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왜 쓰는가>는  작가 제임스 A. 미치너가 죽기 4년 전에 쓴 마지막 저서로서 그의 문학적 생애를 결산하고 있다. 1993년에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작가론 등을 담은 <작가는 왜 쓰는가>를 발표한 것이다. 1907년 뉴욕에서 태어나서 1997년에 사망한 작가 제임스 A. 미치너는 평생 40여 권의 책을 썼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도곡의 다리> <사요나라> <스페이스> <폴란드> <텍사스> <알래스카> 등이 있다. 국내에는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의 문학에 대한 입장을 전개하는 독특한 소설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는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작가를 분석해왔다. 그중에는 대가도 있고 소가도 있고 잡가도 있었지만, 그들 각자의 스타일과 테크닉이 있었고 이를 구·분석했다. 그들은 작가라는 직업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그리고 어떤 실수를 저질러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는가?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내 나름의 스타일과 테크닉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발견했다. 그렇지만 어떤 스타일과 테크닉은 반드시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어떤 작가에게는 그 스타일이나 테크닉이 맞춤옷처럼 잘 맞았지만 내게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다. 하나는 창작의 일반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동료 작가들에 대한 나의 반응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지금의 이 책은 이런 두 가지 작업 성과를 모아놓은 것인데, 나는 특히 젊은 시절에 내가 가졌던 생각을 다른 작가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 p.8)


그레이스 리빙스턴 힐이나 트루먼 커포티 같은 다양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시그리드 운세트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작가 제임스 A. 미치너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개인적인 기질상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상 퍼시 비시 셸리보다 존 키츠를 더 좋아하고, 조지 고든 바이런보다 윌리엄 워즈워스를 더 좋아했다. 또 존 밀턴의 시도 존경했다고 고백한다.  작가 제임스 A. 미치너는 책이 우리들의 인생에 얼마나 훌륭한 기어를 하고 있는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작가들의 사슬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마음이 단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동의어 하나를 찾기 위해 변증법을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로데일은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로데일 동의어 찾기 사전>을 편집해냈다. 이 사전이 나오게 된 사정을 그의 부하 직원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동의어의 중복은 생각만큼 그리 빈번하지 않다. 왜냐하면 audacious란 단어는 courageous란 단어에는 없는 미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두 단어의 동의어들을 가지고도 서로 교차해가며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단어와 의미의 아주 놀라운 상호 확인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하면 얼마나 거미줄같이 촘촘한 언어의 그물이 짜이는지 한번 살펴보자. 가령 authentic이라는 단어를 표제어에서 찾아보면 두 개의 카테고리 아래에 총 43개의 동의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카테고리는 true이다. 그리고 honest란 표제어를 찾아보면 다섯 개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동의어가 너무나 많이 나열되어 있어 일일이 세어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로데일 동의어 찾기 사건>을 사용하면서 단어와 게임을 벌이는 것은 마치 베토벤이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전문 작가는 이 사전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 사전이야말로 전문가를 위한 필수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 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썼다."
(/ p. 70)


이 책에서 제임스 A. 미치너가 창작에 일관하는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쓰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이야기 방법이라는 문제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성공한 소설은 인물들로부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지적·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인물들은 그들이 처해진 상황, 그들의 시대적 주제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플로베르, 도스토옙스키, 제인 오스틴,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헨리 제임스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늘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저자author가 아니라 작가writer이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증언해야 한다. 그의 작품을 꾸준하고 유기적인 전체를 제시해야만 한다."


작가 제임스 A. 미치너가 읽고 영향을 받은 책과 작가들에 관한 글귀들이 흥미롭다.


"시는 좀 뒤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탐닉했다. 셸리보다 키츠를, 바이런보다 워즈워스를, 콜리지보다 아널드를, 에드먼드 스펜서보다 밀턴을 더 좋아했다. 셰익스피어는 산 정상에 서 있는 인물 같았고 제프리 초서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는 상당히 많은 시를 암송했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오셀로>의 몇 부분, <성 아그네스 축제 전야>, <시골 묘지에서 쓴 애가> <리시다스> <루바이야트> 등이었다. 나는 수십 편의 소네트와 또 수십 편의 짧은 서정시를 암송했는데, 정말이지 이 시들을 무척 좋아했다. 그 멋진 단어들이 어린 시절 내 마음속을 휘감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습관이 있으며 토머스 그레이나 존 키츠의 그 자연스럽고 멋진 가락을 흉내 내려고 애쓰고 있다.

좀 교훈적인 기질이 있었는지 나는 워즈워스의 <불멸의 송가>나 밀턴의 <그의 실명에 대하여> 같은 시를 매우 좋아했다. 그러니 나의 작가적 기질은 가볍게 반짝이는 것보다 뭔가 좀 묵직하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


"<테스>는 그 정열, 그 놀라운 인물, 그 장중한 비극으로 인해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이 소설은 아직도 내게 대단한 작품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에게는 <캐스터브리지 읍장>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모범적인 실례이다. 매우 멋진 시작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예고하는 그런 내용이다.

독자적으로 발견한 책 중 소설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안내서는 이넉 아널드 베넷의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일상적인 사건들을 잔잔하게 묘사하는 그 솜씨가 너무나 탁월하여 이 소설을 거듭 읽으면서 어떻게 그런 효과가 나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이야기 방법에 대한 나의 자세는 이 직설적이고 실제적인 소설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대학 1~2학년을 지나면서 소설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창작이나 이야기 방법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늘 독자의 입장이었지 잠재적인 작가의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방학, 시간이 많이 있어서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소설에 푹 빠지는 경험을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을 직접 내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고, 그들의 비행을 추적했고, 또 그들이 움직이는 무대를 보았고, 끝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는 이제 이런 인물들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하는구나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글쓰기의 마력에 눈떴다. 소설가가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 일정 시간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고 또 독자들이 그 소우주를 떠날 때 섭섭한 생각을 갖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는데 역시 같은 감동을 할 수 있었다. 그 책은 나를 러시아에 데려다 놨고 완전히 압도하여 혼란스럽게 했으며 심지어는 소설의 노예로 만들었다. 나는 이제 창조적인 작가가 어떻게 인물들을 모으고 조종하며, 어떤 트릭을 쓰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어떤 새로운 장치를 고안해내는지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름에 처음으로 나도 이러한 요소들을 만들고 조종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제임스 A. 미치너는 다른 작가들이 은퇴하는 나이인 마흔이 되었을 때 수련을 마치고 창작을 시작할 채비가 되었다. 그는 세 권의 책인 <세계 지도 및 연표>, <로데일 동의어 찾기 사전>, <인스턴트 철자 사전>을 옆에 두고 작업에 임했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은 자바에 살았고 '물타툴리(많은 슬픔)'라는 필명을 사용한 네덜란드 작가의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다. 낙원인 줄만 알았던 섬이 부패하기 짝이 없는 곳임을 알고 놀란 작가는 <막스 하벨라르>라는 기이한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많은 점에서 식민정책을 항의하는 소설의 부류에 들어간다. 재능이 있는 미국의 젊은이가 바나나 무역에 대해 조사해보았더라면 충분히 이와 유사한 작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소설이 중요한 이유는 물타툴리의 본명인 에두아르트 도위베스 데커르가 정열을 가지고 그 소설을 썼다는 점과 생각나는 것은 모두 그 안에다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온갖 목록과 부연 설명, 그리고 논평까지, 너무 많은 것이 들어가 있어 뒤죽박죽이었지만 결국에는 네덜란드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소설이 되었다. 몇 년 전에는 멋진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것 중 제일 낫다는 말을 들었다. 이 소설은 진정한 걸작이고 나는 읽는 순간 그 사실을 알았다. 이 소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것은 내게 소설은 결국 불타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점을 가르쳐주었다. 그럼 소설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 재능 있는 작가가 넣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넣어도 되는 것이다. 그럼 소설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내가 <막스 하벨라르>를 읽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작가는 되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작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세계의 고전을 그토록 많이 읽고서도 결국 <막스 하벨라르>와 <시간이 없는 땅>을 주된 스승으로 삼았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한다. 즉 문학적 가르침을 받아들여 결실을 볼 무렵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한 문학청년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정적인 책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학청년은 폭넓은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압도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런 무명의 책을 읽고서도 문학적으로 눈을 떠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어떤 문학 평론가가 내게 이런 사소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했겠는가!"


"내가 작가로서 그 한 고리를 이루고 있는 이 연면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읽기는 쓰기를 낳고, 쓰기는 다시 읽기를 낳는다. 나는 발자크,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톨스토이,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 디킨스, 하디, 멜빌, 치버 등의 작가를 읽지 않고 문학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문학청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을 획득한다는 것인가?"
(/ p.128) 


제임스 A. 미치너가 쓴 최초의 단편 소설은 ''도대체 버질 T. 프라이는 누구인가?'였다. 이 소설을 계기로 제임스 A. 미치너는 작가의 길에 나서 그후 50년 이상 창작을 해왔으며, 작품 속의 인물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수천 명의 독자들을 얻게 되었다. 제임스 미치너가 아흔이 되어가는 작가에게 주는 시에서 "내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오. 하나는 열심이 일하면서 내 심장을 자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지런히 글을 써서 내 영혼을 밝히는 것이요."라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작가 제임스 A. 미치너가 말하는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생각, 그의 시선으로 본 다른 작가들의 작품, 그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들의 세계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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