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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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이렇게 색다른 에세이를 만나다니?! 읽는 즐거움에 신체 기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단, 문학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 기관은 항상 마주하는 부분이라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들은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야만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뿐이었다. 거울을 들어 얼굴을 들여다봤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건 경력이나 나이뿐만 아니라 희미하게 또는 또렷이 남아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다쳤는지 모를 흉터부터 실수로 생긴 상처들이 보였다. 가벼운 상처는 쉽게 잊혔다.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흔적이 남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익숙함에 쉬이 지나칠 뿐이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을 뿐 내 몸은 아프기 전까진 무관심한 상태였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세월이 머물고 있구나는 고작 사진에서 확인할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장은 유물이자 골칫거리다. 하지만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몸이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굼뜨고 벗겨져 떨어지고 불거지고 끊임없이 욱신거리는 모든 부분과 정확히 같은 정도일 뿐인,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 70

담낭이나 맹장을 제거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상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적으로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의학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몹시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 신체 기관 가운데 어느 부분이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까? 나는 내 몸이기는 한 걸까? 나는 내 신체 기관을 어느 정도나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을까? / 114


단지, 몸이라 큰 덩어리가 아니라, 세부적으로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심을 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영국 BBC 라디오에서 방송된 이야기를 엮은 몸에 관한 소재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부위부터 몸속을 구성하는 부분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장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 글들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친근하면서도, 낯설고, 신선하면서도 문학이 가진 힘이 이런 게 아닌가. 하고 다시금 감탄하게 만들기도 했다. 각 각의 내밀하고, 문학적인 이야기에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소재를 간혹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섬세한 관찰과 더불어 삶의 통찰까지 녹아져있다.

친근함과 신선함 그 사이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내 몸에 관한 관심 권장 에세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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