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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2 : 어쭈 도사의 비밀 ㅣ 아무거나 문방구 2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어린이의 이야기를 무엇이든 들어주는 매력 만점의 도깨비가 운영하는 문방구가 다시 문을 열었다. 독창적인 설정과 유쾌한 전개로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가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1권, <아무거나 문방구 1: 뚝딱! 이야기 한판>에서 도깨비 아무거나와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가 신비한 물건으로 어린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책, <아무거나 문방구 2: 어쭈 도사의 비밀>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어쭈 도사가 등장하여 더욱 흥미로운 모험을 펼친다.
어쭈 도사가 문방구에 남긴 비밀스러운 그림 족자, 그리고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는 도끼비 아무거나와 어쭈 도사의 관계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신비로운 사건과 유쾌한 캐릭터, 그리고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마법 같은 물건을 얻으며 용기를 키우며 고민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펼쳐져 이야기 속에 쏙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앞이야기'로 시작된다. 한밤중, 깊은 잠에 빠진 도깨비 아무거나를 찾아 한 장의 종이 쪼가리가 날아든다. 그런데 이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바로 어쭈 도사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앙숙 관계인 두 존재의 특별한 사연이 앞 이야기에서 밝혀진다.
과거, 어쭈 도사는 아무거나를 골탕 먹이려다 오히려 이야기 내기에 휘말려 자신도 모르게 비밀을 술술 털어놓고 만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다름 아닌 산신령들의 비밀이었다는 거다. 결국, 어쭈 도사의 말은 대나무를 타고 퍼져 나가 산신령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그날부터 그는 산신령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이 사건 이후, 아무거나와 어쭈 도사는 서로를 골탕 먹이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앙숙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어쭈 도사는 한밤중 아무거나 문방구에 몰래 침입해 아무거나가 모르는 사이에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계약서에는 도사가 휴가를 떠나는 동안 아무거나가 도사의 집을 청소하고, '얼씨구나 그림 족자'를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조건이 적혀 있다. 언제나 똑 부러지고 유능한 모습이었던 아무거나가 어쭈 도사의 꾐에 빠져 억울해하는 장면이나, 티격태격하며 보여 주는 이 둘의 앙숙 케미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며 우리를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제일 처음 나오는 '어쩌다 빨간부채 파란부채 세트'이야기의 주인공 지희는 예전에 아무거나 문방구에 갔을 때 '어저다 빨간부채 파란부채 세트'를 손에 넣게 된다. 부채를 휘두르면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에 빠진 지희는 몸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장난을 치면서 짜릿한 쾌감을 맛본다. 하지만 장난이 지나쳐 결국 개구리에게 통째로 삼켜지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고 만다. 오빠 지우는 지희를 구하기 위해 개구리를 데리고 아무거나 문방구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지희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고서야 아무거나 문방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개구리 배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는 느닷없는 마법으로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기존의 판타지 동화와는 차별하된 구조로 주목 받았다. 아이들은 문방구를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아무거나는 단순히 어린이의 마음을 읽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들의 고민과 마주하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문방구에서 얻은 신비로운 물건들 역시 고민 해결의 직접적인 열쇠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직면하도록 돕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 책에서도 지희 외의 다양한 어린이 손님들이 '구구절절 옛이갸기 물건' 코너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물건을 발견한다. 거짓말이 습관이 된 승우는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든 진짜로 만들어 주는 '알쏭달쏭 요술붓'을, 인기를 얻고 싶은 주아는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단방귀 젤리'를, 친구의 새 물건을 탐내는 동화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얼씨구나 그림족자'를 손에 넣는다. 이들은 마법 같은 물건 덕분에 순간적인 즐거움을 느끼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문방구를 찾아와 아무거나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반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아무거나 문방구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그리고 본문의 이야기가 끝난 후 부록처럼 실린 '도깨비 이야기 장부'는 1권과는 달리 미래를 살아가는 아무거나의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 읽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앞으로 또 어떤 손님들이 아무거나 문방구를 찾아와 이야기를 펼치게 될 지 너무나 기대되는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의 3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