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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수학 길잡이 - 4판
A. C. Chiang & Kevin Wainwright 지음, 정기준.이성순 역주 / 지필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경제수학입문", 제3판이고 이에 맞춰 리뷰를 쓰는 것이기에, 새로 나온 제4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먼저 밝혀 둔다.
'Amazon' 독자 리뷰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쉽게, 매우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수학을 아주 모르는 이들도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연습문제도 비교적 쉬워서, 문제풀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또한 군데군데 경제이론과 관련된 수학적 예들을 풍부하게 다뤄 수학과 경제학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책의 부피가 만만치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국역본은 1020쪽에 달하고, 원서 역시 788쪽-International version-) 설명이 쉬워서 잘 넘어간다. 비교적 쉬운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책만 제대로 익힌다면, 웬만한 경제 잡지-통계/확률 빼고-에 등장하는 수식은 거의 모두 읽어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저자도 서문에서 말했듯이 '동태적 최적화'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저자는 "동태적 최적화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따로 책이 한권 필요하다" 고 말했는데, 동태적 최적화 같은 고급 이론을 공부하고 싶은 이는 이 책이 부실하다고 느낄 것이다.
두번째는 확률, 통계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계량경제학"범주로 돌려 버리는데, Bayesian 추론 등에 관심 있는 이는 통계/확률 관련 책을 따로 구해 봐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오탈자, 엉터리 부호, 그래프 오류, 문장 중복, 오역 등에 관한 것이다(이 때문에 별을 하나 뺏다). 수학 서적들은 대부분 한두 군데씩 부호가 틀렸거나, 오탈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면 제4장 '선형모형과 행렬대수' 예 7의 첫번째 행렬 A의 두번 째 행에서 4와 6이 빠져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답은 제대로 나와 있다). 원서에는 제대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번역/출판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 듯하다.
그래프도 엉터리다. 예를들면, 11장 '다변함수의 극대와 극소' 그림 11.3의 그림은 못 봐줄 정도다. 그 그림을 보고 '안장점'과 '변꼭점'을 어떻게 구분해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물론, 원서에는 제대로 그려져 있다).
심지어 번역이 틀린 부분도 있다. 제9장 '최적화 분석'의 '2계도함수의 해석'부분을 보면, "... 2계도함수는 f의 변화율을 나타낸다..."고 되어있는데, 정확히 번역하자면, "2계도함수는 원시함수 f의 변화율의 변화율(the rate of change of the rate of change of the original function f)을 나타낸다"고 해야 옳다.
어떤 부분은 공식 자체를 통째로 뜯어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제17장 고계차분방정식 '새뮤엘슨 승수 가속도 상호 모형'의 "수렴과 발산" 부분을 보면, Yt+2 -r(1+a)Yt+1+arYt=G0 의 특성방정식을 b²-r(1+b)+2ar=0 으로 잘못 표기해 놓았다. 올바로 고치자면, b²-r(1+a)b+ar=0 이 되어야 한다(수학 교재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가 있을 수 있는가?). 또한 그 밑에 있는 근의 공식에서도 'b'를 없애야 맞다(궁금한 이는 직접 찾아 보기 바란다).
보다 주의할 것은 번역본에서만 나타나는 이런 오류(내가 찾은 것만 40개도 넘는다)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글자가 틀렸거나, 탈자가 있는 경우는 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자들은 1998년에 쓴 서문에서 "대학원생들이 세심하게 교정을 보아 주었다"고 칭찬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어디를 어떻게 교정했는지 의문이다).
논리를 생명으로 하는 수학 책의 오탈자나 오류는 독자들에게 치명적인 시간 낭비를 가져온다. 따라서, 일반 서적의 오류와는 충격의 효과가 크게 다르다. 게다가 역자들은 역주에서 시시콜콜 원저자의 개념 정의에 딴지를 거는데(역자들은 서문에서 원저자와 서신 왕래로 원저 자체의 내용을 "상당히 많이 바로 잡았다"고 자랑을 늘어 놓고 있다), 그보다 오히려 번역서에 나온 '오탈자 실수부터 먼저 고쳐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새로 나온 제4판에서는 이런 실수가 시정되었으리라고 기대한다).
마지막으로는 출판사의 문제다. 이 책의 번역본은 비봉출판사, 진영사, 한국 맥그로우 힐 등으로 계속 바뀌어 출간되었다. 판권 등의 문제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이해하지만, 같은 저자의 책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은 별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다. (이건 내 심리적 견해이니 비판은 아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 책을 원서로 보면 어떨까 하는 이들에 대한 내 견해다.

나는 원서보다는 번역본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 정도 수준-입문서-의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수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일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수학 기호가 난무하는 영문 원서는 다른 사회과학 원서와는 독해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수학적 마인드가 없는 사람은 큰 고생을 하게 된다. 간단한 수학 용어나 기호도 영어로 써 놓으면 이해가 쉽지 않아 결국은 국역본을 보게 된다(내 경우가 그렇다).
둘째, 어차피 수학은 기호와 논리에 대한 이해이므로 한국어로 그것을 이해한다해도 수학식을 독해하고 이용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운동선수가 운동 기술을 익힐 때 영어로 배웠느냐, 한국어로 배웠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문 원서보다 국역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 -;. 현재(2008.09.17)아마존에서 팔리는 원서(4판)는 77.39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운송료까지 합하면, 거의 국역본의 3배에 달한다.
다만, 번역서의 틀린 부분 때문에 울화가 치미는 사람은 원서와 대조해 볼 것을 권한다.
p.s. 위에서 지적한 틀린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댓글이 있어, 아래 증거 사진을 첨부한다.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수 있다.

p.80

p.403
(*아래는 원본에 있는 그림이다. 비교해 보면 윗 그림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쉽게 알수 있다.)

original pics

p.309

p.765
앞서 말했듯이, 여기서 지적한 오류는 제3판이고, 역자 서문은 1998년에 씌어졌으며, 인쇄는 2002년 8월 15일에 한 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