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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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학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게 된 책이다. 과연 해양과학자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바다 위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는 과연 무슨 일을 할지 너무 궁금했다. 우리가 푸른 행성이라 부르는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여전히 신비로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류는 달에 발자국을 남겼지만, 바닷속 깊은 곳을 탐사한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수많은 생명체를 품고 있지만, 우리는 바다가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이 책은 75회 이상 승선 조사를 경험한 해양물리학자 남성현 교수가 직접 바다로 나가 탐구한 바다의 진짜 모습을 담고 있다. 거친 파도와 태풍을 마주하며 관책해온 연구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라는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흥미진진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듯하다


이 책은 우리가 바다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바다의 극히 힐부분에 불과하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해변에서 눈으로 보이는 영역은 바다의 끝자락일 뿐, '진짜 바다'는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광활한 공간이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거대한 물순환과 기후 조절을 담당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태평양만 해도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덮을 만큼 광대한데, 그 속에는 미생물과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며 복잡하고도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바다는 단순한 물의 집합이 아니라, 지구 전체와 연결된 생명과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그리고 이 책은 바다 연구가 단순한 학문적인 연구를 넘어 예측할 수 없는 생생한 경험임을 보여준다. 연구를 위해 깊은 바닷속에 설치한 센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어와 마주하는가 하면, 망망대해에서 몇 달씩 생활하면서 뱃사람과 같은 감각을 익여가는 저자의 여정이 아주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문어잡이 배부터 거대한 쇄빙선까지, 국내외 다양한 선박을 타며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심지어 남극까지 탐사하며 바다를 연구해왔다. 배 위에서의 생활은 단순한 과학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태풍을 피해 열린 바베큐 파티, 흔들리는 배 안에서 안전하게 잠는 법, 예상치 못한 해양 생물과의 조우 등 오직 바다 한가운데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이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어촌 주민들의 도움을 받거나 어업 활동을 돕는 등 과학자의 삶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바다를 연구하는 일이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지구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바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인생에 대한 성찰로 확장한다. 높은 파도를 만나 몸을 가누기 어려운 순간이나, 태풍이 지나간 후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리고 그는 해양과학자로서 인생을 파도에 빗대어 말한다. 파도는 서로 다른 바닷물이 만나며 생겨나고, 결국 조화를 이루면 사그라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각자의 파장이 있으며, 잘 맞으면 조화로운 관계가 되고, 맞지 않으면 거친 물결처럼 충돌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하나의 웨이브로 그려보며, 해양과학자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흐름을 성찰하는 데 이러한 시선은 꽤 신박하면서도 공감이 되어 나 역시 나의 삶에 대해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해양과학이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너머, 기후변화와 해양 주권이라는 중요한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2022년과 2024년 동일한 해역에서 승선 조사를 수행하며 직접 이상기후를 경험했다. 불과 2년 만에 극적으로 변화한 강우량은 바다가 기후 조절자로서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바다와 대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담수, 열, 기체 교환은 지구 기후 시스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를 연구하는 것이 기후 위기의 해결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해양 연구의 필요성과 우리나라 해양 주권 문제를 강조한다. 국토 면적의 4배가 넘는 해양 영토를 지닌 한국은 해양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대에 접어들었다. 조선시대 문순득이 바다를 통해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사례를 통해, 해양이 문화, 경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한반도 주변 해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다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기후 위기 시대, 그리고 국제적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 바다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일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우리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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