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0살 할머니
이인 지음 / 향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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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나의 200살 할머니_이인_향기책방

공교롭게도 나는 친가와 외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그리 많지 않다. 멀리 떨어져 지낸 이유가 컸고, 대화 자체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다. 나이가 좀 들어 보니 이제야 아쉬운 마음이 든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고, 할머니의 추억도 더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친가 할머니에 대한 소소한 추억은 있다. 작은 동산에 올라 산나물을 함께 캐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다. 《나의 200살 할머니》는 그런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인 작가는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인문학 강연과 글쓰기 강의를 하며 다양한 책을 집필했다. 표지 그림은 마치 오래된 기억 속에서 꺼내온 한 장의 사진처럼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기운을 담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세월의 무게와 삶의 깊이를 더 강하게 전해준다. 마치 오랜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할머니의 흔적이 스며 있는 듯하다. 미소 속에서 고요한 침묵을 느끼며 나의 할머니를 또 떠올려 본다.

출산율이 저조한 시대에, 안 그래도 떨어져 사는 손주와 할머니가 과연 깊은 감정을 나누며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소중한 할머니와의 추억을 느껴볼 수 있는 따스함을 담고 있다. 노년의 삶에 대한 성찰과 가족애, 돌봄의 의미, 그리움과 기억의 힘이 느껴졌으며, 떠난 가족을 기억하는 할머니는 슬픔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음을 전한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두려움과 무서움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그런 감정에 치우칠 필요 없이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200살’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삶이 길어질수록 추억이 쌓인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의 죽음을 겪으며 상실과 홀로 남은 고독을 안게 되는 양면적 심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메시지를 통해 인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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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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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유비쿼터스_스즈키 고지_현대문학

이제는 명실상부 고전 소설 하면 떠오르는 대표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놀라운 공포 소설의 번역본이 나왔다. 제목은 《유비쿼터스》다. 뜻은 ‘어디에나 있다’, 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이라는 의미로, 주로 기술 분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 《링》 하면 떠오르는 작가 스즈키 고지가 무려 16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다. ‘호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한마디로 제왕의 귀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아는 한국 독자들은 아마도 큰 기대를 했을 것 같다.

작가는 1957년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태어나 게이오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낙원》으로 제2회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어 1991년에 발표한 《링》이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96년 발표한 후속작 《나선》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유비쿼터스》의 표지는 차갑고 낯선 기운을 품고 있다. 어두운 바탕 위에 번져 나가는 푸른 빛과 얼음 같은 질감은 마치 독자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단단하면서도 차갑게 빛나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처연함이 느껴진다. 마치 문명과 자연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암시하는 듯했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 느껴진 것은 단순히 공포 소설의 미학적 매력보다는 미스터리의 점층적 전개에 집중하게 된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소설에 익숙해진 까닭에 왜 악당이 바로 등장하지 않고 사건이 곧바로 벌어지지 않는지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처럼 여겨졌다. 1950년대 남극 탐사의 연구 결과물을 일본으로 옮기는 과정을 배경으로 그리며 시작되는 부분은 소설이 보여주는 배경적 스케일의 크기를 느끼게 했다. 이후 이어지는 실종 인물을 찾는 여정과 사이비 종교단체에 연루되는 상황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작가적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비쿼터스》는 초반 화력이 크지 않아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링》의 시각적 충격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독자에게 암묵적으로 던지는 ‘공포의 근원에 대한 인류의 물음’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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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 - 108개의 짧으나 깊은 이야기와 60개의 가슴에 새겨지는 말들
김정빈 지음 / 새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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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_김정빈_새로

특이한 책이 나왔다. 페이지도 없고 목차도 없는 책이다. 분량은 약 132쪽인데, 저자는 페이지와 목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것 같다. 사실 이런 책은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도 좋고, 필요할 때 운세를 보듯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으면 된다. 그때의 내 감정과 기막히게 어울렸을 때 느끼는 희열은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에 간이 북스탠드까지 붙여 주었는데, 그 점도 놀라웠다. 다만 책 자체가 가벼워서 북스탠드를 크게 쓸 일은 없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인상 깊었던 페이지를 고정해 펼쳐 놓는 용도로 쓰면 되겠다.

그렇다면 저자 김정빈은 누구일까. 그는 《현대문학》에 수필이 추천되고,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으며, 《계몽사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83년에 출간한 소설 《단》은 다음 해에 12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100만 부가 판매되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과 중국, 대만에서 번역·출간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강의자로서도 활약 중이다.

이 책의 외관은 단순히 ‘표지’라기보다 하나의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얇고 가벼운 두께 속에 담긴 132쪽은 손에 쥐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작은 노트처럼 친근하다. 표지는 군더더기 없는 블랙 컬러 디자인으로, 제목이 또렷하게 드러나면서도 여백의 미를 살렸다.

각박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면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벌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지 않은가. 독서라는 것은 어찌 보면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처럼 보일 수 있으나, 마음의 양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분량이 짧기 때문에 금방 읽고 철학적 성찰에 이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인 작가나 성인들의 말씀을 적어 두고 저자의 생각을 담아 마음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휴식 시간에 읽어도 좋고, 방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펼쳐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며, 앞으로도 2권, 3권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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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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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암세포의 진화_아테나 액티비스_열린책들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서 치료를 위해 갈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도 안다. 불과 1년 전, 어머니께서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나는 허용된 면회 시간에 잠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다른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을 보며 놀랐다. 의식이 없는 사람,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인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오는 상황, 긴장감을 주는 신호음은 그곳의 분위기가 얼마나 긴박하면서도 침체되어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암이 완벽히 치료되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암은 누구든 걸릴 수 있으며, 병이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신체 장기의 기능을 잃게 하여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특히 연명치료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더 이상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다.

이 책은 암세포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을 다룬 책이 아니다. 암의 기원에서부터 진화 과정을 심리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저자가 풀어낸다. 그래서 독자가 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가독성 좋은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인 아테나 액티피스는 암에 이르는 체계의 협력을 연구하는 암 생물학자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생태학과 진화 생물학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그는 암의 이중적 성질을 잘 이해하는 것이 암 예방과 더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며, 우리만 암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래서 암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존재하기 전, 단세포 생물이 번성하던 10억 년 동안은 암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세포 생물이 등장하면서 암이 나타났으며, 암은 다세포 생명체가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력 붕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유일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군집이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하나처럼 행동하도록 발전해 왔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암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루에도 암세포는 태어나고 사라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암세포를 제어하고 정상 세포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저자의 주관적 견해로 알려준다. 암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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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괴담
오카자키 하야토 지음, 민경욱 옮김 / 팩토리나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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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서점 괴담_오카자키 하야토_팩토리 나인

일본은 이런 류의 메타 호러 장르가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느낌이며, 문화적·정서적 이유로 집중하며 읽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메타 호러 장르라 함은 괴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일상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미쓰다 신조와 오카자키 하야토가 대표적이며, 이들의 작품을 즐기는 독자층이 꽤 존재한다. 사실 국내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재미있게 읽히고 있는 듯하다. 물론 아직까지 장르물이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못하고, 웹 소설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장르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글에서 본 흥미로운 점은 일본 독자는 괴담을 ‘즐기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 독자는 아직 ‘특별한 취향’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오카자키 하야토는 일본의 호러 소설가로, 2006년 스무 살 나이에 《소녀는 춤추는 어두운 뱃속에서 춤춘다》로 제34회 메피스토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러나 이후 18년간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가 2024년 《그래서 킬러는 소설을 쓸 수 없어》로 복귀를 알렸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공모전 수상 기회가 많을 텐데, 18년 동안 문학적으로 침묵했던 슬럼프를 벗어나 장편 소설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중할 만하다. 물론 그의 작품이 현재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모큐멘터리 장르를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작가 특유의 매력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요즘 SNS에서 논란이 된 ‘서점에서 이성의 번호를 따는 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문학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한편, 소설적으로 괴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은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준다. 서점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기묘한 현상을 기록하는 작가, 그리고 관련된 이야기의 진실과 허구를 오가며 실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이런 것이 바로 메타 호러 소설이다.

물론 이런 소재가 한국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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