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나에게 너무나 정신이 없는 한해였다.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겼고, 회사를 옮기고, 집도 이사를 하고 게다가 부모님들과 같이 살게 되었다. 오랬동안 사귀고 나서 결혼을 한거라 결혼생활이 특별히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지만, 첫아이라서 허둥지둥 한 100일까지는 정신이 없었지만 그것도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셔서 한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새로 들어간 회사는 경력7년인 나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갑자기 회사가 커진데다가 일하던 분이 서류정리마저 해놓지 않아서 4년이나 된 회사가 제대로 된 서류한장이 없었다. 고객관리는 완전히 주먹구구식인데다가 손님들이 돈을 제대로 주지않아도 따질만한 근거가 없으니 주는 대로 감사합니다하고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다들 초창기 멤버여서 텃세는 얼마나 심한지 정말 하루 하루 버티는 게 힘들정도였다. 정말 한 6개월을 집안일도 다 밀어놓고 정말 회사에서 살다싶이 매달렸다. 아무도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게 도리어 견디기 힘들었다.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가며 내방식대로 밀어붙이기를 3개월. 다들 독하다며 나를 피했지만 그래도 부장님이 내편으로 조금씩 돌아섰고, 사장님도 딴지를 걸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지쳐가기 시작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어주지는 않고 그저 뒤에서 수근거리며 날 욕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먼저 일하던분이 나에게 도대체 니가 뭔데 그러냐면서 아무도 너를 달가워하지않는다고 내 피를 말리기 시작했다. 사고는 다 자기가 쳐놓고 당연히 수습은 내가 해야한다는 식으로 일을 끌고 가려고 했다. 너무나도 마음고생이 심해서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사표도 냈지만 결국은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때 만난게 이 책이었다. 원래 비지니스쪽 책은 잘 읽지않는다. 너무 다른세상 이야기인것도 같았고 말도 어려워서 손이 잘 가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려운 경제논리가 아닌 아주 쉬운말로 나에게 초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원래 처음에 이 일을 하게 된건 전공을 해서도 아니고 원해서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재미가 있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알고 싶어서 있다가 보니가 경력7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재미가 아니라 마지못해서 하는 일이 되어버린거였다. 게다가 밑에 있는 부하직원은 말 그대로 학교를 막 졸업한, 사장님방에 들어갈때 노크를 해야한다고 가르쳐주어야하는 초짜중에 초짜여서 짜증만 있는 대로 늘어가는 상황이라 늘 불만불평으로 가득했다. 그런 내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남을 바꿀려고 하는 마음을 나 자신을 바꾸는 걸로, 그렇게 해야 모두를 바꿀수 있다는 걸 느꼈다. 재미로 일하던,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남들보다 1% 더 열심히, 끈기있게, 재미있게 일하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모든 상황이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회사내에 문제가 많다는 건 그만큼 고칠것도 바뀔것도 많다는 거니까,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지루할일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