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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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의 작가 엘리너 캐턴은 28세의 나이로 두 작품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쥔 천재 작가이다. <루미너리스>는 황금을 둘러싼 그릇된 탐욕과 엇나간 운명을 그리고 있다. 뉴질랜드 골드러시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를 배경으로 정교하게 얽힌 미스터리를 펼쳐놓는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천체의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요 인물인 12명의 남자는 황도 12궁을 대표하여 그에 맞는 성격과 특성을 지니고, 나머지 인물들은 행성에 속해 이들 사이를 넘나든다.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핵심 핵할을 수행하여 전체의 흐름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은 작가 엘리너 캐턴이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고민으로 완벽한 구조를 이루어냈는지 보여준다.


1866년, 크게 한몫 잡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찾아 뉴질랜드에 도착한 남자, 무디. 그날 저녁, 그는 황량한 금광 마을 호키티카의 허름한 호텔 흡연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12명의 남자로 구성된 비밀 모임에 끼어들게 된다. 실종된 젊은 갑부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창녀, 외딴 오두막에서 살해된 부랑자의 집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금. 삶에서 밀려나 세상의 끝으로 모여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무디는 어느새 인간의 운명과 황금이 별자리처럼 얽혀드는 미스터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크라운 호텔 흡연실에 모인 열두 남자는 마치 우연히 그 자리에 함께하게 된 무리인 듯 보였다. 뿔단추가 달리고 노란 무명, 삼베, 능직으로 만든 프록코트와 연미복, 노퍽재킷 같은 각양각색의 옷차림과 행동거지를 보면, 서로 오갈 수 없을 만큼 안개가 자욱하고 조수가 뚜렷한 도시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사는 열두 명의 사람이 어쩌다 한 객차에 올라탄 것 같은 분위기였다."
(/ p.13)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크라바트, 은색 손, 어둠 속에서 나직하게 헐떡이던 그 이름. 그 장면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작은 세계 같았다. 정신이 거기 머무르는 동안 원래 세상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것이다. 한편에는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변화하는 커다란 세계가 있고, 또 한편에는 공포와 불안으로 이루어진 작고 정적인 세계가 있다. 두 세계는 구 안의 구처럼 서로 꼭 맞아들어간다."
(/ p.41)

“법정에서 증인은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물론 그것은 그 자신의 진실이지요. 증인은 두 가지 조건에 동의를 합니다. 그의 증언이 모든 진실을 포함해야 하며,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중 두번째 조건만이 진정한 한정 요소가 됩니다. 첫번째는 굉장히 많은 부분이 자유재량에 달려 있죠. (……) 여러분은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씀하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관점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이야기 내용만이 전부라고 제가 믿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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