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인의 열정 분투기
한명석 외 지음 / 사우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법>은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인의 열정 분투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10인은 용기 있게 자신들의 인생 2막을 주변의 시선이 아닌,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 가고 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영주이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불편을 감수하고 과정을 즐기며, 자기 인생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살아 있다는 희열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글쓰기 모임(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에서 만난 벗들이 강원도와 전라도, 멀리 제주도까지 찾아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이들 10명을 인터뷰하고 글을 썼다. 그들의 치열했던 고민과 실행 과정, 그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고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며칠간 인터뷰이와 함께 지내며 취재를 하기도 했다. 덕분에 10명의 인생 이야기가 마치 손에 잡힌듯 생생하고, 귀한 정보와 지혜가 촘촘히 녹아 있는 글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3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농부와 하가, 여행 작가와 상담실리사, 우동집 사장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 1막은 주변의 기대와 통념에 맞춰 살아지만, 2막은 진정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로 결정하고 중대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려고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이도 있고, 나날이 소진돼 간다는 생각에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퇴사는 했지만 뭘 하면 좋을지 몰라 치열하게 여러 길을 모색한 이도 있습니다. (...)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고 있는 이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덩달아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자존감과 용기와 실행력에 전염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인물로는 2013년 다니던 공기업에서 나와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을 창업하며 꿀벌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과 꿀벌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박진님이 소개되었다. 서울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는 풀타임 도시양봉가 박진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즐거운 아이디어맨으로 도시양봉을 통해 후손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고 싶어하는 혁신가이다. 그는 도시 직장인들의 삶이 갈수록 파편화되어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나 기대가 없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돈보다 일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와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이 그에게 소중했던 것이다. 그는 인생 2막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는 삶의 주도성과 행복이라고 말한다. 주도성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가 하나씩 구체화될 때 기분이 짜릿하고 사는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농업처럼 사람들이 잘 안 가는 분야에 눈을 돌려 틈새시장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런던 같은 도시에는 이미 3,300개 양봉장이 있는데 우린 30개가 채 안 돼요.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벌 육종사 같은 새로운 길도 있는데, 희귀 직종이므로 청년들에게도 전도유망하다고 할 수 있지요. 청년들이 양봉을 하면서 부대사업으로 시야를 넓히면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봐요."
(/ '공기업 회사원, 도시에서 벌치는 양봉가 되다' 중에서)


'가난하게 살기로 하니 행복이 왔어요'라고 말하는 김미경님은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7년간 근무하며 이후 귀국하여 아름다운 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다가 쉰 다섯의 직장인이 돌연 전업 화가의 길로 돌아선 인물이다. 전공이나 면허 없이 스스로 화가가 된 지 2년 만에 '서촌 풍경'과 '서촌의 꽃'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완퐌'을 기록했다. 지은 책으로 <브루클린 오후 2시>. <서촌 오후 4시>가 있다. 언제나 자신을 믿고, 내면의 북소리를 따라온 경험, 이런 자신을 인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최고의 재산이요 보물이라고 말한다.


"저를 보고 엉뚱하다 혹은 냉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림만 그려 먹고살겠다고 직장을 나와 빵집에서 알바를 하며 일용할 양식을 벌 때, 사람들은 두 부류였죠. '그림에 재주가 뛰어나서 그러나 보다' 생각하는 사람과 '그림은 아무나 그리나?' 생각하는 사람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니까 그런 시선에 마음 쓰지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겠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했거든요. 여기에 하나밖에 없는 딸 마린의 응원이 도움이 됐죠. 내 인생을 통틀어 지속적으로 가장 강한 농도로 사랑하는 대상인 딸 마린은 쉰다섯 살에 화가가 되겠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게 용기를 줬거든요."

"그림 그려서 먹고살 수 있겠냐고 비웃는 사람, 걱정해주는 사람 참 많았죠. 그런데 가난하게 살겠다고 작정하면 겁날 게 없어요. 먹고사는 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인생은 선택이고, 늘 버리고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보고 싶은 건 후회 없이 했고 돌이켜보면 다 소중한 순간들이었지요. 삶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힘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면 내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본다. 마음이 더 끌리는 일, 내가 더 자유로워지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솔직히 어릴 때는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더 자유로워지는 일이 무엇인지가 조금씩 더 분명해졌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기 조금은 더 쉬워졌다."


"직장 생활 27년 동안 재미있는 일도 참 많았지만, 조직과 시스템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늘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나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하는 불편함이랄까? 하루 종일 혼자서 생각하고, 작업하는 일이 외롭기도 하지만, 자유롭다. 나의 리듬에 맞춰 모든 걸 조절할 수 있나는 게 제일 행복하다. 비 오는 날 출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꿀맛이다."

(/ '쉰다섯 직장인, 전업 화가로 변신하다' 중에서)


'직접 부딪혀봐야 나 자신을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나무 박사 고규홍님은 신문 기자로 12년간 일한 뒤 15년째 전국의 나무를 찾아다니며 방송과 책을 통해 나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고규홍은 기자 시절, 매일 쓰는 기사 중에 자기가 기획한 기사 외에도 원치 않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마흔 살이라서요. 다른 이유가 없어요.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어야 했어요. 게다가 내가 돈 문제에 무감해요.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고 그러거든요.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가장 중요했어요. 물론 기자도 처음에 원해서 된 것이긴 하지만, 기자 생활이 불편한 점이 있어요."


"결단을 할 필요는 있어요. 아무 계획 없이 신문사에 사표 내고 나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인터넷, 나무, 소설... 그 중 나무를 택했어요. 이것이 가능성이 있고 된다는 확신이 있었을까요? 없었어요. 그냥 미쳤던 거예요. 그런데 일단은 어느 것이든 선택을 해야 했던 거죠. 시작부터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는 것은 없다고 봐요."

"프랑스 허미니아 아이바라 교수가 성공한 사람 39명을 만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꾼 방법을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성공한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한다.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쳐 많은 가능성을 탐험해본 이후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그것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본능적인 욕구를 따라 살았으니 누가 저를 보고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네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 열중하고,... 그러다 보니 클래식과 컴퓨터에 관한 책까지 썼지요. 나무에 미쳐 지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의 기쁨이지요. 나무라는 중심이 없을 때는 책을 읽오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렸어요. 지금은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무엇을 읽어도 나무에 적용이 되니까 새로운 발견을 하게 돼요. 나무를 가지고 글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 나에게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 '기자 그만두고 나무에 빠지다' 중에서)


'이 무자비한 세상에서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정선 산골에 자리 잡은 목공예가 이태인님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욕망과 세상을 위한 진정한 마음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말한다. 자연의 정직함을 닮은 그는 내면의 기쁨을 따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당당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삶으로 오롯이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나무를 어루만지고, 그 마음과 혼을 담아 사람 곁으로 보낸다. 그래서 그는 정선의 깊은 산골에 살면서도, 세상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살 수 있는지 물어요. 보통 만반의 준비를 해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갖지 않았을 때 시작할 수 있는 걸 보면, 준비가 핵심이 아닌 거죠. 나는 일단 떠나왔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결과가 지금에 이른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전기가 없음으로 해서 많은 걸 누리고 살아요. 자연을 그대로 접할 수 있지요. 귀도 밝아지고, 쓰던 안경을 벗을 만큼 시력도 좋아졌어요. 도시에 살 때는 예쁘게 꾸미고 즐겁게 놀고 들어와도 무언가 공허함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자연이 나를 만져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다 보면 인간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겸손해지고, 얼굴빛이 바뀌고... 자연이 그렇게 사람을 만들더라고요."


"끝까지 사색하는 겁니다. 물질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행복만 주는 것인가 분석해보는 거지요. 그리고 또 계산해보는 겁니다. 내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 노동력과 내 인생의 시간을 얼마만큼 투자해야 하는가, 그런 것들이 만족되었을 때 과연 열마만큼 행복할 것인가 계산해보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물질을 쌓아논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지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본능이 있는 거죠. 지배란 타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므로, 그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도 분석해봐야지."


"꿈이란 정해지지 않는 것이에요. 정해지면 그건 꿈이 아닙니다. 목표나 야망이겠죠. 잠자면서 내가 어떤 꿈을 꿀지 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꿈은 그런 겁니다. 꿈에 자유가 있어야죠. 가장 중요한 자유를 박탈당한 꿈이 어떻게 꿈인가요? 인생도 정해놓거나 계획하지 말고, 가다가 닥치는 대로 사는 게 자유분방한 삶이죠. 오늘 이것도 해보고, 내일 저것도 해보고, 하기 싫으면 놀고, 가고 싶으면 가고, 보고 싶으면 보고 그렇게 자유스럽게 말이죠. 대신 그걸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 돼요. 내가 입고, 먹고, 자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풍족하지 못하면 가난하게 입으면 되고, 가난하게 먹으면 됩니다. 꿈은 자유스러운 겁니다."


"즐거움이죠. 예전에 살던 삶에 비해서 굉장히 즐거워요. 인생에 대해 사색하니 이전에 몰랐던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여유도 생겼어요.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뜻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겁고요. 늘 기쁘고 자신감이 있죠.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재주가 있구나'를 깨달았고요. 하지만 지금 하는 목공도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도시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받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어디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 자유를 막는 것을 물질이고, 욕심낼수록 자유와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 '정선 산골에 자리 잡은 목공예가' 중에서)


'힘들수록 좋아요. 그만큼 내가 더 성장하는 거니까'라고 말하는 여행 작가 윤정인은 유명한 관광지보다 도시의 느낌과 감성을 중시하는 낭만 여행가이다. 언론홍복학을 전공하고, 6년간 정책 홍보 담당자로 일했다. 휴가를 내고 간 첫 유럽 여행에서 여행의 매력에 눈을 떠 그 후로 19개국, 58개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 어느 날은 더블린에서, 또 다른 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글 쓰고 사진 찍는 베짱이 여행자 생활을 로망으로 간직한 채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둔 때가 딱 서른이 되었을 때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대책 없고 무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수년간 짊어지고 왓던 책임감이라든가 의무감 같은 것을 벗고 알몸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내 인생을 바꾸는 중대한 선택이라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해볼까,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직 인생이 한참 남았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평생 하는 것은 너무 재미없고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며 대책 없이 저지른 일은 아니고요. 내가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여행 작가가 답이었죠. 읽고 쓰고, 여행하고, 사진 찍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걸어야 하는 길을 알고 있고, 방황하고 싶어도 방황할 수 없다. 혼이 이쪽! 이쪽! 하고 알려주기 때문이다.'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깊이 공감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누구보다 자기가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내 안의 무언가가 길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여행에서는 일기 형태로 메모하는 정도였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할 때부터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행 중 하루도 안 빠지고 기록을 했어요. 숙소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노천 카페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어요. 여행 블로그도 같이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하루 한 번 포스팅을 원칙으로 꾸준히 하다 보니 찾아주는 사람이 꽤 많아졌어요. 글쓰기 강좌에도 참여했고요. 글쓰기는 물론이고, 수영 연습과 영어 공부, 사진 찍기가 새로운 일과시간이 되었어요. 결국 직장을 그만둔 지 3년 만에 첫 책을 손에 쥘 수 있었지요."


"그동안 내가 그 누구보다 수동적으로 사아왔다는 것을 지금에야 느껴요. 당시에는 몰랐어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 이게 정답인 줄만 알았지요. 누가 시켜서,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누구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내 주도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삶이 굉장히 능동적으로 변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라도, 별고 힘든 것을 못 느껴요. 그러다보니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고,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도 커졌어요."

(/ '공기업 때려치우고 여행을 떠나다' 중에서)


'내 몸이 원하는 것이 진짜!'라고 말하는 농부 김계수님은 서울의 중고등학교에서 13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 2001년 고향으로 귀농하여, 닭 치고 농사짓는 농부로 살고 있다. 그는 농사는 생명을 키워 생명을 먹이는 지고지순한 일이자, 그의 몸이 원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는 들판에 있을 대가 제일 편안해요. 일이 아무리 고된 날에도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대체로 만족스럽거든요. 교사로 살아갈 때 학교에서 지낸 하루가 뿌듯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선 생명 자체가 주는 위로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올 때 몸은 후줄근하게 젖었지, 아직 여물지 않은 부리와 발가락은 보기만 해도 애처롭지요. 태어난 지 두세 시간 된 송아지가 일어나려고 몸부림칠 때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산다는 게 저렇게 장엄한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매일 깨닫는 거지요. 농사도 마찬가지구요. 비 온 뒤 딱딱해진 땅을 뚫고 가느다란 무순이 올라올 때처럼 계절마다 생명의 잔치가 숨어 있지요. 이런 걸 계획하고 가꾸다 보니 제 삶이 살수록 단순하고 명쾌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일보다도 선명하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거지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매시간 실존을 확인한달까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오리라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은'현재'뿐이기에, 궁극적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을'그냥 여기서 팍'살아버리려고 한다."


"일상의 삶이 짜인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은 그것이 힘들었지요. 날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삶이었으니까요. 물론 학생들과의 관계가 '교학상장'이라는 말처럼 서로를 키워주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나중에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되면서부터 직장 생활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가 애초에 나 같은 촌놈이 정을 붙이기는 참으로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늘 바닥에 깔려 있기도 했고요."
(/ '교사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다' 중에서)

새로운 삶을 살면서 얻게 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생동감'이다. 서울을 떠나면서 새로운 생활에서 기대했던 것을 온전히 얻은 셈이다. 무엇보다도 삶을 성과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보게 되었다. 그것은 삶을 미래나 목표보다는 현재에 보다 집중하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즐길 수 있는 요체라고 본다.
(/ '교사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다' 중에서)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인생의 본질을 고민해보았지요'라고 말하는 신상목님은 16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접고 강남역 근처에 우동집 '기리야마'를 열었다. 한 그릇의 우동에 '사람을 위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 세계적인 음식 외교를 꿈꾼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곳은 식사를 예약한 곳이었다. 호텔은 불바다를 이루었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다 섬뜩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제시간에 나갔다면 여기 내 이름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죽음이 멀리 있는 남의 일이 아니구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생인데 뭐 그렇게 앞뒤 재고 그러고 있냐? 내가 열망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 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인생의 본질 아닌가? 왜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안정성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해?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어차피 후회하는 게 인생이라면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 하는 게 낫지 않아?'하는 생각이 출렁거렸다."


"살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였어요. 파키스탄에서 폭탄 테러를 겪고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어요. 정말로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이라든지 집념, 꿈...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하고 죽는 것이 눈감는 순간에 후회를 덜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후회, 저렇게 해도 후회한다고 하잖아요? 하고 싶은 거 하는 것이 죽을 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판단 기준이 있으면 선택의 갈림길에 있을 때 도움이 됩니다."

(/ '외교관, 우동집 사장님 되다' 중에서)


'이 길이 내 길이다 싶으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상담심리사 김영숙님은 신한카드 경영정보팀에서 근무하다 2009년 퇴직 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과 글쓰기 모임 등을 두루 거치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고민 끝에 2012년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 입학, 석사 졸업 후 부설상담센터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6년 동 대학원에 박사 과정으로 입학하여 상담학에 기반한 코칭을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실은 상담심리에 대한 공부는 남편이 먼저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HR업무를 하던 남편이 40대 초반, 변화에 대한 욕구를 느끼고 먼저 대학원에 진학했지요. 그즈음 '융'을 읽었는데, 융이 말한 중년 이론, '개성화'에 매료되었어요. 융은, 인간이 백지 상태에서 태어나 차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과 자각을 통해 타고난 전체성을 회복하며 자기만의 개성화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제가 찾는 것이었지요. 그저 내게 맞는 직업을 찾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의 주춧돌을 세우고 싶어서 심리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 실마리도 제겐 너무 소중했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갖은 우여곡절으 겪다가 터널 끝에서 희미하게 비추는 빛을 발견한 기분이였지요."

(/ '16년차 프로그래머, 상담심리사로 변신하다' 중에서)


'언제까지 하고 싶은 일을 미뤄야 할까요?'라고 말하는 황지현님은 38살 젊은 나이에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 '인제주'를 직접 지은 당참 여성이다. 제2, 제3의 게스트하우스를 꿈꿀 정도로 이 일을 좋아한다. 보헙설계사, 부동산 중개업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 모두 쓸데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타사 튜더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지상낙원'을 만들고 싶어 오늘도 조식을 서빙하고, 객실 정리를 하고 온실을 가꾼다.


"힘들게 들어온 회사고, 설령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한다고 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저 견디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할까요? 본인의 인생이 다 소진된 이후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갈팡질팡하다 평생 그렇게 살게 된다면 그게 더 무서울 것 같아요. 죽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에요.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인생에서 누리는 재미가 훨씬 클 거예요."


"이 삶이 있기에 다른 삶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몰랐던 것을 지금은 알고 있고, 전에는 갖지 않았던 것을 지금은 가지고 있죠. 그래서 또 다음 인생 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거고요. 누구나 과거와 현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원하는 미래로 옮겨갈 수 있는 있어요. 그걸 지금 하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것이 제가 얻은, 가장 소중한 지혜입니다."
(/ '30대 서울 여자,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셀프 건축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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