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평점 :
이 계절 이맘때에 생각하며 눈과 마음으로 느끼고 음미할 수 있을만한 책을 발견하여 읽어 보았다.
빛의 화가라 불리어지는 김인중 신부님과 글로 마음을 그려내는 원경 스님께서 함께 담아내신 책으로 읽기 전의 기대보다 훨씬 더 감미롭고 깔끔한 느낌의 감명을 받을 수 있었던 책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책들처럼 글과 그림을 통해 감명을 주는 목적은 크게 다를 바 없었겠지만 두 분의 사색과 깨달음의 깊이만큼 책장을 넘기며 빠져드는 느낌이 신기하리만큼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시작은 두 분의 글로 열리고 있다.
죄송하게도 김인중 신부님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그분의 작품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기에 당연히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아닐까 짐작했었는데 빛을 담아내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 내시는 분이셨다.
"....하느님께 바치는 온전한 봉헌으로 여기기에 작품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아무런 소개도 기록도 없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마다하신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리만큼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느낌이 정말 특이하고 신비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스테인드글라스를 자주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화려하고 찬란하고 멋지다는 말이 먼저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신부님의 작품에서는 물 속에 퍼지는 수채화 물감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형태가 분명한거 같지는 않으나 한 번 보고 두 번 볼때마다 다 다른 모습들이 상상이 되는 것이 신비롭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을 듯 하다. 물결을 따라 퍼지는 모습이 떠오르다 내 생각의 방향 없는 흐름이 떠올려 지기도 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가 또 이건 뭘까하며 한동안 궁리에 빠지게 만든다.
마치 이건 내가 상상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형태와 느낌이 달라지는 신기한 마법같기도한 신기루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신부님의 작품에 대한 감상에 이어서 원경 스님의 시들이 이어져 나온다.
그동안 부족하게나마 몇몇 시들을 접해 보았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상상이 되는 적은 극히 드물었다. 시를 통해 쓴 사람의 감정과 기분과 상황에 대한 공감이 고작이었는데 또 다른 감상의 방법을 알아낸 기분이었다.
차를 즐기시는 스님의 평소 모습이 그대로 상상이 되기도 하고 스님이 계신 산속 암자의 모습과 함께 4계절 자연의 변화와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기도하고 생각하는 스님의 마음을 시를 통해 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내는 듯한 과정을 느꼈다. 전체적인 시의 기운은 담담하였다. 강하거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신부님의 작품에 대한 느낌과도 일치하는 듯 하다. 고요하고 잔잔함 속에 담아낸 깨달음이 마치 밝은 보름달 달빛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책장 하나 하나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이 신비로운 감정과 상상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꼈고 차분해짐을 깨달았다.
그리고 은은하고도 밝게 빛나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그 신비한 느낌 덕분인지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되게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이 책을 출판사 파람북에서 제공 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감히 이 책에 대한 저의 느낌과 소감을 여기에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