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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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노화와 수명, 죽음과 불멸추구에 관한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까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만 인식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왜 늙고 죽게 되는 것일까? 그냥 삶의 과정 속에서의 죽음이 아니라 생물학이 밝혀낸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책 속의 인간의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여놓았다. 그리고 늘어난 수명 동안 늙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 되었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항노화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뜨겁다. 책의 서문을 인용하여 말하면 지난 10년 사이 노화에 관해서만 30만 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노화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만 700곳이 넘으며, 투자액을 모두 더하며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거대 제약 기업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하지 않은 숫자가 이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항노화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이 시점에서 공적 및 사적인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며, 그로 인해 엄청난 거품이 낀 지금이야 말로 분자생물학에 몸담고 있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나서서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지 솔직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이 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구성이 도시와 비슷함을 들어 '죽음'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정확하게 언제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한때는 심장이 멎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심폐소생술로 정지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현재는 뇌 기능 상실을 보다 죽음의 직접적인 징후로 받아들이지만 그조차 때때로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 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세계에서는 제각각 다르게 죽음을 정의하고 있으며 출생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출생과 죽음을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생각한다. 출생한 순간부터 존해하며, 죽는 순간부터 존재를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양쪽 경계는 그린 선명하지 않다. 그리고 죽음은 분자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층위에서 일어나지만, 아무리 이질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성장하고, 노화하며, 종말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한다. 저자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우리 몸의 단백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보솜 연구를 통해 생명의 작동방식을 밝혀왔고,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지니기도 했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분자생물학에 있어 정통한 이로서 유전자와 단백질,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노화가 일어나는지를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노화를 늦추고 나아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차분히 검토하고 있는데, 여러 스타 과학자들과 유명한 생명공학 회사들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담아내어 항노화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마음껏 먹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라파마이신과 그 화학적 유사체들이 노화에 대처하는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열량 제한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여 모든 질병을 막아준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라는 게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세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에서부터 시작하여 DNA 손상과 복구, 텔로미어, 후성유전학, 열량 제한, 자가 포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유라기에 의한 산화와 염증 등 노화에 관련된 주요 주제에 대하여 정말 세밀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알려주는 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이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노화과학의 상황을 정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과 치료법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노화 , 수명, 죽음에 대해 통합적인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노화과학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과학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을 저자는 경계하면서도 분명히 많은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대수명이 상상보다 더 늘어난 세상이 오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라 말한다. 불평등의 심화, 인구과잉, 은퇴 연장의 필요, 창조성의 저하, 세대 간의 공정함의 문제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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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생각 벌 생각
박하잎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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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귀엽고 사랑스러운 곰과 벌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아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이웃 간의 크고 작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등장 인물이 같은 공간을 살아가며 생기는 문제를 아주 생생하게 담아내어 더욱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것과 이웃 간의 정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 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적한 가을의 숲속 나무 밑동에 사는 곰은 꿀을 먹을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며 말하고, 나무 위에 사는 벌은 새집을 꿀로 가득 채울거라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꿀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 곰은 벌써 꿀 한통을 다 먹어버려 아쉬워하고, 벌은 겨우 겨우 집을 다 완성하고 뿌듯해한다. 이렇게 이 책은 곰과 벌의 이야기를 각각의 페이지에 나란히 배치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곰은 갈색을 배경으로 벌은 노란색을 배경으로 하여 각각의 페이지를 구분한다. 그리고 곰과 벌의 이야기를 똑같은 속도로 대조되어 진행함으로써 이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달콤한 꿀 향기에 이끌려 집 밖으로 나선 곰은 나무로 올라 벌집에서 꿀을 꺼내려는 순간, 벌과 마주하게 되고 벌은 곰을 꿀도둑으로 몰아세운다. 곰은 자신이 먼저 이 나무에 살고 있었다며 뒤늦게 집을 지은 벌에게 여긴 자신의 집이라며 당장 이사 가라고 몰아세운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며 대치하게 된 곰과 벌. 그리고 화가 난 곰과 벌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곰은 벌에게 돌려줄 꿀을 찾고, 벌은 이사가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이렇게 팽팽하게 대치된 곰과 벌의 사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은 바로 곰과 벌이 극단으로 치닫던 상황을 지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장면이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자,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들의 모습은 딱 현실의 우리 모습을 너무나 닮아서 이들이 과연 어떻게 화해를 하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나 적대적이었던 곰과 벌이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장면은 보는 이까지 따스하게 만든다. 이 책은 곰과 벌의 두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라 좌우로 분할하여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하여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들의 감정에 함께 이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웃 간의 갈등과 그 과정을 정말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마지막에 화해를 하고 서로 함께 하는 곰과 벌의 모습은 그래서 더더욱 행복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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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와 새 친구
옥희진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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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코끼리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코끼리 두두가 자신과 신체적 특징이 너무 다른 코끼리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함께 노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낯선 사이에 물놀이를 함께 즐기는 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긴장감 있게 담아내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장애를 비롯한 다양성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코끼리 두두가 친구들을 만나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지를 생각하며 설레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두두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코끼리를 마주하게 된다.


두두의 기다란 코와 달리 너무나 짧은 코를 가진 코끼리를 보며 두두는 코도 귀도 자신과 너무나 다른 겉모습의 코끼리에게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 그리고 두두가 망설이는 사이 코 짧은 코끼리들은 우르르 사라져 버린다.


'렇게 짧은 코로 물놀이를 할 수 있다고?'


자신의 기다란 코와 달리 저렇게 짧은 코로 과연 물놀이를 할 수나 있는지 의문스러운 두두는 코끼리 무리를 따라 걸어간다.


그리고 물 웅덩이에 도착하여 마주하게 된 코 짧은 코끼리 무리의 물놀이 풍경. 그들은 짧은 코 대신 기다란 꼬리로 너무나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두두는 자신이 자신과 다른 외모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코 짧은 코끼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두 코끼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물놀이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신나게 물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두두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코가 긴 코끼리들도 호수로 찾아오고 그렇게 코가 긴 코끼리와 코가 짧은 코끼리들은 함께 어울려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모두 즐거운 물놀이를 한 뒤 코끼리 무리들은 더 큰 물 웅덩이로 가기로 한다.

커더란 물 웅덩이에 도착하여 두두와 새 친구가 마주하게 된 코끼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두두와 새 친구의 표정은 과연 새로 마주하게 된 코끼리는 어떠한 친구인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


이 책 속 두두와 새 친구는 서로 너무나 다른 겉모습을 가졌다. 이들이 뒤에 마주하게 된 둠바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너무나 다르게 생긴 외모에 처음 만났을 때 당황한다. 그리고 과연 자신과 너무나 다른 겉모습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하지만 그 의심은 물놀이를 시작하자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물놀이 방식으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두두와 새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두두와 새 친구처럼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비 장애인 중심의 시선으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나보다 뭐든 못할 꺼라는 생각, 그 잘못된 편견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한다는 것을 이 책은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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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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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프거나 무언가가 불편할 때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건실로 가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학창시절 어디를 다치거나 어딘가가 불편하면 보건실로 쪼르르 달려 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초롱꽃 초등학교 보건실의 왁자지껄 우당탕탕한 하루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몸과 마음에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내밀어 주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딱 맞는 위로의 손길을 너무 잘 담아낸 이 책은 보는 것만으로 왠지 다정한 손길이 닿은 듯이 따스해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의 이야기는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에서 근무하는 피트리 선생님의 출근 장면으로 시작된다. 기분 좋게 보건실로 출근한 피트리 선생님은 먼저 커다락 열쇠를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수납장 위를 박박 닦고, 바닥을 쓱쓱 쓸어 밤새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약품을 확인하고, 침대에 소독약을 칙칙 뿌려 소독한 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수업은 8시에 시작하지만 메이블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8시가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보건실을 찾은 메이블. 메이블은 어디가 불편한 걸까? 들어오자 마자 메이블은 선생님에게 아프다며, 온몸이 덜덜 떨리고 기운도 없다고 말한다. 동생들은 늘 메이블을 마지막에 깨우기에 메이블이 먹을 만한 것은 없다. 메이블에게 남은 것은 빵 부스러기와 팬케이크 조각만 있을 뿐. 그러니 메이블의 배속에선 지금도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런 메이블의 이야기를 다들은 선생님은 보건실 일지에 메이블의 증상과 상태에 대해 '간식 필요, 배고픔'이라고 적어두었다. 이 책의 오른쪽 편에 보건실 방문 일지를 두고 아이들이 한 명씩 올 때마다 선생님은 적은 칸이 늘어가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다. 어쩜, 아이들의 상태와 증상을 이리 잘 캐치하시는 지, 보건실 방문일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씩 보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 첫번째로 온 메이블을 뒤로 얼굴에 물감이 묻어 창피한 버트, 이빨이 흔들려 안달이 난 찰리, 집이 그리워 외로운 거스, 줄줄 흘러나오는 콧물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그레타, 팔꿈치가 부딪힌 후 통증으로 억울하고 화가 난 베니 등등. 어느새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하나 둘 늘어난 방문객들로 문전 성시를 이루고, 보건실 방문 일지 역시 꽉 차버렸다.


보살핌이 필요하여 보건실을 찾은 아이들과 선생님을 진정 시키는 피트리 선생님. 과연 선생님은 어떠한 치료를 보건실 방문객들에게 처치할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잠시 후 보건실을 찾은 각기 다른 증상의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 들은 피트리 선생님은 모두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 많은 처방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바로 마음의 병, 외로움으로 힘든 거스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하트 메모지를 전하며 꼭 안아주는 장면이다. 어떤 환자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꼭 맞는 처방을 내려주는 피트리 선생님이야 말로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피트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다 보니 중학교 3학년 시절, 고입을 앞두고서 중압감에 자주 아팠던 내가 찾아갈 때마다 다정하게 대해주신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입시의 중압감에 힘들었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때로는 보건실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셨고, 때로는 달콤한 사탕으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시곤 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보건실 단골 학생이었고, 고입을 치루고 난 뒤에는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두통과 복통으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의 피트리 선생님과 같은, 나의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들이 존재하시기 때문에 버겁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숨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를 정신없이 돌보아 주었던 피트리 선생님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 반려견 나비가 선생님의 곁을 지키는 장면은 또 뭉클한 감동은 선사한다. 그래,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다정한 손길을 내밀며 서로의 버팀목, 숨통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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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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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 기욤뮈소의 책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저지르고 절망의 문턱에 다다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과 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책을 손에 절대 놓지 못하는 굉장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 책은 십 수년 전에 출간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새롭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된 책이다. 뜻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르고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히 더 따스한 위로가 되어줄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2006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저녁 맨해튼 한복판의 모건 도서관에 열리는 연주회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니콜의 모습과 도서관에서 5미터 쯤 떨어진 지하 터널 속의 예전의 안온했던 삶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허름하고 불결한 모습으로 술을 찾아 마시는 마크의 모습이 대비되어 묘사되면서 시작된다. 연주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니콜은 남자친구 에릭의 차를 타러 걸어가다 강도와 마주하게 된다. 에릭은 니콜을 구하는 커녕 들고 있던 지갑과 휴대폰을 순수히 건네고 니콜을 향해 칼이 날아오는 데도 그냥 보고만 있다.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어디선가 노숙자가 나타나 맞서 싸우는데..노숙자는 강도와 맞서다 칼을 맞은 듯 했다. 그리고 노숙자를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바로 니콜의 남편 마크였다. 니콜과 마크에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상황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일까? 사실 마크와 니콜은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커플이자 부부였으며,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루어었다. 이들 부부의 딸 라일라 실종되고 난 뒤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라일라의 아빠 마크 해서웨이는 라일라가 실종되고 난 뒤 큰 충격에 휩싸이며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던 마크 가족은 하루 아침에 우울하고 어두운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크는 라일라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 의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 책의 처음 장면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알코올에 찌들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 신세로 전략하고야 만다. 반면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아내 니콜은 가까스로 고통을 견디어내며 계속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 연주를 이어가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한꺼번에 잃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절망 속에서 빠져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니콜에게서 음성 메세지가 온다. 그는 라일라의 시체를 찾았다느 소리일까 두려워하며 니콜의 메세지를 듣는데, 라일라가 살아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 속에서 죽은 듯이 삶을 이어가던 그의 삶에 순식간에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라가 살아있다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라일라가 사라졌던 쇼핑몰 근처에서 발견된 라일라. 5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라일라는 말을 잃어버렸다. 라일라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크는 라일라를 만나기 위해 급하게 로스엔젤레스로 가고 잃어버린 딸을 만나 비행기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크가 만나게 된 두 사람, 먼저 마크와 라일라의 옆자리에 앉은 소녀 에비. 에비는 유일한 희망인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던 에비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의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 운명처럼 한 비행기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과연 마크에게, 에비와 앨리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크, 에비, 앨리슨 세 사람의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되는 마크와 마크의 절친 커너에 관한 과거 이야기. 시카고의 지독한 빈민가에서 너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얼마나 절망 속에서 처참한 삶을 버텨내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더욱 그들의 이야기 속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 앞에서 저자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 꾼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 속에 관통되는 하나의 메세지,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는 말. 오래오래 깊은 여운과 함께 가슴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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