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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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간되었던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이 10년이 흐른 뒤, 현재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다시금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어떤 문장들이길래, 10년이란 시간을 쌓고, 다시 세상에 나오게 했을까? 따뜻하고 다정하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로 육아의 틈새를 가득 채워줬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가 처음이었던 백영옥 작가의 10년 전 글을 만나게 됐다. 10년 만의 재출간이라니? 어떤 글일까? 이 책의 첫 느낌은 호기심이 먼저였다. 10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일러스트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재독했을 때, 읽었던 나이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이나 위로, 놓쳤던 문장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그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같으면서 다른 결이 새겨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살핀 글은 많은 부분이 현재의 나와는 시선도 생각도 세상의 기준 또한 달라져 고쳐야 할 것이 많았다고 했고, 그게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과거의 문장에 현재를 첨가한 문장들은 작가 인생과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그 안에 깃든 희로애락은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왔고, 느슨한 문장과 문장 사이로 내 이야기도 덧붙일 수 있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독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간의 주름들 사이로 흘려보냈던 문장의 위로와 다독거림은 책을 덮고도 은은하게 흔적을 남겼다. 책에 등장하는 도서와 시, 영화, 드라마 중 관심이 생긴 건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내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문득문득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어 나에게 찾아온 어른의 시간을 현명하게 흘려보낼 수 있기를..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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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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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건 사고도 없는 작은 도시의 39세 어느 주민은 6천5백 크로나 때문에 권총 한 자루를 가지고 은행 강도가 되려 하지만, 그곳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고, 출동한 경찰에 겁을 먹고 도망쳐 나온다. 당황한 강도는 허술하고 무계획이었던 만큼 눈에 띈 아파트로 들어갔고, 아파트 오픈 하우스였던 그곳을 구경 중이던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인질이 되고 만다. 건물을 에워싼 경찰과 몇 시간을 대치하지만, 은행 강도의 항복으로 인질극은 막을 내린다. 무사히 구출된 인질 그리고 사라져버린 강도?! 강도의 도주를 인질이 도운 건가? 아니면 아직 그곳에 숨어 있는 건가? 도대체 이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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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다리 위, 10년 후 그 들. 은행을 터는 데는 실패했지만, 인질극은 성공한 어리바리 어설픈 은행 강도. 자기주장과 캐릭터가 확실한 인질들. 그리고 사건 조사를 맡은 경찰. 그리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 어느 순간부터 범인의 행방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생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처럼 말이다. 예사롭지 않은 등장인물들과 경찰 사이의 티키타카. 그리고 곳곳에 자리 잡은 프레드릭 배크만식 유머가 아주 취향 저격이다! 술술 읽히는 건 기본, 믿고 보는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매력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너무 가벼워 날아가지 않게, 너무 무거워 잠식되지 않는 적정한 무게로 풀어내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밑줄을 긋고 코멘트를 달고, 곱씹어 읽으며, 그가 건내는 공감과 위로를 내 것으로 소화하려고 했다.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수록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책으로 남기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유쾌하고, 또 유쾌하지만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에 마음을 다독여본다. 그리고 6월엔 전작들도 다시 들춰봐야겠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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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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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장르 중에는 다양한 주제로 써 내려가는 에세이가 있다. 그리고 웹툰 에세이도 있다. 이 둘은 에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라 같은 에세이야!라고 묶어버리기엔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풀어쓸 수 있는 글쓰기도 창작의 고통은 분명 있겠지만, 그림으로 장면을 채우는 건 또 다른 창작의 수고스러움이 더해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애정 섞인 구분 짖기다.


친근한 그림체의 도대체 작가의 "그럴수록 산책"은 술술 읽힌다고, 공감과 위로까지 가볍게 쓰쳐지나 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진득하게 읽지 않아도 되고, 부담 없이 어디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게 육아로 짬짬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내겐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코로나19와 겹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의도치 않게 좋아하는 산책과도 멀어진 시점에 싱그러운 책을 만났으니 말이다.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계절감이나 소소한 발견들이 얼마나 큰 위안으로 다가오는지 목적지 없이 걷는 산책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는지 잠시 잊고 지냈다. 도대체 작가의 산책을 따라나선 길에서는 자연이 주는 위로와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무언지 잠시 놓고 있던 걸 찾아보게 만들었다. 또,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살아 숨 쉬는 것들은 자기 몫을 부지런히 하고 있으며, 나 또한 그 풍경에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작은 일부일 뿐이고 "모든 일에 세상 심각해질 필요도 고민을 길게 가지고 갈 필요도 없다."라는 생각에 비움과 내려놓음에 대해 스위치를 켤 수 있었다.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기분이 따라다니는 도대체 작가의 글과 그림은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더하고, 우울하고 묵직한 이야기는 산책길에 살짝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걷는 것처럼,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계절마다 서두르는 이유는 너무 귀엽고, 공감이 돼서 웃음이 세어 나왔다.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산책길은 나도 같이 걸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이라도 산책을 나가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가만히 앉아 읽기 어려웠다. 이제는 전처럼 혼자서 걷는 산책은 힘들겠지만, 사랑스러운 산책 파트너도 생겼고, 걷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야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과 놓쳤던 감정들을 붙잡을 수 있으니, 찬찬히 같이 걸어봐야겠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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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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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하이열

코로나로 전국이 들썩일 때 나는 천사를 품고 있었고, 외출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외출은 남편과 손잡고 나선 밤 산책이었다. 내 산책길은 고작 집에서 멀지 않은 집 근처였지만, 밤에 걷던 길은 낮과는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고, 놓쳤던 소소함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도 나중엔 셋이서 걷게 될 그 길도 고스란히 내 시간 위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내 추억은 밤을 걷는 밤 덕분에 살포시 고개를 들었고, 유희열의 산책길에 동행하며 자연스레 섞여가고 있었다. 유희열의 갬성과 그의 입담을 좋아하는 1인으로 취향 저격 당하고 있는 밤이다.유독 특정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 있다. 책 제목부터 세상이 고요해지는 시간에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그 예상은 100% 적중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아이가 잠든 나에게 주어진 꿀맛 같은 시간에 '밤마실러' 유희열이 안내하는 골목 구석구석은 서울이라는 장소가 주는 낯섦과 골목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익숙함이 있었다. 자연스레 함께 걷고 있는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대비되는 고요함, 조근조근 나누는 담소가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다. 익숙한 길에 담긴 추억을 꺼내보기도 하고, 새로운 길은 탐험하며 새로이 기억에 새겨  남겨보기도 한다. 감성 뮤지션답게 그의 글은 자꾸만 곱씹어 삼키게 만든다. 그리고 밤이 주는 복합적인 감정과 골목이 주는 향수가 잘 어울려져 나만의 감성이 만들어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추억과 감정들이 한 데 뒤엉켜 오늘 하루도 잘 버텨준 이에 대한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안부를 건네기도 했다.  나도 '밤마실러'가 되어, 고즈넉한 어둠이 내려앉은 산책길을 걸어봐야겠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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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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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 검색창이 아니라 유튜브 검색으로 글이 아닌 영상으로 더 쉽게 접근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는 필요에 의해서 그때그때 검색해서 보기 때문에, 따로 챙겨 보는 채널도 없기에 유튜브를 보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유튜버는 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티키틱' 그 들은 누구인가?!에서 시작하게 됐다. 기획, 연출,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이고 연기, 촬영, 다양한 디자인까지 각자 맡은 분야도 삶도 달랐던 그 들을 팀으로 묶었던 리더 신혁의 시작은 크리에이터, 유튜버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고등학생 때부터이다. 교실 안에서 낼 수 있는 볼펜 소리, 책상을 두드리거나 공책을 넘기는 소리로 만든 즉흥 연주가 펼쳐지는 하이스쿨 잼은 지금 봐도 아이디어면이나 재미가 뒤처지지 않는 영상이었다.

사소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티키틱'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책 초입에 등장하는 공연 시작 3분 전 -에 나오는 문구가 떠오르게 했다.

- 공연 시작 3분 전 -

관람 도중 티키틱의 영상이 궁금하실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전원을 켠 채로 가급적 가까이 두시고, 공연 중 불가피하게 퇴실하실 경우 책갈피를 꽂아주시면 좀 더 편한 재입장이 가능합니다.

이 글을 읽을 당시엔 재치 있는 안내 문구에 웃음이 났지만, 어느 순간 책에 등장하는 영상을 먼저 찾아본 뒤 글을 읽거나 그 반대 순서로 책과 유튜브를 오가며, '티키틱' 이야기를 즐기고 있었다. 신혁(리더), 세진(연기), 추추(조명), 은혁(디자인) 4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밴드는 가사와 연기,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조명과 디자인을 짧은 뮤지컬 형식으로 담아냈고, 각자의 매력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일상을 짧은 영상 속에서 보이는 재미를 넘어 그 들의 열정과 고민의 흔적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쉽게 놓치고 지나쳤던 일상의 조각들이 디테일한 요소들 때문에 다시 꺼내 볼 수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에서 오는 공감과 위로에 음악까지 더해서 와닿는 감정이 더욱 풍부해졌다. 꿈보다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요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아내는 그 들이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창작의 고통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때마다 밀려오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4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더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책으로 먼저 만 난 그들은 '반짝반짝' 좋아하는 일에 거침없이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재미와 정보 전달을 위한 콘텐츠가 아닌 각자의 꿈과 애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 앞으로 제작될 그 들의 '오늘'에 담길 뜨거운 열정과 고민의 흔적들을 응원해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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