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 재테크 - 삶을 바꾸는 작은 돈의 기적
장순욱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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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재테크>는 우리가 평소 하찮게 생각했던 푼돈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1장 내 돈 다 어디 갔어, 2장 한 푼이라도 꼼꼼히 따져라, 3장 작은 돈이 큰 행복을 만든다, 4장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면 돈이 보인다, 5장 부자를 만드는 열 가지 소비습관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반복적 지출이 중단될 경우 푼돈이 쌓여 목돈이 된다고 말한다.​ 즉 푼돈을 아끼는 소비습관이 작은 지출을 지속적으로 막아줘 큰 돈을 아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푼돈​ 재테크가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는 이유는 대부분 허투로 날리는 푼돈에는 '반복성'과 '중독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커피 등은 우리가 소소하게 지출하는 대표적인 푼돈 킬러들이다. 적은 액수지만 끈질기게 돈을 요구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저자는 푼돈이 모여 만들어진 목돈보다 더 단단한 이유는 그 돈에는 피와 땀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푼돈을 아끼기 위해선 많이 참아야 하고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도 굴려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거이 기본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 애끔과 노력이 돈과 돈 사이, 돈과 내 의식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푼돈의 집합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푼돈으로 만들어진 목돈은 남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단단하다는 것이다. 위쪽 목돈이 아래쪽 목돈을 누르면서 강도가 더 세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푼돈은 오랜 시간 운동을 통해 단련된 사람의 근육처럼 자랑스러운 '우량 목돈'이 된다."​

저자는 푼돈을 아낀다는 것은 단순히 주머니의 쌈짓돈을 절약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아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내 돈을 아끼기 위해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올바른 푼돈 절약이 아니다.​

저자는 '소비는 미덕'의 후유증이 남긴 교훈 중 하나는 절제의 미덕이 없는 소비는 결코 합리적일 수도,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소비에 앞서 절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끼고 아껴 보은 돈으로 우선 목돈을 만들고 그 후에 사업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는 소비가 이뤄져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자본주의 원칙의 근원에 절약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비가 미덕이 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개인이 아닌 기업의 소비가 늘어야 한다.

저자는 푼돈 재테크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금이라고 말한다. 투자수익이 아닌 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 푼돈을 절약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을 모으는 사람의 입장은 이자보다는 원금이 얼마 늘었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의 최후 승자는 '번 것'이 아닌 '남은 것'에서 판가름 난다고 말한다. 즉 남은 게 없으면 인생의 승부에서 퇴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적게 벌어도 남은 것이 많다면 미래는 밝다.

저자는 편안하게 살면서 돈을 모으는 길은 없다고 말한다. 즉 다섯 정거장을 걸어가면 버스비가 절약되지만, 그 길을 편하게 택시로 이동하면 택시요금이 나가는 것이다. 푼돈은 건강뿐 아니라 부지런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푼돈을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파는 노력도 결국은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좀 더 싸게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부지럼함이 몸에 배기 때문이다.(...) 또 푼돈 재테크를 위해서는 '머리품'도 자주 팔아야 한다.(...) 이렇게 머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면 치매 예방에도 좋고, 기가 막힌 사업 아이템도 문득 떠오르는 부수입도 생긴다. 이처럼 품을 팔아 푼돈을 아끼는 태도는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돈이 모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성취감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기도록 해준다고 말한다. 즉 그냥 흩어졌을 돈이 모여 목돈이 되는 경험을 통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며 모으면 인생의 큰 성공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이런 '푼돈의 룰'은 내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모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이 바로 푼돈이 주는 또 다른 낙관이다."

저자는 한 푼의 돈이라도 소중히 아끼는 것은 금욕이 아닌 절제하며 즐기는 성숙한 즐거움을 맛보는 길이라고 말한다. 즉 2퍼센트를 채우지 않음으로써 98퍼센트의 만족을 온전하게 얻는 것이다. 욕망의 100퍼센트가 채워지면 사람들은 그 순간 만족한 일에 대한 허무함과 더불어 새로운 욕망을 느낀다.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소비의 중독이 아닌 좋은 중독을 찾으라고 말한다. 좋은 중독은 큰돈이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주말마다 도서관이나 서재에서 원고를 쓰고 그것을 모아 책을 낸다. 직장을 다니면서 무려 열 권의 책을 냈다. 그는 글쓰기에 중독된 것이다. 쉽게 이해되지는 않겠으나 그는 주말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며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운동 역시 좋은 중독 가운데 하나다. 돈이 들어가면서 몸도 망가지는 취미보다는 자전거나 등산 등을 즐기면 된다."

저자는 푼돈을 아끼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푼돈을 아끼는 것은 지금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늘 깨어있는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낀 푼돈은 목돈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기적 같은 일을 한다. 단순한것부터 실천해보자. 담배, 술, 커피든 우선 한 가지를 끊어보자. 돼지저금통을 마련해 매일 집에 왔을 때 잔돈을 넣어보자.​ 작은 물방울이 모여 어느 순간 구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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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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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골리앗>은 개성있는 그림체와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톰 골드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구약성서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에서 캐릭터를 가져왔으며, 전체적인 줄거리는 작가가 지어낸 픽션이다.

톰 골드의<골리앗>은 전투에 나가는 대신 행정업무를 맡고 싶은 골리앗이라는 독창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핵심을 놓치고 있군, 골리앗.

자넨 전사처럼 보여.

자네가 할 일은 그저 전사처럼 행동하는 거야.

그러면 적은 우리 앞에서 몸을 움츠리게 될 거야.

실제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구.

이건 정신력 싸움이야."

 

 

톰 골드의 만화 <골리앗>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잔인한 전사라는 골리앗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골리앗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란, 내 눈 안의 편견에 지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서 우리는 선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난 여기 있는 게 꽤 좋아지기 시작했어...

나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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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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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화 '수짱'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를 읽었다.

'싱글인 마흔 살의 딸이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이라는 책의 내용이 지금의 나의 상황과 일치하여 꼭 읽어보고 싶었던 만화책이었다.

올해 40살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30대와는 확연이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노년의 나이를 살고 계신 부모님과 나의 관계를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에서는 '모녀의 외출'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히토미 씨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엄마도 건강했었지.'

하고, 오늘을

떠올릴 날이 올까"

 

얼마전, 엄마의 40살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젊은 시절의 엄마와 사진과 지금의 엄마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이든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먼 미래에는 지금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게 되겠지...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에 등장하는 '웰컴 40대!'라는 제목의 만화와 글도 인상적이다.

 

"생일날 병원에 갔더니

차트에 나이가 40세가 됐더라고

자동적으로

바뀐 것 뿐이지만

'다 들켰어'

그러는 것 같아서

씁쓸하더라~"

 

40대가 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말,

아무것도 안 달라질 거라도 생각했는데

무언가 다 들켜버린것만 같은 기분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40대를 축하하지만, 젊음이라는 단어가 소멸될까바 두렵기도 하다.

 

싱글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는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을 읽으며, 부모님과 나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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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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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는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류가 신문 연재로 쓴 다섯 편의 중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연속 중편'이기 떄문에 하나의 큰 틀 안에서 각각의 작품이 서로 공명한다. 또한 주인공들 모두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고, 어떻게든 '재출발'하려고 애쓰는 중장년들인 데다 '보통 사람들'이다.​ 체력도 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그리고 이따금씩 노쇠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작가 무라카미 류는 '그들은 살아가기 힘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것인가. 그 물음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정년퇴직 후에 찾아오는 어려움은 제각각이다. 경제적인 격차와 더불어 다양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섯 명의 주인공을 '유유자적형' '중간층' '빈곤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하지만 모든 부류에 공통되는 점도 있다. 그것은 그 인물들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와 어떠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것이다. '신뢰'라는 말과 개념을 이토록 깊이 의식하며 소설을 쓴 것도 처음이다."

이 책의 다섯 편의 중편 소설의 이름은 ​결혼상담소,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캠핑카, 펫로스, 여행 도우미이다.

경제적 문제, 이혼, 실직?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는 후회를 남기는 거야

[결혼상담소]
TV 앞에만 있는 남편에게 ‘이혼하고 싶다’는 한마디를 던진 나카고메 시즈코. 남편의 대답은 “마음대로 해”라는 한마디였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황혼 이혼을 하게 된 그녀는 결혼상담소를 통해 재혼남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 찌든 여러 중년 남자를 만나면서 서서히 지쳐가는 시즈코. 그녀를 위로해주는 건 따뜻한 얼그레이 향기와 결혼상담소에서 친분이 쌓인 상담 담당자뿐인데…

​"어차피 결혼 상대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니까요. 이성적으로 결정한 대로 마음과 몸이 따르지 않는 법이죠. 헤어진 남편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남성이라는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는 점이요."

"나카고메 씨가 비유로 든 배우 역시 정말 하고 싶은 배역이 평생 동안 그리 많지는 않을 거예요. 아무리 재능 있고 돈이 있어도 인생의 모든 일이라는 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법이죠. 일이든 생활이든 타인이랄까, 상대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아무튼 타인은 로봇이 아니니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는 없을 테고요. 다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지를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우리는 다른 인생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이 된다. 나카고메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얼굴이나 이름이나 성격이 바뀌는 게 아니라 곤충의 허물이 벗어지듯 무언가를 벗어던지고 다른 것이 새겨진다."

"돈이나 건강 등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불안투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건 후회하면서 사는 것이다. 고독은 아니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면 맞은편 벤치에 앉은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리고 괜찮으면 홍차를 함께 마시지 않겠느냐고 청해보자. 나카고메 시즈코는 어서 빨리 얼그레이 향ㅇ로 가슴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선명하게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꿀지도 몰라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작은 출판사에서 정리해고당한 인도 시게오.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고 거리에서 노숙자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어느 날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그 앞에 중학교 시절 친구 후쿠다가 나타난다. 노숙자 행색의 후쿠다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시게오 역시 누군가를 도울 처지가 아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즐겨 마시던 미네랄워터를 건네는 것뿐. 죽음을 눈앞에 둔 후쿠다는 어머니께 전하는 마지막 편지와 반지를 시게오에게 전하고, 시게오는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러 나서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의 공통점을 노트에 정리하기로 했다. 노숙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공통점을 염두에 두고 피하고자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 병이나 사고 등으로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다. 생활이 곤궁해지면 대체로 부부 사이가 나빠지고, 급기야 가족을 잃고, 그리고 주거를 잃는다. 인도 시게오는 노트 맨 끝에 빨간 글씨로 써넣었다.

"일, 가족, 건강을 철저하게 지킬 것. 주거 사수. 빚은 절대 지지 않는다." "

"빈 차가 몇 대 달려오기에 손을 들었지만 그냥 지나쳐 가버렸다. 인도 시게오는 돈오 없고 허리도 안 좋은데 자신이 왜 후쿠다를 어머니에게 데려가려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분노였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에게 혐오에 가득 찬 시선을 받고, 택시 운전사들에게 무시당하자 노동지원센터의 층계참에서 자각한 분노가 점점 분명하게 윤곽을 드러내며 다시금 타올랐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분노는 아니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나 택시 운전사, 노숙자에 대한 분노도 아니었다. 구체적인 어떤 것을 향한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그 오락실에서 생겨났고, 계단 층계참에서 술 취한 노숙자들이 앞을 가로막자 마치 점화된 것처럼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더니 밖으로 분출된 것이다.

그것은 무력감에 압도되어 뭔가 소중한 것을 방기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분노였다. 분노를 통해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도 없다. 인도 시게오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얕잡아 보지 마라! 그렇게 외치는 대신 후쿠다의 몸을 부축하고 걸어 나갔다. 후쿠다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이제 영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회사에 있을 때는 몰랐어. 그 밑에 검버섯이 까맣게 피어 있다는 걸
[캠핑카]
중년의 나이에 가구회사에서 정년퇴임을 앞둔 토미히로 타로.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모아둔 돈으로 캠핑카를 사서 부인과 함께 전국일주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바쁜 부인의 냉담한 반응과 이유 없는 불안 때문에 구매예약을 한 캠핑카를 취소한다. 재취업을 위해 그동안 인연을 맺은 거래처를 찾아다니지만 그의 퇴사 소식을 들은 담당자들은 난색을 보일 뿐 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타로의 불안감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병원을 찾을 상황에 처하는데…

토미히로는 나날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경험한 적 없는 정년이라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슴 설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마노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좋은 재취업 자리라도 있으면 모를까, 체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저금도 나날이 줄어들기만 하지. 중장년층 자살이 많은 것도 당연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앞으로 좋은 일 같은 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도 내게는 이런 좋은 일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희망이잖아. 뭔가 희망이 필요한 거야."

"토미히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세일즈맨으로 다시 한 번 현장에서 뛰고 싶다. 어떤 현장이어도 상관없다.'라고 적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사람이 포기한 순간부터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라고 썼다.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캠핑카로 아내와 여행하는 것.'이라고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단순히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의식 밑바닥에서 더 중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도대체 이제까지 내 인생은 무엇이었던가?'라는 물음이었다. 그 답을 찾지 않고서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부부니까? 제겐 가족보다 보비의 죽음이 더 중요해요!
[펫로스]
평범한 가정주부 다카마키 요시코에게 시바견 보비는 인생 그 자체다. 무뚝뚝한 남편보다 보비에게 더 애정을 쏟는 그녀는 친구들 역시 애견모임을 통해 사귀게 된다. 애견모임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 하지만 나이 든 보비가 병에 걸리고 그녀 역시 보비 때문에 하루하루를 눈물 속에 지새운다. 애견모임도 나가지 않고 남편의 위로도 소용없이 병든 보비만을 끌어안고 지내는 그녀에게 보비의 죽음이 닥치는데…

요시다가 다카마키에게 건네는 반려견과 신뢰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훈련이라는 건 명령을 따르게 만드는 것인데,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요컨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주인에게 가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집이나 학교에서 누가 부르면 대답을 해라, 부르면 가라고 배우지요. 그러니까 누가 부르는데 가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얘기죠. 하지만 개는 부르는데 오지 않는다고 막대기로 때리거나 하면 더 오지 않을 거예요. 이름이 불리고, 이리 오라는 말을 듣고, 주인에게 가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으니까 가는 것, 나는 그런 게 진정한 신뢰가 아닐까 생각해요."


운반한다, 운반한다, 운반한다, 내 인생은 그것뿐이었어
[여행 도우미]
햇차를 좋아하는 시모후사 겐이치는 운송회사를 다니다 그만두면서 아내와 헤어지고 현재 하청업체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중이다. 역 근처 헌책방에서 추리소설을 읽는 걸 즐기는 그 앞에 비슷한 취향의 소설을 즐기는 아름다운 유부녀 호리키 아야코가 나타난다. 그녀에 대한 연모의 감정 속에 조금씩 인연을 쌓아나가던 그는 드디어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병든 남편 곁을 떠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연모하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위해 여행 도우미까지 고민하는 시모후사 겐이치는 또다시 운전대를 잡고 떠나는데…

​"물건이든 사람이든 이동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창고에 아무리 구두나 옷이 잔뜩 쌓여 있어도 소용없다. 운반되어 가게에 진열되어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그것이 내 일이다. 운반하는 일. 아주 가치 있는 일이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왠지 모르게 와구에 살던 시절 해녀 오두막집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사람한테만 할 수 있다. 제멋대로 호리키리 아야코를 희망이라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내내 그런 일이 되풀이되었음을 자각했다. 그 사실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그 와구의 해녀 오두막집에서 해녀들의 열기에 휩쓸린 것처럼 어느 날 폭발적으로 말문이 터졌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았던가.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해녀 오두막집에 혼자 멍하지 앉아서 모닥불을 쬐며 손을 덥히던 어린애가 진짜 내가 아닐까?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것도 당연하고, 술집 여자들이 놀이 상대로 나를 선택한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상대였다. 단순히 시간을 떄우기 위한, 심심풀이 땅콩 같은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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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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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트위터에서 인기몰이를 한 그림동화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인 이 책의 저자 버드폴더의 따뜻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산골 할머니가 고양이인줄 알고 주워다 키운 호랑이와 자신을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와의 우정과 소통을 그려냈다.


무서운 형들에게 둘러싸인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는 '어~흥' 소리를 내며 도와준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른 호랑이와 고양이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모습들이 따스한 기운을 전한다.


"고양이는 호랑이를 따라 난생 처음 목욕이라는 걸 해봤어요.

산책길에 사이좋게 스크래치도 했지요.

고양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호랑이가 고마웠답니다.

호랑이는 고양이에게 <맛있는 파이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어요.

고양이는 호랑이에게 <몰고기 여러 마리 한 번에 잡는 법>을 알려주었지요."

 

 

반대되는 서로의 모습을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 믿는 호랑이와 고양이라는 소재가 흥미로고 독특하다. 서커스를 위해 잡혀 간 고양이, 고양이를 찾아 헤매며 서커스를 하게 된 호랑이의 사연, 불이 난 위험 속에서 호랑이를 구하는 고양이라는 상상력의 그림동화가 뭉클하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소박하지만 독특하고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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