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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초록 생물들이 절실히 필요했고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몇몇 화분들을 들이게 됐었다.
바라보고 있으면 싱그러움에 기분이 좋아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누군가와 말하고 싶거나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고 싶을 때도 참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그게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저 볕 쬐어주고 물만 마르지 않게 잘 주면 될거라는 생각으로 벌린 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의 부족함에 어떤 예민한 친구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이고 또 어떤 친구들은 너무나도 잘 커주고 있다. 이런 저런 고난을 이겨내는 모습이나 좀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말 없이 고군분투하는 저 친구가 대단하다 싶기도 한다. 나 같았으면 이렇게 잘 해냈을 수 있었겠나 싶은 대견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수시로 교차를 이룬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저 식물들이 살아가는 그 시간들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을 키우거나 혹은 바라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며 읽어 보기 좋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선생님이었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어릴 적 입양가정에서 자라게 됐고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겪으며 좌절에 빠졌으나 양할머니께서 식물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시게 되었고 식물을 돌보며 삶에 대해 그전과는 다른 생각과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의 또 다른 힘든 사람들을 위해 식물을 통한 힐링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그런지 나는 저자가 어린 아이였을 때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만성적인 질병으로 몸도 힘들고 형편도 그닥 좋지 않은데다 소위 좋은 동네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도 인정 받지 못했으며 친구들로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 속상했다.
아마 꼭 그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었지만 공부도 바르게 살려고 하는 마음도 엇나갈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더 노력했고 포기하거나 실망하고 주저앉지 않았다.
기본적인 근성이 그러한 탓도 있겠지만 함께 해주는 엄마와 늘 한발 앞선 미래를 내다보게 해주고 가드닝을 통해 이 또한 너의 성장을 위해 한번쯤 지나갈 수 있는 일로 넘길 수 있게 해주시는 양할머니의 덕분이 컸다고 생각이 됐었다.
자신의 아팠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식물 가꾸는 일로 비교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나 가드닝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면 저자의 이야기들만 읽어 보아도 충분히 힐링과 깨달음을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무엇보다 제목에서도 말하듯 그 무엇도 급하게 이루어지거나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상황이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억지로 무리하게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것보다 일단 관찰하고 자연스럽고도 어색하지 않을 적당한 노력과 관심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어느샌가 우리는 목표했던 지점이나 생각했던 그 때에 이르게 된다.
크지 않아도 잔잔하며 마음이 단단해지는 글을 읽었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진정한 어루만짐의 힐링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 말없이 초록미를 뿜어내는 내 친구들이 왠지 달라 보임을 느낀다.
이 책은 출판사 더 퀘스트에서 제공 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소감을 여기에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