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Force and Restraint in the Strategic Deterrence - A Game Theorist's Perspective-

저자:  Roger B. Myerson


Roger B. Myerson  

(선한 인상의 동네 할아버지 같다)

사진 출처: 시카고 대학 홈페이지 
 

유명학자들의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좋은 논문을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간되지 않은 essays를 종종 발견 할수 있어 뜻 밖의 수확을 거둔다. 며칠 전 Myerson의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에세이(엄격히 말해 논문의 형식을 띄고 있지는 않다)을  다운 받아 읽었다(Myerson은 메카니즘 디자인으로 2007년에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경영학자에 가깝다. 요즘은 정치 분석에 게임이론을 적용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 읽은 에세이는 1시간 정도만 짬을 내면 읽을 분량 -18쪽- 이었고,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학부 1-2학년 생들을 위해 작성한 듯하다).  

이 에세이에서 강조하고 있는 아이디어는 '제약(restraint)' 조건이 '평판효과(reputation effect)'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억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Myerson은 외교정책의 목적이 '억지 deterrence'에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Myerson은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서 제약 조건의 한가지 예로 UN과 같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든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유권자의 뜻과 다르더라도 (대통령은) 옳다고 여기는 것은 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라크 전쟁이었고, 외부세계에서는 그것을 '일방주의(unilateralism)'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런 일방주의는 상대방에게 타협의 여지를 없애 버린다. 즉, "내가 양보를 하든, 공세를 취하든 미국은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릴 것"이라는 신념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은 양쪽 모두가 공세(aggressive) 정책을 취하는 이유가 된다. 즉,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결국 가장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이제 죄수의 딜레마에서 A가 먼저 선택을 하고 B가 나중에 선택을 하게 되는 순차게임을 상상해 해보자. 그리고 이 게임을 반복해서 한다고 하자. 여기서 Myerson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Tit-for-Tat 게임을 소개한다. 즉, 상대방이 하는 대로 나도 똑같이 하는 것(I do the same as you)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는 거다 ('협력-협력'이 '배신-배신'보다 payoff가 높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어떻게 게임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협력-협력'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갖느냐하는 것이다(게임이론에서는 무한반복 게임으로 이것을 풀이한다).  

Myerson의 답은 간단하다.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의 룰을 지키도록 제약조건을 가하고 이것을 지키고 있음을 평판효과로 내보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Myerson은 미국이 일방주의를 거두고 다자주의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즉, UN과 같은 다자주의 기관의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제약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미국을 신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아무 제약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상대방 역시 배신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항상 배신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감스럽게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일방주의(UN의 결의 없이 이라크 공격)를 세계에 알리는 (부정적인) 평판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이 다자주의 원칙을 지키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자주의라는 제약조건이 없는 구조에서, 외교무대에 나선 '죄수들'은 결국 최악의 길(배신-배신)을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 (이라크 전쟁 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다자주의 원칙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이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라면 다자주의를 제약(restraint)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관계에서 다자주의는 주로 정당성(legitimacy)의 범주에서 다루어져 왔는데, Myerson은 이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다자주의가 이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자주의가 제약조건으로 작용해, 오히려 게임 참가자간 신뢰성을 높여주는 도구가 된다는 주장은 매우 새롭다.    

P.S.1 Myerson 논문을 보려면, http://home.uchicago.edu/~rmyerson/ (Myerson의 홈페이지)  

P.S. 2 많지는 않지만 다자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Jonah Goldberg(미국 보수주의의 대표자 중의 하나다. 표현이 강해서 다소 거북스럽지만, 글은 생당히 재미있고 설득력도 있다)의 글(When Multilateralism Falls Short)도 그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