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 - 융 심리학에서 발견한 오래된 나로부터의 자유
제임스 홀리스 지음, 이정란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_제임스홀리스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게 되는 건가..<코로나19>로 <팬데믹 시대>가 온 지금 전 세계가 위기에 치닫고 있다.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한국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감염자들이 해외와 비교하여 적지만 해외 여러 나라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씩 환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질병을 정복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대가 나은 또 다른 고통은 바로 외로움인 것 같다. 시대는 결국 경제적 위기 상황까지 불러오게 되었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버렸다. 특히 자영업 쪽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수개월 째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희망이란 것이 나에게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알고는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부지런히 계획을 세워 나태해지지 않는 마음을 가지며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나도 사람이라 그런 정신을 항상 유지할 수가 없다. 기분이 안 좋게 가라앉고 급기야 우울감까지 생겼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사회를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융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21가지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1일 1단락을 권유하고 있지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부분을 골라서 읽었다. 목차에 <영성>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인문학, 철학, 심리학 책이면서도 영성적인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영성:

인간의 삶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부분이며 진정한 자기 초월을 향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역동성을 통합하려는 고귀하고 높고 선한 것을 추구하는 삶의 실제. 출처. 네이버 사전.

이 책은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융 심리학에서 어떤 깨달음을 알려주고 있고 책을 읽는 독자, 즉 나로부터의 자유를 알려주는 것 같다.

사실 처음 읽을 땐 후회했다. 지나치게 관념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딱 철학 학술지를 읽는 기분이어서 대략적인 것만 훑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른 단락을 읽을 땐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내 주관적인 생각과 비교하며 살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공감이 되는 것들이 있었다.

모든 피조물은 한 가지 같은 일을 한다.

각자 내면에 거주하는 제 존재를 밖으로 내보낸다.

자기 스스로를 발현한다. 그것이 '나'라고 명시한다.

'내가 하는 것이 나이며, 그 때문에 내가 왔다'라고 외친다.

-예수회 신부 <제라드 맨리 홉킨스> - p145. 10장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여기서 내가 공감했던 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돈, 명예, 권력이 목적이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가 이유이고 목적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논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게 들리겠지만 의미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면 겸허해지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 그 자체가 의미라는 것 같다. 좋은 뜻이다.

p146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라는 외침은 과잉보상도, 필사적 행동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겸허한 행동이다.

어떤 이들은 지성이나 소질, 온갖 종류의 성취라는 재능을 통해 외부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한다. 15분 동안의 유명세가 필요한 이 세상은 애초부터 자신만의 가치를 타고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세상을 위해 우리가 타고난 재능은 집단 전체를 위해 조그마한 조각을 더하는 모든 순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p125

9장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살면서 어려운 선택을 마주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실용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선택이 나를 확장시킬까 아니면 축소시킬까?"

이 질문을 던지는 즉시, 우리는 그 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만약 그 답이 즉시 떠오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이 질문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은 꿈의 이미지를 통해 보이거나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인지하게 되거나 자아가 생각을 교란시키는 일에 무방비 상태가 될 때 갑자기 통찰력이 생기는 식으로 언젠가 나타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마침내 답을 얻는다. 우리는 부나 권력, 명성, 타인의 칭찬을 위한 길이 아니라 확장의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영혼이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작은 것을 선택하면 커다란 길을 향해 나아갈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가 작고 줄어든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문장 자체는 이해가 되었으나 그로부터 내가 깨달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내가 선택한 길을 저 문장에 대입했을 땐 확장이라는 것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배움에 대한 객관적인 목적성이 생기면 (음악이나 공학, 요리 등 ) 어느 순간 '그렇다면?'이라는 내면적인 의심이 생겨서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몇 번을 읽어 보아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그만큼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깨달아지는 것들이었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통찰들이기에 진지하게 읽어 볼 만한 가치 있는 글들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내 인생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나보다 더 능력이 좋다거나 나은 인생을 사는 다른 이의 인생을 자신의 것과 비교해서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사람의 인생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인생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중요한 것이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의미는 '나' 인 것 같다. 사실 나조차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인 위치를 의식하며 능동적이지 못한 인생을 살아온 듯했다. 분명히 원하는 인생은 있지만 자존감 너무나 낮아서 늘 자괴감에 빠지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그런 나 자신을 의식은 했기에 이런 소중한 책과 인연이 닿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 이 책을 참고할 생각이며 밝은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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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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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_양상규

사실 서점이란 것이 거의 사라져가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백화점 한 곳에 대형서점이 있을 뿐 나머지는 중고 서점 한두 군데였고 대형 마트에서조차도 서점이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갔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는 게 가격이 저렴했고, 굳이 서점을 찾아가는 수고도 덜 수 있으며 혹여 재고가 없으면 헛걸음을 하는 불쌍 사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서 어서>라는 책을 보게 되면서 생각이 좀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동네 서점들이 변화된 형태로 생겨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습니다. 그중 가장 특별해 보였던 <어서 어서>라는 서점은 일단 친숙하면서도 인간미가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서점의 사장인 <양승규> 작가가 서점을 창업하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책 안에 있었습니다. 그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 건 열정과 끈기 그리고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를 두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탐구와 개발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비단 서점 창업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건 대충대충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과 일반적인 사업 방식을 고수하면 결국 다 무너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한 마인드는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참 궁금했지만 책 속에서 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하면서도 친근하며 차별화되는 매력. <어서 어서> 서점은 표준적인 레이저 빔건을 통한 바코드 인식 계산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고수했습니다. 그것은 작가만의 이유 있는 고집이었으며 상업화, 기계화 된 현대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미를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직접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계산을 하거나 카드까지도 가능하지만 책에 대한 가격 확인 작업 없이도 바로 그것을 구두로 알려주는 것. 그리고 직원 없이도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는 것과 업무 시간 틈틈이 독서를 하며 고객들의 취향과 니즈를 공감하고 트렌드에 발 빠르게 맞춰나가는 감각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어서 어서> 만의 독자적인 것인 <읽는 약> 봉투는 특이하면서도 다른 서점들과 구분되는 그곳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물론 책을 구입하는 고객에 한해서 하나씩 주었습니다. 그 봉투에 양승규 사장이 직접 책을 받는 고객의 이름을 물어보며 손글씨로 적어주는 정감 있는 모습도 뭔가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객 한 명당 하나로 지급되는 책갈피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기념으로 찍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매력이 있었던 건 소담한 <어서 어서> 서점의 인테리어였습니다. 작가가 그곳을 전기 작업을 제외한 대부분을 직접 다 철거를 하고 세팅을 하는 작업했다고 했습니다. 복고적인 분위기를 위해 곳곳을 다니며 얻은 오래된 가구들 그리고 서적의 위치에 따라 같이 변화를 줄 수 있는 레일식 조명들, <어서 어서> 서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게 앞에 있는 정류장 벤치는 정말 옛 감성을 부르는 아름다움과 특별함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결국은 돈을 들여 작업 의뢰를 했습니다. 그 열정은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거기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건강의 상징이며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저자의 체력 또한 아마도 그런 활동을 통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승규> 작가는 본래 서점 이전에 <은하수 식당> 체인점 열어 장사를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전엔 댄스 강사도 했고 새마을 금고 직원이었으며 대기업 협력업체의 직원도 했습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었을 것이었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추진력과 실천력을 발휘한 행동이 참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신의 한 수인지 모르겠지만 황리 단결이 관광객과 여행객들의 진정한 핫플레이스가 되기까지 함께했던 <어서 어서>는 이제 2호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현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지금도 그의 인생은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네 서점이 점점 생겨나는 변화는 참 좋은 것 같지만 잘 되다가도 결국 사라지는 서점도 많다고 합니다. 어쩌면 서점이 생겨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거기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좋은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심미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예술적인 공간과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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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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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 기울어진 의자_ 이 다루

<이다루>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는 <관계>였습니다. 제가 소개 글을 정확히 읽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처음은 남녀 간의 연애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책장을 넘겨가며 점점 예상과는 달라져가는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은 했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소소하게 나누어진 각 이야기의 단락들을 보며 어쩌면 이것들이 <이다루> 작가님의 실재적인 이야기이고 수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한 여자가 살아오고 있는 인생의 한 단편을 제가 바라보며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훌륭한 엄마로서 그리고 사랑으로 엮여있는 남편의 아내이며 하나의 아름답고 싶은 여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부모의 입장에 있지는 않아서 그저 철없던 아이 시절부터의 추억들만 가지고 있었기에 엄마로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점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어떤 걸 잊고만 살아왔습니다. 문득 가까이 계시는 엄마에게 다시 한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서 저의 그 시절이 이 책의 내용과 평행한 듯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고 잊고 있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신기한 체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책의 힘이 새삼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과 거기서 깨우치는 인생의 교훈들은 삶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교훈을 던져주는 것 같았으며 인간의 실존을 좇는 건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이 다루 작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감성적인 해석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생생히 영상화되고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미적인 갈망을 여행을 통해 풀어내는 감각적인 시선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다 깊게 이 책에 빠져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담담해진 마음은 이내 편안해짐을 느꼈네요. <기울어진 의자>는 그렇게 제 마음에 문학적 아름다움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p85 때가 되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발을 구르지 않아도 숨을 쉬는 한, 성장이 계속되고 삶은 계속되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데에 굳이 때를 정하고 선을 긋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삶의 바다로 자연히 흘러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누가 먼저 바다로 향하는 물살을 탄 것이 결코 대단한 일은 아니다.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큰 바다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p85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학생이 된 아이의 역할만 존재할 뿐, 부모는 아이에게서 한발 물러나 있어야 했다. 자식의 입학은 더 이상 부모가 아이의 몫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의 시작점이었다.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역할인 것만 같았다. 그래선지 입학식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p191

"인생이 왜 마흔부터인지 알아? 엄마가 애 낳고 학교에 갈 나이까지 키우면 그 정도 나 이거든. 진짜 여자 인생이 시작되는 거지.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꿈을 펼칠 수 있는 황홀한 기회야."

p198

일상적인 삶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었다. 관성에 묶이면 어떤 멈춤도 용납되지 않았다. 멈추는 것은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일상을 파고드는 관성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가끔씩 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p207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네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가까이서 얽히고 어우러지면서 관계 역시 촘촘하게 맺어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고귀하게 빛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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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수염은 없다
정진영 지음 / 우주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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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 <여자를 위한 수염은 없다>_ 정진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었던 것일까, 싶기도 했다. 상처받는 인생, 성차별되는 현실, 남성들로부터의 은근히 피해 받는 성추행에서 더 나아가 잠재적 성범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느꼈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의 치안을 자랑하는 한국에서조차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여성들이 성적으로 피해 받는 상황들이 흔히 있다는 걸 알았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되어야 했다. 다행스러운 건 범국민적인 여성인권에 대한 재조명 효과로 미약하게나마 달라진 사회적 인식이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으로 성차별받고 피해 받아야 했던 세월들이 그나마 나아졌다. 서로가 뜻을 맞추어 이해하며 평등하게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 편에도 치우칠 생각은 없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는 지금이 참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진심 어린 글에 공감이 되었고 한편으론 그런 안 좋은 일로부터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며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물론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내기까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시간이 흘렀고 깊은 고민 끝에 당당하게 세상에 내놓은 것은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했다. 작가님이 겪었던 이야기는 단순히 지어낸 것이 아닌 현실적인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었기 때문에 더 처절하게 느껴져서 진심으로 공감되고 슬픔이 느껴졌으며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당당하게 크게 소리치며 세상에 맞서는 모습은 나도 같은 편이 되어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텐데. 여성을 위한 정의란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것일까 싶었다. 오늘의 독서로 나 또한 변화된 마음으로 여성으로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 문제를 다시 한번 깨닫고 성적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p46

피해의 경중을 내가 멋대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지를 자주 생각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피해의 정도가 크든 작든,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부디 나와 같은 자책과 자기 의심으로 소중한 당신의 감정과 하루하루를 어둡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p53

어린이는 단순하다. 필터링이 없다. 기분이 좋은 면 좋은 것을 표현하고 나쁘면 나쁘다고 한다. 거짓말에 능수능란하지도 않고 작용 반작용이 확실한 편이다. 잘 해주고 예쁘다고 해주는 아저씨들을 당연히 나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게 친근한 사람을 굳이 멀리해야 할 이유를 생각할 만큼 복잡하지 않았으니까. 혹시라도 누군가 그런 단순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용하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머리에 남기고, 언젠가 당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p66

"싫어"는 결코 "좋아"의 선행 대사가 아니다. 싫다면 싫은 거고 원하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것이다. 짧은 치마, 야한 속옷, 평소 행실 등을 토대로 누군가를 멋대로 규정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 그런 이상한 착각에서 발생한다.

p71

상사가 부하직원의 여가 생활에 참견할 수 없고, 친구가 나의 연인 관계에 들어올 수 없듯이 연인이라고 해서 상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이용할 순 없다. 어떤 관계든 합의되지 않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 그걸 넘는 건 칭찬받고 인정받을 일이 아니라 그냥 무례한 것이다. 나는 누군가 정복해야 하는 대상도, 누군가의 트로피도 아니다.

p123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이 누구든, 어떤 성별이든 당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p142

남편은 날 사랑하고, 내가 독박 살림, 독박 육아를 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원하지 않는 이상 가사를 전담시킬 생각이 없다. 또한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없을 때도 밥과 과일을 잘 챙겨 먹길 바라고, 칼을 못 다뤄서 요리하다 손을 다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디 나가서" 살림은 아내가 하는 게 당연하지"라며 바보처럼 으스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의 상황에 맞게 배려하고 조율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살림은 내 몫이 아니다. 남편과 내가 함께 할 일이다.

p145

내가 헌팅 남에게 번호를 주지 않는 이유는 내게 애인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애인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이다.

#"얘 남자친구 있어요."라는 친구의 말이 남자의 부속물 취급을 당한 느낌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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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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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아이퍽10 >_빅토르 펠레빈

하아.. 이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악몽을 떠올리는 듯한 난해함으로 제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네요. 사실 출판사 소개 글을 읽었을 땐 SF 소설에 형사의 수사가 가미된 복합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SF 추리소설에 철학적인 의미가 있는 책으로 생각했어요. 거기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에 선입견이 가미되어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웅장하고도 깊은 대서사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SF 장르여서 로봇이나 우주선 등이 등장하는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기도 했죠. 하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첫 장에 (프롤로그로 보인) 이 책의 주인공인 포르 비치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경찰이면서 범죄 소설 작가인 그가 인간과 어떻게 소설이 달리 쓰이는지 알려주고 있고 인공지능 기기가 총 5가지가 있는데 이를 PH 1에서 PH5까지 나누고 있습니다. 여기부터도 난해하여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미래 세계의 한 모습이다."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다음 장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문장의 표현과 쓰인 단어들이 이해가 힘들었습니다. <주석>이 필요했지만 거의 없었으며 상징적인 의미의 문장들에 대해 의미 파악이 어려워서 가독성이 굉장히 떨어졌습니다. p30까지 사건 전개는 <포르 비치>가 <마라>라는 미술비평가의 의뢰를 받고 제품으로 선택되어 그녀의 집으로 가는 것인데.<마라>라는 여자의 이름은 본명이고 <마루하 초>라는 필명을 쓰나 봅니다. 거기다 고환이 달린 여자라고 등장인물 설명을 해놓았는데 실상은 신체가 그리된 건 아니고 남성호르몬을 투여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단순한 상황이 끝나기까지 배경 묘사가 너무 장황했고 이해할 수 없는 기술로 <마라>의 집의 네트워크 잠금이 안 되어 있는 걸 알고 해킹을 하여 그녀의 집을 염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더군다나 포르 비치는 인조인간이었지만(책의 내용에는 인조인간이라기 보다 고차원적인 다른 의미로 언급) 경찰의 신분이었기에 이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개연성이 없어 보였지만.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임을 감안하여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음은 그들이 직업적인 관계에서 갑자기 반말을 하며 친구처럼 되어버렸고 이해하지 못할 미술에 관한 것과 역사를 논하는 대화에서 (석고 시대 얘기를 포함) 저는 두 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결국 책의 끝에 있는 역자 후기를 읽었습니다. 일단 번역가님은 이 소설을 오래된 일본 애니메이션인 <은하철도 999>로 빗대어 표현하며 신개념 소설임을 얘기하셨고, 내용적으로 난해한 소설이라 번역을 하여도 완전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낀 점은 이 소설을 억지로 읽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해되지 못한 채로 계속 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글의 처음에도 언급했다시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을 때처럼 난해함이 있어서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추후 다시 이 책에 대해 알아본 뒤 제대로 읽어 볼 생각입니다. 다른 독자분들에겐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궁금하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이 작품은 훌륭함이 있다고 하는데 한. 러 30주년 수교 기념으로 번역된 책인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저에게는 참 이해되기 어려운 책으로 다가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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