 정확성을 가지게 됩니다. 즉, 경제학이 학문의 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에의 영향력도 실질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개인의 경제활동과 그 개인이 속한 지역, 국가의 경제활동이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르시나 데이비드 著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은 경제학 중 국제 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미국의 텍사스에서 출발한 1달러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다시 신흥 공업국인 나이지리아로, 원시와 첨단이 공존하는 인도로, 검은 황금이라 불리우는 석유의 이라크로, 합법과 탈법이 공존하는 러시아로, 포용주의를 실험하는 독일로, 세계 금융의 심장이라 불리우는 런던의 영국으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통해 경제학 이론, 국제 경제 질서의 역사, 각 지역별 경제 현실 등을 명쾌하면서 흥미로운 문장으로 설명해줍니다. 이 책의 원제(The Almighty Dollar: Follow the Incredible Journey of a Single Dollar to See How the Global Economy Really Works)처럼 기축 통화 중 가장 강력한 달러화를 통해, 그 흐름으로 세계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 소녀는 광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유사 과학을 맹신하는 어머니로 인해 16년 간 공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심지어 출생 등록도 되지 않은 상태로 학대와 방치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는 스스로 배움을 발견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게 됩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은 바로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다만, 이 책은 한 여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박사가 되었느냐 하는 성공담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습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역경이 있었고 그러한 역경의 극복에 그녀의 의지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음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타라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습니다만 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보호라는 미명 하에 과연 부모의 신념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백신 거부 운동같은 부모의 잘못된 신념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강요한 사례들도 함께 생각이 나더군요. 공교육, 정부, 의학 등을 불신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강요하여서는 안된다. 만약 강요한다면 그것을 광신, 맹신이라 부르고 부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람의 회고록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역사나 과학 서적을 한권 더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훌륭한 일을 해낸 인물의 성장이나 철학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모두에게 하나뿐이니 그 사람의 경험이 나에게 꼭 유효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소문보다 훨씬 대단한 책”이라는 빌 게이츠의 평가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Ps.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이 픽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배움의발견 #Educated #타라웨스트오버 #빌게이츠 #버락오바마 #열린책들 #문화충전 #서평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이디
코트니 서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세이디”의 저자인 코트니 서머스는 페미니즘적인 소재로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영어덜트 문학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 중의 한 명입니다. 첫 작품인 ‘Cracked Up to Be’부터 Cybils Award, OLA Forest of Reading Awards 등 수상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두번째 작품인 ‘Some Girls Are’ 역시 많은 수상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트니 서머스의 최신작인 “세이디 (원제 : Sadie)” 역시 Edgar Award, Audie Award, Odyssey Award, Cyblis Award 등의 많은 수상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자의 작품 중 “올 더 레이지(원제 : All the Rage, 미래인, 2015년)에 이어 한국에 소개된 두번째 작품입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두가지 관점의 서술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나는 웨스트 맥크레이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팟캐스트, 다른 하나는 바로 세이디의 시선입니다.

웨스트 맥크레이는 세이디의 발자취를 추적하여 그 결과로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세이디는 말을 더듬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려하지만 동생 매티의 복수를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파 몇번을 읽다가 쉬어야 하였지만 극중 사건의 현실성을 극도로 끌어올린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몰입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편 이 작품은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를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 제대로 된 장치로서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치 실제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읽는 내내 과연 매티가 윤리적으로 올바르며 제대로 된 언론인인가하는 의심도 꾸준히 들었습니다. 단순히 팟캐스트의 인기를 얻기 위해 범죄 피해자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 말이지요. 마지막까지 그런 의심은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는 어떻든간에 말이지요. 

안타까움과 의심의 감정을 안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좋은 소재와 훌륭한 이야기, 탁월한 작가를 알게되어 행운이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