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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샘터 11월호에서 '이 남자가 사는 법' 코너에는 '미지의 아름다움을 찾는 예술가의 눈'이라는 제목의 '나노포토그래퍼' 지호준님의 이야기가 실려 인상적이다. 그는 사진작가로 더욱 성공하기 위해 입학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현미경 사진의 세계에 입문하는 단초가 되었다. 양자 연구실에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찍힌 사진이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듯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담당 연구원에게 어디서 찍은 나무인지 묻자 돌아온 대답은 나무가 아니라 PDMS라는 화학물질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그는 큰 충격에 휩싸여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세밀한 관찰을 통해 인식의 틀이 깨질 때마다 그는 점점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해왔다. 지호준님의 이야기에서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나무라고 여기던 형체가 전혀 다른 물질이었다는 걸 알고 나자 그동안 사진을 찍으며 쌓아온 모든 지식과 경험들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 같았어요. 경험 하나로 사물의 이미지를 단정 지었던 지난날의 모습에 엄청 부끄럽더라고요."
샘터 11월호 '청춘작당' 코너에는 청춘들이 뜻을 모아 만든 청년 언론 '고함20'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사회는 이들을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등으로 부르고 있었지만 세대론에 함몰돼 손쉽게 20대를 재단해버린 기성 언론에 반기를 든 청년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진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2009년 고함20은 시작되었다. 고함20은 온라인 미디어로 웹과 SNS에 기사를 게재한다. 기성 언론들의 20대 관련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유감', 청년 담론을 쉽게 풀어주는 '청년연구소', 20대가 바라보는 사회, 문화를 가감 없이 전하는 '20대의 시선'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청년 이슈를 공론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기마다 집중하는 주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근래에는 20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꺼냈는데 다음에는 20대 직장인이나 소외된 지방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저희도 수도권에 사는 대학생이 대부분이라 그만큼 열심히 뛰어다녀야겠죠."
"저희가 모든 20대를 대변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만 우리의 노력으로 납작하고 단편적으로 보이던 청년들의 이야기가 도톰하고 다층적으로 전해지길 원해요."
샘터 11월호 '과학에게 묻다' 코너에서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가 숨을 쉬려면 산소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시원한 청량음룔르 즐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디카페인 커피도 마실 수 없을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녹여 톡 쏜느 맛을 내고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활용해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으면 인간은 숨을 쉴 수 없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없이도 인간은 숨을 쉬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는 몸 바깥으로 내보내야 할 폐기물 같은 존재로 간주했지만, 알고 보면 혈액의 산성도를 유지해주는 필수 물질이다.
샘터 11월 '한 기자의 책 수다' 코너에서는 평범한 순간에서 찾는 행복에 관한 책 <오늘도 휘게>가 소개되어 인상적이다. <오늘도 휘게>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샬럿이 1년간 덴마크 사람들은 인터뷰한 내용과 직접 조사한 연구 결과로 빼곡하다.
"샬럿에 따르면 휘게 라이프는 의외로 특별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덴마크인들은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식탁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 같은 평범한 순간에서 기쁨을 찾는다. 편안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인 휘게가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가 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