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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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1955~)는 지금까지 1400만부 이상을 판매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에는 2010년 “빅픽처 (조동섭 譯, 밝은세상, 원제 : The Big Picture)”를 통해 비교적 늦게 소개되었습니다. 그후 줄곧 밝은세상 출판사를 통해 “위험한 관계 (공경희 譯, 원제 : A Special Relationship)”, “모멘트 (조동섭 譯, 원제 : The Moment)”, “행복의 추구(전 2권, 공경희 譯, 원제: The Pursuit of Happiness)”, “더 잡 (조동섭 譯, 원제 : The Job)”, “데드하트(조동섭 譯, 원제 : The Dead Heart )” 등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가 뜬금없이 동화책 하나를 출간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꼬마 뱀파이어”의 작가로 유명한 조안 스파르 (Joann Sfar)와 협업한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著, 조안 스파르 畵, 조동섭 譯, 밝은세상, 원제 : Aurore’s Amazing Adventures)”가 바로 그것입니다.


작 중 오로르는 햇살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어둠을 사라지게 하라는 마음을 담아 오로르의 아빠와 엄마가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작중에서 정말 마치 햇살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로르에게는 두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의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비한 능력입니다. (사실 작중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르의 능력을 알게되면서 비밀이 아니게 됩니다만) 또 하나는 바로 ‘힘든 세상’이라 칭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이상적인 ‘참깨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오로르는 엄마, 언니, 언니의 친구 루시와 함께 “괴물 나라”라는 테마 파크에서 놀다가 루시가 문제아 모임인 잔혹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도와주려고 하지만 루시는 갑자기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이에 경찰들과 많은 사람들이 루시를 찾으려고 하지만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다른 사람을 도우주고 싶은 오로르는 ‘참깨 세상’의 친구 오브와 함께 자신의 신비한 힘을 이용해 루시를 찾아나서는데…


오로르는 말을 하지 못하며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만,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볼 줄 아는 아이입니다. 사람 간의 서로 다름이 단점이나 서로의 장벽이 아니고 서로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것을 어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오로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름’에 대한 무지로 말미암아, 그 ‘다름’을 두려워하고 배척하려 합니다. 하지만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낼 수 있는 ‘오로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느낄 수만 있다면 오로르의 말과 행동을 통해 ‘다름’에 대한 관용과 포용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동화라 생각합니다. 


Ps. 더글라스 케네디는 비록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 많은 비판을 하는 작가로 현재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로르”의 원제가 Les Fabuleuses aventures d'Aurore이며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된 것은 최근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름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어려워하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더글라스케네디, #조안스파르, #오로르, #밝은세상, #어른을위한동화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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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쇼크 - 혼돈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사샤 로보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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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이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뱅뱅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없어 뱅뱅이라는브랜드가 사라졌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뱅뱅이 청바지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데서 나온 표현으로 스스로가 세상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딴지일보 춘심애비, http://www.ddanzi.com/ddanziNews/912258) 


사람은 스스로 겪고 느끼고 만져본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질서,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굳건하게 믿었던 현실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고 있죠. 어떤 것이 과연 진짜 현실이고 믿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준거 자체도 불분명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불편한 상태인데 이것은 아마 저만의 걱정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사샤 로보는 이를 “리얼리티 쇼크 (미래의창, 원제 : Realitätsschock)”라 명명하고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 혹은 희망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별안간 깨닫는 상황’이라 정의합니다. 이는 세상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왔을 때 느끼는 ‘실망’이나 ‘절망감’일 수도 있고 당혹스러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판을 치는 가짜뉴스, 노동 시장을 뒤흔들 AI, 세계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는 중국, 6번째 멸종으로 다가가고 있는 인류의 생활습관, 포용과 관용에 대한 인류의 깨달음은 점점 사라져 가고 혐오만 가득 차 버린 세상, 민주주의의 빈틈을 타고 득세하고 있는 극우 세력 등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된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죠. 우리는 대부분의 이 새로운 세상에 대해 ‘희미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리얼리티 쇼크”에서 10가지의 주제를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진실이 무너지는 현실 붕괴의 원인과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를 이해하고 ‘긍정의 영역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상만 난무하면서 원인과 대책은 사라져버리면서 ‘리얼리티 쇼크’를 일으키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주제와 비슷한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만의 현상인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리얼리티 쇼크’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나침반 삼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지 조금이나마 그 가닥을 잡을 수 있는 독서 경험이 되었습니다.


#리얼리티쇼크, #사샤로보, #미래의창, #강희진,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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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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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신간 목록을 보고 있으면 유독 눈에 띄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입니다. 올해에도 벌써 4 종(복간 포함)의 신간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더군요.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다작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수상 경력이나 영상화 목록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다작 작가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스테리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해당 영역 안에서만 인정을 받는 작가는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양윤옥 譯, 현대문학)"의 경우 미스테리 소설의 장르적 장치를 활용하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미스테리 장르는 아니며 굳이 따지자면 시간 여행물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도키오(오근영 譯, 창해)", "미등록자 (민경욱 譯, 비채)", "패러독스 13(이혁재 譯, 재인)" 등을 보면 아예 본격적으로 SF적 장치를 활용한 작품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도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과 같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역시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작가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고 읽어 왔지만 (그래봐야 전체 작품의 1%도 못 읽은 것 같은은 이 느낌은 뭘까요? 출간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답니다.) “유성의 인연 (양윤옥 譯, 현대문학)”은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다 이번에 출간된 개정판을 통해 만나볼 기회가 되었습니다.이 작품은 본격적인 미스터리 장르인데 굳이 따지자면 하이스트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리아케 식당의 삼남매인 고이치, 다이스케, 시즈나가 페르세우스 유성군의 별똥별을 보기 위해 새벽 몰래 외출한 사이 부모님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이스케가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목격하고 몽타쥬까지 나오지만 이외의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사건은 미궁의 막다른 곳에 빠지게 되며 공소시효가 점점 다가오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된 삼남매 중 둘째인 다이스케가 그날 밤 목격했던 그 사람을 다시 발견하고 삼남매는 부모의 복수를 위해 증거 조작을 통해 경찰의 수사 방향을 유도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리아케 삼남매는 유성으로 이어진 인연의 끈을 믿으며 서로 힘을 합쳐 복수를 하는 이야기로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문체로 인해 매우 따뜻하면서도 쉽게 읽힙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물론 처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입문하려는 분들 역시 만족스러운 독서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PS. 가가 형사의 이름이 나와 반가움이 UP! 



#히가시노게이고, #베스트셀러, #유성의인연, #일본소설, #현대문학, #양윤옥,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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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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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만 무려 7번이 이루어졌으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특히 2019년 배우로서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1983~)에 의해 다시 한번 영화로 만들어져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로, 드라마로, 애니메이션으로 한번씩은 봤을 법한 그 작품, 바로 루이자 메이 올컷 (Louisa May Alcott)의 "작은 아씨들(강미경 譯, RHK, 원제 : Little Women)"입니다. 


사실 “작은 아씨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다 고전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된 적도 매우 많습니다. 시중의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면 엄청난 숫자의 “작은 아씨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작은 아씨들”은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판된 버전인데 크게 3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1868년 오리지날 초판본 표지를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오리지날 표지라고 해서 받아보니 폰트가 폰트가 현대적이면서 너무 예뻐서 설마하고 구글 검색을 해봤는데 초판본 표지와 동일하더군요. 

 


두번째로 삽화 대신 영화의 스틸컷을 활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워낙 아름다운 배우분들이라 삽화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그리고 나중에 영화를 보면 원작의 해당 장면이 떠오를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1, 2부 완역본이라는 것입니다. 1부는 1868년에, 2부는 좋은 아내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1869년에 출간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1부의 내용까지만 감상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아무래도 네 자매가 성장하여 어른으로서의 고민을 다룬 2부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나 문학선집에 포함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동안 소녀들의 성장기인 1부 정도만 다룬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번에 출판된 버전은 1,2부를 완역하여 한권으로 출판해주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1, 2부 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4부까지 완역된 버전도 존재하더군요.) 



 이 작품이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초판이 1868년입니다. 한반도에서는고종이 즉위한 지 5년째 되는 해이며 독일 상인 오페르트의 도굴 사건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그대로 글로 옮긴 듯한 인물에 대한 묘사의 기여가 가장 클 것입니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등 사랑스런 네 자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전형적인 소설 속의 케릭터가 아니라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또 하나는 작품 전반적으로 흐르는 따뜻함입니다. 작중 배경은 남북전쟁 중이라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지만 “가족”과 “인간 중심’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네 자매의 이야기를 밝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가치관이 깊이 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작은 아씨들 밖에 읽은 바 없어 추측만 할 뿐입니다.)

최근 코로나 19 감염증으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의외의 소득이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역시 같은 이유로 최근 영화관을 못가서 아직 “작은 아씨들 (2019)”를 보지는 못했는데 좀 잠잠해지면 와이프랑 같이 영화를 보면서 원작과 비교도 해봐야겠어요. 



#작은아씨들, #영화원작소설, #그레타거윅, #클래식소설, #루이자메이올컷, #착한부인들, #강미경, #RHK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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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오류 - 데이터, 증거, 이론의 구조를 파헤친 사회학 거장의 탐구 보고서
하워드 S. 베커 지음, 서정아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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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은 변수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통제가 불가능한 문제가 있어 실험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보니 통계라는 방법론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모델링에 필요한 변수의 통제 및 관리, 분석 및 해석에 있어 주관이나 편견이 개입하게 될 개연성이 많습니다. 또한 사회 현상의 증거를 판단할 때에도 역시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학의 이론 중 “낙인이론(Label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일탈 행위를 사회 병리적 현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내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규정하고 인식하는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하워드 S. 베커 (Howard S. Becker, 1921~)에 의해 주창된 이론입니다. 그는 일탈, 예술 같은 상징적 상호작용과 관련한 사회학 연구에 지대한 업적을 세운 사회학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노학자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70여년에 가까운 연구 생활을 집대성한 저작이 바로 “증거의 오류 (서정아 譯, 책세상, 원제 : Evidence)”입니다.


이 책에서 하워드 S. 베커는 많은 사회학자들이 이론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를 증거로 아이디어 혹은 개념을 발전시킴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의 연결고리는 추론에 기반하므로 그 추론이 합리성, 타당성, 보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반드시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층과 문화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주장을 하려던 월린과 월도의 연구를 그 사례로 들고 있는데 사회과학에서 주된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설문의 문항이 치밀하지 못하고 엉성하여 주장을 위한 추론의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또한 저자는 미국에서 사회적 고립의 심화를 다룬 로버트 퍼트넘의 연구를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오류로 예를 들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과거에 비해 중대사를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축소를 증명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면담자 중 일부의 면담 시간을 줄이려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물로 결국 사회적 고립은 가공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국가적 담론으로까지 부각된 연구였음을 감안하면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오류가 단순히 연구의 오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소위 과학적 방법론이라 일컬어지는 데이터와 증거에 의해 사회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에서도 인간의 주관에 의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을 수 있으며, 비단 연구자 뿐 아니라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각종 연구에는 연구자의 편견과 주관이 개입할 수 밖에 없으므로 언제나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스스로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통찰을 한 학자의 혜안을 통해 배웠습니다.  


#증거의오류, #하워드베커. #책세상, #서정아, #사회학, #데이터의구조, #증거의구조, #이론의구조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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