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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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책 제목을 보고 책의 분위기와 내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청록의 푸르름으로 가득 찬 여름, 풋풋하고 싱그러움을 매력으로 소녀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인가? 무더웠던 여름이 가슴 시리게 추운 겨울로 느껴질 만한 성장통이 아닐까? 하며, 책을 집어 들었고, 첫 줄을 읽자마자 쿵- 하고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시체들의 방이라니? 스릴러인가? 하는 생각은 자연스레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불쑥 불쑥 그 느낌이 튀어나왔다.

 

이야기엔 원래 우리가 무서워하는 걸 몽땅 집어넣기 마련이야. 그래야 그런 일들이 진짜 삶에선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실할 수 있거든. / 014

 

어린이들, 알다시피 가까이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 너희도 알게 될 거야. 너희 하늘을 어두워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란다. 너희 기쁨을 빼앗아가고, 너희 어깨 위에 앉아 너희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하지. 그런 사람들을 멀리해. / 023

 

우리 집에서 가족 식사란, 커다란 잔에 담긴 오줌을 매일 마셔야만 하는 벌과 비슷했다. / 026

 

10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집은 처음부터 행복의 공간은 아니었다. 폭력적인 아빠와 그 공포에 잠식 당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엄마는 그저 자신의 자리만 근근이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모의 존재가 외면과 위협이 되는 상황 속에서 10살의 소녀에게는 6살 사랑스러운 남동생 질이 유일한 삶의 이유였고, 행복이었다. 가장 순수한 사랑의 대상이며,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동생에게 쏟으며 자신도 치유받고 있었다. 동생의 웃음이면 세상 모든 상처가 치유된다는 소녀. 그 웃음과 미소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어린 소녀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마치 농담 같았다.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진짜 웃음은 아니었다. 내가 웃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것이 죽음이었다고 믿는다. 아니면 운명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나보다 훨씬 거대한 어떤 것, 그날따라 짓궂게 굴고 싶었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었다고. 그 힘이 노인의 얼굴을 한 채 웃기로 결심했던 것이라고. / 031-032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숨을 수 없다면, 다른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피와 공포 말고는 아무것도. / 033

 

공허하다거나 하는 기분은 어미니를 전혀 괴롭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랑 없는 삶 또한 마찬가지였다. / 043

 

무늬뿐인 부모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남매는 나름의 행복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말이다. 읽는 내내 먹먹함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때로는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부모의 역할은 사라지고 아빠란 권위로 숨 막히는 폭력을 휘두르며, 그 공포에 몸을 납작 엎드린 엄마와 아이들. 그 상황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고, 분노마저 일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 두 남매가 목격한 끔찍한 사고 앞에서도 그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 줄 부모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입을 닫고, 아이들을 방치한 어른만이 존재했다. 간절했던 자신을 지켜줄 어른의 부재로부터 소녀는 어린 동생의 그 순수했던 미소를 되찾고 싶었고 자신의 하나뿐인 행복을 지키고 싶어 계획을 세우게 된다. 바로,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 그 계기로 과학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지만,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 사실은 동생의 미소를 되돌릴 수 없음을 의미했다.


끝까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10살이었던 아이는 15살 소녀가 되었다. 불행했다면 불행하고, 불안전했던 일상에서 소녀는 자신의 삶을 조금씩 찾아 나섰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비록 동생의 미소를 되돌리진 못했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필요할 순간에 손을 잡아준 부모는 없었지만, 나쁜 어른만 존재한 건 아니었다. 친구가 되어준 모니카, 배움의 갈증을 채워준 영 교수, 어린아이가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른의 존재 유무가 삶에 있어 얼마나 큰 변화가 되는지, 괜찮은 어른의 부제로 인해 인생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어린아이에서 15살 소녀의 정신적, 육체적 변화와 자신의 자아에 대한 지독하게 겪는 사춘기의 성장통이 그저 안쓰럽기도 하고, 삶의 끈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는 소녀의 제2막 인생을 응원해본다.

 

나는 자연과 그것의 온전한 무심함을 사랑했다.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연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생존과 번식에 관한 세밀한 계획을 수행했다. 아버지가 어미니를 망가뜨려도, 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위안을 느꼈다. 새들은 지저귀고 나무들은 삐걱거렸으며 바람은 밤나무 잎 사이를 오가며 쉼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관람객이었다. 그리고 작품은 멈추지 않고 공연되었다. / 118

얼음 같은 손으로 내 무릎을 쓰다듬으며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돈을 벌어서 떠나." 어머니가 나에게 충고를 한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충고라는 걸 한 것도 아마 어머니 인생에서 처음이었을 것이다. "엄마, 엄마는 왜 인생을 놓아 버렸어요?" / 223

이제 끝났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 211

여름은 그런 혼란스러운 감각, 내가 '엄마'라고 부르는 존재에게서 비롯한 경탄과 내가 '아빠'라고 부르는 존재가 불러일으킨 어마어마한 공포 사이에서 끝이 났다. 다음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내 삶이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롭게. / 235

나는 내 몸을 사랑했다. 나르시시즘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설령 내 몸이 못생겼다 하더라도 다름없이 사랑했을 것이다. 내 몸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였다. 그리고 내가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 238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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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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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망도 많아졌으며, 만남의 방법이나 종류도 다양해졌다.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 토론하는 모임, 스터디나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아졌으며, 선택적 인맥도 쉬워졌다. 그런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까운 사이에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며, 혼자 하는 취미생활을 찾아 즐기거나, 혼밥, 혼영 등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단순히 친구나 지인의 존재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한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불편함이다. 좁게는 친구, 가족, 지인일 것이고, 넓게는 나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는다는 행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자주 만나야 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마음속엔 대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만, 무례해 보이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마음에 더 피곤해질 뿐이다.


대화를 나눌 때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즐거운 이야기를 해야 해','분위기에 맞지 않은 말은 금물이야'라고 상대방을 계속 의식하게 됩니다. 친구들의 반응이 내 생각과 다르면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말을 내뱉은 걸까?','나랑 같이 있는 게 지루한가?'라고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솔직한 생각이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 011-012


대인 불안은 '현실 또는 상상 속의 대인적 장면에서 타인에게 평가받거나 평가하는 것을 예상하여 생기는 불안'이라고 정의된다. / 116


대인 불안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며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의미로는 다른 사람을 향한 지나친 배려라고 할 수도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배려는 어린 시절부터 양보와 배려가 미덕이라고 듣고 자란 탓에 자연스레 상대를 나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자신의 마음은 뒷전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인 불안이 자연스레 생겨났으며, 이런 현상은 유독 동양권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중심적 문화 속에서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개인으로서 독립된 상태가 서양권이라면,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의 의도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동양의 문화라고 설명한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의견을 말하는 일이 왜 어려울까? 상대의 생각이 나 감수성을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따라서 자신의 행동이나 배려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 '완곡한 표현법'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상처를 입히는 일이나 충돌을 피한다. 친구와의 대화할 때로 일상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애매한 표현을 쓴다. / 051


그렇다면 대인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그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평가되고, 비치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 타인의 향한 시선을 상대 자체로 바꾸어 관심을 두는 것이다. 남보다 나를 먼저 챙기는 것. 아주 간단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타인 또한 나와 같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조금은 쉬워진다. 사교성 좋아 보이는 그 사람도 어느 자리에서든 쉽게 녹아드는 사람도 사실은 타인의 시선이 불편하기는 나와 같다는 것이다. 대인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며, 배려 없이 대하여 상처를 주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에 사람이 많을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면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평가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일 일 수밖에 없다. 그 당연한 일이 과해져 독으로 돌아오지 않게 자신만의 정도를 찾아가는 것이 대인 불안을 완화하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누구나 겪고 있는 대인 불안이 어떤 심리인지,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나를 통해 대인 불안과 공생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이 책을 통해 불편함을 해소할 열쇠를 찾을 수도 있고, 찾을 수 있는 길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대인 불안과의 공생 그 또한 꼭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인간관계의 불편함에 지친 사람도 자꾸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들에게 쉽고, 술술 읽히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더 이상 나를 내가 괴롭히지 않기를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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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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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고, 귀여움으로 중무장한 표지와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 모서리는 라운딩 처리가 되어 있어 읽기도 전부터 말랑말랑,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먼저 찾아든 책이었다. 어느 순간 출판계를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들! 보노보노를 시작으로 카카오 프렌즈들이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말랑해졌다면, 이번에는 브라운앤프렌즈 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솔직히 카카오 프렌즈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면, 브라운앤프렌즈는 오고 가며 가벼운 인사 정도 나누는 이웃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더 궁금해졌다.  샐리! 너는 누구니?

"각자 글씨가 다 다르게 생겼잖아. 그게 꼭 마음의 모양 같아. 그래서 손 편지가 너무 좋아." / 46

"내일 날씨는… ."
샐리가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일 알 수 있잖아. 그런데 왜 미리 걱정을 해?" / 133

코니는 퇴근 전까지만 해도 마치 갯벌 위를 걷는 듯 느릿느릿 흐르던 시간이 퇴근을 하자마자 폭주하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 107

월요일부터 마치 신기루를 좇듯 주말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은 믿을 수없이 힘들고, 화요일은 기가 차게 힘들고, 수요일은 무념무상으로 힘들고, 목요일은 한시름 놓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기본적으로 힘들고, 금요일은 엉덩이가 자꾸만 들썩거려서 힘들었다. / 109

재미로 시작한 일이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을 때 무언가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는걸.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좋아하는 친구들과 별일 없이 노닥일 수 있는 여유를,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일어나도 상관없는 무계획을, 한적한 오후에 즐기는 나른한 산책의 온도를 잃고 싶지 않았다. / 214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엔 샐리보다 먼저 등장하는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이라는 책이다. 포근한 인상의 갈색 곰(브라운)이 등장하는데, 코니라는 귀여운 여자친구를 뒀다고 한다. 책의 처음에 소개된 브라운앤프렌즈 덕분에 이젠 등장인물과 이름을 숙지해서 인지 읽는 동안 등장인물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총 5권이나 되는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은 사랑스러운 주인공들 때문에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역시 시리즈는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카오 프렌즈가 다독다독 에세이었다면, 브라운앤프렌즈는 유쾌한 동화 같은 소설이다.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은 샐리의 일상과 삶의 이야기가 김아로미 작가님의 손끝에서 탄생됐는데, 유쾌, 상쾌, 통쾌하며 다 읽고 나서는 왜 제목이 비밀스러운 밤인지 나만의 이유를 찾기도 했다. 나도 샐리와 같이 늦은 밤, 새벽의 고요한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올빼미형이라 공감 되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웃음이 나기도 했다. 샐리와 친구들이 사는 그 세상엔 유쾌하고 동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직장인의 애환도 프리랜서의 고충도 존재하는 현실과 동화가 절묘하게 섞인 곳이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 생긴 여유도,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로 가득 차 있어, 자기 전에 꺼내 읽기 좋은 책이었다.

너무 열심히 말고, 때론 포기할 줄도 알고, 그럼에도 호기심은 유지하며, 친구들에게 통 크게 베풀기도 하고, 나를 사랑할 줄도 알고! 이제부터 제 원픽은 샐리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애써 견디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론 놓치는 게 많아 보이지만,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샐리, 때론 유치한 말 한마디가 때론 단순함이 위로가 될 수도 있다. 복잡한 마음과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샐리가 건네는 이야기에 빠져들어보길 추천한다.

샐리는 다이어리에 '걱정 다이어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날 자신을 괴롭히는 걱정거리들을 적고, 턱하고 덮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곤 평소에는 절대로 쉽게 꺼내볼 수 없는 위치에 얌전히 꽂아두었다. 아주 나중에 다시 꺼내봤을 땐 대부분의 걱정거리들은 저절로 해결되어버린 뒤였다. / 146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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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영어 1000문장 말하기 연습 1 기초영어 1000문장 말하기 연습 1
박미진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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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땐 주입식 교육의 반항이라도 하듯이 영어는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졸업을 한지 꽤 지난 지금 내 새해 목표 1순위는 언제나 영어공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영어 단어를 마구 외우고, 시험을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청개구리처럼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는 내가 원하는 공부가 아니었다. 해외여행을 나갈 때마다 영어공부를 다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되뇔 뿐이었다.


올해는 성공 못하는 목표는 그만을 외치고 싶었다. 이슈되는 영어책을 사고, 동영상 강의를 듣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또 작심삼일로 끝나버려, 관심을 놓지 못하는 영어 덕분에 왕초보 책은 쌓여만 갔다. 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보기 위해 왜? 나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지. 그 목적은 무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 영어의 목적은 시험이나 점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언제 어디서나 만날 기회가 많은 외국인과의 자연스러운 대회,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떠난 해외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온전히 내 여행으로 즐기고 오고 싶었다. 거기에 욕심을 부린다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읽어보는 것이었다. 올해는 목표와 다짐만으로 끝낼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영어공부는 꾸준히 그리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꾸준히 하는 건 내 의지로 할 수 있지만, 효과 있다는 방법들에 나의 꾸준함을 동반하지 못해 매번 실패했던 것이었다. 표지부터 내 마음을 알아챈 것처럼 지겨운 공부는 그만이라는! 기초영어 1000문장 말하기 연습 은 외우지 않아도 내가 아는 단어들로 조합을 하고, 하루 10분의 투자로 자주 사용하는 문장을 100개씩 만들어 말해보는 연습이 기본 방법이다.  그렇게 100개를 숙지하다 보면 1000개의 문장을 마스터하기까지 2 주면 충분하다고 한다. 아는 단어들의 조합이라 왠지 솔직해지는 공부법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문법이 아닌 말하기 연습이 라니, 지루하지 않을 법했다. 단,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집중과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라는 기본 옵션이 탄탄했을 경우의 결과물일 것이다. 


총 10개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긍정, 부정 의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끝나면 지문을 보고 영작한 것을 말해보기도 하고, 상황별 영어를 따라 읽어보고, 해석도 해보며 눈과 손으로 시작해 끝내는 영어공부가 아닌 눈과 입으로 말로 내뱉어보는 말하기 연습에 치중한 영어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설명과 예시는 찾아볼 수 없다. 간단하면서도 내가 만든 문장이 입에서 툭하고, 튀어나올 수 있게 말하기에 그 비중을 두었다. 거기에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해설강의 MP3는 QR코드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간혹 다운로드해야 하는 자료들을 만들 때는 번거로움에 그냥 지나칠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보조자료들은 이동 중에 틈틈이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직도 라디오에서 들었던 영어 한 문장이 툭툭 튀어나오는 거 보면, 듣고 따라 해 보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기억에 오래 남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영어 정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 중에 영어회화 왕초보 딱지를 떼고, 영어를 즐겁게, 자기주도학습 방법으로 습득하기엔 기초영어 1000문장 말하기 연습을 추천한다. 짬짬이 공부에도 딱이기에, 아이를 재워놓고 하기에도 좋은 방법 같다. 1월 1일도 지났고, 음력 1월 1일도 지났다. 벌써 목표가 흔들리는 사람도,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사람도 아직 목표를 세우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왕초보 영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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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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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이렇게 색다른 에세이를 만나다니?! 읽는 즐거움에 신체 기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단, 문학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 기관은 항상 마주하는 부분이라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들은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야만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뿐이었다. 거울을 들어 얼굴을 들여다봤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건 경력이나 나이뿐만 아니라 희미하게 또는 또렷이 남아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다쳤는지 모를 흉터부터 실수로 생긴 상처들이 보였다. 가벼운 상처는 쉽게 잊혔다.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흔적이 남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익숙함에 쉬이 지나칠 뿐이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을 뿐 내 몸은 아프기 전까진 무관심한 상태였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세월이 머물고 있구나는 고작 사진에서 확인할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장은 유물이자 골칫거리다. 하지만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몸이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굼뜨고 벗겨져 떨어지고 불거지고 끊임없이 욱신거리는 모든 부분과 정확히 같은 정도일 뿐인,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 70

담낭이나 맹장을 제거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상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적으로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의학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몹시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 신체 기관 가운데 어느 부분이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까? 나는 내 몸이기는 한 걸까? 나는 내 신체 기관을 어느 정도나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을까? / 114


단지, 몸이라 큰 덩어리가 아니라, 세부적으로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심을 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영국 BBC 라디오에서 방송된 이야기를 엮은 몸에 관한 소재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부위부터 몸속을 구성하는 부분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장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 글들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친근하면서도, 낯설고, 신선하면서도 문학이 가진 힘이 이런 게 아닌가. 하고 다시금 감탄하게 만들기도 했다. 각 각의 내밀하고, 문학적인 이야기에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소재를 간혹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섬세한 관찰과 더불어 삶의 통찰까지 녹아져있다.

친근함과 신선함 그 사이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내 몸에 관한 관심 권장 에세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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