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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책 <B급 며느리>는 영화 <B급 며느리>에서 다하지 못한 선호빈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흥미롭다. 이 책은 '1장 B급 며느리의 탄생, 2장 시월드의 역사, 3장 이 시대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 4장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끝부분에는 선호빈 감독의 인터뷰, 주변 인물 인터뷰도 들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영화 <B급 며느리>를 관람한 후 이 책을 읽고나니, 영화에서 담지 못한 자세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서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B급 며느리>라는 영화의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것과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부모님을 팔아 영화를 만든 남자의 비겁한 변명이 담겨 있다. 나는 내 영화와 책이 '관계 맺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 <B급 며느리>는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이들이 이 내레이션을 기억했으며 인상적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특정 사람들을 '이상하게' 규정하고 바라보는 것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진영이는 정말로 자신이 이상한 것인지 궁금해서 육아 카페나 주부들이 많은 게시판에 들어가보았다. 진영이는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내가 정말 이상한가요?로 시작하는 질문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진영이는 찬찬히 게시판의 글을 읽어보았다. 여자들이 고부갈등을 비롯한 가정 문제가 생기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 참 이상하다."라고 한다. 케이스별로 논쟁 지점과 입장이 전혀 다르지만 종국에는 모두 '이상한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외부 활동과 교류가 제한되는 주부들은 이 '정상성의 싸움'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가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는 것은 그 형태가 너무 제각각이고 판단의 준거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냥 원래 그런 것' 투성이다."
이 책의 저자인 <B급 며느리>의 선호빈 감독은 아내인 김진영의 '싫어요'라는 답변을 단호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그 말이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선호빈 감독은 '싫어요'라는 이 단순한 말이 김진영이라는 사람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담백하고 단순한 직설의 미학과 함께 개인주의자로서 김진영의 소신이 담겨 있다.
" "싫어요."
이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이는 그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김진영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B급 며느리>의 감독 선호빈은 영화 <B급 며느리>를 촬영하기 위해 부모님을 자주 찾아갔고 그 과정이 자신의 가족에게 부족했던 소통의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는 잔인하고 따뜻하다는 선호빈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다.
"동시에 다큐멘터리는 성찰적인 매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나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갔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었다. 다큐를 찍기 위해서는 자꾸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어야 했다. 목적이 있는 행위였지만 어쨌든 대화를 한 것이다. 그 이전에 나는 부모님과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두 분이 어떻게 반났는지, 데이트는 어디에서 했는지, 학창시절의 어머니는 무엇을 했는지, 결혼을 하고 나와 동생을 낳고 키우는 과정, 시집살이를 버텨낸 시간,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고민...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뿐 아니라 고모, 이모, 할머니, 사촌 형제들까지 찾아다니며 어머니의 역사에 대해 캐물었다."
이 책에서 영화 <B급 며느리>에서 주인공 김진영이 했던 '내 위인전이 나올 거라고요."라는 말에 대한 선호빈 감독의 생각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위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깨부순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 "내 위인전이 나올 거라고요."
이 말은 김진영이 영화 속에서 하는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인 이 말이 인상적이여서 메인 포스터에도 이 문구를 넣었다. 진영은 시댁과 싸우면서 자신을 유관순에 빗댄 적도 있었다. 진영은 자신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성품을 가진 것뿐이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현실에서 유관순을 만났으면 싫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힌다.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식들이 위인처럼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 중에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은 불의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거나,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웠고, 모험을 즐겼으며, 열정적으로 진리를 탐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의 부모들이 좋아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요즘 부모들이 좋아한다는 스티브 잡스조차 기존 산업을 뒤흔든 반항적인 이단아다. 위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깨부순 사람들이다. 적당히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산 위인은 없다. 공무원 위인은 없다."
이 책에는 선호빈 감독이 왜 영화 제목을 <B급 며느리>라고 지었는가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흥미롭다.
"나는 'B'급이라는 말에 애정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B급이다. 나는 A급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서울대를 나와 삼성전자에 다니는 사람과는 친해지기 어려웠다. 나는 뭔가 부족하고 제도권에서 이탈한 사람이 재미있다. 나는 괴짜를 사랑한다. 'B급'이라는 가벼운 단어가 '며느리'라는 고리타분한 단어와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도 좋았다."
이 책의 저자인 선호빈 감독은 조금씩 물러나고 다시 가까워지며 타협의 선을 찾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인 김진영은 현실 속의 사람이라서 남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고, 자신도 그 한계 안에서 존중받는 것을 원했고, 이제 전보다 더 존중받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진영이가 어른들에게 저항할 때 그것을 비웃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는 변하지 않는다고 충고하며, 나처럼 회피할 줄 아는 지혜를 배울 것을 요구했다. 어른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냉소했다. 하지만 진영이는 개의치 않고 돌진했다. 나에게도 시부모님에게도 가차 없었다.
나는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진영이의 저항은 부모님을 달라지게 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변화다. 어머니는 나에게만 전화를 하고 우리의 사정에 따라 거절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 손자에게 옷을 사주고 싶지만 참는다. 아버지는 우리의 말에 전보다 더 귀 기울인다. 그래서 진영이는 명절과 생신에 참석하고 어머니 일손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