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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ure - 지우지 않은 사람들
백인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 Endure: 지우지 않은 사람들_박인희_지식과 감성
백인희 작가는 낡은 기억의 틈에서 누군가의 침묵 속에 머무르며 조용히 말을 건네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 공식적인 이력은 없었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소설책의 표지 디자인이 아이보리 색 배경에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아서 마치 정식 출간되기 전의 가제본처럼 보였다. 아마도 작가와 편집진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영어 단어 ‘Endure(앤듀어)’는 간단히 말하면 견디다, 참다, 지속되다,라는 뜻이다. 어려움이나 고통을 오래 버티는 상황, 또는 어떤 것이 오래 살아남아 계속 존재하는 상황을 표현한다.
2045년, 기억을 정제하거나 삭제하는 기술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25세가 되면 자신의 기억을 지울지, 보전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관리하는 기업이 ‘Re:MEM’이었고 창립 멤버로 소연이라는 54세의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소연의 딸이자 기억 재활 간호사인 세현은 자기 기억을 보존하기로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가 갑작스러운 공포를 느끼게 되어 트라우마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소연의 창립 동료인 유현과 준혁은 자신들이 추전하던 기억 보존 사업이 성공하게 되지만 정치인들과 기업인의 음모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처음엔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인 줄 알으나 메디컬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가 뒤섞인 혼합 장르였다.
사실 기억을 소재로 하는 SF 장르는 소설로 쓰기가 까다롭지만 초반에 세계관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읽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기에 감안하며 읽었다.
현대 정신 의학에서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증상이었다. 반복적인 사건 회상, 회피, 과도한 경계심, 우울감 등이 주요 증상인데 기억이란 것을 지우고 따로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치료 효과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 보존 사업의 치명적인 오점이 이 소설에 잘 드러났다. 결국은 사업이라는 것도 돈을 잘 벌어야 회사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을 방해하는 정재계 인물들과의 갈등 상황을 잘 엮어내어 흥미롭게 풀어낸 점이 매력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까다로울 수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가 SF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을 통해 기억의 보전과 살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백인희 작가의 행보가 기대되며 다음 작품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