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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샘터 12월호에는 특집 '나에게 고맙다'로 '작가의 꿈을 이룬 나'라는 글이 소개되어 인상적이다. 22개월 쌍둥이 형제의 엄마인 글쓴이는 억눌린 내면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위해 아이들이 곤히 자는 새벽에 혼자 일어나 인터넷 공간에 매일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 출판사에서 그녀에게 책을 내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그 간절한 꿈을 놓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글쓴이의 글이 공감간다.
샘터 12월호에서 '미혼모 엄마의 희망 일기'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스무 살의 미혼모가 미혼모공동생활가정 '로뎀의 집'에서 머무는 시간에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였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이 베풀 수 있는 친절을 세 가지래요. 첫째는 재물을 베푸는 것, 둘째는 좋은 말을 들려주는 것, 마지막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일이라고 해요. 로뎀의 집은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두려움을 물리치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예요."
샘터 12월에서 브랜드라이터 '김하나'가 쓴 '글자에 아로새겨진 시'자는 제목의 칼럼이 흥미롭다.
"세련딘 디자인과 꼼꼼한 만듦새로, 낮은 품질의 대명사 격이었던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는 통신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 샤오미는 중국어로 좁쌀이라는 뜻이다. 창업자인 레이 쥔과 동료들이 좁쌀로 죽을 끓여 먹으며 사업을 시작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샤오미의 CEO 레이 쥔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면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샤오미에서 생산하는 스마트 전기자전거의 이름은 '운마'다. 구름 운, 말 마 자를 쓴다. 구름처럼 부드럽고 나는 듯 달리는 전기자전거의 이름으로 참 근사하다. 자전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끔 단순한 한자 이름이 대단히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한자어는 관공서의 문자나 법조항 등에 많이 사용되기에 딱딱하고 고루하게 느껴지게 마련이지만 뜻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특유의 고풍스런 뉘앙스를 풍겨 잘 쓰면 멋스럽다."
샘터 12월호에서 '세상과 화해하는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현시원'의 글이 인상적이다. 프리다 칼로의 삶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프리다 칼로(1907~1954)는 평생 멕시코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화가다. 또한 그는 자기 자신, 자신의 내면과 자신의 삶을 빈번하게 그림으로 완성하며 인생을 한 단계씩 밟아나갔다.
그림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한 생생한 에너지, 그 에너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까만 눈동자와 짙은 눈썹은 프리다 칼로의 트레이드마크다. 대체 어떤 감정과 욕구가 작가로 하여금 끝없이 자화상을 그리게 했을까?
프리다 칼로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바깥 세계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으로서 그림을 그려나갔다. 18세에 전차 사고로 척추 수술을 하게 된 작가는 수개월에 걸쳐 척추 교정 장치를 착용하고 생활해야만 했으며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희망의 나무여 우뚝 솟아라>에는 그러한 작가의 신체적 경험과 내면의 의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칼로는 등을 돌린 채로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벼랑 끝에 서 있는 또 다른 작가는 붉은 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채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 옷은 멕시코의 전통 의상 '테우아나'다."
이밖에도 샘터 12월호를 읽으며 도서 <그 개와 같은 말>, 영화 <내 친구 정일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지적 유희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