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알키미스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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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은 아직 좋은 순간을 남겨두었습니다."라는 띠지 속 문장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50년 가까이 사람들의 마음을 돌봐온 70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노년기의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다. 저자는 인생이 길어진 오늘날, 60대와 70대가 ‘노년=쓸쓸함’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성취나 물질적 목표를 위해 달리던 젊은 시절과 달리 인생 후반부에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생활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은 노년을 숙제로 받아들이는 대신 축제처럼 즐기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마음 건강을 돌보는 방법, 관계 맺는 방식, 취미와 건강 관리 등 실제적 조언들이 담겨져 있어 유용하다. 노화를 실감하는 순간이 늘어가는 시대에 이 책은 남은 삶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노년을 숙제로 받아들이는 시각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삶을 재구성하는 시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생이 길어진 시대에 노년은 더 이상 여유 시간을 소진하는 단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생활의 장이다. 특히 가족 구조와 인간관계가 크게 달라진 지금, 자녀가 있더라도 결국 스스로 노후를 꾸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가 일상이 된 만큼 남은 생을 활기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나를 삶의 중심에 두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조심스럽게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왜 이렇게 여유롭지?'라고 할 정도로 능동적이고 낙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이 점이 꽤 인상깊다.

저자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40~50대부터 서서히 삶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사회적 성취와 책임에 집중해 왔다면 이후의 시간은 건강 관리, 심리적 안정, 삶의 균형 회복을 중심에 두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년의 불안과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조기에 점검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며, 이러한 준비가 실제 노년기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이 책은 인생 후반을 보다 기민하고 즐겁게 맞이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하며 축제 같은 노년을 위한 관점 전환을 돕는 안내서에 가깝다.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조언은 노년기에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로 유머 감각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유머가 단순한 농담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지성에서 비롯되는 삶의 태도라고 설명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반응을 통해 정신적 여유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의 농담에 미소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삶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한다. 유머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길러지는 것이라는 거다.

또한 저자는 토머스 모어의 일화를 예로 들며, 유머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나이가 들수록 노화나 질병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아지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책에서 제시하는 멋진 노년을 살아가는 14가지 기술 가운데 가장 실질적이면서도 당장 실천하고 싶은 조언은 바로 인생의 전환기마다 대청소를 하라는 부분이다. 저자는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일과 마음의 상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물건을 줄이고 공간을 비우는 과정은 단순히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노화와 삶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돕는 심리적 정리의 시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노년기 수행의 일환으로 가진 것을 조금씩 비워내는 전통이 있으며 이를 통해 오히려 가벼운 마음을 유지한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50세나 60세 생일, 혹은 정년퇴직처럼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을 때 일부러 큰 정리를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은 체력과 정신력, 경제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시기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기에 그 시점에 맞는 간결한 삶의 규모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납 공간의 70~80%만 채우고, 선반 위의 물건을 최소화하는 아주 현실적인 팁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된 공간은 물건을 찾는 시간을 줄여주고 집 전체를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어 노년기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결국 인생의 전환기에 하는 대청소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삶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중요한 의식이 될 듯 싶다.

이 책에는 노년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구체적인 생활 지침이 폭넓게 정리되어 있다. 마음, 관계, 취미, 건강을 아우르는 80가지 조언은 거창한 목표보다 소소한 실천에 초점을 맞춰 누구나 일상에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주변을 정리하며 마음의 짐을 덜고, 위험한 재테크나 한탕주의적 제안을 경계하며, 인간관계에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조언은 노년기에 특히 실효성이 크다. 또한 ‘콩, 깨, 미역, 채소, 생선, 버섯, 감자’로 이어지는 간단한 식재료 원칙은 건강한 식생활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어 이 또한 꼭 기억해두면 좋을 듯 싶다.

이처럼 책은 나이 듦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태도와 습관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노후를 보다 편안하고 단정하게 정비하고 싶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며 인생 후반부를 숙제가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즐기는 시기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로도 좋을 듯 싶고, 스스로의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려는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될 듯 싶다.


. 어릴 때 ‘하루 세 번 양치’라는 생활 습관을 배웠듯이 노년에는 ‘하루 세 번 웃기’를 새로운 생활 규칙으로 삼으라는 제안은 현실적이면서도 누구라도 실천 가능한 조언이 아닐까. 그렇기에 웃음을 일상의 작은 의식처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을 건강하고 생기 있게 만드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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