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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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는 <무지개 곶의 찻집><쓰가루 백년 식당> 등의 소설로 따스한 인간의 이야기를 펼쳐낸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소설이다.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는 대학을 다니다 말고 고향에 내려와 '심부름 서비스' 창업을 준비하는 '타마짱',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새엄마가 된 필리핀 출신의 '샤린', '타마짱'의 아빠 '쇼타로', 타마짱의 외할머니 '시즈코', 타마짱의 친구 '소스케'와 '마키'라는 인물들이 각자 화자로 등장하여 상처를 극복하는 따뜻한 치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인상적이다.


이 책의 작가인 '모리사와 아키오'는 운전을 못하는 시골 노인들이 생필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에 '히가시 마오'라는 젊은 여성이 미에현 기호쿠 마을에서 '이동판매'를 창업하여 마을의 쇼핑 약자들을 구제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접했다. 그 후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마오짱'을 찾아가서 손님으로 모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마오짱을 손녀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한다.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심부름 서비스'와 '가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행복의 본질'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실제 마오짱이나 손님들과는 다르며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새엄마를 필리핀인으로 설정했지만, 실제 마오짱의 어머니는 일본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돌아가신 '타마짱'의 엄마가 전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위로의 이야기들이 따뜻함을 전한다. '타마짱'이 심부름 서비스를 생각한 것은 대학 생활을 겉으로만 즐기며 생명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땅에 발을 붙이고 묵묵히 자기답게 살아가는 부모님의 등을 보며 자랐고, 또 엄마의 가르침의 영향으로 하나뿐인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생명이란, 곧 시간이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가 해준 말이다.

이 세상에 '응애' 하고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여명'을 살기 시작했으며, 저세상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생명'이라는 이름의 '남은 시간'을 도모한다.

생명 = 자기에게 남은 시간

어린 나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었다."


"열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자주 해주셨던 말씀이 있어요.

인생은 정말 순식간이니 1분 1초를 아끼며 되도록 좋은 기분으로 살라고요."


"타인에게 기대하기 전에 우선 나한테 기대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 타인에게 할 것은 기대가 아니라 감사라고."


"엄마한테 배운 건 타인을 기쁘게 했을 때 제일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였나? 엄마랑 같이 텔레비전으로 만화를 보고 있었거든. 거기 나오는 소심한 캐릭터를 보고 이런 말을 해줬어. 인생을 살면서 '작은 모험'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놀이 정신'이 조금 부족한 거라고.

인생은 딱 한 번뿐인 '놀이 기회'래. 그러니까 즐기자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대"


'타마짱'의 아빠 '쇼타로'는 '타마짱'에게 '심부름 서비스'를 엄마인 '에미'의 생명으로 시작하는 사업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쇼타로'는 딸 '타마짱'의 실패를 걱정하는 후루타치에게는 '인생에는 '성공'과 '배움'만 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건 말이야, 단 하나뿐인 생명을 걸고 하는 놀이란다.

뭐든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인생엔 원래 '실패'라는 게 없어.

죽은 내 아내가 말하기를, 인생에는 '성공'과 '배움'만 있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사는 인생, 재미없잖아?"


"만약에 타마짱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엄마가 단 하나뿐인 인생을 살면서 누려야 했을 즐거움이나 행복까지 모조리 짊어지고 살아. 다시 말하면, 엄마 몫까지 굵고 길게 인생을 즐기라는 거야. 짊어지라는 아빠의 말은 그런 뜻이란다."


"좋은 부분도 있었어. 이별이 이토록 슬프고 괴로운 건 내가 엄청 괜찮은 여자를 아내로 맞았기 때문이구나. 나는 정말 행운아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는 점. 또 엄마보다 내가 먼저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점. 반려자를 잃은 슬픔을 엄마한테 넘기지 않아 다행이잖아. 그런 슬픔은 내가 감당하는 게 나아."


​'타마짱'은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순수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타마짱'은 이 메시지가 엄마가 천국에서 보낸 메시지 같다고 말한다.


"<지금 내 앞에는 먼저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바퀴 자국은 있어도 정해진 선로는 없다. 내 마음을 나침반 삼아 나만의 길을 걸으면 된다. 그것만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 필리핀에서 온 새엄마 '샤린'보다 돌아가신 엄마만을 그리워하던 '타마짱'이 변화하는 과정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열일곱 살 때 부모님과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외톨이가 된 샤린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살아오다 홀아비가 된 '타마짱'의 아빠를 만난 것이다. 아픔을 안고 있는데도 항상 밝게 웃던 새엄마 샤린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타마짱'이 교통 사고를 당하는 순간 '샤린'을 떠올린다. '샤린'은 '타마짱' 몰래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시즈코 할머니와 심부름 서비스를 한꺼번에 잃은 타마짱을 도와주려 노력으며, 돌아가신 '타마짱'의 어머니가 있는 불단을 늘 깨끗하게 먼저 청소했다.


"뿌리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하지만 내 몸에 적지 않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위화감......

그렇다 이 감각은 혐오감이 아니라 위화감이다.

샤린이 싫지는 않다. 그건 확실하다. 다만 그녀가 내 '가족'이 되고 '새엄마'가 된 후로 삼 년간, 줄곧, 줄곧 떨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을 뿐, 나는 그 위화감을 억누르거나 아닌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도 아니고 너그럽지도 않았다."


"신호 대기 중에 몇 차례 시선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나는 샤린의 동그란 다갈색 눈동자가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하지만 먼저 시선을 피하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샤린의 눈동자에 깃든 우수의 빛이 나를 끌어들이려 하기 때문이었다. 가족을 한꺼번에 잃고, 살기 위해 조국을 떠난 한 여성. 그 인생의 무게가 어두운 빛이 되어 샤린의 눈동자에서 스며 나오는지도 몰랐다."


" "직역하면 '죽은 말에게 풀은 필요없다'가 되지만, 속뜻은 조금 다르단다."

정말로 필요할 떄 그 사람을 도와야 한다."


이 책에서 '타마짱'의 외할머니 '시즈코'의 독백이 시작되는 글들이 인상적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인 인생이라야 그림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림이 빛과 그늘로 그려지듯 행복과 불행은 인생을 더욱 아름답고 깊이 있게 채색하기 위한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그려온 '인생이라는 이름의 그림'을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기 인생을 객관적인 눈으로 감상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절망적인 그늘을 드리운 사건은 남편과 딸의 죽음이었다. 그 그늘이 너무나 짙었기에 손녀의 생명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빛이 강하면 그늘은 짙어지고 그늘이 짙으면 빛이 더 눈부신 법이니까."


"팔십 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그려온 '인생이라는 이름의 그림'은 전체 구성부터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생이긴 했지만 도중에 단추를 하나라도 잘못 채웠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에미를 낳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타마짱도 없었다.

점 하나 획 하나도 헛되지 않은 기적의 그림이다.

이 얼마나 행복으로 가득한 그림인가?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그림 속에 줄곧 남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쓸쓸한 것이다.

내 인생을 사랑했기에 쓸쓸한 것이다."


"이 기적처럼 아름다운 그림과 이제 곧 이별하게 된다.

외로움이 더 깊어졌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축복받은 느낌이었다.


수명


이 두 글자에 담긴 의미를 생각했다.


생명을 축복한다


그런가, 마지막을 맞는 건 축복받을 일이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조상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였던 시절처럼 내 몸이 두둥실 가벼워지면서 평안함에 휩싸였다.

때가 되었다면 남은 이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이불 속으로 들어가 마치 잠자듯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다. 기적으로 가득한 멋진 여행지에서 이제 곧 돌아갈 것이다.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던 인생이라는 ㅇ행을 마루리 짓고 홀가분한 몸으로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늘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서 "늘 좋은 기분으로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사소한 사물이나 현상을 찬찬히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응시하면서, 그 순간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음미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각오 따위 필요 없다. 그저 담담하게 긴장을 풀고 이 세상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좋은 기분의 '재료'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걸 열심히 주워모아 차분히 음미한다. 행복이란 결국 그런 거라고 소중한 친구가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나는 걸을 수 있는 한 걷는다.

걷고, 보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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