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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평점 :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는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가 25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자살의 심리, 원인, 오해, 예방책 등 자살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 안내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자살 당사자 사례와 최신 의학, 심리학 연구를 결합해 자살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요인부터, 자살 생각이 일어나는 이유, 자살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누군가가 자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 신호를 포착할 방법과, 자살 위험에 처한 이를 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자신을 자살 연구로 이끈 지도 교수와 소중한 동료를 자살로 떠나보낸 사별자이기도 한 저자가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에게,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치는 사람에게 바치는" 희망의 끈이기도 하다. 살아가기를 힘들어하는 주변인을 도우려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방법을, 하루하루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에게는 칠흑 같은 절망 속에서 바져나와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은 '1부 누가 자살한 위험이 있는가, 2부 자살 생각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3부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무엇인가, 4부 자살로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견딜 수 없는 올가미에 속박된 느낌은 자살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감정이 사람들이 자살에 이를 때 공통적으로 밟는 최종 관문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본인 혹은 주변인의 자살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가 본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믿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마치 죽음을 택하는 특정 부류가 있고, 본인은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자살 예방 접종을 마쳤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살과 거리를 두기 위해 자살 시도자를 '타자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자살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은 사실과 맞지 않고, 자살에 대한 낙인의 불씨를 키울 뿐이며, 이런 생각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집단보다 자살 위험이 더 큰 집단이 일부 있긴 하지만, 자살은 남성과 여성, 장년층과 청년층, 흑인과 백인, 기혼과 비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사람들은 고통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 그 고통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을 시도하거나 목숨을 끊는다고 말한다.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양은 정해져 있고, 그 한계에 도달하면 한계를 넘어설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 슬프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는다. 또한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타인에게 짐 같은 존재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설적이지만, 고통으로 정신이 소진된 사람의 생각으로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닌, 정반대의 조치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을 베푸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살에 관한 잘못된 속설을 이야기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라는 속설은 누군가 생을 끝낸 의도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으로, 자살 생각, 충동이 양면성을 띤다는 것이며, 이런 생각이 강렬해지다 사그라들기도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자살의 동기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저자는 자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도와달라고 손을 뻗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화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자살 관련 발언은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라. 상대에게 연민을 담아 직접 물어본 다음, 무엇 때문에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함께 방안을 구하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보건 전문가나 비상 서비스에 연락하라."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이 있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 외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신질환이 자살 위험 요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도, 그 자체로는 왜 특정 개인이 자살로 사망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주지 못한다.
"자살은 사회적 열세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잦고, 갑작스러운 상실감 또는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인생의 사건이 자살에 앞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살이 충동적 행위의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가치는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해당 사건이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증거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자살은 경고 없이 있어난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비록 자살을 경고하는 징후가 있다 해도 이런 징후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는 잡아내기 어려울 때가 많고,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지난날을 돌아보고 난 뒤에야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 생각을 늘 하며 사는 사람을 돌보는 경우, 경고 징후를 식별하기가 더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에는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식별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특히 나약함을 느끼는지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슬픈 현실은 이런 경고 징후를 발견하든, 그러지 못하든, 우리가 하는 일은 기껏해야 자살을 예측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비록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더라고 자살을 경고하는 징후는 있기 때문에 이 명제는 속설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살 생각을 하는지 묻는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은 주입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질문이 반대로 보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자살에 관한 질문은 자살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실제로는 자살 생각을 억제하고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누군가 걱정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에게 직접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길 바란다. 이런 질문은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살 관련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자살 외 선택지를 고려하도록 돕고, 생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재고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히 죽기를 원한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자살의 공통적 인지 상태는 양가감정이다. 양가감정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가지는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일정 시간을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한다. 저자는 자살 시도를 했지만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종종 이런 양가감정, 즉 죽고 싶은 동시에 살고 싶은 욕망을 이야기하며, 어떤 사람의 경우는 자살 시도를 한 순간 삶의 본능이 치고 올라왔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은 여러 원인이 합쳐져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요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인 것일 수 있고, 또 이 중 많은 요인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살은 밖에서 보면 단일한 사건이나 요인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자살의 원인을 한 가지 요인으로 압축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자살 위험이 아주 큰 사람 또는 비극적인 사건 후 남겨진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를 들어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에 억눌린 상태라면, 자살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길 에너지나 동기가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하기로 결심했다면, 문제를 풀 채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에 감정 상태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자살은 고통을 끝내는 영구적 수단인 것이다. 저자는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의 기분이 이유 없이 좋아진다면 이는 걱정해야 할 일일 수 있고, 그 사람을 좀 더 꼼꼼히 살피거나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이 대한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터널에 갇힌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터널 끝에서 들어오는 빛을 보지 못하는 상태과 같고, 또 어떤 사람은 정신적인 덫, 즉 도망칠 수 없는 인지의 감옥에 갇힌 상태와 같다.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은 당사자를 너무나 힘들게 하고, 대안을 찾거나 다른 미래를 보거나 정신적 고통이 끝나는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자살 외 다른 출구를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 또한 2008년에 친구를, 2011년에 자신의 지도교수를 자살로 잃고 슬픔에 빠져 있었을 때 '왜'라는 질문이 끝이지 않아 괴로웠다고 말한다. 저자는 슬픈 일이지만 자살로 소중한 일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누구도 '왜'라는 질문에는 진정한 답을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의 복잡한 원인에 대해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설명한다면, 이들이 자살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살 사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밝히는 이유는, 연민을 담아 상대의 감정을 잘 살피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실언을 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혹여 주변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든다면, 인간관계의 위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고, 손을 뻗어 연락을 취해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도, 비겁한 자의 출구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살을 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자살을 이타적인 행위,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을 끝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살은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 절박한 행동고,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은 무엇보다도 행위, 즉 누군가가 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을 정신질환이 아닌 행위로서 치료하고 자살 생각과 행위를 직접 개입 대상으로 삼는다면, 건강심리학과 다른 분야를 모두 아우른다면, 우리는 이런 성과를 훨씬 포괄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가 마음챙김 연구의 개척자인 마크 윌리엄스는 책 <소통의 울부짖음>에서 '자살의 속박감'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그가 자살을 '도와달라는 울부짖음'이 아닌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마크 윌리엄스는 자살을 유발하는 고통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했으며, 자살에 관련된 세간의 낙인에 일종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자는 누군가의 자살 이력에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들의 속박감 수준을 될 수 있는 데까지 바궈보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인생의 올가미에 갇혔다고 느끼는 정도를 줄여줄 수 있다면, 속박감과 자살 위험 간의 잠재적인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자살은 속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말이 좀 모순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에 관해 설명을 덧붙여보겠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속박감은 '덫 안에, 또는 덫 때문에 갇힌 상태'다. 다시 말해 출구가 전혀 없는 상황에 갇힌 꼴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폴 길버트는, 불쾌한 상황(보통 패배 또는 치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욕구가 저지되었을 때 속박감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의 사상은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원치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체가 비극적 결과를 맞는다는 사실은 인간이 아닌 동물 연구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이 패배할 경우, 그런 모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오래전에 관찰했다. 도주 수단의 저지로 발생하는 이런 상황을 동물행동학자들은 '저지된 도주'라 지칭했고, 동물학의 맥락에서는 물론 인간에게도 패배나 모욕 자체보다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속박감이 정말로 해롭다고 설명했다. 속박감은 인간의 우울증을 이해하는 수간드로 폴 길버트가 처음 사용했지만, 마크 윌리엄스는 이를 자살 위험까지 확장해 적용했다. 따라서, 간단히 말해 자살 행동은 정신적 고통에 갇힌 상태로부터 도주하려는 시도다."
"내적으로 속박된 느낌이 들면, 내적 세계가 위로가 아닌 고통의 원천이 되면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마음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고통과 안전이 결핍되었다는 느낌이 모여들어 폭풍우가 몰아치듯 악화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서 도망치려 한다. 그래서 숨을 만한 곳도, 쉬거나 몸을 누일 곳도, 도망칠 곳도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자살 생각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속박감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이런 고통이 진정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포로가 되어간다. 스스로에게 갇혀, 빠져나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수치심, 상실감, 자기혐오, 거부, 분노까지 더해진다면 정신적 고통이 과연 얼마나 커질지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저자는 정신적 고통이 자살 생각으로, 그리고 자살 생각이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자살에서 정신질환 이외의 요소를 살펴보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 위험이 있거나 자살 생각을 실행에 옮길 위험이 있어 염려되는 경우 어떤 요인을 살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통합적 동기-의지 모델(IMV 모델)은 자살 위험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을 제공하고, 왜 어떤 사람들이 자살 위험이 생기고 또 자살로 사망할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IMV 모델에서 1단계는 자살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맥락을 다루고(동기 전 단계), 2단계는 자살 생각 출현에 중점을 두고(동기 단계), 3단계는 누군가 자살 생각을 하는 경우, 자살 행동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인을 도식화해서 보여준다(의지 단계).
저자는 자살 생각의 촉발 요소를 살펴보기 전에, 자살 생각과 행위가 출현하는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IMV 모델의 1단계는 동기 전 단계 역시 세 가지 요소, 즉 소질(취약성), 환경, 인생의 부정적 사건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살 위험을 다룰 때 생물학적 취약성으로 세로토닌의 역할, 완벽주의의 작용, 무의식적 사고 작용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인 '사회적 완벽주의'는 자살 위험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완벽주의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인생의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길 기대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완벽주의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반대로 수치가 낮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무던하다. 일상을 헤쳐나갈 때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거절, 패배, 상실 같은 사회적 위협이 닥쳤을 때 이를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경험은 기분 저하와 정서적 고통을 가져올 수 있고, 자살 생각이 나타날 가능성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완벽주의는 마음의 갑옥에 생긴 좁은 틈과 같다. 비록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약점이 한 가지 생긴 것이므로, 사회적 패배나 거절의 화살이 날아와 나를 위협하면 방어막이 뚫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이런 경험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 역시 높다."
저자는 자살 위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결론 두가지를 도출했다고 말한다. 첫째,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며, 우리는 사람들이 되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가능한 힘껏 도와야 한다. 둘째, 긍정적인 미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어떤 희망이나 긍정적인 미래 생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른 희망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는 좀 더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결점에 대해 자기 연민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모두가 실패를 경험하고 그래도 괜찮으며 넓은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 생각을 품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자살 계획을 세웠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그렇다'라고 답하면 다음 질문에서는 얼마나 계획이 구체적인지, 그리고 계획 실행을 위한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이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저자는 만약 이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1차 진료의나 건강 전문가, 또 필요한 경우 비상 서비스에 연락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안전 계획이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자살 생각이 들기 전 24시간 동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요인이 자살 생각 및 행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가, 어떤 일이 자살 생각을 일으켰는가, 왜 그 상황에서 자살 시도가 일어났고, 다른 상황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가에 대해 알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자는 당사자의 감정이 괜찮은지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안전 계획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이야기할 때 이들이 말하기 곤란해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당사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부담감을 주거나 억지로 다그치지 말자. 물론 부드럽게 대화를 안내하고 유도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 동기를 인터뷰할 때 널리 쓰이는, 사람 중심의 상호 소통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개인의 가치, 목표, 동기, 염려하는 점을 알아보고, 이 요소를 가지고 안전 계획을 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
저자는 누군가의 안위가 걱정되다면,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이런 질문을 꺼내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자살 생각이나 자해 관련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이 만날 가장 큰 장벽은, 만약 친구나 가족이 "맞아, 자살 생각이 들어"라고 답하면 이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걱정은 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저자는 때로는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이를 계기로 이들이 힘을 얻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여러분의 책임이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말을 듣는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다가 잘못하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의 핵심 요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듣기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라. 그저 들어준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특히 열린 질문을 하면서 부드럽게 상대를 살피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유형의 듣기를 '능동적 듣기'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이 상대방이 하는 말에 집중하면서 말하는 내용을 이해한 다음 답하는 것을 말한다. 능동적 듣기를 통해 상대방은 어떤 내용을 털어놓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알게 되고, 대화를 통제하고 주도하게 된다.
또한 대화를 통제한다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인데,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무기력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소한 통제력만 발휘해도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살 위험이 있던 사람이 자신의 정서를 통제할 힘을 되찾을 수 있음은 물론, 살아가며 겪을 일을 통제하기 위한 기반을 다시 다질 수도 있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의 지원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연민이 담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기 연민을 자신의 행복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자기 연민이라는 용기와 지혜의 덕목을 키우는 과정은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
"정신적 고통 단기 개입에서 쓰인 연민의 개념은 폴 길버트가 내린 연민의 정의에 기반한다. 그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술가로, 연민 중심의 치료법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연민은 단순한 친절이나 보살핌 이상의 것이라고 정의했다. 연민이란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헤아리고 이 원인을 해결할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처음 대화를 시도할 때는 친절과 보살피려는 마음에 치우쳐 이야기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때 용기와 지혜라는 요소를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연민의 기본은 곤경에 처한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이들이 인생 초기에 역경을 겪었거나 트라우마 이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살 위험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개입 방법은 모두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가족이든 친구든 의료 전문가든, 누구라도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려할 때는 위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다루기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언급할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상대방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우선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이들의 필요사항을 채워주기 위해 같이 노력하다. 그리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함께 살펴보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살을 둘러싼 속설을 타파하고 자살 생각이 어떤 경로를 거쳐 자살 행동으로 전환하는지, 자살 행동을 막기 위해 무엇이 효과인지를 알리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경험하는지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자살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아직 우리 곁에 남은 사람은 도울 수 있고, 우리가 함께 힘쓴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좀 더 친절과 연민을 베푼다면, 자살의 파괴적 영향에서 모두를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