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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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점, 사람과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에세이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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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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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은 긴 시간 대형 서점에서 일하다 동네 책방을 열게 된 서점인 쓰지야마 요시오가 생각한 좋은 일, 좋은 삶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자기만의 철학, 자기만의 속도로 삶과 서점을 일구어가는 저자가 전하는 작은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서점 주인으로서 책을 진열하는 자신만의 관점, 서점의 철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의 중요성, 출판사나 서점 직원이 아닌. 책을 나르는 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조명 등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부터, 북 페어를 위해 센다이에 방문했던 일, 팬데믹 시대에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 등 현재 일본 서점인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한국에 <목소리 순례><서로 다른 기념일>라는 책으로 소개되기도 한 청각장애인 사진작가 사이토 하루미치의 사진은 Title이 자리한 도쿄 골목의 공기를 전하며 이 책을 펼치는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한다.




멀리서 보면 별다를 것 없이 비슷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평범한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며 주어진 일을 소중히 이어가는 쓰지야마 요시오의 모습은 꼭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작고 느린 것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태도에 스며들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음미하며 마음속에 모서리를 접어두고 싶은 에세이다.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는, 모든 것이 나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지속 가능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형 서점에서 일할 때는 한 지점에 적응했다 싶으면 이동해야 했고, 회사의 사정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폐점이 결정되는 일까지 있어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일이 일정하게 쭉 이어지지 않는다는 딜레마를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업무량은 늘고, 육체적으로도 직장 생활보다는 힘이 들지만, 그래도 계속할 수 있는 까닭은 이 작은 자유가 자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규모는 작아도 내가 책임지고 꾸려나가는 공간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그런 생각으로 서점을 시작했다.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좋다고 믿는 책을 진열할 수 있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일은 그 자리에서 거절할 수 있다.

서점을 열었을 때, 영업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매장에서 이 공간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절절히 깨달았다. 아주 단순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손에 넣은 작은 자유였다."

저자는 아무리 큰 서점이라 해도 세상 모든 책을 들여올 수 없는 한, 그곳에 놓인 책에는 자연히 그 서점만의 필터가 끼워진다고 말한다. 어떤 이유에 따라 서점에 놓인 책과 파는 사람의 생각 사이에 모순이 커지면, 매장은 차츰차츰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언젠가 서점을 지속할 의미를 빼앗기고 만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나는 본래 들이고 싶었던 책을 자유롭게 진열하고,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서점을 열었다. 책을 파는 일은 물건을 취급하는 일인 동시에, 물건에 실린 사상을 취급하는 일이기도 하므로 서점에 놓인 책들은 글쓴이의 생각과 함께 파는 이의 편향된 생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저자는 어떤 책을 계기로 세계가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한 사람은 몰랐던 지식이나 감정에 자극을 받아 세계의 해상도가 높아진 까닭이라고 말한다. 가령 잘 몰라도 조금은 흥미를 느낀 책이 있다면, 우선 그 책을 펼쳐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가 경제나 효율을 우선시하고 거기 포함되지 않는 것을 잘라낸 결과, 사람들의 사고가 단순화되고 있는 시기에, 서점 서가에 늘어선 모르는 책은 벽이 아니라 끝없이 풍부한 세계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의 세계에서 쉽고 편한 성질만을 가져오려 한다면 인간의 정서를 건드리고 읽는 이를 뿌리까지 뒤흔드는 책은 경시된다. 그 대신 이해하기 쉽고 수월한 책만 수요가 늘어난다. 간단히 얻은 지식은 쉽게 잊히며, 독자의 내실을 넓혀주기 어렵다. 편리하지만 곤한 사회 현상에 책을 둘러싼 세계도 휩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비평가 와카마쓰 에이스케의 <그래서 철학,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한나 아렌트의 '일'과 '노동'의 개념을 언급하며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일이라는 말과 달리, 노동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존경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저자는 어머니가 위암으로 병원에 누워 있었던 시기에, 분명 '노동'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의 노동을 느끼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자신의 내면이 바뀌어 어머니의 장례 절차를 마친 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상사에게 전했다고 말한다.

"병실에서는 시간이 손에 잡힐 것처럼 천천히 흘렀다. 도쿄에서 일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일단 시간에 몸을 맡기자 바쁘다는 게 자랑처럼 여겨졌던 도쿄에서의 생활이 점차 멀어지는 듯했다.

어머니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셨구나.

할 일에 파묻힌 동안에는 의식이 늘 한발 앞어 나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들의 풍요로움을 둘러보기 어렵다. 확실하고 무게감 있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쿄와 고베를 오가며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차츰 어떤 생각이 마음속에 나리 잡았다. 책을 파는 일에는 변함이 없지만, 보다 생활에 밀착한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저자는 서점에 있는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이면서 동시에 머나먼 과거나 이국으로부터 온 목소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목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한 뒤 몸을 약간 기울이듯 하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고, 책이 전하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본래의 그 사람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서점은 지금 '거리의 대피소'가 되어가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대걍의 정보가 들어오는 현대사회에서는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보와 몸이 제멋대로 이어진다.

그에 비해 Title에서는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왔다가도 늘어선 책을 들여다보는 사이 어느 틈엔가 말이 없어진다. 책이 있는 공간이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차단하는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 없는 책의 고요함이 '이곳은 바깥 공간과 다르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Title처럼 작은 상점을 운영하다 보면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데 지겹지도 않은가 보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한다. 나날이 변화하는 하루도 즐겁겠지만, 자신에게는 정해진 틀 속에서 작은 변화를 포착하는 일상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서 일상의 작은 섬세함을 느끼는 여유를 발견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무언가 하나를 이해한다는 감각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같은 리듬으로 생활하면서 그 섬세한 변화를 깨닫게 된다.

매일 산책하는 길,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 겨울이 오면 매년 꺼내 입는 코트...... 같은 디테일을 반복하면서 그 사람 인생의 시스템이 구축된다. 우리는 그 작은 시스템을 통해 여름이 끝났다거나, 오늘은 운이 좋다거나, 그런 생활이 주는 깊이를 실감한다."

저자는 인간이 책을 손에 쥘 때 느끼는 순수한 마음의 움직임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는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되길 바라며 눈앞에 있는 책을 손에 쥔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서점을 만들고 싶고, 화려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오래 계속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에서 편안하고 긍정적인 희망이 엿보인다.

저자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예정이던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말없이 그곳에 서서 언제나처럼 서점을 열어두는 것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일상을 지켜내면서도, 지금 일어나는 일에 눈을 감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패닉과 단절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가는 저자의 태도가 담겨 있다.

"한 권 한 권 손길이 닿은 서가에는 빛이 머문다. 그것은 책에 깃듯, 우리 스스로의 작은 목소리다. 그저 책을 파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서가에 빛이 머물게 하는 일은 애정이 가득 담겼을 때에만 가능한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글은 다른 누군가를 흉내 내지 않고 각자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신념을 마주할 수 있다.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은 도교 독립 서점 Title을 운영하는 저자 쓰지야마 요시오의 책과 서점, 사람과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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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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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화를 통해 공정과 윤리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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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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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영화수업>은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을 주제로 한 여러 나라의 영화 20편이 있다. 자본주의의 그림자는 무엇인지, 과학 기술이 과연 인류를 위해 발전하고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지구 환경을 좀먹는지, 전쟁의 광기는 무엇을 위해 발현되는지,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인권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5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주제마다 다양한 시각을 담고 있는 4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구성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 및 학부모들에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 속 진실을 마주하고 인간 윤리와 공정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책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메드랜드>를 소개하며,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이는 집이 아닌 '삶의 집'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노메드의 삶은 가진 자들에 의해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묵묵히 그리고 의연하게 살아간다. <노메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는 "21세기의 삶을 은유로 표현한 것이 노메드의 삶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가능하면 계획에 따르려고 노력하겠지만 필요하면 계획을 과감히 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자 노메드가 추구하는 것이고 우리 제작진이 이 영화에서 실행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왜 정착해서 살아갈까요? 그리고 정착하는 데 얼마나 많은 물건과 돈이 필요할까요? 노메드에게는 최소한의 장소와 물건만 있으면 됩니다. 집과 돈은 살아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집과 돈을 목적으로 삼으면 삶은 피곤하고 힘들어집니다. 이 집을 떠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행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펀의 삶이 비참해 보이겠지만 펀에게는 함께할 광활한 자연이 있고 길이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안식에 펀은 노메드의 삶을 그 어떤 집보다 만족해합니다."

이 책은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를 소개하며 허구와 환상을 기반으로 한 영화 매체를 통해 과학의 발달로 빼앗긴 인간의 존엄함과 이를 되찾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그렇다면 진짜 의미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 걸까요?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은 무엇인가의 '진짜', '진리', '진실'은 글자나 기호에 의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없이 기호와 내용의 짝 맞추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네오가 어떻게 '그'가 되었는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우리 앞에 놓인 숙제는 AI와 가상과 현실이며, 이것은 인간과 인간의 세계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는 진짜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내릴 수 있어야 인간의 존재와 AI의 존재를 구별할 수 있고 환상의 세계와 실제 세계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세울 수 있다.

"<매트릭스>는 진짜와 진실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합니다. 영화에서 언급한 진짜, 진실을 뜻하는 '리얼리티'는 철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진실이란 우리가 '진짜'라고 '지각하는 것'으로 리얼리티를 보는 방식은 항상 우리의 정신 상태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근대 사회 이후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진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유명한 명언도 있지요. 매트릭스가 0과 1이라는 컴퓨터 언어로 구성되어있듯이 우리 세계도 언어와 이미지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말과 글, 사진이 진짜를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문에 적힌 활자, 사진, 다큐멘터리적인 사진과 영화들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는 정말 진실을 담고 있을까요?(...)

우리는 글자를 마주하면 글자에 알맞은 내용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언어 활동을 하지만 글자와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글자와 내용의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글자와 글자가 가리키는 개념이 딱 맞아떨어지는 진실, 진짜라고 믿어버리지요. 즉 말이나 글자가 내용과 일치한다는 믿음이 환상이라는 겁니다."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 이 방 안에도 있고 창밖을 내다봐도 있고 TV 안에도 있지. 출근할 때도 느껴지고 교회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지. (...) 네가 노예라는 진실. 너도 다른 사람처럼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감옥에서 태어났지. 네 마음의 감옥."

이 책은 킵 안데르센, 키컨 쿤 감독의 <카우스피라시>를 소개하며,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인 축산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만일 모든 인간이 육식을 포기한다고 해도, 지구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고기 대신 다른 욕망을 만들어내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육식과 채식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사고에서 만들어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인간만 살아가는 곳도 인간만을 위한 곳도 아니며,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의 터전이라는 이 책의 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동물을 인간의 먹이라고 생각하는 인간 중심주의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사회의 다양한 대안을 성공할 수 없다는 이 책의 글은 인간에게 깊은 경종을 울린다.

"<카우스피라시>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율이 낮은 식품을 먹는 것, 즉 식량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닭은 에너지 전환율이 38대 1이지만 식물로 만든 인공 달걀 파우더는 2대 1에 불과합니다. 낭비되는 에너지 없이 거의 그대로를 우리가 섭취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동물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에 대한 선택은 결국 지구에 대한 사고방식에 달려있습니다.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 방법은 대안이 될 수도 있고 폐기 처분될 수도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살아야 할 지구의 생명을 늘리겠다는 인간 중심 사고로는 이 방법이 채택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만년 전 지구는 야생 동물이 99%였고 인간은 1%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인류와 인류가 소유한 가축이 전 생물량의 98%를 차지하고 야생 동물은 2%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동물을 매우 쉽게 죽입니다. 우리가 먹을 물고기 450g을 얻기 위해 2kg에 달하는 다른 야생 어류를 죽이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코끼리 3만 마리를 학살하는 것도, 늑대와 코요테에게 총을 쏘는 것도 매우 쉽습니다.

인간은 동물을 냉동고 팩에 담긴 고기나 통조림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부드러운 고기를 위해 송아지를 죽이거나 죽기 전까지 우리에 가두어서 기릅니다. 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지요. 그에 합당한 비용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미셸하자나 비시우스 감독의 <더 서치>를 소개하며, 1994년 이후 계속되어온 체첸공화국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과 폭력 사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 서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삶에 주목한다. 하나의 시선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체첸의 아홉 살 아이 '하지'를 바라보며, 또 하나의 시선은 전쟁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한 청년 '콜리아'를 주목한다. 하지만 영화는 아이의 슬픔이나 병사의 잔인하보다 이 둘 모두가 경험했을 끔찍한 상황에 주목한다. 전쟁 한가운데에서 그 누구도 파괴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자는 없다고 말한다. 전쟁이 남긴 가장 잔혹한 파괴를 드러내는 영화 <더 서치>를 통해 아직까지 전쟁의 공포와 트라우마에 휩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만행을 그냥 방관해서는 안 되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책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더 서치>의 마지막 장면은첫 장면에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전쟁을 기록하던 병사가 콜리아임을 보여줍니다. 순수하고 의롭던 청년 콜리아는 전쟁으로 감정이 파괴되고 인간성마저 잃습니다. 전쟁이 그의 생명을 파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감정과 인간성을 모조리 앗아간 것입니다.

콜리아는 잃어버린 것들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그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숙제로 남겨주었죠.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인간성마저 말살시키는 '전쟁'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22년 전 세계가 평화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인하고 파괴적인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이스라엘,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저 넋 놓고 남의 일인 양 바라보고만 있을지, 아니면 펴오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생각을 모으는 삶을 살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전쟁이라는 괴물이 언젠가 지구촌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을 삼키고 온 지구촌 인류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 책은 우베르토 파솔라니 감독의 <스틸라이프>를 소개하며, '정물화'라는 뜻의 영화 제목의 의미와 함께 고독사한 시신을 처리하는 존 메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쓸모로 가치를 결정하고 쓸모가 다하면 폐기 처분하는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한다. 이 책은 영화 <스틸라이프>를 통해 우리가 세상에 어떻게 남겨질 것인지, 생생한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죽기 직전의 빌리 스토크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존 메이가 발견한 젊은 빌리 스토크는 진한 우정을 나눈 누군가의 단짝이었으며, 생명을 구한 누군가의 영웅이었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 누군가의 연인이자 사랑스러운 딸의 아버지였습니다. 오색 가득한 젊은 시절과 달리 노인이 된 그는 홀로 지내면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존 메이가 빌리 스토크의 인생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 한 장으로 삶이 정리되었을 테지요.

존 메이 또한 빌리 스토크가 아니었다면 투명 인간의 삶을 이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빌리 스토크의 생동감 넘치는 인생을 따라가면서 그의 일상도 변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 존재에서 벗어나 세상에 남겨질 만한 정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물화'로 번역되는 'Still Life'란 생명을 가졌으나 지금은 없어진 상태이거나 처음부터 생명이 없던 물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보통 꽃과 해골이 그림의 대상이 됩니다. 이 정물화는 덧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삶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죽음의 경고'라고 말합니다.

<스틸라이프>는 우리에게 죽음을 경고하는 바니타스 정물화와 같습니다.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공평한 것이며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책 <정의로운 영화수업>은 영화가 한 편 소개될 때마다,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천 영화와 영화 감상 후 함께하는 토론 논술 활동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영화에 대한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현실에 투영되어 있는 영화 속 세계를 바탕으로 철학적 가치와 공동체 윤리에 관해 깊은 사고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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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베이식 아트 2.0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정재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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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나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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