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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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 기울어진 의자_ 이 다루

<이다루>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는 <관계>였습니다. 제가 소개 글을 정확히 읽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처음은 남녀 간의 연애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책장을 넘겨가며 점점 예상과는 달라져가는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은 했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소소하게 나누어진 각 이야기의 단락들을 보며 어쩌면 이것들이 <이다루> 작가님의 실재적인 이야기이고 수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한 여자가 살아오고 있는 인생의 한 단편을 제가 바라보며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훌륭한 엄마로서 그리고 사랑으로 엮여있는 남편의 아내이며 하나의 아름답고 싶은 여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부모의 입장에 있지는 않아서 그저 철없던 아이 시절부터의 추억들만 가지고 있었기에 엄마로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점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어떤 걸 잊고만 살아왔습니다. 문득 가까이 계시는 엄마에게 다시 한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서 저의 그 시절이 이 책의 내용과 평행한 듯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고 잊고 있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신기한 체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책의 힘이 새삼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과 거기서 깨우치는 인생의 교훈들은 삶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교훈을 던져주는 것 같았으며 인간의 실존을 좇는 건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이 다루 작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감성적인 해석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생생히 영상화되고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미적인 갈망을 여행을 통해 풀어내는 감각적인 시선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다 깊게 이 책에 빠져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담담해진 마음은 이내 편안해짐을 느꼈네요. <기울어진 의자>는 그렇게 제 마음에 문학적 아름다움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p85 때가 되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발을 구르지 않아도 숨을 쉬는 한, 성장이 계속되고 삶은 계속되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데에 굳이 때를 정하고 선을 긋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삶의 바다로 자연히 흘러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누가 먼저 바다로 향하는 물살을 탄 것이 결코 대단한 일은 아니다.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큰 바다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p85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학생이 된 아이의 역할만 존재할 뿐, 부모는 아이에게서 한발 물러나 있어야 했다. 자식의 입학은 더 이상 부모가 아이의 몫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의 시작점이었다.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역할인 것만 같았다. 그래선지 입학식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p191

"인생이 왜 마흔부터인지 알아? 엄마가 애 낳고 학교에 갈 나이까지 키우면 그 정도 나 이거든. 진짜 여자 인생이 시작되는 거지.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꿈을 펼칠 수 있는 황홀한 기회야."

p198

일상적인 삶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었다. 관성에 묶이면 어떤 멈춤도 용납되지 않았다. 멈추는 것은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일상을 파고드는 관성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가끔씩 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p207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네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가까이서 얽히고 어우러지면서 관계 역시 촘촘하게 맺어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고귀하게 빛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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