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의지로 고독 속을 걸어 나가는 지성의 힘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독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설파하며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발판 삼아 정상에 우뚝 선 사람들을 '단독자'로 명명하면서, '고독'이야말로 최고의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사이토 다카시의 최신간 <단독자>에는 이른 나이에 대학교수로 임용된 저자를 비롯해 탁월한 성과를 낸 수많은 단독자들이 무리에서 숨는 대신 홀로 고독을 자처하며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된다. 또한 탁월한 단독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인간관계를 담백하게 유지하는 처세술부터 에고 서핑과 멀어지는 법, 자존감을 회복하는 쓰기의 기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행동법, 독서를 통한 마인드 셋까지, 한 번의 시도로 두 발짝 나아가는 최적의 기법들을 담았다. 무리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두려운 사람들에게 사이토 다카시는 의미 있는 삶에 필요한 인생 무기를 쥐여준다.

이 책은 '1장 잃어버린 고독의 시간을 찾아서, 2장 친구가 많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 3장 고독을 교양으로 만드는 축적의 시간, 4장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은둔의 기술, 5장 나이듦에 관한 4가지 프리즘'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독이라는 말 대신 '단독'이라는 표현을 써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혼자서 행동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주위를 의식하며 고독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고독 속을 걷고 단독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하루 대부분을 혼자서 보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고독감이 '홀로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홀로 애쓰는 시간 그리고 주위 동료들과 서로 돕고 경쟁하고, 자극을 주고받는 시간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고독감에 눌리지 않는 '고고한 사람'이 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탁월한 능력이 있어도 주위에 어필하지 않는 이유 두 가지는 첫째, 실제로 실력을 보여줬을 때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고, 둘째, 어릴 때부터 '겸손하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지나친 겸손은 '자기긍정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려울 것 같아도 용기를 내보는 것,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고, 실패하더라도 '그래도 도전했다'는 마음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무엇으로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책'을 꼽는다고 강조한다. 책이야말로 '단독자가 단독자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은 저자가 홀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엮어낸 글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저술하는 시간은 저자 혼자만의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책은 단독자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에게 책을 읽는 시간은 그야말로 단독의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서른이 넘을 때까지 대학원의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그저 책만 읽고 연구를 했으니 하루 대부분을 홀로 보낸 셈이지만, 고독감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이유는 책이 자신의 친구였기 때문이고, 자신에게 고독감이 파고들지 않도록 책장이 막아주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알찬 작품으로 열매를 맺으면,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은 그 열매의 숙성된 맛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연쇄작용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은 늘 저자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더라도 책을 읽는다면 그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이라는 단독자의 숙성물 덕분으로 내 안에 있는 '고독'을 '단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소설 속 인물은 나를 대신해 나는 걷지 못한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아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등장인물을 내 분신처럼 여기며 책을 읽는다면 고독감을 떨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로서는 짊어지지 못할 무거운 '고독의 십자가'를 등장인물에게 지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SNS상에는 친구가 많지만 마음에 고독감이 퍼져 힘들다면, 어떤 장르든 좋으니 일단 책을 펼쳐보면 고독감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고독감을 두려워하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은 문학 전반에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다. 그중에서는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죄스러운 행동을 하고, 그 죄의식으로 고통받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다. 서스펜스 장르는 모두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고독의 십자가를 짊어지우자'라고 의식하고 책을 읽으면, 나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일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내 생각을 쓰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단독자로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쓰는 행위를 하면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고 그럼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된다고 이야기한다. 생각을 말로 바꾸어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이다. 저자는 말의 실을 엮으며 마음속에 엉켜있던 기분이 확 풀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고독감이 줄어들기 위한 방법으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나만의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안네의 일기>를 쓴 여성 '안네 프랑크'에 대한 이야기와 <안네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나는 쓰고 싶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저 밑바닥을 뒤덥고 있는 것을 씻어내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내가 어째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는 그런 진정한 친구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불행 속에서도 늘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을 찾을 마음만 있으면 그만큼 많은 아름다운 것들, 많은 행복을 발견하고 마음의 조화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한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은 결코 불행에 쓰러지지 않는 법이다."

<단독자>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고독감은 '지성의 힘'으로 날려버리고, 교양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고독감은 더는 적이 아닌, 단단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아군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다채로운 작가들의 깊이 있는 글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적 사유'를 발견하게 하는, 가산 이효석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명실상부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효석문학상의 수상작품집이 제24회째를 맞이하여 출간되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은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기성 문예지 및 웹진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김인숙 '자작나무 숲', 신주희 '작은 방주들', 안보윤 '애도의 방식', 지혜 '북명 너머에서'가 최종심에 올랐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이을 제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 수상작인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사망 이후 남겨진 피해자와 그 유족의 각각의 애도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도의 방식'은 주인공 동주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승규의 죽음 이후 승규 어머니와의 관계를 표현하는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애도의 방식'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고 싶었던 동주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승규의 죽음에 관한 소문의 당사자가 되어 경험한 심리와 아들 승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승규의 엄마의 심리가 부딪히며 기존의 학교 폭력 피해자의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이어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여자는 승규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끝까지 모른 채 살 것이다. 승규가 마지막의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마주했는지 모른 채 섬에서 시금치들을 돌볼 것이다. 고요히 평화롭게 늙어 갈 것이다. 그를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라는 주인공 동주의 독백을 통해 학교 폭력의 가해자를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소란한 곳에 방치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한 곳에 시선을 두면 안 된다. 누구에게도 동조하지 않고 피곤한 기색으로, 두 팔을 원숭이처럼 늘어뜨린 채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는 드물다. 누가 시비를 걸더라도 그 자세 그대로 꾸뻑 사과하면 그만이다.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나는 가장 안전하다."

"여자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구운 파인애플을 도막도막 잘라놓지 않고 먹는다. 노른자를 터뜨려 끼얹은 고깃덩어리를 죄다 으깨놓고 먹지 않는다. 여자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비린 것을 물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동주야, 여자는 내가 지나다닐 때마다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나는 못 들은 척 움직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시를 치우고 덜걱대며 테이블을 닦는다. 간이 싱크대에서 찾잔을 씻다가 커피잔을 하나 깬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다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소란은 소문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소문을 불신하고 누군가는 소문을 맹신했다. 소문 속에서 나는 승규의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하고 승규를 등 뒤에서 힘껏 떼밀기도 했다. 학교 복도나 급식실에서 했다면 대수롭지 않을 행동들이었으나 난간이 없는 옥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당했으니 동주 개도 한 번쯤은 암만 억울해도 인간이 어떻게 그러냐. 누군가는 동조하고 누군가는 비난했다. 매일매일이 소란했다.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202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대상 수상 작가 안보윤의 자선작으로 실린 '너머의 세계'는 학교 안에서 교사들의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엄성을 위협받는 현실의 세계를 깊이 반영한 작품으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연수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비밀로 했다. 작은 현관이 붙은 교실을 떠올릴 때마다 구토와 어지럼증이 솟는다는 걸,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호흡이 가빠진다는 걸, 교탁 앞에 서면 시야가 급격히 졸아들면서 머릿속에 암흑이 찾아온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들키는 것이 있었다."

"연수는 소란한 복도를 뒤로한 채 걸었다. 걸을수록 복도는 더 길고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고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김병운 작가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성적 소수자인 '진무 삼촌'의 생존 사실을 알고서 그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나'와 친구 '장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세월은 우리에 게 어울려'는 퀴어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의 혐오가 만들어내는 편견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을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평등한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퀴어의 세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과정을 표현하여 인상적이다.

"이영서 씨는 말했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장희가 왜 P를 떠올렸는지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다 P를 잃었으니까. 중죄를 지은 듯이 자책하고 선처를 바라듯이 관용을 구걸하다 P를 빼앗겼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배제되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박탈당했다.

그 시절 장희는 도대체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가만히 있느냐며 나를 한심해했지만, 사실 나는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나를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내가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믿으라면 믿는 그런 충직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당신들 못지않게, 아니 당신들보다 훨씬 더 도덕적이고 모범적이며 무해하므로 내게도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기꺼이 참고 견뎠던 것이다. 오직 내가 원했던 단 한 자리. P의 곁에 있기 위해서. P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서."

이밖에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에서 김인숙 작가의 작품 '자작나무 숲'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자작나무 숲'은 어느 것도 자신의 혈족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할머니의 집,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애증 섞인 시선과 신랄한 서술을 만나볼 수 있다. '자작나무 숲'의 주인공은 죽은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의 집을 상속받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더욱 열심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어린 나이의 아버지의 죽음이 존재했던 집에서 모든 기억을 안고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었다. '자작나무 숲'은 자작자작 타는 자작나무의 소리처럼 애타는 마음들을 섬세하게 이야기하는 김인숙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할머니와 함께 뒷산 아래에 죽은 동물을 묻어줄 때부터 알았다. 왼발 오른발 하며 꽝꽝 땅을 다질 때부터 알았다. 얘들은 이제 열심히 살아 있지 않아도 되지. 얘들은 이제 피 안 흘려도 되지. 얘들은 이제 꿈을 안 꿔도 되지."

"숲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할머니를 버리러. 어쩌면 아빠도 버리러. 가다가 자작나무 숲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 껍질 한 껍질 벗으면서도 맨몸이 되지 않는 나무들의 숲. 환한 나무들의 숲. 그런 숲에 이르면 나는 마침내 물을지도 모른다. 뭐가 그렇게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자작자작 힘들었어, 할머니.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으므로. 그러나, 다시 궁금해진다. 죽음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통에 관한 깊은 깨달음을 주는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