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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평점 :
<바람을 가르다>는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을 수상한 김혜온 작가의 동화책으로 인상적이다. <바람을 가르다>는 엄마의 과보호를 받는 뇌병변 장애를 지닌 어린이가 덜렁대는 짝꿍을 만나면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김혜온 작가의 신문문예 당선작인 <천둥 번개는 그쳐요?>와 나머지 단편 <해가 서쪽에서 뜬 날>도 함께 실려있다. '바람을 가르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 '해가 서쪽에서 뜬 날 모두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어 눈길을 끌었다.
'바람을 가르다'에서 뇌병변 장애를 지닌 어린이 '용재'가 짝꿍 '찬우'를 통해서 부모님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보며 바람을 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치더라고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고, 조심만 하다가 어른이 못 될 것 같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용재는 두렵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에서 장애를 지닌 오빠가 있는 동생 '해미'의 속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는 장애를 지닌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인 동생 '해미'의 생각을 통해서 가정에서 장애를 지닌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의 마음에 대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떤 예쁜 짓을 해도 엄마, 아빠는 살짝 웃다 말았어.근데 오빠가 무슨 말만 하면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며 뛸 듯이 기뻐했지. 오빠가 미워. 오빠가 자폐증인 것이 싫어. 다른 집 아이들처럼 오빠가 싫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갑자기 울음이 툭 터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울어 봤을까요? 나는 언젠가부터 울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오빠가 늘 나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르며 울었으니까요."
"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어. 미안하구나, 정말."
나는 다시 엄마 품에 안겨 남아 있는 울음 찌꺼기를 토해 냈습니다. 아까 다 울어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 울음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그동안 내 몸 속 어딘가에 고여 있던 울음이 오늘 하루 동안 다 빠져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오빠가 소중한 만큼 너도 똑같이 소중해."
"천중 번개는...."
"그쳐요." "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은 장애 학생이 있는 담임 선생님의 관점에서 쓴 이야기로 인상적이다. 장애 학생 '유빈'의 울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유빈'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유빈'이를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담임 선생님은 '유빈'이를 도와주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유빈이에게 가졌던 편견에 대해 반성한다. 담임 선생님은 유빈이가 우유를 나누어주는 학급 봉사 활동을 하고, 학급문고 정리를 잘 하는 등 유빈이로 인해 교실이 깔끔하게 된 것을 감탄한다. 가위를 들고 호랑이 눈썹처럼 삐죽 나온 긴 눈썹 가닥을 정리하는 담임 선생님은 거울을 보며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지'라고 이야기한다.
"작년 담임 선생님이 그랬는데 유빈이는 그런 소리가 천둥 번개처럼 무섭게 들린대요."
"맞아요, 우리가 유빈이 힘들까 봐 소리도 안 지르고 싸움도 안 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요. 솔직히 다른 반보다는 안 떠들잖아요."
<바람을 가르다>의 작가 '김혜온'은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 말고,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야기 말고, 어떤 장점으로 인해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이야기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고 물들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작가 '김혜온'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해서 고쳐 나가는 존재로만 보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존중 받고 사랑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