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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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지성의 단련법>은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전하는 불안을 이기는 지성의 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최근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배외주의가 서린 주장을 외치는 지도자가 차례로 등장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지도자가 대중의 인기를 얻는 원동력 가운에 하나는 '반지성주의'인데, 이는 지적인 권위와 양식을 위심하고 논리나 과학적 증거는 경시하면서, 좋다/싫다 같은 단순한 감정과 자신들의 주관적인 견해에 가치를 두는 태도다. 지성은 어려운 문제나 힘겨운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 원인을 밝혀내는 힘이며,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찾는 힘이며,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대처하는 힘이기 때문에 지성을 지니고 있으면 미지의 현상을 조우해도 겁내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지성'이 반드시 '지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성은 단련하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올바로 이해해야 올바로 판단하고 올바로 행동할 수 있다. 이해는 지성의 원동력이다. 이해는 사랑만큼 뜨겁지 않지만 모든 것에 작용하는 만큼 지극히 안정적인 힘이다. 저자는 대립하는 두 사람이 토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미묘하게 변화시킨다면, 이는 지성주의에서 지극지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성에는 그런 변증법적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성을 습득하는데 최선은 실존 인물, 즉 어려운 시대에 지성이라는 무기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실마리 삼아, 그들의 사고와 사상을 참고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지성을 높이기 위해 고생과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이다. 본보기로 삼을 인물은 너무 옛날 사람이 아닌 상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기질과 생활방식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우리가 가진 선천적 기질에 의해 지성의 모습도 약간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골격에 맞는 롤모델을 선택할 때 무리해서 한 명으로 압축하기보다는 몇 명을 조합하는 것이 좋다.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에서는 근대 일본에서 대표적인 지성의 소유자로 알려진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1장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 2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 3장 신체에 깃드는 지성, 4장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 5장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지성의 모습에서 적절히 골라내서 앞으로의 인생에서 추구할 지성의 방식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으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성은 '고민할 수 있는 힘'이다. 백 년 전 일본에는 국가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일본의 숙명을 자신의 숙명으로 인식해 철저히 고민했던 지신인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유학 중 쓴 일기에서 자신이 사는 시대의 숙명을 온몸으로 짊어지고 깊이 고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 일본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역시 비교적 만족할 만하다. 미래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스스로 자만에 빠지지 말라. 스스로 포기하지도 말라. 소와 같이 묵묵할지어다. 닭처럼 부지런할지어다. 헛되이 큰소리치지 말라. 진실되게 생각하라. 성실하게 말하라. 진지하게 행하라.

네가 지금 뿌리는 씨앗은 머지않아 네가 거두어야 할 미래가 되어 나타날지니.(1901년 3월 21일)"


나쓰메 소세키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영국의 하숙방에서 영문학 원서를 읽으며 해답을 찾았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좁고 어두컴컴한 하숙방에 틀어박혀 있던 그는 자신의 물음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즉, 서양이 아니라 자신을 근거로 삼아 자신의 머리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때 비로소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근복부터 그리고 자력으로 만드는 방법 말고는 나를 구할 길이 없다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타인 본위여서 근본 없는 부평초처럼 그 근처를 되는 대로 표류하고 있었고 그러니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나의 불안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나는 경쾌한 마음을 가지고 음울한 런던을 바라보았습니다. 비유해서 말하면 나는 오랫동안 고뇌한 결과, 간신히 나 자신의 곡괭이로 광맥에 묻힌 것을 찾아 파낼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도달한, 이후에 '자기본위' 혹은 '개인주의'라 이름 붙인 경지는 워즈워스와 키츠, 셰익스피어 같은 영국의 대시인이나 대작가가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그들을 흉내 내거나 그 작품을 비평, 분석해 충족하는 것이 아닌 나쓰메 긴노스케(나쓰메 소세키의 본명)라는 한 일본인의 생각에 충실하겠다는 각오였다. 동시에 그는 자기 손으로 독자적인 문학을 확립해야 한다는 결심도 굳힌다. 나쓰메 소세키는 공부를 계속했고 서양 작가와 사상가의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많이 읽으려는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처럼 그들의 저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의 작품을 쓰기 위한 양식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나쓰메 소세키가 우선적으로 고민한 대상은 근대 일본의 운명과 일본인의 삶의 방식이었다. 또한 제자와 친구, 간청하는 생면부지의 사람 등 타인의 고민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소세키는 아무리 많은 고민을 하는 중에도 생각이 뒤죽박죽되거나 혼란한 적이 없었다. 문제의 답을 쉽게 얻을 수 없다 해도 절대 물음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이것이 소세키가 고민하는 방식이었다. 고민을 해도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것은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지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정착할 자리'를 찾는다면 타인을 포함해 보다 많은 삶의 짐을 감당해낼 수 있다. 고민하는 사람에서 책임과 사명을 짊어지는 진정한 어른으로 건너가는 방법을 소세키에게서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2장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으로 에도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에 걸쳐 대표적인 진보적 인물로서 근대를 대표하는 지성의 소유자인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때 지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쿠자와는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정신을 안정시키는 인물이었다. 저자는 후쿠자와가 네덜란드어와 영어 앞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낸다'는 불굴의 정신으로 싸운 배움의 방식, 그렇게 공부해야 비로소 단련되는 '전두엽의 힘'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전두엽의 힘이란 바꿔 말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단련된 전두엽을 갖춘 지성이라면 시대의 변화를 고집스럽게 거부하며 폐괘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능력을 시샘하지 않는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늘 자문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데카르트의 것과 닮았다.


저자는 지성의 힘을 갖춘 인간은 정신적 고민에서도 해방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자기에 대한 평가로 본다면 집에 돌아와서도 고민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상처가 된다. 그런 점에서 후쿠자와는 어릴 적부터 '희로를 드러내지 않는다'를 신조로 삼았다. 남이 헐뜯든 칭찬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도록 했다. 남이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는 감각을 체득하면 마음이 상처받는 일은 없다. 일상의 인간관계보다 중요한 무엇가를 발견하고 거대한 배의 키잡이를 맡고 있다는 생각은 그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만든다. 저자는 지성의 힘으로 마음의 동요를 억제한 이 방법론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 가운데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후쿠자와가 동경하고 실천해서 일본에 뿌리내리고자 했던 자조 정신의 원류를 더듬어가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에 이르게 된다. 프랭클린도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후쿠자와처럼 자신을 관리하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말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묵'으로 알려진 자기관리법이다. 그는 인간의 미덕을 절제, 침묵, 질서, 결단 등의 13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정리해 일주일마다 한 가지를 실천했다. 프랭클린과 후쿠자와의 공통점은 좋은 의미에서의 냉정함을 지녔고, 자조 정신을 중시해 그것을 실천, 장려하여 사회 개선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인생을 통해 지성이 일상을 정리해주고 마음의 두려움도 없애준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3장에서는 '신체에 깃든 지성'으로 전쟁 전까지 일본에 뿌리 깊었던 정치 파벌을 넘어 누구보다 배포가 큰 남자로 평가받는 인물인 '사이고 다카모리(1828~1827)'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이고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인물이다. 다음은 <서향남주옹유훈>에 나오는 사이고를 따르던 무사들이 생전 그의 말을 모은 문헌이다. 사이고는 "목숨도 필요 없고, 이름도 필요 없고, 관직도 돈도 필요 없는 자가 다루기가 힘든 법이다. 이런 자야말로 갖은 고난을 함께하며 국가의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런 사람을 다루기 힘든 이유는 제삼자가 지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길이란 천지와 함께 자연에 갖춰진 것이므로 학문을 하는 목적은 자연을 존경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두어야 하고, 정신수양을 하는데 있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인간을 자신을 이겨야 성공하고, 자신을 사랑하면 실패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즉 자신만 좋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되든 좋다는 이기적은 마음은 가장 좋지 않다. 자신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도 전부 자기중심적인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절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저자는 지성이 있어도 사람에 대해 따뜻함이 없는 자, 일을 결단하고 실행하는 용기가 없는 자가 사람 위에 서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남주수초언지록>의 백 번째 잠언이 지인용에 관한 내용인 것을 보면 사이고 역시 그렇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지인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큰 덕이니까 모두 바라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한 마을을 책임지는 자는 백성과 가까이하는 것이 본래의 직무이므로 숨겨진 일을 조사해 바로잡는 지와 고아와 과부를 가엽게 여기는 인, 간악한 자를 누르는 용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들이 삼덕의 실제 예다. 이처럼 실제 상황에 시도해 실행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책의 4장에서는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에서는 일본의 근대철학을 창시해 자신의 두 발로 선 인물인 '니시다 기타로(1880~1945)에 대해 이야기한다. 니시다는 순수경험으로부터 '장소'라는 개념을 전개한다. 장소가 있고, 거기서 주객이 나타난다. 여기서 말하는 '장소'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마음에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그 순간의 '분위기'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장소와 상대, 관계성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많든 적은 달라진다. 니시다는 "우리가 행위적으로 직관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니시다는 단순히 합리적 지성으로 주위를 정리해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순수경험과 행위적 진관에 의하며, 혹은 모순이 많은 세계를 종합적으로 느끼며 살았다. 맑은 것과 탁한 것을 함께 삼킨다는 '청탁병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 '자기모순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렇다. 세계는 끊임없이 부정을 반복하며 움직인다. 생명을 가진 것은 죽고, 죽어야 할 운명의 존재가 생식 활동으로 다시 죽어야 할 생명을 만들어낸다. 사라고 하는 생의 부정이 운동을 만들어낸다. 세계는 끊임없이 그런 모순을 포함해 이루어진다.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토끼는, 그 둘만의 관계만 생각하면 일방적으로 불쌍해보인다. 그러나 세계 전체를 보면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으면서도 생명의 질서가 있는 세계로서 성립한다. 

자와 타, 개인과 일반은 서로 모순을 포함하면서도 서로에게 관계하며 작용한다. 니시다는 그것을 '절대모순적 자기동일'이라고 한다. 세계는 다양, 모순, 대립, 부정을 보이지만 그것들이 전체를 이룬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우리는 태어나 줄곧 자기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몸도 대상화된 사물이다. 몸은 보는 대상이고 보이는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일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객체이며 동시에 주체다. 이런 모순된 양의적인 존재로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균형 잡힌 지성은 자신의 다리로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의 변화는 정확히 인식해둔다. 자신의 확신을 중시하면서 추세에 맡긴다는 사고의 정지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 안의 확신과 자신 밖의 상황을 대조해 한 걸음씩 착실히 생각을 성숙시킨다. 니시다는 그렇게 끈기 있게 사고했다. 니시다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면 사고력을 단련할 수 있다. 진짜 지성을 갖고 싶으면 현격히 뛰어난 사람의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이 책의 5장에서는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으로 야나기다 구니오와 오리구치 시노부 그리고 미나가타 구마구스와 미야모토 쓰네이치라는 민속한 분야의 탐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탐구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지식과 진리에 대한 억누르기 힘든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적은 따분함과 무익함, '무엇을 해도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니힐리즘)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탐구형 인간은 내버려 두어도 무언가를 탐구하기 시작하고 주위에서 말려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동안에는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


저자는 지성의 본질은 유연성이라고 말한다.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만이 살아남듯,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이 바로 지성이다. 항상 '본질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연습하는 것이 지성을 갈고 닦는 기본 트레이닝이다. 이런 지성의 훈련에는 수첩 활용이 효과적이다. 사소한 일이든 중요한 일이든 선택한 것을 기록해놓고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하면 어떤 영향이 생길지' 일단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으로도 지성은 단련된다. 예측은 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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