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의 공존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생물과의 공존>은 21세기 들어 새롭게 파악되고 있는 인간 몸 미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혜성은 사과나무 치과병원을 20년간 운영하며 진료와 더불어 미생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미생물과의 공존>은 '서장, 우리 몸 속 미생물, 어떻게 접근할까? 1장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2장 미생물이 사는 모습, 3장 우리 몸과 미생물의 전쟁과 평화, 4장 미생물과의 공존을 위하여'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미생물 입장에서 우리 몸을 보는 새로운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생물 입장에서 보면, 피부는 물론 호흡을 하는 코나 폐의 기도, 음식을 먹는 입이나 장 모두 외부이다. 모두 미생물이 별다른 방해 없이 곧바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몸을 터전 삼아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을 관찰하고 정체를 밝혀온 역사와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전체에 대한 스케치와 대표적인 새륜을 모았으며, 우리 몸 세포와 진균, 세균, 바이러스 등의 크기를 비교하여 알려준다.

미생물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생물체'라는 뜻으로, 인간의 눈으로 관찰되지 않은 모든 생물들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는 원생생물, 공팜이(진균), 세균, 고세균,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포괄한다. 이 책에서는 미생물 중에서 주로 '세균'을 다룬다. 세균은 전체 생명의 영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우리 몸의 건강와 관련해서도 가장 많이 밝혀진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가운데 세균만 해도 39개 조로 추청된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은 우리 몸 세포보다 더 많다. 

미생물이 처음으로 인간의 시야에 포착된 것은 1670년대였다. 네덜란드 상인으로 무역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레이우엔훅은 당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취미 삼아 현미경도 제작했다고 한다. 레이우엔훅은 나뭇잎의 세포와 자신의 대변, 치아의 플라크, 효모, 심지어 자신의 정자까지 관찰해 그림을 그렸다. 빗방울 속에서 발견된 '극미동물'을 그린 그림과 함께 영국 왕립학회에 보냈고, 레이우엔훅이 보낸 '극미동물' 그림이 와인이나 빵의 발효,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주역이라는 것, 또는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레이우엔훅의 첫 관찰 이후 200년이나 더 지난 후에야 밝혀졌다. 

저자는 우이 몸에 사는 미생물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태아일 때부터 세균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인간은 태아일 때부터 세균의 영향을 받는다. 건강한 산모의 자궁에는 세균이 살지 않는다는 오래된 도그마는 많은 연구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자궁에는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그 세균들은 태아의 면역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탄생 과정도 장 미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산도를 따라 나오는 태아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질에 있는 여러 미생물과 접촉한다. 여성의 질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산성 환경을 만드는 여러 유산균들이 사는데, 이 유산균들이 태아 몸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 정상분만한 아이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나 바로 멸균된 포에 싸여 생을 시작한 아이들에 비해 천시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덜 앓는다."

"장 미생물은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많이 밝혀진 부분은 면역조절 기능이다.(...) 장 미생물은 면역기능을 자극하고 발달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장 미생물이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은, 미생물이 당뇨나 고혈압 같이 비만과 관련된 여러 질병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 미생물은 심지어 뇌 기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우리 기분과 마음을 좌우하고,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한다."

미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가졌다. 인간들처럼 서로 모여살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협력하고 갈등한다. 그리고 멀리 여행하며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가 우리 몸의 생존과 번식,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통해 미생물이 사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항생제에 온전히 의지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몸의 면역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몸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은 몰살시켜야 할 적이 아니다. 우리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들과 공존하면서, 이들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적응하고 방어하는 힘이 자라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몸의 면역이 제 힘을 잘 발휘하고 더 강해질 수 있도록,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흡연을 피하며 과도한 식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바이오필름 속의 세균이 전신에 돌아다니는 기회를 줄임으로써 우리의건강을 지키는 것, 그를 위해 손을 잘 씻고 이를 잘 닦고 잘 먹고 잘 싸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20세기 의료의 3대 진보로 항생제 개발, 백신의 보편화, 환경위생 상태의 개선을 드는데, 이 가운에 항생제는 늘 앞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양날의 칼이다. 항생제는 제거가 필요한 세균을 물론, 우리 몸에 무해하고 심지어 필요하기까지 한 세균들까지 몰살할 수 있다."

"대장균은 대장의 대표 세균도 아니고, 평소에는 전체 장 세균의 0.1% 미만으로 양도 많지 않으며, 우리 몸에 해롭지도 않다. 오히려 평소 대장균은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K를 만들어 우리에게 선사하고, 다른 병인성 세균이 내장에 살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우리와 선의의 공색관계에 있는 녀석인 것이다. 다만 셒포분열 주기가 20분 내외로 매우 짧고 상당히 탄력적인 대사능력을 가지로 있어서 생명과학이나 관련 산업에서 오랫동안 자주 사용되어 왔고, 식품의 불결함을 측정하는 지표로소 유명할 뿐이다.
문제는 장 미생물 사이의 평형 상태가 깨질 때이다. 평소 조용히 지내던 대장균은 전체 세균 무리의 균형이 깨지면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 대장균은 매 20분마나 세포 분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수평적 유전자 교환으로 변이도 빠르게 일어난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이런 돌연변이 유전자가 수평적 교환 과정을 통해 빠르게 전달되면,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는 대장균 무리가 탄생한다. 이 돌연변이들이 계속 분열하고 번져 나가면, 우리 장 환경은 순식간에 바뀌면서 장염이 진행된다.
수평적 유전자 교환으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항생제 내성이다. 항생제라는 혹독한 환경 변화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살아남은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세균들에게 나누어 준다. 더 많은 내성균이 실시간을 출현하는 것이다.(...) 긴 인류의 역사에서 10년이나 20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세균에게는 우리가 헤어리지 힘들 만큼 많은 세대가 바뀌고 유전자 교환이 일어나는 영겁의 시간이다."

저자는 냉장고의 발명은 인간과 서로 기대어 살면서 공진화해온 몸속의 미생물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전보다 발효음식을 훨씬 덜 먹게 되었고, 이것은 우리 몸속 미생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음식을 통해 미생물이 장으로 흡수되는 주요원천이 차단된 것이다. 저자는 김치나 된장과 같은 토속 발효음식보다는 육류의 섭취가 느는 식습관의 변화와 함께 대장암은 물론 당뇨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느는 것이 이런 미생물의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난 20세기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생물을 터부시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1850년대부터 시작된 세균과의 전쟁 170년을 돌아보고, 인류의 탄생 이래오 유례 없이 자연과 생명에서 멀어진 우리의 생활방식을 반추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대해 좀 더 생명친화적인 생활방식과 식이습관을 제안한다. 우리 몸과 우리 몸속 미생물에 꼭 필요한 식이섬유가 음식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없어졌다. 발효 가능한 식이섬유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단쇄지방산을 많이 생산하는 종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한다. 또 단쇄지방산이 많이 생산되면 장 세포간 결합도가 높아져 장누수현장이 방지되고 결과적으로 인체의 방어막이 튼튼해진다. 반대로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 기회성 감염이나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들이 더 많이 자라는 환경이 되면, 장 세포의 방어막도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장에 잦은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음식의 변화는 빠르다. 특히 현대 산업화된 식품의 변화는 더욱 그렇다. 그에 반해 인간 유전자의 변이는 느리다. 그 느림에 맞춰 음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느림의 속도에 맞는 음식, 오래된 음식은 현대의 패스트푸드에 비해 검증되었고 더 안전하다. 발효음식과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과 채소가 그런 음식이다. 또 장염이나 변비로 고생하거나 항생제 부작용으로 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인류와 오랜 세월 공존하며 생존과 건강을 함께 해온 미생물들을 엄선해 놓은 프로바이오틱스도 보충제 역할을 할 수 잇다. 김치나 치즈, 와인과 같은 식품의발효에 작용하는 오래된 미생물과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은 실은 같은 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시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고,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화분 속 식물과 애완동물을 제욓면 거의 무생물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산은 사방이 흙이고 천지가 식물과 미생물이다. 산은 우리가 가장 가깝게 도달할 수 있는 공생과 생명의 공간인 것이다.

"산에는 눈에 보이는 나무나 바위틈의 이끼, 버섯, 가끔 나를 놀라게 하는 뱀, 귀찮게 따라붙는 파리나 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산속 흙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흙은 지구상 가장 거대한 미생물의 서식처이다. (...) 공기 중 80%를 차지하는 질소가 미생물에 포집되어 콩과식물에 제공되지 않으면, 우리는 콩은 물론 두부나 두유를 먹을 수 없다. 무엇보다 흙속의 미생물은 산소를 만들어 생명이 숨쉬게 한다. 시나오박테리움은 지구 초기부터 지구상 공기에 산소를 불어넣어 산소 농도를 20% 정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미생물이 없다면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은 시작될 수도 없었고 유지될 수도 없다."

"자연을 극복하고 인간의 편익을 위해 가공하기까지 인류는 많은 공을 들였다. 그렇게 이룩한 청결과 문명이 편하고 유익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늘 과한 것은 문제를 불러온다. 자연을 과하게 가공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에게도 인간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저자는 구강 미생물 관리를 위해서 1) 약에 의존하는 것을 바꾸기, 2) 치약을 바꾸기, 3)칫솔질 방법을 바꾸기, 4) 칫솔을 바꾸기, 5) 치과 이용을 바꾸라고 강조한다. 충치나 잇몸이 부어 아플 때, 약으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치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약은 항생제와 진통소염제인데, 이것에만 의존해 입속 미생물을 없애려는 것은 위험하다. 감염이 일어나면 항생제를 쓰기 전에, 먼저 고름과 플라그를 제거하고 해당 부위를 소독해서 위생 상태를 청결히 해야 한다. 계면활성제가 치약의 주요 성분이라는 것은,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비누나 식기세정제로 입안도 닦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약은 말 그대로 구강 미생물을 관리하는 약제로 거듭나야 한다. 현재 시판되는 많은 치약들 가운데 구강 미생물과는 관련이 없다나 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신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에게 일정한 항균 효과가 잇으면서도, 원래 우리 입속에서 살아가는 세균들에게는 영향이 없거나 덜한 제제를 찾아야 한다. 화학적 항균제보다 생약 중에 그런 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치약을 선택할 때에는 가능한 화학적 계면활성제를 쓰지는 않았는지, 항균효과에 대한 자료는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입안에서 가장 세균이 많이 사는 잇몸주머니를 닦아내는 것이 칫솔질이 주요 목적이 되어야 한다. 칫솔모가 치아 뿌리를 향하게 하여 치아에 바짝 붙인 다음 45도로 세우면, 칫솔모의 일부가 잇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바스 법'이라고 불리는 칫솔질이다. 또한 칫솔의 머리 모양이 작고 좁을 것을 선택하여 잇몸주머니를 잘 닦아낸다. 뿐만 아니라 매일 3회, 3분씩 칫솔질을 하여 잇몸주머니가 깊어지지 않게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생명을 얻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우리 몸을 소홀히 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반대로 통생명체로서 우리 몸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가 될 일을 이가 될 일이라고 믿고 행한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힘이 제대로 쓰이도록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우리 몸의 힘이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도록 충분히 쉬어야 하고, 과로하지 말아야 한다. 최고의 휴식을 평정함과 잠이다. 자기 전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고 칫솔질을 하면 더욱 좋다. 몸의 온도를 올려 생명활동을 촉진하고, 우리 몸에 붙은 미생물을 상대하기 위해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 몸속 미생물은 과거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몸속에서 우리 몸과 더불어 통생명체를 형성하고 우리와 공생한다. 또 우리 몸속 미생물은 늘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우리 몸 세포들과도 불협화음을 내며, 아주 가끔은 '나'라는 생명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거대 다세포 인간과 수많은 미생물들이 평와와 긴장이라는 양면의 상태로 공존하는 역설적 공간인 것이다. 우리는 그 조화와 부조화 사이의 경계를 알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