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간디 - 사랑이 있는 곳에 삶이 있다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6
류성민.류경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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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시리즈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 19명에게 묻고 싶은 인생의 질문에 대해 각 계의 대한민국 대표 학자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 인생의 화두라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저마다 어떻게 생각했는지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인생교과서 간디>는 류성민, 류경희의 글로 구성되었다. 간디에게 묻고 싶은 28개의 질문 중 한 질문에 두 저자가 답한 경우도 있고, 한 저자가 답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마지막 29번째의 질문은 독자 스스로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간디라는 인물을 오래 연구해온 두 저자는 오늘날 우리 개인과 사회에 간디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같이하지만, 각각 다른 시각으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같은 주제에 대한 두 저자의 다른 해석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생교과서 간디>는 1부 삶과 죽음, 2부 나와 우리, 3부 생각과 행동, 4부 종교와 철학이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마하뜨마 간디로 알려진 모한다스 K. 간디(1869~1948)는 인도를 독립으로 이끈 인도의 민족주의자이자 정치인이다. 그러나 간디를 단순히 정치가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그는 정치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 경제와 사회 그리고 교육과 예술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인, 행동하는 정치가이자 사회개혁자였고 종교지도자이기도 했다. 간디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에서 급격한 변화와 갈등을 경험하던 시기에, 비폭력주의 노선을 통해 인도의 개혁과 독립 그리고 인류의 궁극적인 해방을 추구했다. 간디는 정의로움과 사랑이 우주와 인간사회가 그 토대로 삼고 있는 변경할 수 없는 최고의 법칙이라 믿었다. 저자는 간디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보편적 휴머니즘에 근거한 자기 신념과 이상을 실현하려는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했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몸소 입증해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간디가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근거는 그가 사뜨야 즉 진리라 믿는 것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었다. 간디는 신을 진리라 불렀고 또한 진리를 신이라 불렀다. 그에게 진리는 신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진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주와 사회의 질서이자 법칙인 다르마 즉 정의로움과 그가 '사랑'이라고 표현한 아힌사 즉 비폭력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보편적 선이었다."

간디는 배우자 선택은 물론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나 사탸그라하 운동을 하게 된 것 등등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계기가 된 것들 모두가 그의 꿈도 아니었고 계획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한 모든 것은 그가 살던 인도 사회의 관습을 따르다 보니 벌어진 것,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그래서 참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바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물음이 간디로 하여금 '진리'를 찾게 만든 것이다. 간디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간에 그것이 진리를 찾는 길인지를 고민했다. 그 진리가 그에게는 신이었다. 그가 인생의 많은 실험을 통해 찾은 그 방법이 '아힘사'였다. 진리가 목적이라면 아힘사는 그 수단이었다. 아힘사를 통해 진리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아힘사라는 수단을 통해 진리라는 목표에 도달하려고 했고 그것이 곧 그가 실천한 사탸그라하 운동이다. 간디는 진리란 목표일 뿐 그것의 완전한 실현은 불가능하가도 보았다. 간디는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진리에 이르고자 했다. 간디의 사띠아그라하 운동은 남아프리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던 인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투쟁에서 시작되어 인도에서 독립투쟁으로 이어졌다.

간디는 "삶은 갈망이다. 삶의 의미는 완성을 추구하는데 있고 그것은 자아실현이다"라고 말한다. 간디가 삶을 갈망이라 말한 것은, 삶을 진리를 실현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들을 끊임없이 행하며 살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간디가 행복에 대해 말한 것들에서도 모두 그의 경험과 깊은 성찰을 볼 수 있다. 간디는 행복을 두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하나는 외면적인 것, 이를테면 부괴영화와 같은 어떤 물질적이거나 외면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서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복과 불행, 사랑과 미움 등 이원적이고 상반되는 것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참된' 행복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행복 뒤에는 슬픔이, 슬픔 뒤에는 행복이 있다. (...) 비집착은 이러한 서로 반대되는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 앞에서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행복의 열쇠는 진리에 대한 예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리는 모든 것을 주는 것이다."

"진리 탐구에 성공하려면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등등 이원적인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간디가 힌두교의 이상적인 삶의 단계를 그대로 밟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자신이 그러한 단계를 중시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일생을 통해 추구한 진리를 위해 그는 늘 포기하는 삶을 살았다. 학업을 위해 자신의 카스트에서 배제되는 것을 감수했고,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먹는 것도, 부부의 성생활도, 온갖 훈장과 명예도, 재산도, 소유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다. 그에게 그렇게 진리를 추구하는 삶은 행복한 것이었다." (/ p.59)

간디의 글은 자신의 경험(실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그는 자신 있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고, 자신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도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보다 설득력 있는 견해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간디의 글쓰기 방식은 사실상 그의 삶의 방식과 같은 것이었으며, 그의 사탸그라하 운동에도 그대로 적용된 방벙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탸그라하 운동들에서나 간디의 글과 행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의사전달 방법은 사실에 입각하는 의사전달 자세라고 말한다. 간디가 변호사로서 제일 중요한 교훈과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 남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사실이 지닌 힘을 알게 했고, 사실이 곧 진리라고 고백케 했다. 간디가 의사전달에서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다. 이밖에도 간디의 중요한 의사전달 방법은 그의 사탸그라하 운동에서 가장 중시했던 아힘사, 곧 비폭력이었다. 간디가 1930년에 사탸그라하 운동 자원자를 위한 규율을 만들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도 비폭력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공격을 공격으로 대응하지 않고 상대방의 분노에 대해 분노를 품지 않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그래서 분노로 인해 내려진 명령에는 복종해서는 안 되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거나 욕설하는 것도 금지했다.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무릎쓰고라도 상대방을 모욕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고 했다. 끝으로 모든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간디는 부단히 끈기를 갖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노력을 할 수 있었으며, 그것이 그의 가장 근본적인 의사전달 방식이 될 수 있었다. 간디의 인간관은 그의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신적인 본질이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인간이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아무리 악하고 폭력적이며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라도 신이 부여한 신적인 본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부동한 신념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모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간디의 의사전달 방법의 근본인 것이다. 간디는 최대한 사실에 의거해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펼친다.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며, 할 수 잇는 한 자신의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한다. 동시에 상대방의 처지를 충분히 배려한다. 그러기 위해 요구사항이나 주장을 최소화한다. 어떤 경우에도 분노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어떤 폭력에도 비폭력으로 대한다. 그리고 인간의 선한 신적 본질을 믿고 인내하면서 끝까지 설득하고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서로 적대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사가 전달되고 모두가 만족하는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간디의 비폭력 개념은 수동적이거나 나약한 힘 또는 무저항으로 오해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간디는 비폭력이 오히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힘이자 강력한 저항의 무기임을 역설했다. 간디는 비폭력이 결코 도피나 나약함이 아니며 폭력보다도 훨씬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비겁함을 없애고 자기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며 언제라도 희생할 준비를 해야 하고 겸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폭력이 갖는 강력한 힘을 '악에 대한 능동적인 저항방법', '인류가 행사할 수 잇는 가장 위대한 능력', '인간이 고안한 어떤 무기보다 강한 것', '폭력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법' 등 여러 가지 표현을 통해 전달하려 애섰다. 그리고 폭력의 상징은 무기이나 비폭력의 방해는 신이라 말했다.

"비폭력은 적극적인 힘으로 나약함이나 소심함의 여지가 없다. 비폭력은 최고 질서의 능동적 힘이다. 영혼의 힘, 또는 우리 안에 있는 신의 파워다."

간디에게는 악을 선으로 갚는 것, 사심 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 육체적 욕망을 이겨내는 것, 어떠한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비폭력(아힘사)으로 폭력을 이기는 것,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유로 여기지 않고 단지 관리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무소유) 기꺼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 등등 그가 실험하면서 그 가치를 알게 된 모든 도덕적 행위들이 그의 종교적 핵심이었고, 진리(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었다. 간디는 신에 대한 신앙 없이는 그러한 도덕적 행위를 실천할 수 없다고 믿었다.
"나와 종교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이웃으로 여긴다면 그의 종교는 ‘이웃종교’가 되고, 그는 ‘이웃 종교인’이 될 것이다. 간디에게는 그 어떤 종교도 이웃종교였고, 그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이웃 종교인이었다." (/ p.384)

"간디는 바라보면 볼수록 참으로 멋진 인도인이었다. 그는 인도의 종교와 문화 속에서 살았고 그 삶에 충실했던 인물이었다. 바로 그 점이 그를 세계적 인물이 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간디는 가장 인도적이었기에 가장 세계적이 될 수 있었다고, 그는 어느 곳에서든, 어느 때이든 진리를 추구하는 삶은 세계적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이로써 우리가 우리 삶 속에서 진리를 추구해야 할 필요성을 간디로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진리의 추구는 우리들 각자의 삶의 물음에서 비롯될 것이다." (/ p.423)

"간디는 자신의 에고이즘을 초월한 보편적 신념과 가치를 어떤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완수해낸’ 인물이다. 적어도 간디라는 한 인물의 생애에서는 간디주의가 철저히 실천되고 실현되었다. 여기에 그의 위대함이 자리한다. 따라서 간디의 진리실험은 그의 삶에서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 p.429)
<인생교과서 간디>는 인도의 위대한 인물 간디의 삶과 철학을 배우고 간디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통해 진실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소중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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