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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8


   
  광화문 미로스페이스 사잇길로 오 분 정도 올라가면 오른편에는 성곡미술관 간판, 왼편에는 'coffeest'라는 작은 팻말이 나타납니다. 바람이 매섭고 가느다란 비도 떨어지던 얼마 전,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 시리즈 중 한 권인 <커피>를 펴낸 조윤정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게 딱 보기 좋은 중간 즈음에서 이야기하던 그녀는 자신의 일터에서 몹시도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커피가게는 일터가 아니고 제 놀이터예요'라던 말과 함께 뿌듯하게 머금던 미소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김세진, 김재욱)
   

유학 시절, 뜻하지 않게 커피를 만나기까지

알라딘 : 안녕하세요, 가게가 생각보다 붐비네요. (비가 오는 평일 오후 4시경이었는데도, 가게는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조윤정 : 금요일인데다가 비도 와서요. 저희 집에는 단골이 워낙 많으세요. 오늘은 다음에 나올 제 책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오셨고요.

알라딘 : 아, 다음 책 작업이 한창이시겠네요. 실은 인터뷰하려고 이번에 나온 책을 다 읽었어요. 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기대했는데 이론 위주더라고요. 커피에 필요한 도구들이나 드립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어서,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아요.

조윤정 : 첫 책은 사실 강의 교재용에 중점을 두고 썼어요. 그래서 원론적인 내용이 더 많아요. 제 수업을 들으신 분들이 '로스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해서 이론을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어요. 커피에 얽힌 개인사가 궁금하신 분께서는 다음에 나올 책을 읽어보시면 될 거예요. 그 책은 사실 처음에는 소설 형식으로 시작했어요. 저는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쓰다보니 사람들이 전부 '그거 네 얘기지?'라고 말하더라구요. 그 책에는 제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든가, 커피집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 같은 내용이 들어가요.

알라딘 : 이력을 보니 굉장히 독특하신데요. 대학 기관에 있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커피 쪽으로 방향을 트셨어요. 이것 때문에 질문을 여러 번 받으셨을 것 같아요. 큰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구요.

조윤정 : 쉽지 않았죠. 제 주위 친구들은 당시 전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저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구요.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공부하는 것이 제 스타일인데, 영국 물가가 너무 비쌌어요. 똑같은 돈으로 미국으로 간 친구는 집을 한 채 빌렸는데, 저는 방 한 칸을 빌릴 수 있었어요. 입학하려고 마음먹은 학교의 등록금도 너무 비쌌고요. 친구들이나 저나 1년 공부하고 1년 일해서 학비 벌고, 그렇게 지냈어요.

알라딘 : 개미와 베짱이, 동화가 생각나네요.

조윤정 : 정말 그랬어요. 그렇게 어렵게 영어 시험도 준비하고 원서를 냈는데, 제가 들어가려던 다큐멘터리 전공 학과 교수가 마침 안식년이었던 거예요. 급작스럽게 유예기간을 가지게 되었죠. 그것도 하나의 계기라면 계기였겠지요. 그래서 뭘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다들 관광 가이드를 이야기하더라구요. 아는 사람 중에 가이드로 일하는 분들에게 전부 연락을 했죠. 소개를 받기로 했는데 갑자기 IMF가 터진거예요.

알라딘 :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겠네요.

조윤정 : 가이드들은 전부 한국으로 돌아갔지요. 제가 만나기로 약속한 가이드 한 명은 어디선가 양말을 팔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막막한 마음에 스코틀랜드에 사는 아는 선생님 댁을 방문하니 '유학생들이 전부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다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호텔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일을 마치면 신발이 안 벗겨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 다음에는 웨이트리스로도 얼마간 일했고요.

알라딘 : 오히려 공부할 때보다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겠네요.

조윤정 : 하하, 제가 다니던 학교 학비가 싸서 그런지 친구들이 전부 일하느라 바쁘더라구요. 얘기할 기회도 없었지요. 그렇게 여기저기서 일하다가 우연히 커피회사 구인광고를 보게 됐어요. 코벤트가든에 있는 작은 커피회사인데 역사가 30년 이상 된 곳이었어요. 지하에 로스팅 기계가 있고 1층에서 커피를 팔았어요. 3년 동안 일했죠.

알라딘 : 영국에서 커피 회사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었나요?

조윤정 : 외국이 아무리 좋고 오래 살아도,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어요. 그 곳에 있으면 저는 항상 이방인이거든요. 저는 집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몸이 아파요. 늘 똑같은 것을 참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요. 그렇지 않으면 커피투어를 하러 가거나 외국에 나가요. 그렇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지요.
"제가 영국에서 커피를 볶다가 왔거든요."

알라딘 : 한국에 돌아왔을 당시에는 아직 커피문화가 대중화되지도 않은 시기였을텐데, 막막하셨겠어요.

조윤정 : 돌아왔는데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어서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커피 볶는 집'이라고 검색한 다음 리스트를 만들어서 마구잡이로 전화를 했어요. "제가요, 영국에서 커피를 볶다가 왔는데요."라고 하니, 열이면 열 "아, 됐습니다."라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했어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정작 아무도 저를 써 주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마침 단국대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로 했던 선생님 한 분이 개인사정으로 강의를 못 하게 됐어요. 그 때 대타로 서너 시간씩 '영국의 커피 문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다행인지 그 분이 3번 정도 연달아 못 나오셔서 제가 계속 했어요. 학기가 끝나고 강의료를 받으러 찾아가서 "저, 또 써 주실꺼죠?"했더니 선뜻 "그럼요."라고 하시는데, 어쩐지 다시 불러줄 것 같지가 않아요. '영국에서 커피를 볶다가 왔는데요'라는 말은 한 번 써먹으니 끝이었어요. 사람들에게는 늘 보여지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보여지지 않는 허상에는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잘 믿지 않지요.

아, 이제 뭘하지. 잡지사에 연락을 했어요, 글을 쓰겠다고. 그 때 제가 기고한 글이 '스타벅스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제목이었어요. 글을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요. 물어보니 스타벅스도 자기네 고객이라 글을 실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쓴 글의 요지가 스타벅스같은 대기업이 작은 가게를 죽이고 있다라는 것이었거든요. 그 때 결심했죠. 사람들이 찾아와서 원고를 부탁할 때까지는 글쓰는 것을 접자고요.

취직을 하려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작은 가게는 한 명이 커피를 볶아도 충분하고, 큰 기업은 로스팅이라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곳은 원두는 누가 볶아도 상관없으니 차라리 힘이 센 남자를 쓰자, 라고 생각해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로스팅 기계를 사고 제조업을 차렸어요. 그러다가 제조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제가 아무리 고급 커피를 팔겠다, 라고 주장해도 안 보이는 시장을 가지고 어필하기는 힘들어요. 사람들이 뭘 보고 그걸 믿겠어요. 처음에는 포장에 신경을 써서 인터넷 판매를 주로 하다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 가게, 파주 여성센터,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도 하게 된거구요. 지금 이 광화문 커피스트는 네 번째 장소예요.

알라딘 : 영국에서 유학 생활 중 생각지 않게 커피를 만나 방향을 바꾸었다, 고 하셨는데요. 그 전에도 커피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나요?

조윤정 : 커피를 자주 마시기는 했지요. 유학가기 전에는 자바커피, 이런 가게가 많았어요. 글쓰기와 문화 연구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방송작가협회에도 들락거렸어요. 대학원에서는 여성학을 공부했고, 대학 연구소에서도 1년 동안 일했어요. 그래도 커피를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지요. 제가 언제나 관심을 가지던 것은 '이야기'였거든요.
억만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너무 바쁘게 일해요.

알라딘 : 그러고보니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공부를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자주 접하세요?

조윤정 : 이제 몰라요. (웃음) 영화도 몇 번 못 봐요.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본 영화가 '올드보이', 그거 처음 보고 못 봤어요. 한국에 와보니 다들 정말이지 너무 바빠요. 억만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해요. 영국에서는 일하는 시간도 의무적으로 정해놓고,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말이 안 통할 정도예요. 공원에서 산책하며 이야기도 자주 하고요.

알라딘 : 아, 조윤정씨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영화가 생각났어요. 거기 식당 여주인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고 '코피루약'이라는 주문을 외잖아요. 책을 읽다보니 그게 사향고양이가 커피를 먹고 배설한 원두라면서요, 아주 비싼.

조윤정 : 손님들이 코피루약같은 비싼 원두를 가끔 가져오세요. 백화점에서 사온 몇십 만원짜리라고 하시면서요. 백화점에서도 장사가 되니 유통을 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갈아서 포장을 한 다음 시간이 지난 것이니 신선하지는 않아요.

알라딘 : 그렇게 고가의 원두도 팔릴 정도로 우리나라 커피 애호가들의 평균 경제수준도 올라갔는데요, 그만큼 커피문화를 즐기는 의식이 향상된 것 같은지는 의문이예요. 비싼 원두가 맛이 없다고 하면 무지하다고 타박하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주눅이 들 지경이예요.


조윤정 : 로스팅이 안 좋다, 원두가 신선하지 않다처럼, 매우 구체적으로 지식으로 소통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화되는 단계까지 이르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과 집에서 직접 원두를 볶아 갈아마시는 것은 틀리죠. 물론 정말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도 일부 있으세요. 연극배우이신 고객 한 분은 십 오년이 넘도록 직접 커피를 볶아 마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숨어있는 매니아들도 꽤 많은 편이고 차츰 늘고는 있어요.
커피, 만남, 나눔. 모두 좋아하시나요.

알라딘 : 커피를 직업으로 삼고 싶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조윤정 : 요즘에는 취미와 일이 같아지는 추세지요. 커피를 일로 생각하지 말고 놀이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재미가 없으면 커피맛이 없어요. 손님들이 바로 알아차리죠.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궁리했으면 해요.

저같은 경우에는 사람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사람 만나는 것은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는 일이예요. 어떤 날은 앉아서 하루종일 '안녕하세요'만 하느라 목이 쉬기도 해요. 그냥 무덤덤하게 '어서오세요'가 아니구요, '아, 오셨어요!'라고 해요. 단골 손님들은 금방 알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좋은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 돌아보세요. 돈을 받더라도 커피를 한 잔 내려드리는 것은 정말 달라요. 내가 저 사람에게 이 커피를 주면 얼마나 기뻐할까, 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자기 안에 나누려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해요.

커피를 가지고 여러가지 갈래를 치며 다양한 놀잇거리를 만들다보면, 깊이와 넓이가 차츰 커지지요. 그러다보면 당연히 모여드는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를 형성할 겁니다.

알라딘 : 취미와 일이 같으신 지금, 행복하세요?

조윤정 : 가게에 나오는 것 자체가 좋지요. 보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몸은 피곤하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 신메뉴도 개발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즐거워요. 전 일하는 게 아니고 노는 거예요.

알라딘 : 끝으로, 커피에 얽힌 이야기 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면 알라딘 독자를 위해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윤정 : <커피잔 아저씨>라는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화가가 그림을 그리다가 바빠서 귀 한 쪽을 못 그려줬어요. 그래서 한쪽 귀만 달고 길에 나서니 사람들이 전부 놀렸대요. 그 사람은 고민에 빠졌어요. 자기는 다른 사람과 너무 다르게 생겼는데, 뭘 할 수 있을까.

문득 누군가 자기를 보고 커피잔을 닮았다고 했어요. 커피잔을 닮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커피가게를 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커피잔 아저씨를 놀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람들과 다르게 생겨서 좋아하게 됐지요. 그리고 커피잔 아저씨의 가게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노는 곳이 되었답니다.


경남 밀양의 작은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성심여대 사회학과 및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을 거쳐 1년 동안 대학 연구소에서 일했다.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기 위해 건너간 영국에서 커피를 만나, 3년 동안 영국의 커피 회사에서 근무하며 커피와 로스팅을 배웠다. 2008년 현재 광화문 신문로에서 '커피스트'라는 커피샵을 운영하고 있다.


알라딘 작가 소개를 하는 곳에서 퍼왔습니다. 카페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 데, 이 분 덕분에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수 있게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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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루 경제관념이 너무나도 없는 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해야하는 지 가르쳐준 아주 귀한 책이다. 막연하게 조금씩 저축하고 모아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는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하는 지 정말 알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을 해서 20살때부터 월급받으며 생활을 했지만, 별루 저축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또 그나마 모은 돈은 결혼할때 다 써버렸다. 부모님들께 손 안벌리고 하자고 해서 혼수도 우리끼리 알아서 해결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아기가 생기고 또 어찌어찌해서 집을 샀는 데, 정말로 빚으로 해결한 거라서 정말 빚잔치를 했다. 그러고 나니까 정말 막막해져서 그저 버는 돈 모두로 빚 갚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빚 갚느라 허덕허덕 거리고 있다.

그런 내가 이책을 통해서 무엇을 준비를 해야하는 지를 많이 배웠다. 아직도 빚을 갚느라 그러고는 있지만, 더 이상 빚을 늘리는 일은 하지 않는 다. 정말루 처음에 집을 살때는 구색을 맞추고 살고 싶어서, 이것저것 발품팔아서 싸고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며 사긴 했지만, 솔직히 불필요한것들도 카드로 긁어서 산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 물건을 사는 것도 그렇고, 내 자신을 위해서 물건을 살때도 정말 한 10번은 생각하고 사는 버릇이 생긴것 같아서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일불, 이불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 실감을 한다. 아직은 이자율이 더 높아서 저축하기보다는 빚을 갚는 데, 더 열심이긴 하지만, 조만간에는 나두 저축구좌를 한 3개쯤으로 늘릴까 한다. 새해에는 금액이 작더라도 정기적금이라도 열심히 넣어서 돈을 모아놓는 게 우리식구 모두를 위해 좋을 꺼라 생각이다. 아이도 이제 한살이 되지만, 나중에 학자금에 보탤려면 조금씩이라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큰산을 옮길려면 작은 돌부터 옮겨야 한다고 했다. 적은 액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하다보면 작은 보탬이라도 될수 있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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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는 나에게 너무나 정신이 없는 한해였다.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겼고, 회사를 옮기고, 집도 이사를 하고 게다가 부모님들과 같이 살게 되었다. 오랬동안 사귀고 나서 결혼을 한거라 결혼생활이 특별히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지만, 첫아이라서 허둥지둥 한 100일까지는 정신이 없었지만 그것도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셔서 한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새로 들어간 회사는 경력7년인 나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갑자기 회사가 커진데다가 일하던 분이 서류정리마저 해놓지 않아서 4년이나 된 회사가 제대로 된 서류한장이 없었다. 고객관리는 완전히 주먹구구식인데다가 손님들이 돈을 제대로 주지않아도 따질만한 근거가 없으니 주는 대로 감사합니다하고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다들 초창기 멤버여서 텃세는 얼마나 심한지 정말 하루 하루 버티는 게 힘들정도였다. 정말 한 6개월을 집안일도 다 밀어놓고 정말 회사에서 살다싶이 매달렸다. 아무도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게 도리어 견디기 힘들었다.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가며 내방식대로 밀어붙이기를 3개월. 다들 독하다며 나를 피했지만 그래도 부장님이 내편으로 조금씩 돌아섰고, 사장님도 딴지를 걸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지쳐가기 시작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어주지는 않고 그저 뒤에서 수근거리며 날 욕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먼저 일하던분이 나에게 도대체 니가 뭔데 그러냐면서 아무도 너를 달가워하지않는다고 내 피를 말리기 시작했다. 사고는 다 자기가 쳐놓고 당연히 수습은 내가 해야한다는 식으로 일을 끌고 가려고 했다. 너무나도 마음고생이 심해서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사표도 냈지만 결국은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때 만난게 이 책이었다. 원래 비지니스쪽 책은 잘 읽지않는다. 너무 다른세상 이야기인것도 같았고 말도 어려워서 손이 잘 가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려운 경제논리가 아닌 아주 쉬운말로 나에게 초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원래 처음에 이 일을 하게 된건 전공을 해서도 아니고 원해서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재미가 있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알고 싶어서 있다가 보니가 경력7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재미가 아니라 마지못해서 하는 일이 되어버린거였다. 게다가 밑에 있는 부하직원은 말 그대로 학교를 막 졸업한, 사장님방에 들어갈때 노크를 해야한다고 가르쳐주어야하는 초짜중에 초짜여서 짜증만 있는 대로 늘어가는 상황이라 늘 불만불평으로 가득했다. 그런 내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남을 바꿀려고 하는 마음을 나 자신을 바꾸는 걸로, 그렇게 해야 모두를 바꿀수 있다는 걸 느꼈다. 재미로 일하던,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남들보다 1% 더 열심히, 끈기있게, 재미있게 일하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모든 상황이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회사내에 문제가 많다는 건 그만큼 고칠것도 바뀔것도 많다는 거니까,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지루할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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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중독'이라는 두권짜리 책을 나는 중학생때인가, 고등학생때인가 읽었던것 같다. 처음 읽을때는 좀 이해도 안되고 뭐 그냥 그렇네... 하는 맘이었다... 솔직히 그때 사랑과 나이와 관계에 대해서 알기엔..음 좀 어린감이 없지않았다고 생각한다... ^ ^;;; 어쨌든 난 이책을 내가 25살에 다시 읽었다.  그 나이도 그다지 많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책에 많은 공감을 하며 그렇게 읽었다.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어떤 묘한 서글픔... 소위 꺽어진 60이라 말하는 '서른'이란 모든 사람이 겪어야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여자들에게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남자들에게보다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한다. 나이가 서른인데, 결혼도 하지않았고 딱히 남자친구가 있는 것두 아니구 더이상은 탱탱한 피부도 화장기 없는 얼굴로는 다니기가 좀 그런 한창이라는 나이인 20대를 지나 상당히 어정쩡한 상태로 들어선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일꺼라 짐작한다. 게다가 뭐 어느나라나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나이 서른이에....'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많은 곳에 붙기 때문에 더 많은 상실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한다. '결혼을 못한(안한게 아니라 못했다라고들 한다.) 서른 먹은 노처녀'와 서른이지만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는 혹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여자들은 엄청나게 다른 대접을 받는 다. 구지 부연설명을 주저리 주저리 달지 않아도 다들 말 없이 이해하거나 혹은 현재 그런 다른 대접을 받거나 그렇게 다른 대접을 하고 있을 꺼라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어쨌든 내가 드라마로 본 김삼순과 이 책 연애중독은 너무나도 그점들을 적날하게 그리고 재미있지만 상당히 씁쓸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김삼순은 해피엔딩이지만, 연애중독은 반반의 엔딩을 담고 있다. 결국은 타의에의해 어쩔수 없이 그 멋지고 괜찮은 놈과 헤어졌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며 그 결말에서 자신스스로가  자신을 일으켜세우는 것으로 끝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서른이란 나이는 참 어정쩡하다. 10대는 공부와 입시 그외에는 부모님과의 갈등과 친구들로 그 세계가 채워지고 20대에는 막 젊음을 알아가고 즐기고 세상을 알아가고 조금씩 익숙해지는, 책임감보다는 즐기는 시간이지만, 30대는.... 20대에 느끼지 못한 책임감을 아니, 미뤄두었던 책임감에 익숙해져야하고 무엇보다 자기자신을 추스리고 말하자면 정신적인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때 인것 같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정말 그렇게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자는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선입견이 너무나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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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었다. 친구네집에 '모모'가 있길래 얼른 데려와서 읽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드라마 '김삼순'에 나왔던 그 '모모'말이다. 솔직히 나두 모모가 너무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서 궁금해 하던 차에 마침 친구가 그 책을 갖고 있어서 얼른 데려온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정말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여러가지 상황에 흥분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면서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그렇게 책을 읽었다. 머리로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니 당연한 결말일꺼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황과 방법이 너무 궁금해서 조바심을 내며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에 너무 딱딱한 책들만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초반에는 약간은 어색할 정도로 이해가 금방 되지않았다. 조금은 정신이 없다고 해야하나? 두서없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물론, 모모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납득이 될만큼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아서 되려 무슨말이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웃기는 말이긴 하지만, 예전의 나는 그런시작이 되려 흥미가 있어서 더 궁금해하면서 열심히 읽어내려갔을 것이다. 근데, 몇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런 두서없는 글이 재미가 있다는 것보다는 되려 흥미가 없었다. 그 몇년사이에 난 서론, 본론, 결론이 있는 그런 책들에만 읽었나 보다. 그런책들에 길이 들어있는 걸 보니...

어쨌든 난 그책에서 손을 놓지않고 그럭저럭 넘어가면서 읽기시작했고 거의 1시간만에 그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 처음부분을 제외하고 아니, 그 부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그 이야기에 빠져버렸고, 결국엔 모모때문에 발도 동동구르고 어떻게 될려고 상황이 이렇게 되나 걱정까지 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나중엔 모모가 드디어 그 악당들을 물리치고(?) 시간을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게 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만세까지 불러버렸다. (^ ^;;;;;) 정말 어린애같이 말이다. 근데, 기분은 되게 좋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 나도 이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봐야하는 구나...'라는 생각때문에 되게 우울했다. 어릴땐 도대체 어른들은 무슨책을 읽나, 어른들책은 얼마나 재미가 있을 까라고 생각을 했었는 데, 지금은 되려 어른들을 위한 동화나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다니.... 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 서있다고 생각했는 데, 계속 그자리에 서있는 나를 시간이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나보다.... 몸만 크고 그래도 마음은 그자리라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단순한것에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것을 잊었다는 생각에 정말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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