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명상 - 불안한 일상에서 완전한 행복으로 가는 7일 명상
디팩 초프라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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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원리를 깨닫고 일상이 명상이 되는 삶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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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명상 - 불안한 일상에서 완전한 행복으로 가는 7일 명상
디팩 초프라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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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명상>은 하버드 의학 박사이자 '월드포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꼽히는 디팩 초프라의 신작이다. 저자는 고대 인도의 전통 치유 과학인 아유르베다와 현대 의학을 접목하여 '심신상관의학(mind-body medicine)'이라는 분야를 창안하며 대체의학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였고, 그의 저서는 전 세계 2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디팩 초프라는 우리의 삶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불안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완전한 명상'을 제시한다. '완전한 명상'이란 일상이 곧 명상이 되는 삶을 말하는데, 명상을 통해 내 삶에 내재한 의식의 원리를 깨닫고 이를 받아들일 때 나의 삶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생각,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고통에서 벗어나 깨어 있는 삶으로 이끌어 줄 변화가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영적인 지도자로서 수십 년 동안 명상을 설파해온 저자의 명상 노하우가 담겨 있어, 마음 한 구석에 항상 불안을 담은 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혼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해야 하는 다양한 이유를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깨어 있는 삶'입니다. '깨어 있는 삶'이란 빛 속에 있는 것, 품위를 찾는 것,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행복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완전한 명상은 그 모든 것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 책은 '1부 완전한 명상, 깨어 있는 삶으로 가는 길(1장 완전한 명상에 대하여, 2장 균형 있는 삶, 3장 몸과 함께 깨어나는 삶, 4장 습관의 덫에 갇힌 삶, 5장 갇힘에서 벗어나는 삶, 6장 능력을 강화하는 삶, 7장 매일 깨어나는 삶), 2부 (8장 삶을 기적으로 만드는 10가지 방법, 9장 삶을 통찰하기 위한 7일의 명상 코스, 10장 침묵을 진동시키는 52개의 만트라)'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명상은 '완전한 명상'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생생히 살아 있게 해야 하는 모든 의식의 원리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명상'은 대부분의 학파와 영적 전통에서 가르치고 있는 일반적인 명상과는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종교나 '영적인' 의미에서의 명상이 아닌, 완전한 몰입감을 위한 명상의 원칙을 제시한다. 완전한 명상은 자신의 삶에 의식의 원리들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탐구해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깨어남이 정상적인 삶의 일부가 되는 방법을 위해 무엇보다도 완전한 명상은 자연스러우면서 쉬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두 번째로 완전한 명상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완전한 명상은 각 개인의 궁극적인 욕망과 일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깨어남이 자연스럽고 손쉬우며, 자발적이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일치한다면, 그때 분열된 자아가 끝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온전하고 분열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분열된 자아로부터 탈출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하지만 깨어남 역시 언제나 있었고, 깨어날 때 의식은 분열된 자아가 할 수 없는 치유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명상을 단지 정신적인 것으로 보는 건 완전한 명상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몸과 마음이 결합된 하나의 존재, 다시 말해 '몸마음(Bodymind)'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완전한 명상의 목표는 매일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며, 이것은 갑작스럽게 각성하는 것처럼 극적이거나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속된다고 말한다. 명상을 통해 우리의 모든 존재, 즉, 몸, 마음, 감정, 생각, 욕망,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겼던 단절의 상태는 원래의 몸마음의 상태로 조화롭게 다시 연결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로지 의식만이 단절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완전한 의식이다. 왜냐하면 마음과 몸이 함께 고통을 받고 있으며 함께 치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완전한 상태이고, 우리의 삶은 몸마음이 온전해질 때까지 온전할 수가 없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바닷속의 물고기에게 바다는 경계가 없습니다. 생태계로서 바다는 그 안에 사고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고 유지합니다. 자각은 이와 같은 궁극적인 생태계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경계도 없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날치는 물 밖으로 뛰어오르며 물이 없는 생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의식 박으로 뛰어 오를 수 없습니다. 그런 상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의식의 무한함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자체가 전체로서 의식에 대한 모든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 관한 것입니다. 명상은 무한한 마음, 온전함 마음에 더욱더 가까이 우리를 데려갑니다. 온전한 마음을 경험하면 한계는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 많은 경계가 얼마나 불필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깨어난다는 것은 경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알게 해줍니다. 경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무한한 정신으로 가는 여정에서 목표는 한 번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때 목표를 위한 비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그것이 습관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악은 우리의 습관이 되고, 그런 점에서 악은 아주 평범하다. 저자는 악은 우리를 사로잡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나쁜 습관과 마찬가지로 성가신 영역에 속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인 습관이 될 때까지 매일매일 자기패배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대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매순간 우리를 가로막는 행동들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자신이 처한 상황이 스스로를 화, 분노, 무력감, 정말의 극단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곧 우리가 악이라고 꼬리표를 붙인 것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그것의 희생자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갇혀 있는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행동에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며, 그것은 더 의식적이 될 때 가능해진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자신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중심이 설때까지 기다리기,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기, 언제나 해결책이 있다고 믿기, 명상 모드에서 통찰력을 얻으려고 하기,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기보다는 그 상황을 피하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지 않기, 다른 사람을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기, 자신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통을 마치 미덕인 것처럼 합리화하지 않기'라는 행동을 통해 평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의식은 우리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근원이자 진정한 자아입니다. 의식이 확장되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폭넓은 행동을 가능하게 해줄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립을 피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이런 대립을 누군가가 승리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패배를 해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개심이라는 씨앗이 뿌려지고, 곪은 분노가 악을 조장하는 갇힘 증후군을 낳을 뿐입니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감, 방향, 확신, 목적, 의미, 통제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가 기준이 되는 의식의 수준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아는 우리를 의식의 수준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자아를 넘어서는 것이 완전한 명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욕망과 사리사욕이 결여되어 있드면, 자아는 경험이 없다고 느끼고, 순수한 의식에 대한 경험은 간접적인 생각이나 사리사욕 없이 올바른 방식으로 단순히 여기 있으면서, 관찰하고, 허용하고, 행동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의식이 완전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무한한 힘의 비밀인 완전한 하나됨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하나됨은 이미 우리의 몸마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당신이 있는 곳에 존재하는 걸 즐길 때, 당신이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들일 때, 자연이 당신을 지원하고 있다고 느낄 때, 인생이 장애물 없이, 반발 없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 당신의 욕망이 거의 노력하지 않고도 이루어질 때,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을 즐길 때, 당신이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들일 때, 자연이 당신을 지원하고 있다고 느낄 때와 같은 순간"에 하나됨과 일치한다고 전한다.

저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잠들어 있고, 의식적으로 행동하 때는 깨어 있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깨어있다는 것은 "말하기 전에 생각하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선택지를 저울질하기, 사실을 수집하기,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 당신의 감정을 느끼지만, 항상 그것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기, 충동을 조절하기, 미리 계획을 세우기, 상황이 바뀌면 계획을 수정하는 것에 열린 태도를 가지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래서 더 관대하기,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기, 개인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순응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당신 주변의 상황과 그 상황에 놓인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기"라는 경험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깨어 있는 것은 미리 결정된 것과는 반대이며, 깨어 있을 때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들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깨어있는 삶은 잠들어 있는 순간에 혼란스러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분명하게 한다.

저자는 이 순간 당신이 깨어 있다면, 당신의 삶이 기적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삶을 기적으로 만드는 10가지 방법으로 빛, 변화, 아름다움, 사랑, 연결, 각성, 폭로, 초월, 행복, 존재에 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삶을 통찰하기 위한 7일의 명상 코스로 안전감과 안전, 성품과 성취, 사랑과 소속감, 개인적 의미와 가치, 창조성과 발견, 고양된 목적과 영성, 온전함과 통일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일깨워주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가 침묵을 진동시키는 52개의 만트라를 소개하여 내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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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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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복을 입은 인문학자가 전하는 종교와 역사, 삶과 예술의 이야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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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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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끝낼 수 없는 대화>는 화가를 꿈꾸었으나, 이제 성직자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학자인 장동훈 신부의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미술보다는 역사와 사회, 종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저자의 다채롭고 풍부한 인문학적 통찰이 빛을 발한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명 작품에서부터 숨겨진 명작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증언과도 같은 여러 작가의 그림들인 세속화를 통해 거대한 자본시장의 바깥, 권력과 교회의 울타리 바깥, 시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그닐지고 소외된 자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책이 다루는 미술작품들 안에는 신이나 자연이 아닌, 인간이 존재한다. 즉위하는 황제, 총살당하는 황제, 성공한 혁명가, 실패한 혁명가, 작품을 주문한 의뢰인들, 어쩌다 모델로 찍힌 듯한 여자, 무심한 우리 이웃들, 세상의 빈자리에서 깜빡이는 고독한 사람들, 인류의 오늘을 장식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성당과 성경 바깥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그 겉모습을 어루만질 수 있는 군상들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이 던져지고, 2부는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하며, 3부는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고, 마지막 4부는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았다.

저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소개하며, 모든 것을 어떤 물리적 현상으로 설명하고 환원할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단지 신화나 낭만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것은 존재할 이유, 삶의 가치와 같은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더 근본적인 것들의 상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계문명의 도래는 자신만만히 '인간의 시대'를 열어젖혔지만, 인간은 실상 호퍼의 군상처럼 더 고독해지고 허무해졌다고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호퍼 작품의 중심 주제는 '깃들지 못함'이라는 인간 존재의 비참함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흔히들 호퍼 작품의 중심 주제로 기다림과 고독을 꼽지만 내게 그것은 그런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깃들지 못함'이라는 인간 존재의 비참함이다.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문명이라는 공간에 유폐된 인간은 과르디니의 표현대로 뿌리내릴 곳 없이 쉼 없이 부유할 뿐이다. 카페, 술집, 극장, 휴양지, 호텔 객실, 주유소처럼 모두 언젠가는 떠나야만 하는, 결코 주인일 수 없는 공간에 계류할 뿐인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에서 저자가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의 대표작인 <제4계급>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에게 인간의 덩어리는 '무리'가 아니라 '노동하는 인간', 새로운 계급이었다. 저자는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가 자신의 부인, 친구, 볼페도의 이웃, 노동을 통해 매일의 삶을 이어가는 이들을 그림으로서, 신화와 성서에서, 이전의 세상에서 분명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이 비로소 역사의 무대에 올라선 것이라고 말한다.

"펠리차의 화면 속 확신에 찬 저 행진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 공의회라는 이상을 통해 세상 안에, 세상과 함게, 세상을 위하여 살겠다고 약속한 교회는 또 얼마나 지어졌을까. 모두 멈추고 중단된 듯해도 분명한 것은 '당나귀'를 맞이할 시간들은 어김없이 지금도 어디선가 흐르고 쌓여간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이라는 그림을 소개하며 완전히 소진되어버려 누워 있는 그리스도의 육신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 속 처참한 주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르마와 전례로 설명되기 이전의 '인간' 예술,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종교 너모'에 있는 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홀바인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만났을, 그저 죽도록 사랑하다 종국에는 정말로 자신마저 잃어버린 이 육신은 각자의 정의를 부르짖는 신,구교 양편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하느님이라고 전한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도 500년이 지났다. 루터의 개혁이 진정한 '개혁'이었는가와 같은 '구교'와 '신교' 사이에 논쟁을 일으킬 만한 주제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이전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있다.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에 담긴 저 극한의 사실적 기록처럼, 종교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우리가 속한 시대의 고통을 증언하고 동행하는 일이다. 수 세기의 간극을 뛰어넘어 오늘의 그리스도교가 '일치'할 수 있는 길도 다만 여기에 있다. 분명 극한의 고통을 온몸에 새겨넣은 저 주검이 여전히 건네고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기찻길>을 소개하여 눈길을 끈다. 아이는 등을 보인 채 수증기 가득한 선로를 내려다보고 있고 책을 읽던 여인은 화가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저자는 누군가를 마중 나온 것인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것인지 알 길이 없고, 제목 또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마네가 화면에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은 철로가 아니라 그림 속 기차가 뿜어내는 증기처럼 순식간에 증발해버릴 찰나의 '분위기'였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현실을 '자기의 눈'으로 바라보길 포기하지 않았던 마네처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혼미한 내일이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 서 있는 세상과 교회가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형태와 이름의 초안을 포기할 용기, 그리고 늘 새롭고도 가장 오래된 궁극의 질문, 인간은 무엇인가를 되묻는 것이라는 진실을 일깨운다.

"모든 면에서 모호한 마네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한 그 무엇도 해명하거나 선언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모호함을 두고 마네 스스로가 자신의 해명이 사람들에게 혹여 하나의 '규범'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길 포기하도록 만드는 '초안'이 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혁신이 또 하나의 인습일 수 있다는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직 확실한 한 가지는 그 역시 세상이 뒤집히는 혼돈의 시대를 헤쳐가던 여느 사람처럼 자신의 여정을 수도 없이 의심했을지언정 현실을 '자기의 눈'으로 바라보길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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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말들 - 각자의 역사를 거쳐 가슴에 콕 박힌 서툴지만 마땅한 마음의 낱말들
박혜연 지음 / 아몬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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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 속에 담긴 말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심리에세이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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