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정치 사용 설명서 - 청소년을 위한 시민 사회의 정치 교과서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9
에드워드 키난 지음, 줄리 맥래플린 그림, 도종윤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4학년 사회시간부터 정치관련 내용이 나오더니 중학교 가서는 본격적으로 정치에대해 나오더라구요. 어려운 내용을 그림과 함께 보니 더 친숙하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제분쟁의 이해 - 이론과 역사
조지프 나이 지음, 양준희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처럼 이 책은 대학 학부생들로 하여금 국제정치학의 가장 기본이론 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주의 시각"의 기초를 다지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저자가 '소프트 파워'로 유명한 조셉 나이라고 하여, 이 책이 자유주의나, 제도주의 시각에 무게를 둔 것으로 지레 짐작하면 안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세력 균형시기, 1, 2차 세계 대전 그리고 냉전의 시작과 종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쟁(또는 분쟁) 사례를 현실주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다(현실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석의 대상으로서, '분쟁'이라는 문제는 피해갈 수가 없다).   


Joseph Nye Jr.   

출처: 하버드 대학

이와 더불어 저자는 국제정치학의 기본용어들을 충실히 소개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들면,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의 주요 이론은 물론이고, 세력균형, 상호의존, 도덕,권력, 개입(intervention) 등 국제 정치학에서 등장하는 중요 용어들을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학부생들은 여기에 나온 개념 정의만 제대로 이해하고 시험 답안지에 쓸수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만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분석가가 국제문제를 다룰 때, 분석의 수준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강조하면서, 더 나아가 저자가 이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주어진 국제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하는 분석 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쟁의 원인'을 분석의 대상으로 봤을 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분석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신현실주의 정치학자인 케네츠 왈츠가 이용하고 있는 3단계 이미지 - 개인 차원, 국가차원, 체제 차원-의 이용이고, 둘째는 가상현실(counterfactuals) 개념의 이용이다.   

예를들면, 제1차 세계의 원인을 저자는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사망, 카이저 등 개인의 성향(개인 이미지) 민족주의의 발호, 국내 계급갈등 등 국내 문제 (국내적 이미지), 독일 힘의 증가에 따른 국제적 세력균형의 파괴(체제적 이미지) 등 3가지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이미지 중 하나라도 달라졌다면(가상현실), 역사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 것인가(곧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가)라는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가상현실'을 우리와는 동떨어진 무의미한 것으로 돌려 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만약 ...했더라면(또는 하지 않았더라면...)"과 같은 가상현실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회과학도들에게는 엄밀한 추론에 의한 가상현실은 자연과학자들의 '실험'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런 가상 현실은 어떤 문제(이 책에서는 전쟁)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원인이 더 중요했는지 또는 덜 중요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몇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이 책은 국제정치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세계정치론(존 베일리스)'이나, '현대 국제정치학(하영선, 이상우)'같이 '넓고 얇게 읽는' 고시용 서적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즉, 기본서를 찾는 고시생들에게는 적합하지가 않다.   

둘째, 책의 앞부분과 뒷부분(6장부터 끝까지)의 서술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전반부는 앞서 말한대로 각 전쟁의 원인을 '국제정치 이론'과 '3가지 이미지', 그리고 '가상현실'로 분석하는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후반부는 주로 국제정치 용어 소개에 집중하고 있다(최근의 국제정치 상황은 분석에 오류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분석보다는 소개에 집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전반부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는 후반부에 가서는 다소 맥이 빠질지도 모른다.  

셋째, 일부 우리나라 독자들 중에는 이 책이 미국의 시각(또는 미국 패권주의)에서 본 국제정치학 이라고하여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 가지 면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국제정치학은 전세계를 아울러 개관하는 "세계사" 나 "세계지리"가 아니다. 국제정치학의 본질이 한 나라의 '외교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강대국의 외교 정책이 당대의 국제정치를 규정짓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가 없다. 고대 그리스라면,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될 것이고, 제1차 세계대전 때라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이 될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라면, 당연히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될 것이고, 탈냉전 시대라면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조셉 나이는 이 책을 미국의 대학생들(하버드)을 위해 집필하였다. 게다가 그는 서문에서 "워싱턴에서  외교 정책 담당자로서 근무하며 겪은 경험이 이 책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학자가 미국 대학생들을 위해 쓴 교과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여 우리가 읽는 것일 뿐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가 미국의 외교정책(이론)을 중심으로 서술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것을 미국 중심주의라고 비난할 이유가 없다. 바꿔말하자면,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리 문제를 중심에 두고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리학자들의 글이 미국 대학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 점이겠다).  

셋째, 세계체제론이나, 비판이론 등의 시각에서 볼 때 이책은 다분히 서구(미국) 중심주의적이고 패권주의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럴 것이 이 책의 저술 의도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대로 전통적인 '현실주의'시각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자유주의나 구성주의 소개도 일부 나오고 있으나, 비판자들을 잠재울 만큼 강력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만약, 비판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비판이론을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든 평가의 기준은, 그것이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느냐, 독창적인가, 자료는 풍부한가,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서술하였는가, 논리적 오류는 없느냐, 등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때문에, 바둑 책을 사 놓고 왜 장기 두는 법은 없느냐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사소한 것이기는 하나, 이 책에도 번역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몇군데 눈에 띈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역사는 그 행로에 종속된다(122쪽)' 라는 표현은 '사건의 불가피성'을 뜻하는 '경로 의존'에서 나온 말인데, 역주로 처리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해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별을 뺄만큼 큰 오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을 대상을 꼬집어 말하라면, 대학 신입생, 국제정치 이론에 관심있는 일반인 등이 될 것이다. 처음 책을접한 후, 서술의 형태가 독자 친화적이고 쉬운 문체여서 금방 읽힐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담고 있는 이론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잡계로 풀어내는 국제정치 SERI 연구에세이 28
민병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최근 사회과학 분야에서 각광을 받으며 떠오르는 '복잡계(또는 네트워크) 이론'에 입문하기 위해서다 (즉, 나는 복잡계 이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다). 그런 까닭에 이 리뷰의 목적은 "이 책이 복잡계 이론을 잘 설명했다, 아니다"에 있지 않다. 또한 이 책에서 복잡계 이론을 무엇이라고 정의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한다. 다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의 기획이 본문에서 잘 드러났는지, 또는 복잡계를 설명하기 위해 풀이한 기타의 제반 이론들이 설득력이 있는 지에 촛점을 두려한다.  

먼저, 이 책의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첫째, 책의 분량이 깜찍할 만큼 얇다. 알라딘 소개에는 160쪽으로 나와있으나, '책을 내며'와 '차례'를 제외하면 143쪽 정도 된다. 얇은 것 뿐만 아니라, 설명 방식도 매우 쉽다. 나는 복잡계 이론에 무지하지만, 불과 두 시간 사이에 다 읽어 버렸다(다만, 국제정치이론에 약간의 사전 지식이 있어서 빨리 읽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없는 입문자들에게는 적당한 분량에 적절한 서술 방식이다(저자도 이 책의 주 독자가 복잡계 이론 입문자임을 서문에서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내용의 깊이도 그다지 깊지 않아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둘째, 각 장 말미에 참고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자세한 목록은  아니지만, 입문자에게는 이 정도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물론, 복잡계 이론을 어느 정도 아는 이라면, 이 참고 문헌이 다소 유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책 구성이 심각할 정도로 불균형하다. 전체 160쪽 중에 복잡계 이론에 앞서, 다른 예비 이론 설명과 비판 (저자가 주요 비판 타겟으로 삼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비롯해)에 70쪽을 할애했다. 그나마  복잡계 이론의 최근 접근 방식이랄 수 있는 '패턴 찾기' 부분은 마지막 3부의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뒷 부분은 말하다 말고 서둘러 끝내버린 것 처럼 보인다. 앞 부분에서 기존 이론을 비판하는데 호흡을 길게 들이마신 독자는 막상 본문에서는 허무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둘째,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용어의 선택이다. 특히 저자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매우!' 남발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패러다임은 '새로운 이론의 축적되어 그 사회에서 받아 들여져 기존의 이론을 대체하고 일반화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한다(유감스럽게도 쿤 스스로도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꼬집어 말하지 않았다). 예를들어 뉴턴 식 결정론적 사고가 아인쉬타인의 상대주의로 일대 전환이 있음을 사회가 받아들 일 때,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구체적인 어떤 대상-이론이든 모델이든-을 두고 '이것이 패러다임이다'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자는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이론, 가설, 접근법, ...주의, 모델, 세계관 등의 말과 마구 혼동하여  쓰고 있다. 실례로 저자는 '복잡계','복잡계 이론', '복잡계 패러다임'(2쪽) '복잡계 이론의 패러다임(18쪽) 등으로 고쳐 부르며 일관성 없이 쓰고 있다.  복잡계 뿐 아니라, 다른 용어들 이를테면, 냉전식 패러다임, 과학 패러다임, 결정주의적 패러다임, 진화론적 패러다임  등등 ...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과연 붙을 만한 곳인지 의심스러운 곳에도 갖다 붙인다.  심지어 저자는 남의 이론도 멋대로 패러다임이라고 고쳐 부른다. 예를들면, 이 책에서 '페르 바크의 모래탑 패러다임'(22쪽)이라는 말을 운운하고 있는데, 페르 바크는 자신의 주장을 '패러다임'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모래탑 모델'로 표현했을 뿐이다(정확히는 Bak-Tang- Wiesenfeld sandpile model).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자기가 비판하는 '합리적 선택 이론'도 어떤 부분에서는 '합리적 선택 패러다임'이라고 자기 멋대로 바꿔 부른다. 이즈음에서는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첫번째 별을 뺀 이유다).    

 Per Bak at the ITCP 1992. 사진 출처: Wikipedia

(덴마크계 과학자 Per Bak. 2002년, 5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었다)

세째, 저자는 복잡계 이론가의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론, 특히 브르스 부에노 드 메스퀴타의 '기대 효용 이론'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말하자면, 메스퀴타의 기대 효용 이론은 저자가 비판하고자 하는 메타 이론 수준 - 저자는 복잡계 이론을 메타 이론으로 보고 있다(35쪽 각주)- 이 아니다. 즉, 복잡계 이론은 현실주의나 구조적 현실주의, 신자유주의 등의 메타 이론을 같은 수준에서 놓고 논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메스퀴타의 이론은 메타 이론이 아닌 중범위 이론(또는 방법론)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정책 수행 단계에서 적용되는 '모델'일 뿐이지 거시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분석의 레벨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른 입장을 비판하는 것은 오류다 (두번째 별을 뺀 이유다). 책 내용 중에는 메타이론 수준에서 현실주의 등을 공격하는 (37-70쪽) 부분도 있는데, 그 비판이 복잡계의 논리에 따른 공격이 아니라 '구성주의'입장에서 하는 공격에 그치고 있다.

네째, 복잡계 이론이 과학(물리학, 화학) 등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왜 사회과학, 특히 국제정치학에 적용 가능한지 논리적 연결 고리가 없다. 자연과학을 사회과학, 특히 인간의 행태에 적용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가딱 잘못하면 자연과학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살수가 있다).   

  소칼과 브리크몽의 '지적사기'

경제학에서 수학 모델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어로 표현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면서도 또한 엄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도 있어 수학 기법 중 일부만을 사용한다. 그 만큼 적용이 까다롭다(메스퀴타의 이론이 다른 학자들로부터 비판받는 것도 그런 부분에서만 정당하다). 그런데 저자는 뉴턴 식 결정주의(과학주의)는 크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연과학에 바탕을 둔 복잡계 이론이 왜 사회과학에 접목될 수 있는 지 설명이 없다. 다시말해 데이터(통계나 확률을 통한)를 이용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사회현상에 적용시키자!'는 계몽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 결국 방법론은  과학적이나, 적용방식은 직관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다섯째, 새 이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론의 정당성을 과거의 어느 이름난 학자에게서 찾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복잡계 이론의 원류로 허버트 사이몬, 토마스 셸링, 케네스 애로우, 로버트 액셀로드 그리고 제임스 로즈노 등을 언급하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 Second edition (Cowles Foundation Monographs Series)   

                      애로우

   Administrative Behavior, 4th Edition

                        사이먼

The Strategy of Conflict

                      셸링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Revised Edition 

                   액셀로드

사이먼은 신제도주의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고, 셸링, 애로우, 액셀로드 등은 게임이론 및 합리적 선택이론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학자들이다. 오히려, 굳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범주를 들라면(로즈노를 제외하고), '공공 선택 이론'에 가깝다. 그런데 마치 이들이 복잡계 이론의 원류이고 이를 직접 지지한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아예 원류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찾는 것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뒷부분에 색인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 책이 아닌 다음에야, 사회과학 서적이라면 최소한의 참고 문헌과 색인은 있어야 한다(요즘에는 소설에도 참고 문헌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의 경우, 참고 문헌이 각 장 말미에 조금이나마 소개되어(사실 참고문헌이라기 보다는 '더 읽을 거리' 정도 된다)있어 그다지 문제가 아니지만, 색인은 출판사 측의 성의 문제다. 아쉬운 부분이다(세번째 별을 뺀 이유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복잡계(국제정치학에 적용된)에 대한 어떤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알라딘 책소개에서는 "복잡계이론의 개념과 틀을 이용하여 현재 국제 정치를 설명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  기존 이론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복잡계 이론은 맛보기 정도만 언급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에게 도대체 "복잡계가 뭐냐?"하는 더 강력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일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아니든 간에.     

* 사족 하나: 저자의 이력이나 언급된 레퍼런스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이 책이 구성주의 시각(특히 오하이오 대학)을 모태로 했다는 것이다.특히 환원주의와 구조주의는 비난하면서, 구성주의에 호의를 보이는 시선에서(64쪽)에서 바로 알 수가 있다.  

   출처: 오하이오대 홈페이지

(Alexander  Wendt .  Robert Keohane과 더불어 미국 내 국제정치학계 영향력 1ㅡ2위를 다투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저자가 연구했다는 Mershon Center(오하이오 대학에 있다)는 구성주의자 알렉산더 웬트가 교수로 있는 곳이고, 저자가 과학주의를 비난하며 언급한 존 루이스 개디스는 한때 오하이오 대학(캠퍼스 위치는 다르지만)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에서 구성주의와 복잡계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구성주의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특히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 사족 둘: 요즘 사회과학 제분야에서 분석 기법의 추세를 꼽으라면, 통계, 확률, 진화(evoution) 그리고 학습일 것이다. 복잡계 뿐 아니라, 다른 이론에서 파생된 접근법들도  그렇다. 이제는 확실성의 추구보다는 확률로 어림 짐작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측이 빗나갔을 때 학자들이 피해나갈 구멍이 될 수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경문수학산책 29
모리스 클라인 지음, 박영훈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수학이 서구 문명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힘이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저술되었고 한다. 동시에 저자는 이 책이 "역사적 접근을 따르기는 하지만  수학의 역사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서술 구조는 분명 연대기적 접근을 따르고 있고, 또한 '서구 문명을 수학이라는 렌즈로 투영'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문명'은 전적으로 '서양'의 것이다. 첫 도입부에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수학이 잠시 등장하나 저자는 '종교적 신비주의' 또는 '경험'에 불과하다는 말로 치부해 버린다(그런 면에서 그가 서양 문명만을 다룬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결국, 저자가 다루고 있는 수학+문명은 오직 그리스와 유럽의 것이다. 때문에 아랍이나 인도, 중국에서의 수학+문명은 전혀 소개 되지 않았다. (저자도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원저의 제목을 Mathematics in Western Culture라고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판사는 Western Culture를 "문명"으로 바꿔 버렸다. 우리 스스로가 "문명" = "서양 문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따분하고 지루함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서문에서 집필 목적을 뚜렷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스스로 이것을 종종 잊고 있는 듯 하다. 역사 책으로 보기에는 사료가 너무 부실하고, 수학 교양서로 보기에는 등장하는 수학(물리) 공식에 대한 소개가 불친절하고 어렵다(강약 조절이 잘 안되어 있다). 또한 자기 마음의 감상을 담은 수필로 보기에는 독자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는다(심지어 책의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글' 마저 그렇다. 어찌나 멋을 부려 썼는지, 마치 신춘 문예 당선 소감을 보는 듯하다. 궁금한 이는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또한 만연체 문장, 중언부언하는 설명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설명이 다소 간결해지고 구체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둘째, 인과적 논증, 구체적 실례 보다는 저자의 수학사에 대한 감상, 단정과 주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들면,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여류 수학자 히파시아(Hypatia)의 죽음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저자는 그녀의 죽음을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종말을 보여준다며 불과 세 문장으로 압축해 버렸다. 하지만, 히파시아에 대한 이야기 거리는 그보다 훨씬 많다.(그 구체적 예를 보기 원하는 사람은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극적인 부분은 생략해 버렸고, 논증하고 설명해야 할 부분은 자기 감상문으로 채워 넣었다.  (첫째와 둘째 이유를 합해 별을 하나 뺏다)     

셋째, 수학의 대상 범위(그의 표현으로 보자면 '문명')을 지나치게 넓혀 놓았다. 고대 이집트 건축물부터, 물리, 회화, 음악, 경제, 정치 등 거의 모든 사회 영역으로 서술의 범위를 확장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수학 그 자체보다는 각종 물리 법칙이나 회화에 대한 소개가 훨씬 많이 등장한다. 문제는 그런 소개를 잔뜩 늘어 놓고는 그것을 뒷 수습하지 않았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저자는 '문명은 곧 수학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주장은 수학이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바탕이 된 '기술'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문명과 기술을 혼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논리로 보자면 뉴턴의 '만유 인력'은 '문명'이고, 이것의 발견에 수학이 공헌했다는 것인데, 만유 인력을 문명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엉뚱하다. 차라리 만유 인력이라는 법칙을 발견하는 '기술'에 수학이 공헌을 했다고 봐야 한다.  

더나아가, 독자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러한 '문명'이 도출되기까지의 수학의 공헌'이다. 그런데, 그것을 설명해 주려는 저자의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예를들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늘어 놓는 것으로 수학이 공헌 것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면밀한 역사적 자료가 밑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어이없는 것은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수학은 곧 예술이다'라며, 엉뚱한 극적 반전을 노린다는 점이다. 결국 독자는 어리둥절할 따름이다(그래서 별을 또 하나 뺏다). 

Morris Kline (뉴욕 타임스 1992년 6월 10일 모리스 클라인의 부고를 알리는 사진)

때문에 저자가 밝힌, '수학이 문명의 힘'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려던 계획이 과연 성공했는지 의문이 든다. '수학과 문명의 연관성'을 직관으로만 느꼈을 뿐, 그것을 구체화시키고 싶어하는  많은 독자들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정교한 접착력을 맛보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기름과 물을 억지로 섞어 놓은 듯한 찝찝함만이 남는다. 게다가, 다소 허무하고 비극적인 결론(수학=예술 이라는 주장)은 이 책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담아둘 만한 지은이의 주장이 있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 체계가 무너진 후, 수학에서 조차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률과 통계'가 그 대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의 과학, 사회, 문화 분석에서 확률과 통계가 지배적인 도구가 되었음을 감안하면 이 지적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독서 후에 갖기 마련인 뿌듯함은 거의 맛보기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교양서- 그것도 "수학!"에 관한-이면서도 가독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학 전공자가 아닌 나도 이 책을 손에 쥐자마자 하루 동안 꼬박 앉아 모두 다 읽어 치울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교양서로서 이 정도의 재미를 가진 책은 발견하기 쉽지 않다.

책의 줄기는 크게 두 갈래다. 영국 출신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수학계의 난제를 풀어가는 것을 그의 인생 역정에 맞추어 서술하는 것이 하나고, 그의 연구 대상이 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련된 수학계의 일화들이 또 하나다. 사실, 와일즈의 연구 과정은 이 책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그의 증명법은 이 책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그것은 교양의 수준을 넘는다). 오히려 그가 "정리"를 입증하기 위해 도입한 여러 선배 수학자들의 노력과 도전이 보다 중심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우선, 수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을 위해 수학의 기초부터 시작한다. 그 기초란 덧셈 뺄셈 따위가 아니라, 수학적 논리 즉, "연역, 귀납, 귀류"를 말한다. 이들을 기반으로 그리스 부터, 이슬람, 힌두, 그리고 근대와 현대의 수학까지 수학 철학/기술의 발전을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다. 물론, 이런 사전 포석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왜 탄생하고, 또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위한 것이지만, 그것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거리다.

가독성이 높은 이유는 수학이라는 고급 교양을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강약 조절을 잘 맞춘데 있다. 저자는 종종 독자들에게 수학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 질문이 난처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즉, 읽기 어려울만하다고 느낄 때 쯤이면 재빨리 재미있는 story-telling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이야기 거리가 지루해질 때 쯤이면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거나, 흥미로운  수학 문제로 넘어간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수학 문제들은 수학의 핵심이라기 보다는 마치 "마술" 같은 수학 기법에 관한 것들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어렵다기 보다는 일상에 숨겨진 마법의 비밀을 엿보는 것처럼 -예를들면 샘 로이드의 14, 15 퍼즐 이야기(자세한 것은 책을 보시라)-오히려 흥미를 느낀다. 소설 같은 기법도 출중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와일즈가 자신의 증명 속에 드러난 오류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여 소설의 절정 부분을 연상케 한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수학계에 일본인들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만 중요하게 언급된 일본인 수학자만도 -타니야마, 시무라, 미유오카 등 -여럿이 등장한다. 수학이 단지 서양의 학문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일본인들의 활약상이 너무 눈부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 수학의 엄밀성을 다루면서 수학과 논리학을 잠시 혼동하고 있다. 분명 논리는 수학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논리학이 곧 수학은 아니다(이점은 수리철학계에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하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폴 에르디쉬"(책 "화성에서 온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에르디쉬는 20세기 정수론 분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석학인데, 그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아무런 공헌이 없었는지 궁금하다(개인적인 궁금증이다).  

마지막으로는 원서의 제목이다. 국역본에서는 이 책의 원제목을 "Fermat's Last Theorem"이라고 했는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Fermat's Enigma: The Epic Quest to Solve the World's Greatest Mathematical Problem-페르마의 수수께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탐구 여정-" 이다.

Fermat's Enigma: The Epic Quest to Solve the World's Greatest Mathematical Problem

원서를 대조해 보지는 않았지만, 영문판 페이퍼 백 출간 년도가 1998년으로, 국역본에 소개된 원저 소개 년도 1997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국역본 서문에 나와 있는 존 린치의 서문이 이 책에도 같이 있는 것으로 보아 똑 같은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역본 제목이야 다소 왜곡이 있다손 치더라도, 왜 원서의 제목까지 이렇게 바꿔썼을까? (참고로 원서 제목이 Fermat's Last Theorem인 것은  아미르 악젤의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또 교양서로서도 수준급의 지식을 전해 준다(아마존에 251개의 리뷰가 달려 있고, 평균 별점이 4개 반인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 이 책은 대중 소설이나 자기 계발서에는 흥미를 잃은 대신, 적당한 수준의 교양이 담긴 책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딱 맞춤인 책이다. 

물론, 수학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왔거나, 소설 수준의 스토리 텔링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여전히 지루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