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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용 설명서 - 청소년을 위한 시민 사회의 정치 교과서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9
에드워드 키난 지음, 줄리 맥래플린 그림, 도종윤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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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학년 사회시간부터 정치관련 내용이 나오더니 중학교 가서는 본격적으로 정치에대해 나오더라구요. 어려운 내용을 그림과 함께 보니 더 친숙하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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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Force and Restraint in the Strategic Deterrence - A Game Theorist's Perspective-

저자:  Roger B. Myerson


Roger B. Myerson  

(선한 인상의 동네 할아버지 같다)

사진 출처: 시카고 대학 홈페이지 
 

유명학자들의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좋은 논문을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간되지 않은 essays를 종종 발견 할수 있어 뜻 밖의 수확을 거둔다. 며칠 전 Myerson의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에세이(엄격히 말해 논문의 형식을 띄고 있지는 않다)을  다운 받아 읽었다(Myerson은 메카니즘 디자인으로 2007년에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경영학자에 가깝다. 요즘은 정치 분석에 게임이론을 적용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 읽은 에세이는 1시간 정도만 짬을 내면 읽을 분량 -18쪽- 이었고,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학부 1-2학년 생들을 위해 작성한 듯하다).  

이 에세이에서 강조하고 있는 아이디어는 '제약(restraint)' 조건이 '평판효과(reputation effect)'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억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Myerson은 외교정책의 목적이 '억지 deterrence'에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Myerson은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서 제약 조건의 한가지 예로 UN과 같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든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유권자의 뜻과 다르더라도 (대통령은) 옳다고 여기는 것은 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라크 전쟁이었고, 외부세계에서는 그것을 '일방주의(unilateralism)'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런 일방주의는 상대방에게 타협의 여지를 없애 버린다. 즉, "내가 양보를 하든, 공세를 취하든 미국은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릴 것"이라는 신념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은 양쪽 모두가 공세(aggressive) 정책을 취하는 이유가 된다. 즉,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결국 가장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이제 죄수의 딜레마에서 A가 먼저 선택을 하고 B가 나중에 선택을 하게 되는 순차게임을 상상해 해보자. 그리고 이 게임을 반복해서 한다고 하자. 여기서 Myerson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Tit-for-Tat 게임을 소개한다. 즉, 상대방이 하는 대로 나도 똑같이 하는 것(I do the same as you)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는 거다 ('협력-협력'이 '배신-배신'보다 payoff가 높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어떻게 게임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협력-협력'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갖느냐하는 것이다(게임이론에서는 무한반복 게임으로 이것을 풀이한다).  

Myerson의 답은 간단하다.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의 룰을 지키도록 제약조건을 가하고 이것을 지키고 있음을 평판효과로 내보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Myerson은 미국이 일방주의를 거두고 다자주의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즉, UN과 같은 다자주의 기관의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제약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미국을 신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아무 제약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상대방 역시 배신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항상 배신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감스럽게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일방주의(UN의 결의 없이 이라크 공격)를 세계에 알리는 (부정적인) 평판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이 다자주의 원칙을 지키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자주의라는 제약조건이 없는 구조에서, 외교무대에 나선 '죄수들'은 결국 최악의 길(배신-배신)을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 (이라크 전쟁 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다자주의 원칙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이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라면 다자주의를 제약(restraint)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관계에서 다자주의는 주로 정당성(legitimacy)의 범주에서 다루어져 왔는데, Myerson은 이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다자주의가 이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자주의가 제약조건으로 작용해, 오히려 게임 참가자간 신뢰성을 높여주는 도구가 된다는 주장은 매우 새롭다.    

P.S.1 Myerson 논문을 보려면, http://home.uchicago.edu/~rmyerson/ (Myerson의 홈페이지)  

P.S. 2 많지는 않지만 다자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Jonah Goldberg(미국 보수주의의 대표자 중의 하나다. 표현이 강해서 다소 거북스럽지만, 글은 생당히 재미있고 설득력도 있다)의 글(When Multilateralism Falls Short)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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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의 이해 - 이론과 역사
조지프 나이 지음, 양준희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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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처럼 이 책은 대학 학부생들로 하여금 국제정치학의 가장 기본이론 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주의 시각"의 기초를 다지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저자가 '소프트 파워'로 유명한 조셉 나이라고 하여, 이 책이 자유주의나, 제도주의 시각에 무게를 둔 것으로 지레 짐작하면 안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세력 균형시기, 1, 2차 세계 대전 그리고 냉전의 시작과 종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쟁(또는 분쟁) 사례를 현실주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다(현실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석의 대상으로서, '분쟁'이라는 문제는 피해갈 수가 없다).   


Joseph Nye Jr.   

출처: 하버드 대학

이와 더불어 저자는 국제정치학의 기본용어들을 충실히 소개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들면,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의 주요 이론은 물론이고, 세력균형, 상호의존, 도덕,권력, 개입(intervention) 등 국제 정치학에서 등장하는 중요 용어들을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학부생들은 여기에 나온 개념 정의만 제대로 이해하고 시험 답안지에 쓸수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만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분석가가 국제문제를 다룰 때, 분석의 수준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강조하면서, 더 나아가 저자가 이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주어진 국제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하는 분석 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쟁의 원인'을 분석의 대상으로 봤을 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분석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신현실주의 정치학자인 케네츠 왈츠가 이용하고 있는 3단계 이미지 - 개인 차원, 국가차원, 체제 차원-의 이용이고, 둘째는 가상현실(counterfactuals) 개념의 이용이다.   

예를들면, 제1차 세계의 원인을 저자는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사망, 카이저 등 개인의 성향(개인 이미지) 민족주의의 발호, 국내 계급갈등 등 국내 문제 (국내적 이미지), 독일 힘의 증가에 따른 국제적 세력균형의 파괴(체제적 이미지) 등 3가지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이미지 중 하나라도 달라졌다면(가상현실), 역사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 것인가(곧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가)라는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가상현실'을 우리와는 동떨어진 무의미한 것으로 돌려 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만약 ...했더라면(또는 하지 않았더라면...)"과 같은 가상현실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회과학도들에게는 엄밀한 추론에 의한 가상현실은 자연과학자들의 '실험'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런 가상 현실은 어떤 문제(이 책에서는 전쟁)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원인이 더 중요했는지 또는 덜 중요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몇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이 책은 국제정치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세계정치론(존 베일리스)'이나, '현대 국제정치학(하영선, 이상우)'같이 '넓고 얇게 읽는' 고시용 서적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즉, 기본서를 찾는 고시생들에게는 적합하지가 않다.   

둘째, 책의 앞부분과 뒷부분(6장부터 끝까지)의 서술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전반부는 앞서 말한대로 각 전쟁의 원인을 '국제정치 이론'과 '3가지 이미지', 그리고 '가상현실'로 분석하는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후반부는 주로 국제정치 용어 소개에 집중하고 있다(최근의 국제정치 상황은 분석에 오류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분석보다는 소개에 집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전반부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는 후반부에 가서는 다소 맥이 빠질지도 모른다.  

셋째, 일부 우리나라 독자들 중에는 이 책이 미국의 시각(또는 미국 패권주의)에서 본 국제정치학 이라고하여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 가지 면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국제정치학은 전세계를 아울러 개관하는 "세계사" 나 "세계지리"가 아니다. 국제정치학의 본질이 한 나라의 '외교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강대국의 외교 정책이 당대의 국제정치를 규정짓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가 없다. 고대 그리스라면,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될 것이고, 제1차 세계대전 때라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이 될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라면, 당연히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될 것이고, 탈냉전 시대라면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조셉 나이는 이 책을 미국의 대학생들(하버드)을 위해 집필하였다. 게다가 그는 서문에서 "워싱턴에서  외교 정책 담당자로서 근무하며 겪은 경험이 이 책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학자가 미국 대학생들을 위해 쓴 교과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여 우리가 읽는 것일 뿐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가 미국의 외교정책(이론)을 중심으로 서술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것을 미국 중심주의라고 비난할 이유가 없다. 바꿔말하자면,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리 문제를 중심에 두고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리학자들의 글이 미국 대학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 점이겠다).  

셋째, 세계체제론이나, 비판이론 등의 시각에서 볼 때 이책은 다분히 서구(미국) 중심주의적이고 패권주의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럴 것이 이 책의 저술 의도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대로 전통적인 '현실주의'시각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자유주의나 구성주의 소개도 일부 나오고 있으나, 비판자들을 잠재울 만큼 강력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만약, 비판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비판이론을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든 평가의 기준은, 그것이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느냐, 독창적인가, 자료는 풍부한가,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서술하였는가, 논리적 오류는 없느냐, 등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때문에, 바둑 책을 사 놓고 왜 장기 두는 법은 없느냐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사소한 것이기는 하나, 이 책에도 번역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몇군데 눈에 띈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역사는 그 행로에 종속된다(122쪽)' 라는 표현은 '사건의 불가피성'을 뜻하는 '경로 의존'에서 나온 말인데, 역주로 처리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해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별을 뺄만큼 큰 오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을 대상을 꼬집어 말하라면, 대학 신입생, 국제정치 이론에 관심있는 일반인 등이 될 것이다. 처음 책을접한 후, 서술의 형태가 독자 친화적이고 쉬운 문체여서 금방 읽힐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담고 있는 이론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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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로 풀어내는 국제정치 SERI 연구에세이 28
민병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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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최근 사회과학 분야에서 각광을 받으며 떠오르는 '복잡계(또는 네트워크) 이론'에 입문하기 위해서다 (즉, 나는 복잡계 이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다). 그런 까닭에 이 리뷰의 목적은 "이 책이 복잡계 이론을 잘 설명했다, 아니다"에 있지 않다. 또한 이 책에서 복잡계 이론을 무엇이라고 정의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한다. 다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의 기획이 본문에서 잘 드러났는지, 또는 복잡계를 설명하기 위해 풀이한 기타의 제반 이론들이 설득력이 있는 지에 촛점을 두려한다.  

먼저, 이 책의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첫째, 책의 분량이 깜찍할 만큼 얇다. 알라딘 소개에는 160쪽으로 나와있으나, '책을 내며'와 '차례'를 제외하면 143쪽 정도 된다. 얇은 것 뿐만 아니라, 설명 방식도 매우 쉽다. 나는 복잡계 이론에 무지하지만, 불과 두 시간 사이에 다 읽어 버렸다(다만, 국제정치이론에 약간의 사전 지식이 있어서 빨리 읽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없는 입문자들에게는 적당한 분량에 적절한 서술 방식이다(저자도 이 책의 주 독자가 복잡계 이론 입문자임을 서문에서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내용의 깊이도 그다지 깊지 않아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둘째, 각 장 말미에 참고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자세한 목록은  아니지만, 입문자에게는 이 정도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물론, 복잡계 이론을 어느 정도 아는 이라면, 이 참고 문헌이 다소 유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책 구성이 심각할 정도로 불균형하다. 전체 160쪽 중에 복잡계 이론에 앞서, 다른 예비 이론 설명과 비판 (저자가 주요 비판 타겟으로 삼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비롯해)에 70쪽을 할애했다. 그나마  복잡계 이론의 최근 접근 방식이랄 수 있는 '패턴 찾기' 부분은 마지막 3부의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뒷 부분은 말하다 말고 서둘러 끝내버린 것 처럼 보인다. 앞 부분에서 기존 이론을 비판하는데 호흡을 길게 들이마신 독자는 막상 본문에서는 허무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둘째,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용어의 선택이다. 특히 저자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매우!' 남발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패러다임은 '새로운 이론의 축적되어 그 사회에서 받아 들여져 기존의 이론을 대체하고 일반화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한다(유감스럽게도 쿤 스스로도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꼬집어 말하지 않았다). 예를들어 뉴턴 식 결정론적 사고가 아인쉬타인의 상대주의로 일대 전환이 있음을 사회가 받아들 일 때,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구체적인 어떤 대상-이론이든 모델이든-을 두고 '이것이 패러다임이다'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자는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이론, 가설, 접근법, ...주의, 모델, 세계관 등의 말과 마구 혼동하여  쓰고 있다. 실례로 저자는 '복잡계','복잡계 이론', '복잡계 패러다임'(2쪽) '복잡계 이론의 패러다임(18쪽) 등으로 고쳐 부르며 일관성 없이 쓰고 있다.  복잡계 뿐 아니라, 다른 용어들 이를테면, 냉전식 패러다임, 과학 패러다임, 결정주의적 패러다임, 진화론적 패러다임  등등 ...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과연 붙을 만한 곳인지 의심스러운 곳에도 갖다 붙인다.  심지어 저자는 남의 이론도 멋대로 패러다임이라고 고쳐 부른다. 예를들면, 이 책에서 '페르 바크의 모래탑 패러다임'(22쪽)이라는 말을 운운하고 있는데, 페르 바크는 자신의 주장을 '패러다임'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모래탑 모델'로 표현했을 뿐이다(정확히는 Bak-Tang- Wiesenfeld sandpile model).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자기가 비판하는 '합리적 선택 이론'도 어떤 부분에서는 '합리적 선택 패러다임'이라고 자기 멋대로 바꿔 부른다. 이즈음에서는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첫번째 별을 뺀 이유다).    

 Per Bak at the ITCP 1992. 사진 출처: Wikipedia

(덴마크계 과학자 Per Bak. 2002년, 5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었다)

세째, 저자는 복잡계 이론가의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론, 특히 브르스 부에노 드 메스퀴타의 '기대 효용 이론'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말하자면, 메스퀴타의 기대 효용 이론은 저자가 비판하고자 하는 메타 이론 수준 - 저자는 복잡계 이론을 메타 이론으로 보고 있다(35쪽 각주)- 이 아니다. 즉, 복잡계 이론은 현실주의나 구조적 현실주의, 신자유주의 등의 메타 이론을 같은 수준에서 놓고 논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메스퀴타의 이론은 메타 이론이 아닌 중범위 이론(또는 방법론)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정책 수행 단계에서 적용되는 '모델'일 뿐이지 거시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분석의 레벨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른 입장을 비판하는 것은 오류다 (두번째 별을 뺀 이유다). 책 내용 중에는 메타이론 수준에서 현실주의 등을 공격하는 (37-70쪽) 부분도 있는데, 그 비판이 복잡계의 논리에 따른 공격이 아니라 '구성주의'입장에서 하는 공격에 그치고 있다.

네째, 복잡계 이론이 과학(물리학, 화학) 등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왜 사회과학, 특히 국제정치학에 적용 가능한지 논리적 연결 고리가 없다. 자연과학을 사회과학, 특히 인간의 행태에 적용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가딱 잘못하면 자연과학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살수가 있다).   

  소칼과 브리크몽의 '지적사기'

경제학에서 수학 모델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어로 표현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면서도 또한 엄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도 있어 수학 기법 중 일부만을 사용한다. 그 만큼 적용이 까다롭다(메스퀴타의 이론이 다른 학자들로부터 비판받는 것도 그런 부분에서만 정당하다). 그런데 저자는 뉴턴 식 결정주의(과학주의)는 크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연과학에 바탕을 둔 복잡계 이론이 왜 사회과학에 접목될 수 있는 지 설명이 없다. 다시말해 데이터(통계나 확률을 통한)를 이용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사회현상에 적용시키자!'는 계몽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 결국 방법론은  과학적이나, 적용방식은 직관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다섯째, 새 이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론의 정당성을 과거의 어느 이름난 학자에게서 찾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복잡계 이론의 원류로 허버트 사이몬, 토마스 셸링, 케네스 애로우, 로버트 액셀로드 그리고 제임스 로즈노 등을 언급하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 Second edition (Cowles Foundation Monographs Series)   

                      애로우

   Administrative Behavior, 4th Edition

                        사이먼

The Strategy of Conflict

                      셸링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Revised Edition 

                   액셀로드

사이먼은 신제도주의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고, 셸링, 애로우, 액셀로드 등은 게임이론 및 합리적 선택이론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학자들이다. 오히려, 굳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범주를 들라면(로즈노를 제외하고), '공공 선택 이론'에 가깝다. 그런데 마치 이들이 복잡계 이론의 원류이고 이를 직접 지지한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아예 원류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찾는 것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뒷부분에 색인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 책이 아닌 다음에야, 사회과학 서적이라면 최소한의 참고 문헌과 색인은 있어야 한다(요즘에는 소설에도 참고 문헌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의 경우, 참고 문헌이 각 장 말미에 조금이나마 소개되어(사실 참고문헌이라기 보다는 '더 읽을 거리' 정도 된다)있어 그다지 문제가 아니지만, 색인은 출판사 측의 성의 문제다. 아쉬운 부분이다(세번째 별을 뺀 이유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복잡계(국제정치학에 적용된)에 대한 어떤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알라딘 책소개에서는 "복잡계이론의 개념과 틀을 이용하여 현재 국제 정치를 설명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  기존 이론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복잡계 이론은 맛보기 정도만 언급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에게 도대체 "복잡계가 뭐냐?"하는 더 강력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일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아니든 간에.     

* 사족 하나: 저자의 이력이나 언급된 레퍼런스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이 책이 구성주의 시각(특히 오하이오 대학)을 모태로 했다는 것이다.특히 환원주의와 구조주의는 비난하면서, 구성주의에 호의를 보이는 시선에서(64쪽)에서 바로 알 수가 있다.  

   출처: 오하이오대 홈페이지

(Alexander  Wendt .  Robert Keohane과 더불어 미국 내 국제정치학계 영향력 1ㅡ2위를 다투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저자가 연구했다는 Mershon Center(오하이오 대학에 있다)는 구성주의자 알렉산더 웬트가 교수로 있는 곳이고, 저자가 과학주의를 비난하며 언급한 존 루이스 개디스는 한때 오하이오 대학(캠퍼스 위치는 다르지만)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에서 구성주의와 복잡계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구성주의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특히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 사족 둘: 요즘 사회과학 제분야에서 분석 기법의 추세를 꼽으라면, 통계, 확률, 진화(evoution) 그리고 학습일 것이다. 복잡계 뿐 아니라, 다른 이론에서 파생된 접근법들도  그렇다. 이제는 확실성의 추구보다는 확률로 어림 짐작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측이 빗나갔을 때 학자들이 피해나갈 구멍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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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경문수학산책 29
모리스 클라인 지음, 박영훈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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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수학이 서구 문명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힘이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저술되었고 한다. 동시에 저자는 이 책이 "역사적 접근을 따르기는 하지만  수학의 역사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서술 구조는 분명 연대기적 접근을 따르고 있고, 또한 '서구 문명을 수학이라는 렌즈로 투영'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문명'은 전적으로 '서양'의 것이다. 첫 도입부에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수학이 잠시 등장하나 저자는 '종교적 신비주의' 또는 '경험'에 불과하다는 말로 치부해 버린다(그런 면에서 그가 서양 문명만을 다룬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결국, 저자가 다루고 있는 수학+문명은 오직 그리스와 유럽의 것이다. 때문에 아랍이나 인도, 중국에서의 수학+문명은 전혀 소개 되지 않았다. (저자도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원저의 제목을 Mathematics in Western Culture라고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판사는 Western Culture를 "문명"으로 바꿔 버렸다. 우리 스스로가 "문명" = "서양 문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따분하고 지루함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서문에서 집필 목적을 뚜렷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스스로 이것을 종종 잊고 있는 듯 하다. 역사 책으로 보기에는 사료가 너무 부실하고, 수학 교양서로 보기에는 등장하는 수학(물리) 공식에 대한 소개가 불친절하고 어렵다(강약 조절이 잘 안되어 있다). 또한 자기 마음의 감상을 담은 수필로 보기에는 독자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는다(심지어 책의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글' 마저 그렇다. 어찌나 멋을 부려 썼는지, 마치 신춘 문예 당선 소감을 보는 듯하다. 궁금한 이는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또한 만연체 문장, 중언부언하는 설명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설명이 다소 간결해지고 구체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둘째, 인과적 논증, 구체적 실례 보다는 저자의 수학사에 대한 감상, 단정과 주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들면,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여류 수학자 히파시아(Hypatia)의 죽음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저자는 그녀의 죽음을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종말을 보여준다며 불과 세 문장으로 압축해 버렸다. 하지만, 히파시아에 대한 이야기 거리는 그보다 훨씬 많다.(그 구체적 예를 보기 원하는 사람은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극적인 부분은 생략해 버렸고, 논증하고 설명해야 할 부분은 자기 감상문으로 채워 넣었다.  (첫째와 둘째 이유를 합해 별을 하나 뺏다)     

셋째, 수학의 대상 범위(그의 표현으로 보자면 '문명')을 지나치게 넓혀 놓았다. 고대 이집트 건축물부터, 물리, 회화, 음악, 경제, 정치 등 거의 모든 사회 영역으로 서술의 범위를 확장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수학 그 자체보다는 각종 물리 법칙이나 회화에 대한 소개가 훨씬 많이 등장한다. 문제는 그런 소개를 잔뜩 늘어 놓고는 그것을 뒷 수습하지 않았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저자는 '문명은 곧 수학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주장은 수학이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바탕이 된 '기술'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문명과 기술을 혼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논리로 보자면 뉴턴의 '만유 인력'은 '문명'이고, 이것의 발견에 수학이 공헌했다는 것인데, 만유 인력을 문명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엉뚱하다. 차라리 만유 인력이라는 법칙을 발견하는 '기술'에 수학이 공헌을 했다고 봐야 한다.  

더나아가, 독자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러한 '문명'이 도출되기까지의 수학의 공헌'이다. 그런데, 그것을 설명해 주려는 저자의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예를들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늘어 놓는 것으로 수학이 공헌 것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면밀한 역사적 자료가 밑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어이없는 것은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수학은 곧 예술이다'라며, 엉뚱한 극적 반전을 노린다는 점이다. 결국 독자는 어리둥절할 따름이다(그래서 별을 또 하나 뺏다). 

Morris Kline (뉴욕 타임스 1992년 6월 10일 모리스 클라인의 부고를 알리는 사진)

때문에 저자가 밝힌, '수학이 문명의 힘'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려던 계획이 과연 성공했는지 의문이 든다. '수학과 문명의 연관성'을 직관으로만 느꼈을 뿐, 그것을 구체화시키고 싶어하는  많은 독자들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정교한 접착력을 맛보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기름과 물을 억지로 섞어 놓은 듯한 찝찝함만이 남는다. 게다가, 다소 허무하고 비극적인 결론(수학=예술 이라는 주장)은 이 책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담아둘 만한 지은이의 주장이 있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 체계가 무너진 후, 수학에서 조차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률과 통계'가 그 대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의 과학, 사회, 문화 분석에서 확률과 통계가 지배적인 도구가 되었음을 감안하면 이 지적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독서 후에 갖기 마련인 뿌듯함은 거의 맛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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